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고도일의 작업실

삼별초, 남송(南宋)에 가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대체역사

고도일
작품등록일 :
2023.05.19 16:52
최근연재일 :
2024.02.28 16:54
연재수 :
58 회
조회수 :
4,694
추천수 :
51
글자수 :
293,169

작성
23.08.03 09:25
조회
30
추천
0
글자
9쪽

배후(背後) (2)

해당 소설은 실제 역사와 실존 인물들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픽션으로, 특정 종교/단체/인물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습니다.




DUMMY

시안 일행이 유장엽의 호위 하에 무사히 복주에 도착하자 복주의 지현사가 마중을 나와 있었다. 일행은 지칠대로 지친 상태였고, 이미 해가 저문 상황이었기에 내일 하루 각자 정비를 하고, 모레 오전 천주로 출발하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다음날 저녁, 지현사가 시안을 위해 연회를 열었고 뜻 밖의 손님이 찾아왔다. 바로 포수경의 장남, 포사문이었다.


"합하를 뵙습니다. 포 가문의 장남, 사문이라 합니다."


회족(回族, 아랍계) 출신의 포사문은 부친과 마찬가지로 한족과는 아예 다른 외모였기에 무척 눈에 띄었고, 그런 포사문을 시안은 반갑게 맞이했다.


"어서 오시오. 포씨 가문에서 복주까지 마중 나올 줄은 몰랐소."


"부친께서 직접 오지 못해 죄송하단 말씀을 전하라 하셨습니다. 천주에서 뵙길 고대하고 있다고 말입니다."


"이리 소가주를 보내주신 것만 해도 감사하지요."


"원래는 부친께서 직접 오시려 했는데 지난 밤 소동이 있었습니다."


"소동이라니요?"


"간밤에 정체를 알 수 없는 괴적들이 침입해 호위와 가솔들이 여럿 죽거나 다치고 부친께서도 부상을 입으셨습니다."


"괴적이라니? 부친은 괜찮으시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자들이 갑작스레 침입했는데 아마 다른 상단의 짓이 아닌가 싶습니다. 부친께서는 어깨에 검상을 입긴 하셨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으니 너무 걱정 마십시오. 다행히 늦은 밤까지 상단의 일을 처리하시느라 다른 이들과 함께 있어서 화를 면한 듯 싶습니다."


"천만다행이구려. 누구의 소행인지는 모르고?"


"네. 파악 중입니다. 다만 아주 이상한 점이 하나 있는데..."


"그게 뭡니까?"


그러자 포사문이 좀 더 시안 쪽으로 다가가 속삭였다.


"고간에 양물이 잘려 있는 것이 환관들 같았습니다."


"뭣이라!"


포사문의 말을 들은 시안은 자신들을 습격했던 복면의 무리가 포수경 또한 공격했다고 생각했고, 양 옆을 지키던 남궁현과 맹순 역시 같은 생각을 했다. 남궁현이 포사문에게 말했다.


"저희도 똑같은 놈들에게 공격을 당했습니다. 모두 고간에 양물이 잘려있었지요."


"그게 사실입니까?"


"네. 제 두 눈으로 똑똑히 확인했습니다."



사실 전날 포수경이 자신이 비밀리에 거느리고 있는 금장대의 수장, 호무량에게 지시한대로 간밤에 습격이 있었고, 호무량은 금장대를 동원해 포수경의 저택을 습격하는 한편 시안 일행에게 공격 당해 되살아날 가능성이 없는 대원들의 숨을 끊어 버려두고 갔다.


특히 호무량은 따로 포수경의 침소로 숨어들어 포수경에게 직접 상황을 보고 했는데 포수경이 무언가 생각이 바뀐 듯 호무량에게 지시했다.


"급소를 피해 어깨쪽으로 검을 찔러 넣거라."


"네? 주군! 무슨 말씀이십니까?"


"이미 숭의공 일행도 금장대의 무공 수준을 확인했을 터... 침소까지 숨어들었는데 아무 피해가 없었다고 하면 오히려 의심만 살 수 있다. 어서 찌르거라."


호무량은 어쩔 수 없이 포수경의 오른쪽 어깨를 찔렀고, 포수경은 낮게 신응하더니 말했다.


"음...어깨로는 부족할 것 같은데...허벅지도 조금 벨까?"


그때 몇몇이 계단을 급히 오르며 자신을 찾는 소리가 들렸다.


