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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일의 작업실

삼별초, 남송(南宋)에 가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대체역사

고도일
작품등록일 :
2023.05.19 16:52
최근연재일 :
2024.02.28 16:54
연재수 :
5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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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13
추천수 :
51
글자수 :
293,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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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26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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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귀환(歸還) (1)

해당 소설은 실제 역사와 실존 인물들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픽션으로, 특정 종교/단체/인물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습니다.




DUMMY

마차는 출발한 지 얼마 안 되어 이선루에 도착했고, 남궁현이 이미 주루 앞에서 진웅 일행을 기다리는 중이었다. 남궁현은 진웅과 주진이 말쑥한 귀공자의 모습으로 나타나자 깜짝 놀라며 말했다.


"두 분께서 이리 옷까지 갖춰 입으면 이제 제가 나을 구석이 없지 않습니까?"


그때 팽가영이 마차에서 내렸고, 남궁현을 비롯해 주루 앞에 점소이와 다른 손님들 또한 팽가영의 미모에 진웅 일행이 출발했을 때와 같은 반응을 보였다. 그러자 주진이 진웅에게 속삭였다.


"봉접수향(蜂蝶隨香)이니 기분 나빠하지 말게. 저리 미모가 대단한 걸 어쩌겠나?"


그렇게 남궁현의 안내를 받아 세 사람은 주루 꼭대기층으로 올라갔고, 세 사람을 보자 숭의공 시안(柴安)이 자리에서 일어나 반갑게 세 사람을 맞았다. 전대 황실의 후예답기 고고한 기품이 느껴지며, 청아한 풍모가 느껴졌다.


"어서들 오시오."


"숭의공 합하를 뵙습니다."


"그 유명한 팽가의 젊은 여가주를 이리 직접 뵐 줄이야... 강남 제일의 미녀라더니 직접 보니 중화 제일인 듯 하오. 그럼 이 두 분이 해동에서 오신 문산의 의형제시겠군. 반갑소."


"합하를 뵙습니다!"


숭의공 시안은 문천상과는 동년배로 벗처럼 가까운 사이는 아니었으나, 문천상은 예로써 시안과 시씨 가문을 존중했고 시안 역시 문천상을 아끼며 조정 내에서 강만리, 육수부 등과 함께 강력한 지지자가 되어 주었다. 이 때문에 가사도와는 사이가 좋지 않았으나, 제 아무리 가사도라 한들 북송과 남송을 합쳐 300년을 이어온 데다 단서철권까지 가진 시씨 가문을 어찌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전대 황실의 후예로 우대받던 시씨 가문은 황실에서 직접 임명하지 않는 한 관직에 나가지 않음은 물론 대외적인 활동을 최대한 자제하였는데 이는 자신들을 우대한 남송 황실에 대한 예의인 동시에 시씨 가문이 지나치게 커졌을 경우 황실에서 위협을 느끼고 시씨 가문을 제거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택한 생존 전략이기도 했다. 때문에 가문의 식솔을 최소화하고 따로 사병조차 두지 않았다.


다만 시씨 가문에는 단서철권과 함께 오래전부터 황실에서 따로 내려 온 특명이 있었으니 바로 세가(世家)들을 관리하는 것이었다. 세가라 함은 본디 제후로 책봉된 가문을 이야기하며 남송의 경우에는 오대십국 시대 후주와 남송에 의해 멸망한 왕가들을 의미했다. 바로 남당이가(南唐李家), 서촉맹가(西蜀孟家), 오월전가(呉越錢家), 호남주가(湖南周家) 등이었다.


특이하게도 후한(後漢)의 세가는 남북으로 구분하여 남한유가(南漢劉家)와 북한유가(北漢劉家) 두 개가 존재했는데 이는 한족들에게 한나라와 유씨(劉氏)의 의미는 여전히 컸고, 유씨 가문이 하나로 합쳐졌다가는 황실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일부러 하나의 세가를 이루지 못하도록 남송 황실에서 일부러 조치한 것이었다.


허나 북한을 세운 유민(劉旻, 895~955)이 후한의 고조 유고(劉暠, 895~948)의 아우이자, 후한의 후계자였던 유윤(劉贇)의 아버지였기에 남한유가와 북한유가는 서로 한 가문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당연히 후한을 멸망시킨 후주의 시씨가문과는 사이가 그리 좋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오대십국의 멸망한 왕조이긴 하나 다른 세가들에 비해 전 황가로 우대받은 시씨 가문은 황실에서 부여한 권한으로 각 세가의 후계자들을 가문의 식객으로 거느리고 있었는데 이는 세가들이 다른 생각을 못하도록 인질을 잡고 있는 것에 가까웠다.


