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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일의 작업실

삼별초, 남송(南宋)에 가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대체역사

고도일
작품등록일 :
2023.05.19 16:52
최근연재일 :
2024.02.28 16:54
연재수 :
58 회
조회수 :
4,711
추천수 :
51
글자수 :
293,169

작성
23.07.31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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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귀환(歸還) (4)

해당 소설은 실제 역사와 실존 인물들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픽션으로, 특정 종교/단체/인물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습니다.




DUMMY

주진이 칼을 겨눈 호위에게 물었다.


"이름은?"


"곽가 장재라 합니다."


"소속은?"


"황실 근위군으로 숭의공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헌데 어찌 이러십니까?"


그러자 시안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장개 이 친구가 간자라니? 그럴 리 없소. 비록 황실 근위군 소속이긴 하나 나를 호위한 지가 8년을 넘었소."


그러자 주진이 코웃음을 치며 답했다.


"그럼 8년 넘게 간자를 했던 것이지요. 아니면 최근 변심을 했거나 말입니다."


그러자 간자로 지목된 곽장재가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답했다.


"저보고 간자라니요! 억울합니다. 숭의공을 위해 목숨 바쳐 싸웠는데 어찌 저를 의심하는 거요!"


남궁현 역시 주진에게 다그치듯 말했다.


"일단 검부터 내려놓고 설명해 보시오! 사소한 오해가 있는 듯 한데..."


그러자 주진이 검을 더욱 목덜미에 가깝게 대며 말했다.


"애초에 남궁 공자가 잠을 자는 사이 쪽지를 머리 맡에 올려두었다는 전제가 잘못되었습니다. 남궁 공자가 이미 저희를 맞이하러 내려온 시점에 쪽지는 방 안에 있었을 테지요. 다만 공자가 취하는 바람에 늦게 발견하여 본인이 자는 사이에 두고 갔다고 오해했을 뿐, 남궁 공자가 객실로 돌아왔을 때 이미 그 쪽지는 놓여져 있었을 거란 말입니다."


"어찌 그렇소?"


"창 쪽으로는 누군가 들어왔다 나간 흔적이 전혀 없습니다. 애초에 문이 열린 적이 없지요. 경첩에 쌓인 먼지를 보니 남궁 공자는 보안 때문에 객실의 문을 한번도 연 적 없고, 그 전에도 최소 며칠 간은 창문이 열린 적이 없었던 것이 확실합니다. 천하제일의 고수라도 창문 틈 사이로 들어올 방법은 없을 테고, 결국 쪽지를 남긴 범인은 창문이 아닌 객실의 정문으로 들어왔다는 소리지요.


물론 남궁 공자가 없는 틈을 타 객실 안으로 들어가긴 무리였을 겁니다. 다른 호위들이 복도를 지키고 있으니 말이지요. 그럼 가장 자연스럽게 남궁 공자의 방으로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은 바로 객실로 남궁 공자를 데리러 가는 것이지요. 그날 남궁 공자의 방에 들어간 호위는 모두 세 명이고, 마지막으로 숭의공을 객실에서 데리고 나온 자, 그 자가 범인일 가능성이 가장 높았습니다. 당연히 그 마지막 사람이 바로 이 자입니다."


그러자 남궁현이 재차 물었다.


"어찌 그것만으로 간자라 확신하시는 겁니까?"


"당연히 이 하나만으로 확신하는 것이 아니지요. 오전에 일찍 두고 간 쪽지를 공자께서 늦게 발견한 걸 수도 있으니 말이오. 그래서 한 가지 시험을 했소. 손이 저리다는 핑계로 역관에서 명주로 서찰을 부칠 때 세 사람에게 각각 대필을 시켰지요. 내용이야 별거 없습니다. 다만 쪽지에 적히 부(不). 요(要), 주(走) 세 글자가 들어가면 너무 티가 나니 아니 부(否), 덮을 복(覆) , 짝 필(疋) 세 글자를 넣어 글을 썼지요.


