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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일의 작업실

삼별초, 남송(南宋)에 가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대체역사

고도일
작품등록일 :
2023.05.19 16:52
최근연재일 :
2024.02.28 16:54
연재수 :
58 회
조회수 :
4,710
추천수 :
51
글자수 :
293,169

작성
23.08.01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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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귀환(歸還) (5)

해당 소설은 실제 역사와 실존 인물들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픽션으로, 특정 종교/단체/인물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습니다.




DUMMY

이제 남은 문제는 민청현까지 무사히 들어가 배를 구해 복주까지 이동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일단 민청현까지 도보로 이동해야 했던 데다 적의 병력을 정확히 파악할 수 없었고, 숭의공 시안이 가진 금패로 병력들을 움직일 수 있다고는 하나 민청현처럼 작은 마을에 수비군이 충분할 리 없었고, 그 수준도 오합지졸일 것이 분명했다.


민청현의 수비군을 동원한다 한들 적의 병력이 그보다 많다면 애꿎은 목숨만 희생시키는 셈이라 일행은 민청현의 도움을 받기 보다는 배를 구해 조용히 움직이기로 했다. 복주까지 배로는 불과 한나절 거리로 급류를 탄다면 반나절 만에도 도달할 수 있는 거리였고, 일단 복주에 들어서면 시안이 대규모의 병사를 동원할 수 있고 포수경의 선단도 있기에 천주까지 가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계획을 짠 맹순이 직접 호위 둘을 데리고 민청현의 동태를 먼저 파악하기로 했고, 그 동안 일행은 숲 속에서 민청현이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두 시진쯤 지나자 맹순이 돌아와 시안에게 상황을 보고 했다.


"예상한 대로 마을을 지키는 수비군은 소수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나룻터에는 예상한 대로 수상한 자들이 잔뜩 깔려있고 말이죠. 무력으로 그들을 돌파한 들 제대로 배를 탈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숫자는 얼마나 되던가?"


"나룻터 주변에만 어림 잡아도 스물입니다. 그 이상 있다고 보는 것이 맞을 듯 합니다."


"흠... 역시 민청현으로 들어가는 것은 무리인가?"


그러자 주진이 남궁현에게 물었다.


"가까운 곳에 다른 마을은 없습니까?"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면 고전현(古田县, 구텐현)이라는 작은 마을이 나오긴 할 테지만 한나절은 걸리는 데다 남평까지 다시 올라갈 것이 아니라면 큰 의미는 없을 듯 합니다. 차라리 이럴 바에는 육로를 통해 천주로 가는 것은 어떻습니까?"


"말도 없는 데다 그렇다면 적어도 삼일은 넘게 걸릴 텐데 시간이 너무 촉박합니다."


그때 맹순이 다시 한번 계책을 내었다.


"현 상황에서 민청현으로 들어가는 것은 무리고 그렇다고 온 길을 따라 남평까지 돌아갈 수도 없지요. 그럴 바에는 차라리 이렇게 하는 것이 어떻습니가? 여기서 한시진 정도 걸어 올라가면 민강과 고전천이 만나는 길목이 있습니다. 물길이 만나는 곳이다 보니 사공들도 많고 남평을 오가는 선단도 있을 겁니다. 당연히 나룻터도 있고요. 그 곳으로 가서 배를 구하는게 나을 듯 싶습니다."


그러자 시안도 동의하는 등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낫겠군.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남평으로 돌아가기도 쉽고."


"네. 남평으로 가 병력을 이끌고 다시 내려오는 것도 한 방법이지요. 시간은 좀 더 걸리겠지만 말입니다."


"일단 폐하의 칙서를 천주까지 안전하게 전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네."


그러자 주진이 나섰다.


"복주 쪽으로는 적들의 시선이 향해 있을 테고 말 두필이 남아 있으니 일단 호위 가운데 둘을 남평으로 보내 지현사에게 현 상황을 알리시지요. 남평에서 수비군이 출발했단 소식이 적들의 귀에 들어가는 것만으로도 효과가 있을 겁니다."


"좋은 생각이오."


그렇게 호위 둘이 말을 타고 급히 남평으로 향한 뒤 남은 일행은 민강을 따라 조심스레 거슬러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러던 도중 주진이 진웅에게 말했다.


