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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일의 작업실

삼별초, 남송(南宋)에 가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대체역사

고도일
작품등록일 :
2023.05.19 16:52
최근연재일 :
2024.02.28 16:54
연재수 :
5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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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01
추천수 :
51
글자수 :
293,169

작성
23.07.07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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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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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2쪽

옥추보경(玉樞寶經) (6)

해당 소설은 실제 역사와 실존 인물들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픽션으로, 특정 종교/단체/인물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습니다.




DUMMY

그리고 인영 하나가 봉우리 위로 솟구치더니 중년의 도사 하나가 사뿐히 네 사람 앞에 섰고, 진웅을 제외한 세 사람이 읍을 하며 외쳤다.


"월정진인을 뵙습니다."


당기영과 섭천석을 비롯한 금단파 도사들 역시 모두 모월정을 향해 읍을 하며 예를 표했다. 모월정이 팽가영을 보더니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너는 가영이가 아니냐? 이게 무슨 상황인지 도통 모르겠구나. 어찌하여 금단파 도사들이 네게 칼을 겨눈단 말이냐?"


그때 섭천석이 나서며 말했다.


"사문의 비급을 들고 달아나 쫓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모월정이 싸늘하게 섭천석을 보며 답했다.


"본도사가 네게 물은 것이 아닌데?"


모월정이 섭천석에게 면박을 주자 단기영이 직접 나섰다.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진인. 저희 금단파와 신소파는 취허진인(진무)과 충화자(왕문경)가 계실 때부터 가깝게 지내왔습니다. 충화자를 통해 취허진인께서 오뢰법을 익히셨고 해경자께서 이를 옥추보경으로 완성하신 다음 충화자에 은혜에 보답코자 유일하게 신소파에 옥추보경 전권을 전달하시었죠."


"다 아는 이야기를 뭐하러 길게 읊는 것이냐? 본론만 이야기 하거라."


"아시다시피 옥추보경은 해경자께서 남기신 본문의 비급입니다. 일개 가문이 아닌 인원당에서 보관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여 팽가에 거듭 진경을 본문으로 반환하라 몇차례나 설득했으나, 팽가의 가주인 팽가영은 본문의 지시를 거부하고 오히려 진경을 외부로 유출하였습니다. 진경을 회수하기 위해서 무공산에 오른 것일 뿐 이곳에 진인이 계시리라고는 생각치도 못했습니다."


실제로 금단파는 팽가영의 뒤를 쫓았을 뿐 팽가영이 어째서 무공산으로 향했는지, 누굴 만나기로 했는지 알 수 없었다. 단기영은 모월정이 나타났을 때 만나기로 한 상대가 그인 줄 알고 놀람과 분노가 동시에 들었으나, 모월정의 반응을 볼 때 따로 팽가영과 이야기가 된 것은 아닌 듯 했다. 모월정이 팽가영에게 물었다.


"단장교의 말이 모두 사실이냐?"


"단순히 인원당에 반환하라는 것이 아닙니다. 저자들은 삼교맹에 가입하기 위해 진경을 전진에 넘기려 하고 있습니다."


"삼교맹? 삼교맹이 무엇이더냐?"


속세와 떨어진 채로 무공산에 틀어 박혀있던 모월정이 삼교맹의 창설에 대해 알지 못하는 건 당연했다. 모월정의 등장에 기운이 솟은 팽가영은 삼교맹의 창설과 금단파 내부에 있었던 일을 간략하게 전하며 팽가가 보관하던 진경을 모월정에게 맡기고자 무공산을 찾은 것이라 말했다.


"허허허... 소림과 전진, 곤륜, 아미가 하나의 맹을 만들었다니... 그나저나 진경을 왜 내게 맡긴단 말이냐? 본디 팽가의 물건이거늘."


"본문에게 뺏겨 원나라 손에 들어갈 바에는 진인께서 처분해 주심이 맡는 것이라고 생각해서요. 오뢰법 자체가 신소파에서 온 것이니 말이지요."


"지금 손에 든 것이 진경이더냐?"


"그러합니다."


"내게 주러 왔다고 하니 주면 되겠구나?"


"네? 네."


"확실하게 받았다."


그러고는 모월정이 진경을 쭈욱 넘기더니 말했다.