다만 서촉맹가만큼은 세가들 가운데 유일하게 남송 황실의 총애를 받았는데 이는 서촉맹가 역시 비록 후촉이 멸망했고 당시 황제였던 맹창(孟昶, 919~965)은 비극적인 죽음을 맞았으나, 그의 두 아들인 맹현철(孟玄喆), 맹현각(孟玄珏)이 은원을 잊고 남송 황실에 충성하며 요나라와의 전장 최전선에 섰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악비와 함께 남송 역사상 최고의 장수라 평가 받으며 금나라를 물리치고 몽골을 서촉에서 몰아낸 영웅, 이왕(利王) 맹공(孟珙, 1195~1246) 이 사천에서 활약하자 민간에서는 맹공이 서촉맹가의 일원이라는 소문이 퍼져나갔고, 맹공 또한 사천에서 서촉맹가의 입지를 이용할 목적으로 이를 부정하지 않았다. 실제로 맹공의 집안은 삼국 당시 촉한이 아닌 오나라 출신이었음에도 말이다.


게다가 맹공 사후 서촉맹가 역시 맹공의 위명을 이용할 목적으로 맹공과 그의 후손들을 정식으로 서촉맹가 출신이라 인정하는 것은 물론 아예 맹가의 가주 자격을 맹공의 차남인 맹지진(孟之縉)에게 넘겨준다.


맹공 가문이 공식적으로 서촉맹가의 일원이 되고 남송 황실에서도 이를 인정하자 세가들 가운데 서촉맹가의 입지는 더욱 굳건해졌고, 남송 황실 역시 서촉맹가를 더욱 각별히 우대했으며, 세가들을 극히 혐오하는 그 가사도마저 서촉맹가에게는 별다른 손을 쓰지 않고 오히려 친근히 대했다. 바로 자신의 재능을 알아보고 조정에 추천해 준 것이 맹공이었고, 그런 맹공을 누구보다 따랐던 것이 가사도였기 때문이다.


맹지진이 서촉맹가의 가주에 오르자 그의 장남인 맹순(孟淳)는 후계자 자격으로 시씨 가문에 보내졌다. 지금 숭의공 시안의 곁을 지키고 있는 것 역시 바로 맹순이었다.


여섯 사람이 자리에 둘러 앉았고, 시안은 진웅과 주진으로부터 그 동안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경청했다. 두 사람이 탐라에서 넘어와 그 동안 겪은 이야기를 모두 들려주자 어느새 해시(亥時, 오후 9~11시)가 다 되어 가고 있었다. 숭의공이 잠시 고민하는 듯 하더니 일행에게 물었다.


"명주로 배가 도착하기까지는 열흘 넘게 남은 것 아니오?"


"그렇습니다."


"이곳 무주에서 명주까지는 대략 이레(7일)가 걸리고, 배가 출발하는 천주(泉州, 취저우)까지는 나흘이면 넉넉하오. 그렇지 않아도 복주에 가는 길인데 함께 가면 어떻겠소? 어차피 우리도 포박사(포수경)에게 칙서를 전달하러 가는 길이고, 내가 직접 포박사를 소개해 줄 수도 있소."


그러자 팽가영이 진웅과 주진 두 사람의 눈치를 살폈고, 진웅과 주진은 뭔가 소곤거리더니 진웅이 답했다.


"합하께서 배려해주심은 감사하나 그러다 배가 엇갈릴까 걱정이옵니다."


그러자 시안은 잠시 고민하더니 다시 물었다.


"두 분이 도착하기 전까지 배가 출발하지 않으면 될 일 아니오?"


그 말과 함께 남궁현이 두 사람을 보며 받아들이라는 듯 고개를 위아래로 살짝 끄덕였고, 주진이 진웅을 대신 답했다.


"합하께서 이리 고려의 빈객을 후하게 대접하여 주시니 어찌 거절하겠습니까? 저희 역시 최선을 다해 모시도록 하겠습니다."


그러자 시안이 기쁜 듯 술잔을 들어올리며 말했다.


"내 오늘 두 분 대협을 만나 오랜만에 즐겁기 그지 없소. 자, 마십시다."


시안이 권한 술잔을 끊임없이 받던 진웅과 주진 두 사람은 모처럼 취하도록 술을 잔뜩 마셨으며 긴장이 풀린 탓인지, 아니면 오랜만의 술자리라 그런지 빠르게 취했다. 그런 두 사람을 술을 입에 대지 않은 팽가영이 중삼과 함께 다시 숙소로 데려왔을 때는 자시(子時, 오후 11~오전01시)가 한참 지난 뒤였다.