그리고 그것을 받아 명주로 부치는 척 하며 세 사람이 적은 서찰을 각각 보관하였지요. 진웅 자네가 내 봇짐에서 서찰을 꺼내 남궁 공자의 쪽지와 대조해 보게."


그러자 진웅이 주진의 말대로 봇짐을 열어 서찰 세 개를 꺼냈고, 남궁현이 품고 있던 쪽지와 비교해 보았다. 주진의 말대로 세 개 중 하나의 필체가 쪽지와 유사했는데, 주진의 말대로 否, 覆, 疋 세 글자를 보니 더욱 그러했다. 주진이 다시 곽장재에게 물었다.


"이래도 거짓이라 우길 테냐?"


그러자 곽장재가 체념한 듯 무릎을 꿇더니 숭의공을 향해 빌었다.


"합하, 소인이 쪽지를 남긴 것은 사실이나 합하나 남궁 공자를 해할 의도는 전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무슨 일이 생길까 막으려 했던 것이옵니다. 믿어주십시오!"


그러자 시안이 물었다.


"대체 무엇으로부터 말이냐?"


"그것만큼은 말씀 드릴 수 없습니다..."


"허어... 지금 상황에서도 끝내 모든 것을 털어놓지 못겠다는 말이냐? 그러면서 믿어달라는 말이 나오더냐?"


그러자 주진이 대신 곽장재에게 물었다.


"위협을 알리고자 쪽지를 남긴 건 사실일 수도 있겠지. 허나 우리의 동선을 알린 것 또한 자네일 것이야. 아니 그런가?"


"...그것이..."


"협박이라도 당하고 있는 모양이군. 처자식이라도 잡혀 있나?"


"..."


"침묵이 능사는 아니라네. 뭣보다 자네가 발각되었다는 것을 저쪽에서 알면 자네 가족들을 살려줄 것이라 생각하나?"


"..."


"사실대로 고하는 것만이 자네와 자네 가족들 모두에게 그나마 살 길이 열리는 셈이네. 배후는 우리가 짐작하는 그 사람인가?"


"도통 무슨 소린지 모르겠소."


"황실 근위군이 간자 노릇을 하고, 환관들로 이뤄진 군대가 공격한다면 답은 뻔하지 않은가? 남송 황실에 그게 가능한 사람은 단 한명 뿐이지."


그러자 시안 역시 주진과 곽장재 쪽으로 다가와 근엄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는 대로 털어 놓거라. 그리 하면 내가 여죄는 묻지 않으마."


그때 진웅이 시안 쪽으로 뛰어들더니 소리쳤다.


"합하! 엎드리십시오!"


그와 함께 진웅이 자신들을 향해 날아오는 화살을 쳐냈고, 호위들이 방패로 시안의 주변을 감쌌다. 미쳐 엎드릴 새 없던 주진 역시 자신과 곽장재를 향해 날아오는 화살을 쳐냈으나 갑작스러운 공격에 전부 걷어내지는 못했다. 다행히 주진이나 진웅, 시안은 화살을 맞지 않았고 다른 일행들 역시 모두 무사했다.


하지만 주진에게 붙잡혀 손에 아무 것도 들고 있지 않던 곽장재는 그대로 주진의 방패나 다름 없는 신세가 되어 급소에 화살이 적중해 그대로 절명해 버렸다. 애초에 화살의 방향을 보니 대부분이 곽장재를 노리고 쏘아진 화살이었고, 나머지는 모두 사람이 아닌 일행이 타고 온 말들을 향해 쏘아진 것들이었다. 말들 가운데 화살에 맞지 않은 멀쩡한 것은 고작 두 필에 불과했고 역관이 있는 마을에 도착할 때까지 일행은 모두 도보로 이동해야 될 판이었다.


진웅과 주진 역시 안장에 걸린 방패를 들고 화살이 날아온 방향을 경계 했으나 더는 화살이 날아오지 않았다. 그러자 주진이 쓰러진 곽장재의 몸에서 화살을 하나 뽑아 촉을 유심히 보더니 말했다.


