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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일의 작업실

삼별초, 남송(南宋)에 가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대체역사

고도일
작품등록일 :
2023.05.19 16:52
최근연재일 :
2024.02.28 16:54
연재수 :
5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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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00
추천수 :
51
글자수 :
293,169

작성
23.07.28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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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귀환(歸還) (3)

해당 소설은 실제 역사와 실존 인물들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픽션으로, 특정 종교/단체/인물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습니다.




DUMMY

숭의공은 자신이 얘기했던 바와 다르게 마차를 탄 채 행렬의 중간에 자리하고 있었는데 마차를 보더니 진웅이 옆에 있던 남궁현에게 물었다.


"숭의공께서도 직접 말을 타시겠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랬지요."


"근데 어째서 마차에 타고 계십니까?"


그러자 옆에 있던 주진이 대신 답했다.


"마차 뒤쪽에 타고 계시네. 성 밖을 나갈때까지는 마치 마차에 타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게 나을 것 같아 내가 제안드렸네. 아무래도 전부 말로 이동한다면 미행하는 쪽에서도 뭔가 수를 쓰려 할 테지만 마차가 함께 움직인다면 금세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여유만만하겠지. 성문을 벗어나자마자 마차를 버리고 달릴 거라네. 또한 절반은 남풍(南丰, 난펑) 쪽으로 향할 걸세. 그자들은 전부 호위병들이지. 머무는 도시마다 관병 일부를 다른 방향으로 보낼 것이네."


"아, 그래서 전부 삿갓을 쓰고 비슷한 옷으로 맞춘 것이구만. 구분하기 어렵게 만들려고..."


"그렇다네."


그렇게 일행은 무주의 남문으로 나오자마자 마차를 버리고 달리기 시작했다. 원래대로라면 천주까지는 남성(南城, 난청)에서 영안(永安)을 통해 가는 것이 가장 가까운 길이나 숭의공 역시 차마금패를 지니고 있으니 말을 바꿀 수 있는 역관이 있는 곳들을 거쳐 가기로 했다. 그렇게 소무(邵武, 사오우), 남평(南平, 난핑)을 거쳐 복주(福州, 푸저우)에서 배를 타는 것으로 경로가 정해졌다.


남궁현, 숭의공과 함께 경로를 상의한 주진은 진웅과 맹순을 제외한 나머지에게는 불문에 부쳤는데, 주진 입장에서는 숭의공의 호위 가운데 간자가 없으리란 보장이 없었기 때문이다. 숭의공이나 남궁현은 숭의공을 호위하는 여덟의 무사는 모두 믿을만한 자들이라 주장했으나 주진은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다며 나머지 일행에게는 당일이 되어서야 그날의 목적지를 알려주었다.


일행은 남궁현에게 보내진 쪽지로 인해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으나, 여천(黎川, 리촨)에 도착할 때까지 별 다른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또한 주진의 작전이 성공한 덕분인지 숭의공에게 붙은 미행의 흔적도 더는 느껴지지 않았다.


이틀째인 남평까지의 여정 역시 별다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 사흘째가 되던 날, 민청(闽清, 민칭)을 앞에 두고 우려했던 일이 벌어졌다. 복면을 한 수십의 무리가 일행을 막아선 것이다. 수괴로 보이는 자가 앞으로 나서더니 시안을 향해 말했다.


"가진 것 모두를 놓고 돌아가시오. 그럼 목숨은 보전해주겠소."


그러자 숭의공이 그 자에게 물었다.


"자네들은 산적들인가?"


"그렇소."


"길을 비키시게. 우린 황명을 받은 사람들일세."


"알 바 아니오. 가진 걸 전부 두고 떠난다면 몸 성히 돌아갈 수 있소."


그러자 주진이 나서며 말했다.


"돈이 목적인 것 같지 않은데?"


"어줍잖은 객기 부리지 말고 마지막으로 경고하겠다. 돌아가라."


