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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일의 작업실

삼별초, 남송(南宋)에 가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대체역사

고도일
작품등록일 :
2023.05.19 16:52
최근연재일 :
2024.02.28 16:54
연재수 :
58 회
조회수 :
4,709
추천수 :
51
글자수 :
293,169

작성
23.07.18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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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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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연심(戀心) (1)

해당 소설은 실제 역사와 실존 인물들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픽션으로, 특정 종교/단체/인물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습니다.




DUMMY

다음날 주진과 취암은 당중기를 비롯한 파촉당문의 정예들과 함께 의춘으로 향했다. 중삼은 자신 역시 따라가겠다고 고집을 부렸으나, 무공을 모르는 중삼을 함께 데려갔다가는 안전도 문제지만 속도가 더딜 것이 분명했기에 주진은 중삼을 설득해 장사에 남겨두었다.


모월정과 진웅 일행이 조우했다는 것을 모르는 주진은 이미 일행이 떨어진지 5일이 지난 데다 의춘까지 빠르게 가도 사흘은 걸릴 테였고 그 사이 금단파 도사들과 조우했다면 진웅을 비롯한 나머지의 안전이 위태로운 상황일 것이란 생각에 마음이 급했다.


그렇게 사흘째 원주(袁州, 지금의 장시성 핑샹시)에서 의춘으로 향하고 있는데 맞은 편에서 한 무리의 일행이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진웅 일행이었다. 진웅을 보자마자 주진이 쏜살같이 튀어나가더니 진웅의 양 어깨를 부여잡고 말했다.


"자네 무사했는가? 장도사도 괜찮고?"


안도하는 주진의 목소리를 듣자 진웅 역시 오랜 친우가 반갑기 마찬가지였다.


"보시다시피 멀쩡하네."


"금단파 도사들은?"


"이야기가 기니 차차 이야기해 줌세. 선사께서도 저희 때문에 먼걸음을 하신 겁니까? 감사합니다."


그때 주진이 파촉당문의 당중기를 소개했고 진웅은 당중기를 향해 예를 올렸다.


"당문주께서 직접 먼길까지 이리 도움을 주러 오셨다니 감사합니다."


"어차피 남창 쪽으로 돌아가는 길이라 그런 것이니 너무 마음 쓸 것 없소."


당중기를 본 유백문 역시 반갑게 다가와 말을 건넸다.


"형님이 여기까지 어쩐 일이십니까?"


"문대인을 만나러 갔다가 자네가 위험하다고 하여 선사와 함께 왔네. 무사한 것을 보니 다행이군."


그때 주진이 진웅을 보며 말했다.


"자네 뭔가 좀 달라진 것 같군."


그러자 취암 역시 거들었다.


"월정진인을 찾는다더니 기연을 얻은 모양이구나. 전에 없던 선기가 느껴지는 것을 보니."


"네. 진인께 대은을 입었습니다."


"일단 여기서 이럴 것이 아니라 의춘으로 가세. 형님께서 탐라로 가는 배를 마련해주신다며 자네를 만나거든 명주로 가서 기다리라고 하셨네."


"형님은 무탈하시고?"


"직접 처리하실 업무가 산더미라 자리를 비울 수 없는 형편일세. 사부인 강대인을 대신해 호남의 모든 대소사를 본인 손으로 직접 처리하고 계시니 말일세."


그때 당중기가 일행에게 작별인사를 건넸다.


"문대인께서 부탁하신 일은 잘 마무리 된 듯 하니 저희는 이만 여기서 인사를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명주까지 무사히 도착하시기 바랍니다."


유백문은 잠시 당중기와 이야기를 마찬가지로 일행에게 작별을 고했다.


"팽소저, 저 역시 당문주와 함께 그만 인사를 드려야겠군요. 잠시 당문에 들렸다 고향으로 돌아갈까 합니다. 두분 대협 덕분에 팽가에 입은 은혜를 갚을 수 있어 감사했습니다. 선사께서도 부디 건강하십시오. 장도사, 또 보세."


그렇게 당중기와 유백문이 떠나자 진웅은 무공산에서 금단파 도사들과 대치했던 것과 모월정을 만나 선기를 갈무리한 것, 그리고 오뢰법을 팽가영으로부터 배우기 시작했다는 것 등 그 간 있었던 일들을 소상히 이야기해주었고, 진웅의 이야기를 들은 주진이 자못 기가 차다는 듯 놀려대며 말했다.