"영 찝찝하단 말이지."


"뭐가 말인가?"


"누군가 우릴 미행하는 기척이 느껴지질 않네."


"음. 확실히 누가 쫓아오는 듯한 느낌은 없네만 그것이 왜 찝찝하다는 것인가?"


"그들이 이대로 사라졌을 리 없으니 하는 말이지. 그렇다면 우리의 행선지를 이미 알고 있거나 아니면..."


"아니면?"


"우리가 기척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먼 거리에서 우리를 지켜볼 수 있는 고수거나, 잠행의 달인이라는 소리지."


"간자가 하나 더 있거나 절대 고수가 우릴 쫓고 있다는 소린데 둘 다 아니길 바래야겠군."


"그리고 이상한 것이 하나 더 있네. 자넨 못 느꼈나?"


"뭐 말인가?"


"지금까지 강을 거슬러 오르는 동안 오가는 배 한척이 없었네."


"그러고보니... 누가 위 아래에서 막고 있단 소린가?"


"조금 흐르지만 이런 날씨에 배 한 척 없는 건 말이 안되지. 마음 단단히 먹게."


주진의 불안은 잠시 후 현실이 됐다. 동쪽의 강가를 제외하고 삼면에서 일행을 향해 수십의 무리가 다가오는 기운이 느껴졌고 그 기운이 백보 안으로 줄자 일행은 더 나아가기를 포기하고 사방을 경계하며 자리를 지켰다. 남궁현이 앞으로 나서며 외쳤다.


"간적들은 들으라. 숭의공 일행께서 가시는 길을 어찌 방해한단 말이냐!"


그러자 잠시 후 수풀 속에서 오전에 마주친 괴한들과 같은 복장을 한 무리가 모습을 드러냈고, 족히 이전의 세배가 넘는 숫자였다. 무리가 양쪽으로 갈라지더니 우두머리로 보이는 사내가 앞으로 나섰다. 오전에 괴한들을 이끌었던 수괴와는 다르게 전신에서 느껴지는 기운이나 보폭에서 느껴지는 여유를 보니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무공의 소유자인 듯 보였다. 사내가 친절한 목소리로 시안에게 물었다.


"숭의공 합하를 뵙습니다. 합하께서는 임안으로 돌아가시는 겁니까?"


"그걸 왜 묻는 것이오? 길을 비키시오."


"임안으로 돌아가겠다 약조하면 보내드리지요."


그러자 시안이 일갈하며 외쳤다.


"네 이놈들! 황제 폐하의 칙서를 전하는 중이다. 물러서지 못할까!"


"대답부터 하시지요. 임안으로 돌아가시는 겁니까?"


그러자 남궁현이 시안의 앞을 막아서며 사내에게 외쳤다.


"무엄하다! 어느 안전이라고!"


그러자 시안이 괜찮다는 듯 남궁현을 제지하며 다시 앞으로 나섰다.


"승상이 벌인 일인가?"


"아무것도 말씀 드릴 수 없다는 것을 합하께서도 잘 아시지 않습니까?"


"대체 이렇게까지 하는 연유가 무엇인가?"


"저희 같은 놈들이야 주군의 명을 받들 뿐이지요."


"물러나지 않겠다면?"


"그럼 저희가 직접 임안까지 모셔드리겠습니다. 대신 일행분들의 안위를 장담할 수 없겠지요."


그러더니 사내가 뒤로 무언가를 가져오라는 신호를 보냈고, 조금 전 남평으로 먼저 보냈던 호위 두 사람이 거의 숨만 붙어 있는 채로 끌려 나와 시안 앞에 던져졌다. 그 모습을 보자 시안은 눈에 핏발이 서며 분노를 토해냈다.


"네 이놈들이 정녕... 이 자들은 황제 폐하의 근위군들이다!"


"근위군 수준이 이것 밖에 안 되다니 실로 아쉬울 따름입니다. 게다가 저희 쪽 손실이 훨씬 크지요. 그럼에도 그냥 보내드리겠다는 겁니다."


그러자 맹순이 뒤에서 시안에게 말했다.


"합하, 그냥 이번에는 물러나시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임안에서 병력을 끌고 내려왔었어야 했거늘... 가사도의 간계에 제대로 빠졌구나."