"하하하, 나한테는 하대를 하는 것을 보니 우리가 누군지 아는 모양이구나."


"무슨 헛소리냐?"


"머리가 있으면 생각해 보거라. 다 떠나서 복주로 향하는 거대한 강을 끼고 수적질이 아닌 산적질을 한다는 것 자체가 애초에 가당키나 하냔 말이다."


"뭣이라!"


그러자 주진이 검을 꺼내 들더니 하품을 하며 말했다.


"하암~ 전진교 도사들도 그러더니 산적 치고는 너무 말이 많군."


그러자 무리의 수괴가 시안을 가리키더니 말했다.


"쳐라! 저 자만 빼고는 모두 죽여도 좋다!"


그러자 수십의 괴한들이 일행을 향해 달려들었고, 일행 역시 원을 그리며 맞설 준비를 했다. 중삼은 괴한을 길을 막자마자 어디론가 숨었는지 그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진웅 일행은 시안을 호위하는 무사 여덟을 포함하여 총 15명이었고, 괴한들은 60여명으로 일단 머릿수부터 차이가 난데다, 생각보다 괴한 하나 하나의 무공 수준이 만만치 않았다. 전진교 도사들의 태을금화대검진처럼 막강한 검진을 펼친 것은 아니었으나, 아마도 오래 손발을 맞춘 듯 협격에 특화되어 있었다.


다만 최근 선기를 운용하게 된 진웅, 그간 도사들을 상대로는 살초를 쓸 수 없었으나 괴한들을 상대로 고려제일검의 면모를 마음껏 뽐내는 주진, 가문에서 군자검의 진전을 가장 크게 이룬 남궁가의 삼공자에게는 크게 의미가 없었다. 장전일 역시 선배들인 전진교 도사들을 상대할 때와는 다르게 전진교 제자들 가운데 첫손에 꼽혔던 순양검법을 마음껏 펼쳤다.


유일한 차이라면 탁기보다는 선기를 쌓는 중인 진웅과 원래 도사였던 장전일은 괴한이라 한들 목숨을 뺏지 않기 위해 살초를 펼치지는 않았으나, 숭의공의 신변이 가장 중요한 남궁현, 그리고 손속에 정을 줄 필요가 없는 주진은 살초를 쓰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다. 괴한들 입장에서 그나마 다행이라면 주진의 손에 청룡검이 아닌 며칠 전 무주의 대장간에서 구한 평범한 검이 들려있었다는 것이다.


절정 고수 네 명이 최전방에서 괴한들을 상대하니 아무리 협격에 특화된 괴한들이라고 한들 네 사람을 뚫고 시안을 지키는 호위병까지 닿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어느덧 스무명 가까운 숫자의 괴한들이 쓰러지며 쉽게 정리되는 듯 했고, 괴한의 수괴는 당황한 듯한 모습을 보이다 무리를 향해 소리쳤다.


"동귀어진 하라!"


수괴의 한 마디에 괴한들은 자신의 목숨을 아랑곳 하지 않고 덤벼들기 시작했다. 일정 수준에 오른 고수들이 아예 죽기를 각오하고 덤벼들자 살초를 펼치지 않던 진웅과 장전일을 자못 당황했고, 반대로 주진과 남궁현의 검술은 더욱 잔혹해졌다. 물론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양쪽 수준의 차이는 명확했고, 결국 반시진이 채 안 돼 괴한들 대부분이 쓰러졌다. 그러자 주진은 틈을 노려 수괴를 직접 노렸다. 주진의 검을 간신히 쳐낸 수괴는 일을 그르쳤다는 것을 깨닫고 소리쳤다.


"흩어져라!"


그러자 수괴를 비롯해 열명 정도 남은 괴한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남궁현이 괴한들의 수괴를 쫓으려 하자 주진이 제지했다.


"함정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숭의공 합하가 우선이니 쫓지 마십시오."