"이제 오는구만. 무릎을 꿇고 있을테니 내 목에 칼을 겨누고 호위들이 들어오면 [말한 대로 따르지 않으면 다음엔 목을 노리겠다.]라고 한 뒤 떠나면 된다. 일단 복면부터 다시 쓰고."


"네, 주군."


호무량이 복면을 다시 쓰고 주저 앉은 자신에게 검을 겨누자 포수경이 다급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여봐라! 게 누구 없느냐!"


포수경이 말을 마치자 마자 문 앞을 지키던 호위들이 문을 열었고, 호무량은 포수경이 지시한 대로 마지막 말을 남기고 자리를 떴다. 호위병이 호무량을 추적하려 하자 포수경은 이를 제지하며 장남 포사문을 당장 불러들이라 전했다. 포사문이 들자 포수경은 부상을 입은 경위를 이야기하며 복주에는 혼자 다녀올 것을 명한다.


이처럼 자신들을 공격한 배후가 포수경임을 모르는 남궁현은 무주에서 복주로 오는 길에 두 차례에 걸쳐 습격을 받은 사실을 그대로 포사문에게 이야기해 주었고, 포사문은 짐짓 놀라는 척 하며 남궁현에게 답했다.


"간악한 무리들이 숭의공 일행마저 공격했단 말입니까? 천인공노할 놈들이군요.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 그나저나 이리 남궁 공자를 직접 뵌 것도 영광이지만 공자와 함께 등을 맞댄 세 분의 영웅분들도 궁금하군요. 이 자리에 계십니까?"


그러자 시안이 남궁현에게 말했다.


"그렇지 않아도 두 대협은 따로 포대인에게 용무가 있다 하더이다. 문산을 통해 해동으로 돌아가는 배를 포대인에게 부탁했다고 하더군."


그 말을 듣고 포사문은 생각했다.


'아, 문천상의 의형제라는 자들이 바로 그들이로군.'


그러고는 시안에게 대답했다.


"기억납니다. 문대인께서 자신의 의형제들이 해동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배를 마련해 달라 하셨지요. 포대인께서 그 배의 출발을 미뤄달라 서신을 보낸 연유가 바로 그 때문이신군요. 그 분들과 함께 동행할 줄은 몰랐습니다."


"그렇소. 저기들 모여있군. 자네가 안내해 드리게."


시안이 남궁현에게 지시하자, 남궁현이 포사문을 데리고 진웅 일행이 모여있는 자리로 데려갔다.


"포씨 가문의 소가주께서 오셨습니다."


"포가의 사문이라 합니다. 숭의공께서 복주로 오시는 동안 영웅들의 활약이 대단하셨다 들어 용안을 뵙고자 이리 결례를 무릅쓰고 찾아왔습니다."


그러자 진웅이 반갑게 인사를 건네며 자리를 권했고, 자리에 앉은 포사문이 말을 이었다.


"두 분에 대한 말씀은 이미 들었습니다. 해동에서 오신 문대인의 의형제 되신다고요. 그렇지 않아도 둘째가 직접 문대인의 요청을 수행하고 있으니 걱정하실 것 없습니다. 배도 다 준비 되었다 들었습니다."


"그저 포대인과 소가주께서 이리 챙겨주시기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때 포사문은 맞은 편에 앉은 팽가영이 눈에 들어왔고, 팽가영의 눈부신 미모에 포사문은 숨이 멎는 듯 하였다. 그때 남궁현이 차례대로 팽가영과 장전일을 소개했고 포사문이 팽가영에게 한껏 친절한 목소리로 인사를 건넸다.


"그 유명한 팽가의 여가주 되시군요. 이리 직접 뵈니 영광입니다."


팽가영을 바라보는 포사문의 표정이 심상치 않음을 읽은 주진이 포사문에게 들으라는 듯 진웅에게 말했다.


"이제 그만 털어놓지 그러나?"


"뭘 말인가?"


"팽소저를 아무 이유 없이 외간 남자에게 안기는 가벼운 여인으로 만들 생각은 아니겠지?"


주진은 팽가영이 시안, 중삼과 함께 자신들을 구하러 왔을 당시 팽가영이 진웅에게 안기던 순간을 상기시켰고, 팽가영은 주진의 말에 얼굴에 붉게 물들며 고개를 숙였다. 그 말을 들은 장전일이 주진에게 물었다.


"주대협,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그러자 주진이 고개를 좌우로 젓더니 장전일에게 말했다.


"참... 자네는 어떤 면에서 정말 대단하네. 천하의 모든 지식을 머리에 담고 있는 것 같은데 이렇게 눈치가 없는 것도 이상하단 말이지."


