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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일의 작업실

삼별초, 남송(南宋)에 가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대체역사

고도일
작품등록일 :
2023.05.19 16:52
최근연재일 :
2024.02.28 16:54
연재수 :
58 회
조회수 :
4,695
추천수 :
51
글자수 :
293,169

작성
24.02.16 20:09
조회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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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8쪽

배후(背後) (5)

해당 소설은 실제 역사와 실존 인물들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픽션으로, 특정 종교/단체/인물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습니다.




DUMMY

포수경과 그의 아들들이 앞으로의 처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주진과 진웅은 이른 조식을 먹은 뒤 숭의공 시안의 숙소를 찾았다. 일행은 부마수 유장엽이 시키는 숙소의 정문을 지나 시안의 침소로 향했고 남궁현과 맹순을 좌우로 거느린 시안은 주진과 진웅을 반갑게 맞이했다.


"어서들 오시오."


"밤새 안녕하셨습니까? 합하."


시안과 주진 일행은 어젯밤 치러진 연회로 인해 괴한들의 습격에 대해 제대로 대화를 나눌 시간이 없었고, 그 문제에 대해 논의를 시작했다. 시안은 물론 주진과 진웅 역시 자신들을 습격한 배후에 포수경이 있고, 괴한의 정체가 그가 거느린 금은전대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잠시 골똘히 고민하던 시안이 주진 일행을 바라보며 말했다.


"밤새 생각해봤지만 아무래도 가사도의 짓은 아닌 것 같단 말이지... 두분 대협은 어떻게 생각하오?"


그러자 진웅이 답했다.


"어찌 그렇습니까?"


"처음에는 가사도의 짓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소. 하지만 두 분 보았듯이 괴한들에게는 모두 고환이 없었소. 환관 출신들일 가능성이 높지. 가사도는 환관이라면 누구보다 환멸하는 자요. 승상에 오르자마자 환관들부터 척결했지. 대송이 이렇게 망가진 것은 황제의 지근거리에서 호의호식하던 환관들 때문이라 생각했으니 말이오. 그런 자가 자객으로 환관 출신들을 쓴다? 뭔가 좀 이상하지 않소?"


그러자 주진이 답했다.


"목숨을 살려주는 댓가로 자신의 밑으로 거둬들였을 수도 있지 않습니까?"


"그 생각을 안한 것은 아니오. 허나 부마수 유장엽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가사도는 어떻게든 포대인과 그 가문을 대송 쪽으로 끌어들이고자 했단 말이오. 애초에 포수경을 끌어들일 목적이 아니었다면 이렇게 번거롭게 여러 차례 칙서를 보냈을 리도 없고, 우리 시씨가문에 부탁할 이유도 없었을 터인데 정말 간곡히 부탁해서 이리 내가 직접 온 것이란 말이오."


그러자 오른손으로 턱을 쓰다듬던 진웅이 답했다.


"포수경이 관직을 거절하면 황명을 거역했다는 이유로 군대를 동원해 포씨 가문의 재산을 차지할 셈이 아니었을까요? 천주에서 제일 가는 상단이니 말입니다."


그러자 시안을 답했다..


"그렇지는 않을 것이오. 그랬다면 부마수 유장엽에게 이 정도 병력만을 보냈을 리 없지. 수군도 함께 내려왔을 테고 말이오. 그리고 황제의 칙서가 도착한 이상 포대인 역시 관직을 거절하진 않았을 것이오. 늘 대송 황실에 협조적이었고, 어마어마한 공물을 바쳐왔으니 말이오."


그러자 주진이 입을 열었다.


"가사도가 아니라면 대체 누구란 말입니까?"


"포씨 가문이 관직을 받게 되면 곤란해 지는 자들이겠지."


"몽골 말입니까?"


"정확히는 몽골에 붙은 자들이겠지. 두 분은 동송신(董宋臣,?—1260年)이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 있소?"


"처음 듣는 이름입니다."


"이종(理宗 趙昀, 1205 ~ 1264) 황제 시절 대단한 권세를 누렸던 환관이지.동송신은 황제의 신임을 얻고자 주등락(周燈樂)이라는 별장을 황궁에 짓고는 예기는 물론이고 몰래 창기를 들여 황제의 환심을 샀지. 그렇게 황제의 신임을 얻고 난 뒤에는 간신인 염비(閻妃), 마천기(馬天驥), 노윤승(盧允昇) 등과 패를 이뤄 국정을 주물렀소. 어찌나 횡포가 심했는지 넷의 비위를 탄원하는 상소가 하루가 멀다하고 올라왔지요. 동송신이 급사하지 않았더라면 아직도 그자들의 세상이었을 것이오.


어찌나 권세가 대단했던지 몽가(夢哥, 몽케)가 사천을 공격하자 몽골을 막기는 커녕 곧장 천도를 주장했지만 문무백관 모두가 감히 반대할 생각을 못했소. 오직 두 대협의 의형인 문산(文山)만이 천도만은 절대 안된다며 동송신을 참살하라는 상소를 올렸소. 결국 그 상소는 받아들여지지 않고 문산은 한직으로 쫓겨났지만 말이오.


듣자니 동송신이 가사도의 입지가 하루가 다르게 커진 데다 자신 쪽으로 포섭되지 않자 제거하려 했는데 이 계획이 가사도 귀에 흘러들어가 가사도 쪽에서 동송신과 한패였던 권신 정대전(丁大全, 1191~1263)과 손잡고 먼저 손을 썼다는 이야기가 있소. 물론 그 정대전 역시 가사도 손에 정리됐지만 말이오."


"합하께서는 그 잔존 세력이 남아있다고 생각하시는군요."