"틀림없는 진경이로다. 사부(추철벽)께서 보여주시길래 일전에 한번 봤던 적이 있지."


진경이 틀림없다는 말에 섭천석은 잠시 화색이 돌았으나 월정진인의 손에 진경이 들어갈까봐 노심초사하며 팽가영에게 소리를 질렀다.


"동생을 보내면 진경을 건네기로 약조하지 않았더냐?"


그러자 단기영이 섭천석을 제지하며 모월정에게 이야기했다.


"금단파와 신소파의 오랜 인연을 저희 대에 끊어서야 되겠습니까? 신소파는 진경을 철벽진인께서 스스로 불태웠다 들었는데 혹시 이제와서 진인께서 진경을 탐내시는 것은 아니겠지요?"


"탐이 난다면?"


그러자 단기영의 눈빛이 날카로와 지더니 검에 손을 가져가며 답했다.


"이 후배, 진인께 가르침을 청할 수 밖에요."


그러자 모월정이 웃으며 답했다.


"농담이다, 농담. 여전히 무뚝뚝하고 재미없는 녀석이야. 내가 어찌 금단파의 비급을 탐내겠나?"


그러고는 팽가영을 보며 말을 이었다.


"너는 본 도사를 믿느냐?"


"그러합니다."


"그럼 내가 무슨 행동을 하건 그대로 따를 수 있겠느냐?"


"그리하겠습니다."


"좋다. 단장교! 내 두 사문의 인연을 생각하여 진경을 자네에게 돌려줄까 하는데 대신 조건이 있네."


"하문하시지요."


"일단 진경을 받는 즉시 무공산을 내려갈 것. 그리고 팽가영을 비롯해 팽씨 가문에 앞으로 어떤 책임도 묻지 않고 일절 손 쓰지 않는다는 것이네."


"진경만 돌려주면 그리하겠습니다."


"조건이 하나 더 있네."


그러자 단기연이 약간 짜증이 섞인 목소리로 답했다.


"말씀하십시오."


"어찌됐건 팽가의 물건을 가져가면서 가문을 박살 내었으니 적절한 보상을 해야 할 것 아닌가?"


섭천석이 다시 나서려 하자 팔로 섭천석을 막아서여 단기연이 답했다.


"제대로 값을 치르란 말씀입니까?"


"재미는 없지만 말은 통하는군."


"본문의 비급을 어찌 장사하듯 값을 치를 수 있겠다 거절하면 어찌 됩니까?"


"그럼 그냥 사부가 그러셨듯 나도 불태워 버리겠네. 못할 것 같은가?"


"알겠습니다. 얼마를 원하십니까?"


"무리한 요구는 할 생각이 없네. 다만 이번 사태로 인해 팽가가 입은 손실은 모두 보전해 주었으면 하네. 망가지거나 불탄 곳이 있으면 다시 복원해주고, 죽거나 다친 사람이 있으면 적절히 보상해주도록 하게. 그게 다일세."


모월정의 주장대로 무리한 요구는 아니었고, 지금 상황에서 신소파 그 자체에 가까운 모월정을 공격하는 것은 단순히 승산을 떠나 신소파 전체를 적으로 돌리는 것과 다름 없었다. 모험을 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단기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진인께 약조하겠습니다. 팽가는 원래대로 복원하고, 사상자에 대한 보상도 적절히 할 것을 약조 드리지요."


"좋네."


"단 저도 조건이 있습니다."


"말해 보게."


"이번 사건을 이대로 넘어간다면 본문에서도 불만이 터져 나올 테니 비급을 외부로 빼돌린 책임 또한 팽가에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팽가에 적절한 보상을 하고 나면 파문토록 하겠습니다."


"파문이야 금단파에서 알아서 할 일이지. 팽가에 손대지 않는다는 약속만 지켜주면 되네."


그 말과 함께 모월정이 도약하더니 단숨에 단기영 앞에 섰고 진경을 단기영에게 건네주었다. 장교로 임명될 당시 진경의 소재 파악을 위해 이미 한차례 진경을 본 적이 있었던 단기영은 진본임을 바로 알아보았고, 진경을 품에 넣고 모월정에게 읍을 했다.