그러더니 시안이 무언가 결심한 듯 검을 꺼내들더니 일행에게 말했다.


"마음 같아서는 죽음을 불사하고 저들에게 국법의 준엄함을 보이고 싶으나 모두를 위험에 빠트릴 수야 없지... 돌아갑시다."


그러고는 사내를 향해 자신의 검을 던졌다. 그러자 사내가 껄껄 웃더니 시안에게 말했다.


"잘 생각하셨습니다. 목숨보다 중요한 것은 없지요."


"그럼 약조한 대로 길을 비키거라."


"당연히 그래야지요. 허나 네 사람은 남겨주셔야겠습니다."


"네 사람을 남기라니? 누구 말이냐?"


"오십에 가까운 형제들이 네 사람의 손에 목숨을 잃었지요. 그것도 불과 몇 시진 전에. 계산할 것은 제대로 계산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결국 곱게 보내줄 생각이 없다는 뜻이로군."


"그럴 리가요. 숭의공께는 길을 열어드릴 것입니다. 네 사람을 두고 떠나십시오."


그러자 진웅이 팽가영과 중삼을 번갈아보더니 시안에게 다가가 말했다.


"저 자의 요구대로 하시지요. 합하를 지키면서 싸우는 것이 오히려 제대로 실력을 발휘하기 더 어렵습니다."


"어찌 그대들을 두고 우리만 달아난단 말이오."


"지금으로서는 이게 최선이옵니다."


옆에서 남궁현이 맞장구를 쳤다.


"진대협 말씀이 맞습니다. 합하가 안 계셨으면 이미 공격 당했겠지요."


"내가 이대로 자리를 뜨면 네 사람은 죽은 목숨이네!"


그러자 주진이 천으로 감싸두었던 청룜검을 꺼내들더니 시안에게 말했다.


"길고 짧은 것은 대봐야지요."


시안이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고민하자 진웅은 팽가영에게 다가가 말했다.


"숭의공과 함께 여기를 벗어나시오."


그러자 팽가영이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거절했다.


"어찌 저만 살라 하십니까? 저도 대협 곁에 남겠습니다."


그러자 진웅이 팽가영의 두 손을 끌어 꼬옥 잡더니 말했다.


"내 어찌 소저의 마음을 모르겠소. 다만 소저가 곁에 있으면 내 걱정이 되어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있겠소? 뭣보다 나나 진이나 어디 쉽게 당할 사람들이오. 우리 네 사람이서 저들을 어찌 물리치는데 소저도 두 눈으로 똑똑히 보지 않았소? 막무가내로 바로 달려드지 않은 저들의 실책이자 반대로 오히려 우리에게는 기회요. 내 이리 부탁하겠소."


진웅의 말대로 현시점에서 시안은 물론이고 팽가영과 중삼을 지키면서까지 싸우는 것보다 제일 무공이 고강한 네 명이서 복면의 무리를 상대하는 것이 그나마 상책이었다. 허나 팽가영 입장에서는 자신이 연모하는 이를 두고 도저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게 우리 모두가 살 수 있는 유일한 길이오."


"알겠습니다. 부디 강녕하셔야 합니다."


"중삼아, 팽소저를 잘 부탁한다."


중삼은 진웅의 말대로 자신이 이 자리를 벗어나는 것이 오히려 남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된 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기에 진웅의 지시를 따랐고, 팽가영 역시 부족한 자신의 무공을 원망하며 땅만 바라보고 있었다.


주변을 살피던 시안이 마침내 결심한 듯 남궁현을 향해 말했다.


"정녕 괜찮겠나?"


"염려 마십시오. 반드시 살아남아 남평으로 모시러 가겠습니다."


"남평으로 가는 즉시 병사들을 보내겠네."


그러고는 시안이 복면의 사내를 쏘아보며 말했다.


"길을 열거라."


"결정을 하신 모양이군요. 잘 생각하셨습니다. 합하께 길을 열어 드려라!"


그러자 나머지 호위 다섯이 쓰러진 호위 둘을 말에 태웠고, 시안은 남은 네 사람을 둘러보며 말했다.


"상황이 이렇게 돼서 면목 없소."


그러자 주진이 답했다.


