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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일의 작업실

삼별초, 남송(南宋)에 가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대체역사

고도일
작품등록일 :
2023.05.19 16:52
최근연재일 :
2024.02.28 16:54
연재수 :
58 회
조회수 :
4,651
추천수 :
51
글자수 :
293,169

작성
24.02.16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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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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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8쪽

배후(背後) (4)

해당 소설은 실제 역사와 실존 인물들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픽션으로, 특정 종교/단체/인물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습니다.




DUMMY

다음날 일찍 포수경은 사문(師文), 사사(師斯), 균문(均文) 세 아들을 모두 침전으로 불러들였다. 남송 조정으로부터 관직을 기어코 수여받은 탓에 앞으로의 일이 걱정이 되어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했고, 외줄에 오른 듯한 기분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부친이 표정이 어두운 것을 눈치 챈 장남 포사문이 자신들을 불러놓고 정작 아무 말 없이 고심 중인 포수경을 향해 결국 먼저 입을 열었다. 포사문은 서둘러 팽가영에게 뱃삯을 돌려줄 생각에 조바심이 난 상태였다.


"아버지, 표정이 좋지 않으신데 무슨 걱정이라도 있으십니까?"


그러자 눈치 빠른 차남 포사사가 그 이유를 알아채고는 포수경을 안심시켰다.


"차라리 잘 된 일입니다."


그러자 포수경이 고개를 들어 포사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무엇이 말이냐? 망해가는 황실로부터 관직을 하사받은 것이 말이냐?"


"그렇습니다."


포사사가 웃으며 대답하자 옆에 있던 포사문이 동생을 한 차례 쏘아보고는 포수경을 향해 말을 이었다.


"저 역시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상단이 조정과 엮여서 그 끝이 좋은 경우는 없었으니 말입니다."


그러자 포사사 역시 지지 않고 맞받아쳤다.


"그럼 금은전대가 박살이 난 마당에 내려오는 칙서를 거부할 방법이 있습니까? 거부했다가는 황실의 칙명을 거절한 죄를 물을텐데 말입니다."


그러자 포사문이 더욱 목소리를 높이며 말했다.


"그걸 누가 모르느냐? 아버지,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천주를 정리하시고 몽골로 가시지요. 선단을 이끌고 합류한다면 천군만마를 얻은 몽골 조정에서 지금보다 훨씬 높은 지위를 내리고 우리 가문을 크게 쓸 것입니다."


포수경이 포사문과 같은 고민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다만 천주에서 벌인 사업의 규모가 워낙 커 재산을 정리하는데 만만치 않은 시일이 소요될 뿐더러 몽골 조정으로 붙는다는 소문이 퍼지면 남송 조정에서 잠자코 있을 리도 없었다. 포수경의 가장 큰 고민은 송나라의 멸망은 정해진 수순이었으나, 아무리 망해가는 황실이라고 한들 상단 하나를 없애는 것이 어려운 일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만약 자신이 몽골 쪽에 붙을 것이라는 소문이 조정에 들어간다면 가사도가 포씨가문이 천주를 기반으로 끌어모은 막대한 부를 노리고 군대를 파견할 것이 분명했다. 물론 포수경이 남송에서도 손에 꼽을 재력과 함선, 그리고 사병들을 가지고 있고, 양양이 함락된 마당에 송나라 군대는 당장 장강을 넘어오는 몽골군을 막기도 바쁘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일개 가문이 한 나라를 상대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이 때문에 포수경은 그간 어떻게든 관직을 받지 않고자 금은전대를 이용해 황실의 전령을 제거하고 몽골의 소행으로 위장해왔던 것이다.


하지만 시씨 가문이 직접 칙서를 가지고 내려온 데다 생각지도 못한 주진 일행의 합류로 포수경의 계획을 어그러졌고 이제 다른 방법을 찾아야만했다. 포사문의 말처럼 최대한 빨리 천주의 재산들을 정리하고 몽골에 합류하는 것 또한 포수경이 고려하는 차선책 가운데 하나였다. 허나 그럴 경우 지금 제값은 커녕 지금 재산의 반도 챙기지 못할 것이 자명했고, 가문 대대로 힘들게 이룬 부를 포기해야 한다는 것을 쉽사리 받아들일 수는 없었다.


포수경의 마음을 읽은 포사사가 웃으며 말했다.


"아버지, 그리고 형님 아무 것도 걱정하실 것 없습니다. 오히려 잘 된 일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러자 포수경이 답했다.


"무슨 묘안이라도 있느냐?"


"남해의 해적들과 왜구가 있지 않습니까?"


"그 불한당 같은 놈들은 왜?>"


"지금 송나라 수군은 장강을 넘어오는 몽골군을 막기에도 벅찬 상태일 것입니다. 만약을 대비해 지금 모든 군선들도 명주항에 집결하고 있고요. 남해 일대에 해적들이 기승을 부리고 왜구들이 천주 일대를 공격한들 지금 조정으로서는 그들을 상대할 만한 여력이 없을 겁니다."


포사사의 말을 들은 포수경의 표정이 환해지더니 기쁜 목소리로 답했다.


"그야말로 묘안이구나!"


그러자 둘의 대화를 이해하지 못한 포사문이 포사사에게 물었다.