"동송신이 황실을 쥐락펴락할 당시 따로 환관들로 이뤄진 비밀 조직을 하나 만들었소. 자신이 세운 후원 이름을 따 광매당(廣梅堂)이라하였지. 동송신의 권세가 하늘을 찌를 때는 그 수가 오백을 넘었다하오. 그 자들은 동송신의 명을 받아 동송신과 대척점에 있는 조정 대신들을 감시하고, 첩보를 모으는가 하면, 필요하면 암살도 서슴치 않았소."


진웅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그 조직의 일부가 아직 살아남아 있다는 말이로군요."


"가사도는 자신을 노린 광매당의 환관들을 발본색원하기 위해 동송신 밑에 있던 환관들 대부분을 척살했소. 허나 동송신이 죽자마자 자신들의 입지를 위태롭다는 것을 눈치챈 광매당원 중 일부가 황궁을 탈출해 흩어졌고, 가사도는 이후로도 광매당원들을 찾아내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소재는 여전히 오리무중이었지."


"그 자들이 몽골 오랑캐들에게 붙었을 수도 있겠군요."


"나 또한 그리 생각하오. 황궁의 구조를 누구보다 잘 아는 자들인 데다 모두 무공을 익혔으니 큰 골칫거리가 아닐 수 없소. 다만 두 대협의 활약으로 그 자들 또한 큰 피해를 입었으니 쉽사리 움직이진 못할 테요."


그러자 진웅이 아직 의문이 남았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합하께서 직접 칙서를 포대인에게 전달하는 것은 극비 아니었습니까? 가사도가 아니라면 대체 누굴 통해 이 사실이 전해졌단 말입니까?"


그러자 시안이 답했다.


"조정 대신들 가운데 몽골쪽으로 전향한 간자가 있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지 않겠소? 장재가 살아있었다면 직접 문초해 그 배후를 낱낱이 밝혔겠지만 이미 명을 달리했으니...나는 아직도 장재가 간자였다는 사실이 믿기지가 않소이다. 어쨌거나 황제폐하의 칙서가 제대로 전달됐으니 다행이오. 다 두분 대협 덕분이오. 내 이 은혜는 잊지 않으리다."


"당연히 해야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미약하나마 합하께 힘이 되어 다행입니다."


"가진 재주는 없지만 혹여 내 도움이 필요하다면 언제든 이야기하시오. 내 두분 대협의 부탁이라면 있는 힘껏 돕겠소."


"망극합니다."


주진과 진웅으로서는 위기의 순간이 여러 차례 있었지만 숭의공 시안을 통해 시씨 가문과 연을 맺게 된 것은 결과적으로 행운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탐라의 삼별초를 송으로 데려와 남송과 연합하기 위해서는 문천상의 지원만으로는 모자라다고 생각했는데, 시씨 가문이 자신들을 지지해준다면 천군만마를 얻은 것과 다름 없으니 말이다.


자신들을 습격한 괴한들이 동송신이 만든 광매당이었다는 시안의 예상은 적중했다. 하지만 그 광매당을 잔당과 우두머리인 호무량이 몽골 쪽에 붙은 것이 아니라 포수경에게 포섭되어 금은전대로 이름을 바꾼 뒤 하수인 노릇을 하고 있다는 것까지는 알 방법이 없었다.


게다가 포수경이 혹여 괴한의 배후로 의심을 받을까 염려하여 괴한들의 습격을 받아 어깨에 검을 찔리는 혼신의 연기까지 펼친 나머지 시안은 포수경이 이 습격의 배후일 것이라고는 추호도 생각하지 않았다.


(계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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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가사도(賈似道) (3) 24.02.28 17 0 8쪽
57 가사도(賈似道) (2) 24.02.21 16 0 10쪽
56 가사도(賈似道) (1) 24.02.20 22 0 8쪽
55 해동제일검 (2) 24.02.20 19 0 9쪽
54 해동제일검 (1) 24.02.17 22 0 11쪽
» 배후(背後) (5) 24.02.16 22 0 8쪽
52 배후(背後) (4) 24.02.16 24 0 8쪽
51 배후(背後) (3) 23.08.08 44 0 10쪽
50 배후(背後) (2) 23.08.03 31 0 9쪽
49 배후(背後) (1) 23.08.02 35 0 11쪽
48 귀환(歸還) (6) 23.08.01 32 0 14쪽
47 귀환(歸還) (5) 23.08.01 36 0 13쪽
46 귀환(歸還) (4) 23.07.31 31 0 11쪽
45 귀환(歸還) (3) 23.07.28 36 0 11쪽
44 귀환(歸還) (2) 23.07.27 37 0 11쪽
43 귀환(歸還) (1) 23.07.26 41 0 11쪽
42 연심(戀心) (3) 23.07.24 36 0 12쪽
41 연심(戀心) (2) 23.07.20 39 0 13쪽
40 연심(戀心) (1) 23.07.18 43 0 12쪽
39 강만리(江萬里) 23.07.13 45 0 9쪽
38 파촉당문(巴蜀唐門) (2) 23.07.12 46 0 10쪽
37 파촉당문(巴蜀唐門) (1) 23.07.11 65 0 10쪽
36 기연(奇緣) (2) 23.07.10 64 2 13쪽
35 기연(奇緣) (1) 23.07.07 72 2 10쪽
34 옥추보경(玉樞寶經) (6) 23.07.07 52 2 12쪽
33 옥추보경(玉樞寶經) (5) 23.07.06 57 2 12쪽
32 옥추보경(玉樞寶經) (4) 23.07.05 51 0 10쪽
31 옥추보경(玉樞寶經) (3) 23.07.05 51 1 12쪽
30 옥추보경(玉樞寶經) (2) 23.07.04 62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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