"독이 묻어 있군. 어떻게든 입막음을 해야 했던 모양이야."


"결국 배후는 밝혀내지 못했군."


"이럴 줄 알았으면 더 빨리 정체를 밝힐 걸 그랬네. 배후와 접선하는 때를 기다려 완벽한 증좌를 얻어내려다가 일을 그르치고 말았네."


그러자 진웅이 주진의 어깨를 토닥이며 답했다.


"자네의 기지 아니었다면 어차피 우리 중에 누가 간자인지 밝혀내지도 못했을 걸세. 먼저 밝혔다고 한들 끝내 입을 열지 않았을 수도 있고."


"일단 적들이 여전히 감시 중일 것이고 화살이 또 날아오지 말라는 보장이 없으니 저기 숲으로 들어가세."


일행은 엄폐를 위해 뒷쪽의 숲으로 다시 들어갔다. 믿었던 호위에게 배신당한 충격 때문인지 시안의 표정은 급격히 굳어 있었고, 다른 일행들 또한 갑작스러운 환관들의 공격에 이어 간자로 밝혀진 호위가 화살에 맞아 절명하자 분위기가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모두 당황하거나 침통해 있는 상황이었지만 침착함을 잃지 않은 주진이 먼저 입을 열었다.


"지금 상황에서 배후라면 한 명 뿐일 테지요."


주진의 말대로 곽장재의 입에서 끝내 배후는 나오지 않았지만 일행 모두는 단 한명의 이름을 떠올리고 있었다. 바로 가사도. 환관으로 이뤄진 고수들로 부대를 꾸리고, 황실근위군을 간자로 포섭할 수 있는 자는 남송 황실에 오직 가사도 밖에 없었다. 문제는 배후를 밝힐 곽장재가 이미 절명했다는 것, 그리고 설사 곽장재의 입에서 가사도의 이름이 나왔다고 한들 과연 가사도를 배후로 지목하고 처벌할 수 있느냐였다. 그러자 남궁현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답했다.


"승상이 어찌하여 숭의공을 막아선단 말입니까?"


그러자 주진이 시안에게 물었다.


"합하께 칙서의 내용을 묻는 결례를 범해도 되겠습니까? 단순한 임명장입니까?"


그러자 시안이 잠시 고민하더니 답했다.


"음... 포수경을 천주의 해관총관(海關總管)으로 임명하고, 남해무역을 독점할 권한을 주는 내용이 담겨 있소."


"그것이 전부입니까?"


"흠... 천주와 복주를 비롯해 복건 일대의 병사를 모아 수군을 양성할 권한도 함께 얻게 된다오."


"무역을 독점할 권리에 수군을 양성할 권한까지... 포수경이 그 정도로 중요한 자입니까?"


"양양이 점령 당한 상황에서 이 난국을 타개할 유일한 방법은 수군 뿐이고, 그 수군이 제 실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포수경 그 자의 선단이 꼭 필요한 상황이오."


"그리고 승상은 이를 못마땅해 하는군요."


"아무래도 그럴 것이오. 일개 개인이 단독으로 병단을 꾸리고 남해의 무역을 독점하게 되면 자신의 권좌가 위협받을까 두려운 것이겠지. 게다가 우리 시씨 가문에서 직접 칙서를 전달한다고 하니 더욱 못 마땅해 할 것이고 말이오. 그럴 바에는 포수경에게 황제 폐하의 칙서가 전해지지 않도록 간자들과 군대를 동원해 내가 천주에 도착하지 못하도록 막는 방법은 선택한 것 같소."


"결국 승상은 합하께서 천주에 도착하지 못하고 다시 임안으로 돌아가길 바라는 것이군요. 합하께서 무슨 일이라도 당하면 일이 커지니 해를 끼칠 생각까진 없는 듯 하고 말입니다."


"그런 듯 하오."


"그래서 이제 어쩌실 작정이십니까?"


"돌아가야겠지."


"이대로 그냥 돌아가신다는 말입니까?"