"해적들과 왜구가 천주를 침략하는 것이 어찌 묘안이란 말이냐?"


"조정이 몽골을 상대하느라 왜구에 대응할 수 없다면 결국 누가 나서야겠습니까? 천주에서 제일 가는 우리 가문이 나서야지요. 관직까지 하사받았으니 명분도 충분하고요. 왜구를 상대한다는 핑계로 조정에 군선을 보내거나, 몽골군을 직접 상대할 필요도 없지요."


"둘째 말이 맞다. 다만 그자들이 우리 뜻대로 움직여 주겠느냐?"


"돈이라면 뭐든 하는 자들 아닙니까? 그간 상납을 댓가로 뱃길을 열어주던 남해의 해적들과 왜구들에게 소문을 흘려보겠습니다. 그간 송나라 수군은 내려오는 몽골군을 막기 급급해 천주를 비롯해 해안가 일대의 방비가 이전만 못하니 침략하기 그만이라고 말입니다. 그럼 그 자들은 반드시 호응할 것입니다. 뭣보다 고려를 정벌한 몽골이 대군을 이끌고 일본을 쳐들어간다는 소문이 파다하니 왜구들의 귀에도 분명 그 소식이 전해졌을 테고요. 왜구들 입장에서도 굳이 거기 남아서 몽골군을 상대하느니 송나라를 침략하는 편이 났겠다고 생각하겠지요."


그러자 포수경이 손뼉을 치며 답했다.


"그렇지. 우리는 그냥 왜구들을 막는 시늉만 하면 될 테고."


"그렇습니다. 왜구를 물리치면 송나라 황실에 공을 세우는 셈이고, 또 몽골과는 직접 칼을 겨누지 않아도 되니 일석이조이지요. 이 전쟁이 어떻게 끝나든 우리 가문으로서는 아쉬울 게 없습니다. 몽골에 칼을 겨눈 적이 없으니 송나라의 국운이 다 하면 그때 몽골에 합류해도 되고, 혹여 두 나라가 화친을 맺고 전쟁이 마무리 된다면 송나라 황실에 왜구를 막아 후방을 책임진 공로를 인정받겠지요."


"왜 진작 그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괜시리 아까운 금은전대만 소모했구나."


"지금부터는 함선을 건조하는데 공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관직도 하사 받았으니 눈치 볼 것도 없을 테고 왜구의 습격을 막아내면 천주 일대의 해상권을 저희가 독차지 하게 될 테니까요."


포사문은 자신을 제치고 부친의 마음을 산 동생이 마뜩치 않았으나, 포사사의 제안 자체는 흠 잡을 것이 없었다. 지금으로써는 포씨 가문이 취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임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그때까지 부친과 두 형의 말을 듣고만 있던 막내 포균문이 호승심에 앞으로 나섰다.


"그럼 탐라로 가는 선단은 제가 이끌겠습니다."


그러자 포수경이 고개를 가로 저으며 말했다.


"너무 위험한데다 막내 네가 나서긴 아직 너무 어리다."


그러자 장남이자 소가주로서 자신의 체면을 차리고자 포사문이 나섰다.


"그러지 말고 허락해주시지요. 이 참에 막내에게도 좋은 경험이 될 테니 말입니다. 대신 제가 함께 가지요. 아무리 해적들이라도 포씨 가문의 상단을 건드릴 자들은 없을 것입니다."


포수경이 그러자 포사사를 힐끔 쳐다보았고 포사사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자 포수경이 말했다.


"첫째 네가 같이 가겠다면 안심할 수 있겠지. 그리하도록 하여라."


실제로 포사사의 계략은 그대로 적중한다. 천주 일대의 해안선이 무방비라는 소문은 남해의 해적들을 비롯해 왜구들에게까지 퍼져나갔고, 이듬해 천주 일대를 비롯해 남해 해안에 대대적인 해구(해적과 왜구)들의 침략이 벌어진다. 사전에 해구들의 침략을 예상하고 함대를 구축한 포씨 가문은 즉시 해구들의 격퇴에 나섰고, 천주 일대는 물론 나아가 남해 일대의 해상무역을 완전히 장악하게 된다.


(계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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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가사도(賈似道) (1) 24.02.20 22 0 8쪽
55 해동제일검 (2) 24.02.20 18 0 9쪽
54 해동제일검 (1) 24.02.17 21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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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후(背後) (4) 24.02.16 24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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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연심(戀心) (2) 23.07.20 38 0 13쪽
40 연심(戀心) (1) 23.07.18 43 0 12쪽
39 강만리(江萬里) 23.07.13 45 0 9쪽
38 파촉당문(巴蜀唐門) (2) 23.07.12 46 0 10쪽
37 파촉당문(巴蜀唐門) (1) 23.07.11 65 0 10쪽
36 기연(奇緣) (2) 23.07.10 63 2 13쪽
35 기연(奇緣) (1) 23.07.07 72 2 10쪽
34 옥추보경(玉樞寶經) (6) 23.07.07 52 2 12쪽
33 옥추보경(玉樞寶經) (5) 23.07.06 57 2 12쪽
32 옥추보경(玉樞寶經) (4) 23.07.05 50 0 10쪽
31 옥추보경(玉樞寶經) (3) 23.07.05 51 1 12쪽
30 옥추보경(玉樞寶經) (2) 23.07.04 61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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