"도통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러자 주진이 진웅에게 말했다.


"자네가 직접 이야기하게. 장도사는 알아야하지 않겠나?"


"아... 장도사. 사실은 나와 팽소저는 얼마 전부터 서로를 연모하고 있다네. 자네도 눈치챘을 것이라 생각했건만."


"네? 아... 전혀 몰랐습니다. 그저 함께 무공을 수련해서 가까운 줄로만 생각했는데 제가 정말 눈치가 없었군요. 축하드립니다, 대협. 축하드립니다, 소저."


그러자 팽가영이 창피한 듯 자리에서 일어나며 답했다.


"피곤하여 먼저 들어가 보겠습니다. 말씀들 나누셔요."


그러자 주진이 진웅의 옆구리를 콕콕 찌르며 말했다.


"빨리 모셔다 드리게."


주진에게 등 떠밀린 진웅이 팽가영을 데려다주러 숙소로 떠나자 주진이 포사문에게 이야기했다.


"귀한 분을 모셔놓고 두 사람의 염장질을 보여드리기가 뭐해 이리 두 사람을 먼저 보냈는데 이해해주시겠지요?"


그러자 포사문이 뭔가 억지 웃음을 짓는 듯한 표정으로 주진에게 말했다.


"여행 중에 두 분이 서로 연모하게 된 모양입니다. 축하할 일이지요."


"그러게나 말입니다. 생사의 고비는 다 같이 넘겼는데 왜 팽소저가 저런 목석 같은 녀석을 택했는지 모르겠단 말이오. 어쨌거나 방해꾼들도 사라졌으니 한잔 드시지요."


주진이 건넨 술잔을 받으며 포사문은 속으로 조금 전 떠난 팽가영의 모습을 떠올렸다. 이미 아내와 자식이 있는 포사문이었지만 그런 건 상관없었다. 본디 포수경의 자식들 가운데서도 유독 탐욕스러웠던 포사문의 마음 속에서는 팽가영에 대한 음심(淫心)이 싹 텄고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다.


'어차피 처리해야 하는 놈들이고 그게 아니더라도 해동으로 돌아갈 놈들 아닌가?'



(계 속)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삼별초, 남송(南宋)에 가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들어가며 - 세 가문(家門)의 이야기 23.06.12 130 0 -
58 가사도(賈似道) (3) 24.02.28 17 0 8쪽
57 가사도(賈似道) (2) 24.02.21 16 0 10쪽
56 가사도(賈似道) (1) 24.02.20 22 0 8쪽
55 해동제일검 (2) 24.02.20 19 0 9쪽
54 해동제일검 (1) 24.02.17 22 0 11쪽
53 배후(背後) (5) 24.02.16 22 0 8쪽
52 배후(背後) (4) 24.02.16 24 0 8쪽
51 배후(背後) (3) 23.08.08 44 0 10쪽
» 배후(背後) (2) 23.08.03 31 0 9쪽
49 배후(背後) (1) 23.08.02 35 0 11쪽
48 귀환(歸還) (6) 23.08.01 32 0 14쪽
47 귀환(歸還) (5) 23.08.01 36 0 13쪽
46 귀환(歸還) (4) 23.07.31 31 0 11쪽
45 귀환(歸還) (3) 23.07.28 36 0 11쪽
44 귀환(歸還) (2) 23.07.27 37 0 11쪽
43 귀환(歸還) (1) 23.07.26 41 0 11쪽
42 연심(戀心) (3) 23.07.24 36 0 12쪽
41 연심(戀心) (2) 23.07.20 39 0 13쪽
40 연심(戀心) (1) 23.07.18 43 0 12쪽
39 강만리(江萬里) 23.07.13 45 0 9쪽
38 파촉당문(巴蜀唐門) (2) 23.07.12 46 0 10쪽
37 파촉당문(巴蜀唐門) (1) 23.07.11 65 0 10쪽
36 기연(奇緣) (2) 23.07.10 64 2 13쪽
35 기연(奇緣) (1) 23.07.07 72 2 10쪽
34 옥추보경(玉樞寶經) (6) 23.07.07 52 2 12쪽
33 옥추보경(玉樞寶經) (5) 23.07.06 57 2 12쪽
32 옥추보경(玉樞寶經) (4) 23.07.05 51 0 10쪽
31 옥추보경(玉樞寶經) (3) 23.07.05 51 1 12쪽
30 옥추보경(玉樞寶經) (2) 23.07.04 62 1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