"주대협 말대로 아무리 승상이라 한들 나를 어쩌진 못할 거요. 다만 대협들을 비롯해 다른 일행들을 끊임없이 노리겠지. 게다가 타고 갈 말도 멀쩡하지 않으니 별 수 있겠소?"


그러자 남궁현이 시안에게 말했다.


"그래도 황제 폐하의 칙서입니다. 이대로 그냥 돌아가면 승상의 뜻대로 되는 것은 물론 남송 황실에서 포수경 그자를 더는 묶어두지 못할 지도 모릅니다."


"아마도 승상은 그 전에 포수경을 배제하고 천주를 차지할 생각이겠지. 허나 자칫 일을 그르쳤다가 포수경이 이 사실을 알기라도 하면 남해를 지배하는 선단이 원나라로 넘어갈 수도 있는데 말일세."


"그러니 더욱 칙서를 전달하여 포수경이 대송 황실에 충성하도록 만들어야지요."


그러자 옆에 있던 맹순이 뭔가 떠오른 듯 말했다.


"합하, 민청현이 코 앞인데 거기서 배를 타면 복주까지 하루 밖에 걸리지 않습니다. 복주는 포수경의 세력권이니 승상 역시 함부로 군사를 동원하지 못하겠지요. 포수경의 선단 역시 저희를 환영해 줄 것이고 말입니다."


남궁현 역시 맹순의 의견에 동의했고, 시안이 주진과 진웅을 번갈아보더니 물었다.


"대협들의 생각은 어떻소? 돌아가는 것이 좋겠소, 아니면 어떻게든 천주로 향하는 것이 좋겠소."


허나 두 사람의 입장에서 남은 일정을 생각하면 지금 당시 출발지로 돌아가는 선택지는 없었다. 진웅과 주진마저 맹순의 의견에 동조하자 시안 역시 결단을 내렸다.


"그럼 소가주의 계획대로 그렇게 진행합시다."


"예! 합하."


(계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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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가사도(賈似道) (3) 24.02.28 17 0 8쪽
57 가사도(賈似道) (2) 24.02.21 16 0 10쪽
56 가사도(賈似道) (1) 24.02.20 23 0 8쪽
55 해동제일검 (2) 24.02.20 19 0 9쪽
54 해동제일검 (1) 24.02.17 22 0 11쪽
53 배후(背後) (5) 24.02.16 23 0 8쪽
52 배후(背後) (4) 24.02.16 24 0 8쪽
51 배후(背後) (3) 23.08.08 44 0 10쪽
50 배후(背後) (2) 23.08.03 31 0 9쪽
49 배후(背後) (1) 23.08.02 35 0 11쪽
48 귀환(歸還) (6) 23.08.01 32 0 14쪽
47 귀환(歸還) (5) 23.08.01 37 0 13쪽
» 귀환(歸還) (4) 23.07.31 32 0 11쪽
45 귀환(歸還) (3) 23.07.28 37 0 11쪽
44 귀환(歸還) (2) 23.07.27 38 0 11쪽
43 귀환(歸還) (1) 23.07.26 41 0 11쪽
42 연심(戀心) (3) 23.07.24 36 0 12쪽
41 연심(戀心) (2) 23.07.20 39 0 13쪽
40 연심(戀心) (1) 23.07.18 44 0 12쪽
39 강만리(江萬里) 23.07.13 46 0 9쪽
38 파촉당문(巴蜀唐門) (2) 23.07.12 46 0 10쪽
37 파촉당문(巴蜀唐門) (1) 23.07.11 66 0 10쪽
36 기연(奇緣) (2) 23.07.10 64 2 13쪽
35 기연(奇緣) (1) 23.07.07 72 2 10쪽
34 옥추보경(玉樞寶經) (6) 23.07.07 53 2 12쪽
33 옥추보경(玉樞寶經) (5) 23.07.06 57 2 12쪽
32 옥추보경(玉樞寶經) (4) 23.07.05 51 0 10쪽
31 옥추보경(玉樞寶經) (3) 23.07.05 52 1 12쪽
30 옥추보경(玉樞寶經) (2) 23.07.04 62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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