"그런 줄도 모르고 나는 자네에게 무슨 일이라도 있을까봐 미친듯이 달려왔는데 자넨 님도 보고 뽕도 따고 있었구만 그래."


주진의 말에 팽가영의 볼이 불그레졌고, 그런 팽가영을 보며 주진이 짖궃게 물었다.


"팽소저도 무사해 보이니 다행입니다. 무공산에서 일은 잘 보셨는지요?"


그러자 진웅이 이해가 안된다는 표정으로 주진에게 말했다.


"자네 지금 무슨 소리하는 건가? 조금 전 무공산에 있었던 일은 내가 다 이야기해주지 않았나?"


"아... 팽소저와 나만 아는 이야기가 있으니 눈치 없는 자네는 좀 빠지게."


주진의 면박에 진웅은 헛기침을 하며 고개를 돌렸고, 팽가영 역시 총총 걸음으로 일행을 앞질러 걸어갔다. 그런 둘의 모습을 보며 주진이 장전일에게 말했다.


"그야말로 춘삼월이로구만. 안 그런가, 장도사?"


"네? 지금이 춘삼월인 것 맞는데 어찌 그러십니까?"


"머리 속에 온통 도 밖에 없는 사람한테 내가 괜한 소리를 했구만."


그렇게 일행은 다시 의춘으로 향했고, 객잔을 잡고 저녁을 먹으며 앞으로의 일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진웅과 주진은 명주로 돌아가야했고, 취암과 장전일은 문천상의 지시로 두 사람과 함께 명주로 향하기로 했는데 문제는 팽가영이었다. 진웅이 팽가영에게 물었다.


"팽소저께서는 어찌 하시겠습니까? 남창까지 모셔다 드리면 될까요?"


"네? 아...네.. 저는... 글쎄요..."


팽가영은 진웅과 더 오래 함께 하고 싶었지만 머릿 속이 온통 진웅으로 가득 차 변변찮은 핑계조차 나오지 않았다.


'진대협과 끝까지 함께 하고 싶어요.'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치솟아 올랐지만 차마 입밖으로 내 뱉을 수가 없었다. 아직 남창은 금단파 도사들이 남아있을 수 있어 위험하고 남은 팽가 식솔들의 행방도 모르니 일단 함께 명주로 가서 상황을 살피겠다고 하면 될 일이었으나 그런 단순한 대답조차 생각이 나지 않는 팽가영이었다. 그러자 주진이 진웅에게 물었다.


"팽소저께서 오뢰법인지 뭔지를 익히도록 도와주고 계신다 했지? 다 배운건가?"


"기본적인 운용만 배웠네."


"그럼 팽소저께서 명주까지 가는 동안 알려주면 되겠구만. 자네가 어찌 보면 생명의 은인인데 이 정도 부탁이야 들어주시겠지. 안 그렇습니까, 팽소저?"


그러자 진웅 역시 살짝 당황한 목소리로 손사래를 쳤다.


"소저께서는 이미 충분히 도움을 주셨네. 명주까지 함께 해달라는 것은 너무 염치 없는 부탁이네."


"자네에게 없는 건 염치가 아니라 눈치네. 남창에서 그럼 팽소저를 혼자 남겨두었다가 팽가 사람들 대신 금단파 도사들이라도 만난다면 어쩔 생각인가? 아무리 그들이 팽가를 건드리지 않겠다는 약조를 했다 한들 이미 전대 조사들의 유지도 무시하는 자들 아닌가? 그럴 바에는 우리와 함께 명주로 갔다가 여기 선사, 그리고 장도사와 함께 남창으로 돌아가는 것이 훨씬 안전하지. 아니 그렇습니까, 소저?"


주진의 물음에 팽가영은 기다렸다는 듯 고개를 위아래로 끄덕이며 답했다.


"맞아요!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이 바로 그거였어요. 다들 허락하신다면 말이죠."


그러자 주진이 웃으며 답했다.


"여기서 팽소저가 함께 가는 걸 반대할 사람은 한 사람도 없습니다. 아니 그렇습니까?"


그러자 취암 역시 주진을 거들었다.