진웅은 그간의 벅찼던 일들과 오뢰법 수련 때문인지 피곤할 데로 피곤한 상태에서 좋아하지 않은 술을 억지로 받다보니 이미 비몽사몽이었고, 아직 정이 남아있는 주진이 그런 진웅을 침소에 눕히더니 팽가영에게 말했다.


"소저, 이 친구 좀 부탁하오. 나는 장도사에게 따로 할 말이 있어서 말이오."


어떻게든 두 사람을 함께 있게 해주고픈 마음에 주진은 장도사에게 민폐를 끼치기를 주저 하지 않았으나, 팽가영은 진웅을 미치도록 사랑했을 뿐 술에 취한 진웅의 품에 안길 만큼 욕정에 가득찬 것은 아니었다. 평소와는 다르게 술을 이기지 못하고 곤히 잠든 팽가영은 진웅의 얼굴을 바라보며 주진이 돌아오길 기다리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 잠이 들었다.


이른 새벽, 갈증 때문에 자리에서 일어난 진웅은 주진이 아닌 의자에 앉아 졸고 있는 팽가영을 바라보며 가슴이 저미는 애틋한 감정을 느꼈다. 걸치고 있던 웃옷을 벗어 팽가영에게 걸쳐주고 조심스럽게 방 밖으로 나와 객잔 주변을 거닐며 앞으로의 일을 생각하고 있노라니 어느새 동녘이 밝아오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 자리에서 일어난 장전일은 밤 늦게 자신의 방으로 찾아온 주진이 여전히 곯아 떨어진 것을 확인하고는 객잔 밖으로 나와 먼저 일어난 진웅을 마주했다. 진웅은 장전일에게 지난 밤 숭의공을 만난 일과 함께 천주로 가기로 했다는 이야기를 전하며 양해를 구했고, 장전일은 일정에 큰 차질이 없다면 괜찮다며 동의했다.


이후 두 사람은 나란히 함께 걸으며 내가권과 도술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고, 장전일은 궁금하다는 듯 진웅에게 물었다.


"이제 선기와 탁기를 스스로 운용할 수 있게 되셨는데 아직 무공을 펼쳐본 적은 없으셨지요?"


"그렇다네."


"그렇다면 지금 한번 펼쳐보시는 것이 어떠십니까?"


"아... 내 아직 숙취가 가시질 않아 정신이 없네."


"그러고보니 주대협이 어제 제 방으로 와서 주무셨습니다. 취해서 방을 착각하신 모양인데 진대협께서도 많이 드신 모양이군요."


"숭의공께서 자꾸 권하는 잔을 받다보니 그리 되었네. 미안하네."


"제게 사과하실 일은 아니지요. 저야 도사니 술을 멀리할 뿐 때로는 그렇게 긴장을 푸는 것도 나쁘진 않습니다. 다만 선기과 탁기를 막 구분할 수 있게된 지 얼마 안 됐고 선기가 탁기에 비해 한참 모자라니 잦은 술자리는 삼가시지요. 음주는 선기를 쌓는데 독이니 말입니다."


"충고 고맙네. 그리 하겠네."


그때 멀리서 말 한 필이 객잔을 향해 달려오는 것이 보였고, 말에서 내린 것은 다름 아닌 남궁현이었다. 남궁현을 보자 진웅이 물었다.


"이리 아침부터 공자께서 어쩐 일이오. 정오에 만나기로 한 것 같은데."


그러자 남궁현이 걱정 가득한 얼굴로 종이 한장을 건넸다.


"아침에 침소에서 일어나 보니 머리 맡에 이런 글이 올려져 있었습니다. 아직 숭의공께는 알리지 않았고요."


남궁현이 건넨 종이에는 단 세글자만이 적혀 있었다.


"不要走(돌아가시오.)"



(계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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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연심(戀心) (1) 23.07.18 44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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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파촉당문(巴蜀唐門) (1) 23.07.11 66 0 10쪽
36 기연(奇緣) (2) 23.07.10 64 2 13쪽
35 기연(奇緣) (1) 23.07.07 72 2 10쪽
34 옥추보경(玉樞寶經) (6) 23.07.07 53 2 12쪽
33 옥추보경(玉樞寶經) (5) 23.07.06 57 2 12쪽
32 옥추보경(玉樞寶經) (4) 23.07.05 51 0 10쪽
31 옥추보경(玉樞寶經) (3) 23.07.05 52 1 12쪽
30 옥추보경(玉樞寶經) (2) 23.07.04 62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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