"진인의 현명하신 판단에 후배 감사드릴 따름입니다."


"물러들 가게."


단기영은 팽가영을 이대로 두고 가는 것이 찝찝하긴 하였으나 어쨌든 진경 회수라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이상 월정진인에 세명의 고수까지 있는 마당에 굳이 출혈을 일으킬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고 물러났다.


섭천석은 남창에서의 수모 때문인지 결착 없이 이대로 물러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으나 망연자실 해 있는 팽가영의 모습은 보니 괜히 실소가 터져나왔다. 섭천석이 비아냥대는 말투로 팽가영에게 쏘아붙였다.


"그러길래 진작 네 손으로 바쳤으면 이런 상황까지 오지 않았음은 물론 장교께서 팽가를 우대했을 텐데 어리석은 것... 쯧쯧쯧. 헛수고 한번 제대로 했구나. 월정진인께서 현명하셨기에 그나마 너와 내 동생 목숨이라도 보전했음을 다행으로 알거라."


섭천석의 말에 월정진인이 근엄한 표정으로 노려보자 섭천석은 읍을 하고 단기영을 따라 물러났다.


팽가영은 섭천석의 말처럼 자신의 모든 노력과 고난이 수포로 돌아간 팽가영은 충격으로 그 자리에 주저 앉았고, 팽자호는 그런 누이의 모습을 보며 멈췄던 울음을 다시 터트렸다.


분면 진인께서 자신을 신뢰하느냐는 질문을 던질 것을 보면 무슨 생각이 있어 그리 행동한 것이겠지만 박살 난 자신의 가문이나 지금까지의 고난, 그리고 실추된 명예를 생각하면 이리 간단히 금단파에 넘길 수는 없는 노릇이었기 때문이다.


자신이 무엇 때문에 그토록 모월정을 목숨을 걸면서까지 찾아온 것이라는 후회가 드는 팽가영이었고 진웅이 그녀를 일으켜 세우며 말했다.


"소협이 보고 있소. 그리고 소저가 그토록 믿고 있던 분이라면 진인께서 다 생각이 있으실 터, 정신을 좀 추스리시지요."


금단파 도사들이 완전히 물러나자 모월정 역시 팽가영에게 다가가 말했다.


"괜찮으냐? 충격을 받은 모양인데 내 찬찬히 전부 다 설명해주마. 일단 어린 네 동생도 있으니 이러고 있지 말고 처소로 함께 가자."


관음암 근처의 모월정의 처소는 주변에 진법이 펼쳐져 있고 수풀에 둘러쌓여 있어 정확한 위치를 모른다면 찾을 방도가 마땅치 않은 곳이었다. 처소를 돌을 쌓아 만들어져 있었는데 생각보다 이 곳에 꽤 오래 머문 듯해 보였다.


팽가영은 여전히 비통한 분위기였고, 그런 그녀 때문에 나머지 역시 모월정의 입이 열리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모월정이 차를 내주며 팽가영에게 말했다.


"해경자께서 옥추보경을 처음 만들고 나서 신소파에도 한 부를 보낸 것을 가영이 너도 알고 있겠지?"


힘 없는 목소리로 팽가영이 대답했다.


"네... 알고 있습니다."


"철벽진인께서 진경을 태워 없앴다는 것도 들었을 테고..."


"그리하셨다 들었습니다."


"실은 사부께서 없앤 것이 아니다."


그러자 팽가영의 눈이 휘둥그레지며 물었다.


"없앤 것이 아니라니...그럼 아직 신소파에도 진경이 남아있단 말씀입니다."


"없앤 것은 맞지. 단지 사부가 아닌 내 손으로 직접 없앴다는 소리다."


"진경을 태워 없앤 것이 진인이란 말씀입니다. 어째서요?"


"팽진인이 사부께서 남긴 옥추보경 중 진경을 봉인한 것이나 내가 태워 없앤 것이나 이유는 같다. 익히기에 너무 위험했기 때문이고 실제로 익혔다가 묘리를 깨우치기는 커녕 자칫 주화입마에 빠지기 십상이었기 때문이지. 실제로 반신불수가 된 이들이 더러 있었고."


"그 이야기는 조부께 들어 알고 있습니다."