"그래, 가영아. 일단 함께 명주로 가자꾸나. 거기서 팽가의 소식을 수소문해 보고 정 안되면 내가 함께 팽가로 가주마. 일단 이 친구들을 명주까지 데려다주고 말이다."


그러자 장전일 역시 덧붙였다.


"진대협께서 스스로 운공을 하기에는 아직 무리인데다 저 역시 오뢰법에 대해 아직 배우는 중이니 소저께서 함께 가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팽가영까지 함께 명주로 가는 것으로 결정되었고, 이튿날 다섯 사람은 온 길을 그대로 돌아가 명주로 향했다.


명주로 향하는 동안 진웅과 팽가영의 오뢰법 수련을 계속되었는데 같은 객실을 쓰던 주진은 두 청춘 남녀를 위해 아침 일찍 자리를 비어줬음은 물론 혹 장전일이 수련 중인 두 사람을 방해을 찾아올까봐 그를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그렇게 아침 일찍 주진이 자리를 비우면 진웅과 팽가영은 수련을 시작했는데 순양의 기운이 가득한 진시(辰時, 07~09시)에 맞춰 진웅이 동남쪽을 향해 윗옷을 벗고 가부좌를 틀고 앉으면 팽가영이 두 손을 등에 맞대고 자신의 뇌기를 일주천 시켰다.


진웅은 처음에는 적응이 안 된 모양인지 온 몸에서 땀을 흘리며 자신의 몸에 있는 선기와 탁기를 구분해 내는데 애를 먹었으나 시간이 갈수록 점차 뇌기에 적응해감과 동시에 선기와 탁기를 구분할 수 있게 되었고, 나아가 선기나 탁기의 크기를 가늠하고 형태를 떠올릴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다.


문제는 진웅이 가진 내공의 크기가 팽가영에 비해 엄청나게 컸던 데다 팽가영은 모월정만큼 오뢰법의 진전을 이룬 것이 아니었기에 진웅의 몸을 자신의 뇌기로 일주천하는데 따르는 체력적인 부담이 너무 컸다.


또한 진웅이 하루가 다르게 선기에 적응하여 선기와 탁기를 구분해낼 수 있는 단계에 이르자 팽가영은 단순히 뇌기를 일주천 시키는 것만으로도 진이 빠질 지경이었다. 하지만 팽가영은 진웅에 대한 연심을 떠나 그간 진웅이 자신을 도운 은혜를 생각하여 이를 악물고 버텼다.


그러던 어느 날, 마찬가지로 진시가 되자 두 사람은 수련을 시작했고, 당시 진월(辰月, 음력 3월) 진일(辰日) 진시였기 때문에 순양의 기운이 온 천지에 가득했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진웅은 평소와 다르게 팽가영의 뇌기 없이도 스스로 선기와 탁기를 명확히 구별하는 것이 가능했고, 이어 팽가영의 뇌기가 들어와 몸 속을 일주천하자 그 뇌기의 흔적을 따라 자신의 선기를 스스로 일주천하기 시작한다.


드디어 선기를 자신의 뜻대로 움직이며 스스로 선기를 일주천할 수 있게 된 진웅은 기쁜 마음에 선기에 이어 내단에 가득한 탁기 역시 일주천 시켰고, 팽가영은 자신의 뇌기가 연결된 상태에서 진웅이 선기만이 아니라 막대한 탁기까지 일주천 시키자 마치 내공의 물결이 자신에게 쏟아져 들어오는 듯한 느낌을 얻었다.


만약 진웅의 탁기를 이루는 것이 살기나 요기였다면 뇌기를 일주천 시키던 팽가영은 엄청난 내상을 입었을 가능성도 있으나, 팽가영의 뇌기를 타고 역으로 들어온 진웅의 탁기는 탁기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따뜻하고 마치 순양의 기운을 품은 양기 그 자체에 가까운 느낌이었다. 팽가영이 진웅의 몸 안에서만 뇌기를 일주천 시켰을 때는 결코 느낄 수 없는 기운이었다.


그럼에도 자신의 내공이 팽가영에게 역으로 흘러갔다는 것조차 모르는 진웅은 선기와 탁기를 번갈아 계속 일주천 시켰고, 갑자기 뇌기를 끊었다가는 자신은 물론 이제 막 내공을 일주천 시킬 수 있게 된 진웅 역시 위험해 처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에 팽가영은 이를 악 물고 버텼다. 그럼에도 더 이상 버티기 힘든 상황이 되자 팽가영은 겨우 입을 떼 진웅에게 말했다.