그러자 남궁현이 검을 거두더니 읍을 하며 주진과 진웅, 장전일 세 사람에게 감사를 표했다.


"대협들 없이 백인대를 이끌고 상대했다면 피해가 상당했을 것입니다. 한 명 한 명이 모두 고수더군요."


그때 장전일이 자신이 쓰러트린 괴한 하나에게 급하게 달려가 복면을 벗기더니 소리쳤다.


"독입니다!"


장전일의 말대로 정체를 누설하지 않기 위함인지 괴한은 입에 거품을 물더니 이내 명이 다해 고개가 옆으로 쓰러졌다. 비단 이 자 하나만이 아니었다. 약속이라도 한 듯 목숨이 붙은 자들이 갑자기 같은 증세를 보이며 꼬꾸라졌고 진웅을 비롯한 일행은 당황하며 이를 지켜보았다. 남궁현이 쓰러진 자들을 하나하나 살피더니 말했다.


"독도 독이지만 모두 혀가 없습니다. 아마 일부러 자른 모양입니다."


실제로 주진과 남궁현의 검에 목숨을 잃은 자는 물론이고, 진웅과 장전일에 의해 목숨은 부지했으나 스스로 독을 복용한 자들 모두 하나같이 혀가 잘려있었다. 그 모습을 본 주진이 말했다.


"정말 지독하구만."


남궁현이 씁쓸한 표정으로 답했다.


"배후가 누구인지 밝혀내기는 틀렸군요. 보통 놈들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러자 장전일이 뭔가 고민하는 듯 하더니 괴한 중 하나의 아랫도리를 벗기기 시작했고, 그 모습을 본 주진이 질겁하며 물었다.


"팽소저가 보고 있는데 자네 지금 뭐하는 짓인가?"


"뭐 좀 확인하려고 그럽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그렇게 장전일은 세 명의 아랫도리를 더 확인하더니 말했다.


"모두 고간에 양물이 없습니다!"


그러자 진웅과 주진, 남궁현 역시 자신의 옆에 쓰러진 괴환들의 아랫도리를 확인한 뒤 마찬가지로 양물이 없는 것을 보고는 남궁현이 시안에게 달려가 아뢰었다.


"합하, 괴한들 모두 양물이 거세되어 있습니다."


"무리의 정체가 환관들이란 말인가?"


"아직 확실치는 않습니다. 특정 교단의 소행일 수도 있으니 말입니다."


남궁현이 시안에게 보고를 하는 사이 주진이 장전일에게 물었다.


"자네는 이 자들에게 고간이 없다는 것을 어찌 알았나?"


"하나는 쓰러지며 복면이 벗겨진 자들 가운데 수염난 자가 아무도 없었습니다. 적지 않아보이는 나이임에도 말입니다. 게다가 체격을 보면 분명 사내인데 출수할 때나 검을 겨룰 때 남성 특유의 양기가 느껴지지 않고, 오히려 음기가 더 강하게 느껴졌지요. 물론 남자들 가운데도 특이하게 음기가 유독 강한 자들이 있기 하나, 제가 겨룬 모든 괴한들이 하나 같이 다 음기가 더 강하게 느껴져 뭔가 이상하다 싶었습니다. 그래서 혹시나 하고 확인해 보니 역시나 양물이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음... 역시나 환관일 가능성이 가장 높은가..."


"강호 무림에 스스로 양물을 자르고 음공(陰功)을 익히는 경우도 더러 있다 들었으나 이렇게 수십이 모두 양물이 없다면 환관 밖에 없겠지요.마교(魔教)처럼 정신나간 집단이 아니라면 말입니다."


"마교라면 백련교 말인가?"