"차라리 잘 됐습니다. 합하와 다른 일행이 빠져 나가고 저희 네 사람이 저들을 상대하는 것이 훨씬 나을 테니 말입니다."


"음... 그리 말해주니 고맙소만 기회를 봐서 달아나는 것이 상책이오. 그 수가 너무 많소."


팽가영이 다시 진웅에게 다가오더니 다른 시선을 아랑공하지 않고 진웅의 품에 안기며 울먹였다.


"제 무공이 일천해 대협께 도움이 되어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부디 무사하셔야 합니다. 만약 대협께서 돌아오지 않으시면 저 역시 강에 몸을 던지겠어요."


"알겠소. 내 반드시 살아서 돌아가리다."


그렇게 숭의공 일행이 자리를 떠나고 네 사람만이 남았고, 이백에 가까운 무리가 네 사람을 둘러쌌다.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네 사람은 여전히 침착함을 잊지 않았고, 각자가 네 방위를 맡아 다가오는 적들을 상대할 준비를 했다. 적들이 점차 거리를 좁혀오자 주진이 장전일에게 웃으며 말했다.


"혹여 일이 잘못 되더라도 우리는 구천을 떠돌고 내버려두고 자네 혼자 등선하면 안 되네? 꼭 우리도 데려가 주게."


장전일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답했다.


"지금 상황에서 그런 농담이 나오십니까?"


"그러고보니 자네나 웅이는 살수를 펼친게 아니라 지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건데 한데 묶이니 나나 남궁공자와 함께 묶이니 억울할 법도 하겠군. 하하하! 이제라도 저들에게 사정을 말해봄이 어떤가?"


그러자 남궁 공자도 주진의 농담을 웃으며 받아쳤다.


"저승 가는 길이 외롭지는 않겠습니다. 장도사가 등선할 때 주대협께서 오른발에 매달리면 제가 왼발에 매달리겠습니다."


"좋은 생각이오. 진웅 자네는 등에 올라타게."


그러자 진웅이 호흡을 가다듬더니 말했다.


"실 없는 소리 그만하고 집중하게. 오네."


진웅의 말이 끝나자마자 복면의 수괴가 말했다.


"어디 실력 좀 볼까? 쳐라!"


(계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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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가사도(賈似道) (2) 24.02.21 16 0 10쪽
56 가사도(賈似道) (1) 24.02.20 23 0 8쪽
55 해동제일검 (2) 24.02.20 19 0 9쪽
54 해동제일검 (1) 24.02.17 22 0 11쪽
53 배후(背後) (5) 24.02.16 23 0 8쪽
52 배후(背後) (4) 24.02.16 24 0 8쪽
51 배후(背後) (3) 23.08.08 44 0 10쪽
50 배후(背後) (2) 23.08.03 31 0 9쪽
49 배후(背後) (1) 23.08.02 35 0 11쪽
48 귀환(歸還) (6) 23.08.01 32 0 14쪽
» 귀환(歸還) (5) 23.08.01 36 0 13쪽
46 귀환(歸還) (4) 23.07.31 31 0 11쪽
45 귀환(歸還) (3) 23.07.28 37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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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귀환(歸還) (1) 23.07.26 41 0 11쪽
42 연심(戀心) (3) 23.07.24 36 0 12쪽
41 연심(戀心) (2) 23.07.20 39 0 13쪽
40 연심(戀心) (1) 23.07.18 44 0 12쪽
39 강만리(江萬里) 23.07.13 46 0 9쪽
38 파촉당문(巴蜀唐門) (2) 23.07.12 46 0 10쪽
37 파촉당문(巴蜀唐門) (1) 23.07.11 66 0 10쪽
36 기연(奇緣) (2) 23.07.10 64 2 13쪽
35 기연(奇緣) (1) 23.07.07 72 2 10쪽
34 옥추보경(玉樞寶經) (6) 23.07.07 53 2 12쪽
33 옥추보경(玉樞寶經) (5) 23.07.06 57 2 12쪽
32 옥추보경(玉樞寶經) (4) 23.07.05 51 0 10쪽
31 옥추보경(玉樞寶經) (3) 23.07.05 52 1 12쪽
30 옥추보경(玉樞寶經) (2) 23.07.04 62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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