"대협! 그만...그만요!"


팽가영의 다급한 목소리를 들은 진웅이 그제야 내공 운용을 멈추었고, 팽가영 역시 가까스로 자신의 뇌기를 다시 거둬드릴 수 있었다. 진웅이 뒤를 돌아보자 팽가영은 온 몸이 땀에 젖어 쓰러지기 직전이었다.


그녀의 모습을 보자 놀란 진웅이 팽가영이 쓰러지지 않도록 양어깨를 붙잡자 팽가영이 실신함과 동시에 그녀의 머리가 힘 없이 진웅의 가슴팍 쪽으로 떨어졌다. 진웅은 그런 그녀를 눕힌 뒤 서둘러 냉수를 떠왔고, 다시 그녀를 안아 올려 그녀의 입술에 물을 가져다 대었다.


그러자 조금씩 팽가영의 정신이 돌아오기 시작했고, 자신을 품에 안은 채 걱정 가득하 눈으로 내려다보는 진웅을 본 팽가영은 괜찮다는 얼굴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제 스스로 내공을 다룰 수 있게 되셨군요. 축하드립니다."


그렇게 말하고는 아직 정신이 온전히 돌아오지 않은 팽가영은 지금껏 고이 간직한 자신의 연심을 그대로 드러내듯 한쪽 손을 들어올려 진웅의 뺨을 살며시 쓰다듬었다. 진웅은 그런 그녀에 행동에 잠시 놀랐으나 이내 자신의 볼을 쓰다듬던 팽가영의 손을 잡더니 촉촉히 젖은 팽가영의 입술에 그대로 자신의 입술을 포갰다.


그러자 팽가영 역시 기다렸다는 듯 양팔로 진웅을 더욱 가까이 끌어 안으며 진웅의 입술을 탐했고 객실의 창문 넘어로 따뜻한 봄날의 햇살이 두 사람을 향해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계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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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가사도(賈似道) (3) 24.02.28 17 0 8쪽
57 가사도(賈似道) (2) 24.02.21 16 0 10쪽
56 가사도(賈似道) (1) 24.02.20 23 0 8쪽
55 해동제일검 (2) 24.02.20 19 0 9쪽
54 해동제일검 (1) 24.02.17 22 0 11쪽
53 배후(背後) (5) 24.02.16 23 0 8쪽
52 배후(背後) (4) 24.02.16 24 0 8쪽
51 배후(背後) (3) 23.08.08 44 0 10쪽
50 배후(背後) (2) 23.08.03 31 0 9쪽
49 배후(背後) (1) 23.08.02 35 0 11쪽
48 귀환(歸還) (6) 23.08.01 32 0 14쪽
47 귀환(歸還) (5) 23.08.01 36 0 13쪽
46 귀환(歸還) (4) 23.07.31 31 0 11쪽
45 귀환(歸還) (3) 23.07.28 37 0 11쪽
44 귀환(歸還) (2) 23.07.27 38 0 11쪽
43 귀환(歸還) (1) 23.07.26 41 0 11쪽
42 연심(戀心) (3) 23.07.24 36 0 12쪽
41 연심(戀心) (2) 23.07.20 39 0 13쪽
» 연심(戀心) (1) 23.07.18 44 0 12쪽
39 강만리(江萬里) 23.07.13 46 0 9쪽
38 파촉당문(巴蜀唐門) (2) 23.07.12 46 0 10쪽
37 파촉당문(巴蜀唐門) (1) 23.07.11 66 0 10쪽
36 기연(奇緣) (2) 23.07.10 64 2 13쪽
35 기연(奇緣) (1) 23.07.07 72 2 10쪽
34 옥추보경(玉樞寶經) (6) 23.07.07 53 2 12쪽
33 옥추보경(玉樞寶經) (5) 23.07.06 57 2 12쪽
32 옥추보경(玉樞寶經) (4) 23.07.05 51 0 10쪽
31 옥추보경(玉樞寶經) (3) 23.07.05 52 1 12쪽
30 옥추보경(玉樞寶經) (2) 23.07.04 62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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