"해경자께서는 자신의 극의를 옥추보경에 담아냈으나 원래 오뢰법은 신소파에서 나온 것이고 이를 해경자께서는 자신에게 맡게 조금 다르게 변형하셨지. 그 과정에서 신소파의 오뢰법과 결이 달라졌음은 물론 세세한 부분에서 차이가 있었단다.


해경자께서 남긴 오뢰법은 극의에 이르는 과정이 너무 난해하고 위험했기에 사부는 진경을 봉인하라 명했고, 사부께서 돌아가시기 전 불태워도 좋단 승락을 받고 불태웠지. 애초에 신소파 선인들이 남긴 비급이 아니니 목숨을 걸고 지켰던 팽가와는 입장이 달랐고 불태웠을 때 내부의 반발도 거의 없었지."


그러자 모월정이 팽가영을 보며 말을 이었다.


"내 조부나 사제인 유진인 모두 진경을 익히지 않은 것은 사실 묘리를 깨우치지 못한 것이 아니라 다른 문제 때문이란다."


"그것이 무엇인지요?"


"바로 해경자께서 이형(異形)의 육체를 가지고 계셨던 것이지. 그렇지 못한 자들이 익히기엔 그만큼 위험했고."


그러자 장전일이 놀라며 물었다.


"네. 그게 사실입니까?"


"확실하네. 자네도 전진의 도사였다고 하니 오뢰법에 대해서는 들어봤을 테고 그 내용도 알고 있나?"


"네. 뇌기(雷氣)는 오행(五行)으로부터 오고 몸 안의 오행의 기운을 모아 오천(五天)에 이른다면 뇌기를 자유자재로 부릴 수 있다는 것 아닙니까?"


"맞네. 핵심은 그렇지. 그렇다고 실제로 우뢰를 부르거나 비를 내리는 것은 신선의 영역에 달해야 가능한 것이고. 문제는 거기에 이르는 과정이야."


월정진인은 뇌법과 진경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고, 누구보다 장전일의 눈은 초롱초롱 빛났다.


(계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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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가사도(賈似道) (3) 24.02.28 17 0 8쪽
57 가사도(賈似道) (2) 24.02.21 16 0 10쪽
56 가사도(賈似道) (1) 24.02.20 22 0 8쪽
55 해동제일검 (2) 24.02.20 19 0 9쪽
54 해동제일검 (1) 24.02.17 22 0 11쪽
53 배후(背後) (5) 24.02.16 23 0 8쪽
52 배후(背後) (4) 24.02.16 24 0 8쪽
51 배후(背後) (3) 23.08.08 44 0 10쪽
50 배후(背後) (2) 23.08.03 31 0 9쪽
49 배후(背後) (1) 23.08.02 35 0 11쪽
48 귀환(歸還) (6) 23.08.01 32 0 14쪽
47 귀환(歸還) (5) 23.08.01 36 0 13쪽
46 귀환(歸還) (4) 23.07.31 31 0 11쪽
45 귀환(歸還) (3) 23.07.28 37 0 11쪽
44 귀환(歸還) (2) 23.07.27 37 0 11쪽
43 귀환(歸還) (1) 23.07.26 41 0 11쪽
42 연심(戀心) (3) 23.07.24 36 0 12쪽
41 연심(戀心) (2) 23.07.20 39 0 13쪽
40 연심(戀心) (1) 23.07.18 43 0 12쪽
39 강만리(江萬里) 23.07.13 46 0 9쪽
38 파촉당문(巴蜀唐門) (2) 23.07.12 46 0 10쪽
37 파촉당문(巴蜀唐門) (1) 23.07.11 65 0 10쪽
36 기연(奇緣) (2) 23.07.10 64 2 13쪽
35 기연(奇緣) (1) 23.07.07 72 2 10쪽
» 옥추보경(玉樞寶經) (6) 23.07.07 53 2 12쪽
33 옥추보경(玉樞寶經) (5) 23.07.06 57 2 12쪽
32 옥추보경(玉樞寶經) (4) 23.07.05 51 0 10쪽
31 옥추보경(玉樞寶經) (3) 23.07.05 51 1 12쪽
30 옥추보경(玉樞寶經) (2) 23.07.04 62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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