"일부에서는 백련교를 마교라 칭하기도 하나 실제로 마교라 하면 어느 한 집단을 톡 꼬집어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교리가 이상하거나 교세를 앞세워 반란을 일으키는 교단들을 보통 마교라 하지요 . 다만 그 가운데 특히 해악이 커 반란을 일으키지 않았음에도 나라에서 포교를 금지하거나 토벌의 대상이 되는 경우가 있는데 인육을 먹거나, 인간의 피로 공양을 드리는 등 정신나간 짓을 서슴치 않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남송에서는 백련교를 마교로 지정하지 않았습니다. 단지 삼교맹에서만 마교라 칭한 것이지요."


"그렇구만."


일행이 모여 앞으로의 일정에 대해 논의를 시작했는데 시안이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렇게 서둘렀는데 결국 위치가 발각된 모양이구만. 두분 대협 덕분에 이번에는 아무 피해 없이 물리치긴 했으나 다음에는 더 많은 인원을 동원해 죽자사자 달려들 듯 한데 그 배후를 확인할 수 없으니... 대강 짐작가는 자는 있지만 말일세."


"그 짐작 가는 이가 누구입니까?"


진웅의 물음에 시안이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증좌없이 함부로 입에 담았다가 그 얘기가 세어나가면 나로서도 감당하기 힘드오. 좀 더 명확해지면 말해주지."


그러자 주진이 검을 든채로 뒷쪽의 호위병 중 하나에게 다가가 목에 겨누며 말했다.


"가만 있는 것이 좋을 거야. 조금 전에 봤겠지만 나는 진웅 저 친구나 장도사와는 다르게 손속에 정이 없거든. 허튼 수작하면 팔다리부터 모두 자르겠다. 알아들었으면 고개를 끄덕여."


그러자 호위병이 고개를 끄덕였고 주진은 일행을 향해 말했다.


"살아있는 간자가 여기 있습니다."



(계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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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가사도(賈似道) (3) 24.02.28 17 0 8쪽
57 가사도(賈似道) (2) 24.02.21 16 0 10쪽
56 가사도(賈似道) (1) 24.02.20 22 0 8쪽
55 해동제일검 (2) 24.02.20 19 0 9쪽
54 해동제일검 (1) 24.02.17 22 0 11쪽
53 배후(背後) (5) 24.02.16 23 0 8쪽
52 배후(背後) (4) 24.02.16 24 0 8쪽
51 배후(背後) (3) 23.08.08 44 0 10쪽
50 배후(背後) (2) 23.08.03 31 0 9쪽
49 배후(背後) (1) 23.08.02 35 0 11쪽
48 귀환(歸還) (6) 23.08.01 32 0 14쪽
47 귀환(歸還) (5) 23.08.01 36 0 13쪽
46 귀환(歸還) (4) 23.07.31 31 0 11쪽
» 귀환(歸還) (3) 23.07.28 37 0 11쪽
44 귀환(歸還) (2) 23.07.27 37 0 11쪽
43 귀환(歸還) (1) 23.07.26 41 0 11쪽
42 연심(戀心) (3) 23.07.24 36 0 12쪽
41 연심(戀心) (2) 23.07.20 39 0 13쪽
40 연심(戀心) (1) 23.07.18 43 0 12쪽
39 강만리(江萬里) 23.07.13 46 0 9쪽
38 파촉당문(巴蜀唐門) (2) 23.07.12 46 0 10쪽
37 파촉당문(巴蜀唐門) (1) 23.07.11 65 0 10쪽
36 기연(奇緣) (2) 23.07.10 64 2 13쪽
35 기연(奇緣) (1) 23.07.07 72 2 10쪽
34 옥추보경(玉樞寶經) (6) 23.07.07 52 2 12쪽
33 옥추보경(玉樞寶經) (5) 23.07.06 57 2 12쪽
32 옥추보경(玉樞寶經) (4) 23.07.05 51 0 10쪽
31 옥추보경(玉樞寶經) (3) 23.07.05 51 1 12쪽
30 옥추보경(玉樞寶經) (2) 23.07.04 62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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