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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일의 작업실

삼별초, 남송(南宋)에 가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대체역사

고도일
작품등록일 :
2023.05.19 16:52
최근연재일 :
2024.02.28 16:54
연재수 :
5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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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글자수 :
293,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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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05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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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추보경(玉樞寶經) (4)

해당 소설은 실제 역사와 실존 인물들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픽션으로, 특정 종교/단체/인물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습니다.




DUMMY

문천상이 맡긴 차마금패로 성문이 열리기 전 남창을 빠져나올 수 있을 지언정, 정작 문제는 마차였다. 폭우로 인해 진흙탕이 되어버린 길에서 마차가 제 속력을 낼 수 없음은 당연했고 성문 밖을 빠져나온들 금단파 도사들이 쫓는다면 금방 따라잡힐 수 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어린 중삼만 혼자 돌려보낼 수도 없는 노릇이고, 장사까지 거리를 생각하면 마차를 포기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때 유백문이 말했다.


"차라리 지현사에게 부탁해 호위를 요청하시지요. 차마금패를 보이면 수락할 겁니다."


그러자 취암이 답했다.


"무림의 일이라고 하면 지현사도 괜히 얽히기 싫어할 텐데..."


"많이 필요없습니다. 금단파가 관이랑 얽히기는 싫을 테니 호위 명목으로 둘셋 정도만 붙이면 막무가내로 습격해오진 못하겠지요. 제가 지현사와 안면이 있으니 부탁해 보겠습니다. 실제로 두 대협은 고려에서 사신으로 오신 것과 다름 없고 문대인의 의형제라고 하니 장사까지 호위가 필요하다고 하면 될 테지요."


그러자 진웅이 반색하며 말했다.


"그렇게만 된다면 시름을 훨씬 덜 것 같습니다."


주진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진웅에게 말했다.


"동 틀 무렵이면 도사들이 객잔으로 다시 찾아오지 않을까 싶은데?"


"그럼 동이 트기 전 우리도 관아로 가서 지현사를 기다리면 될 듯 하네. 경비병에게 차마금패를 보이면 들여보내 줄거네."


일행은 다음날 동이 트기 전 관청을 향해 출발했고, 차마금패 덕에 무사히 관청으로 들어가 지현사를 만날 수 있었다. 유백문과 동향인 지현사는 사정을 듣고는 병사 4명을 붙여 마차를 장사까지 호위토록 했다. 덕분에 금단파 도사들이 막무가내로 일행을 습격할 가능성은 상당히 줄어들었다.


시일이 촉박한 지라 그날 정오 일행은 바로 장사를 향해 출발하였다. 진웅과 주진은 물론 중삼도 무공산은 생소했기에 길주 출신인 유백문이 무공산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강남에 3대 명산이 있으니 여산(庐山), 형산(衡山), 그리고 바로 무공산을 가리키지요. 형수여미무공중(衡首庐尾武功中)이라 하여 형산에서 여산으로 이어지는 중간에 위치합니다. 원래 무공산은 나씨 성과 소씨 성을 가진 두 신선께서 머무른 곳이라 하여 나소산이라 불리었지요."


장전일이 유백문을 거들었다.


"천년 전 좌자의 제자였던 갈선공(葛先公, 동한의 도사로 본명은 갈현 , 164~244)과 포박자(抱朴子, 동진의 도사로 본명을 갈홍, 283~343)가 수행한 곳이기도 하지요."


그러자 주진이 장전일을 보며 물었다.


"자넨 천년 전 도사들까지도 다 기억하고 있는가?"


"도교의 영보경(靈寶經)이 바로 그 분들을 통해 내려왔으니까요. 갈선공이 무공산에서 수행할 당시에 머물렀던 작은 도관이 있는데 이후 사람들이 갈선공을 기리기 위해 그 옆에 갈선단(葛仙壇)이라는 제단을 만들었지요. 그리고 그 곳에 갈선관(葛仙觀)이라 하는데 그 곳 현판을 쓰신 분이 바로 문대인이십니다."


그러자 팽가영이 취암에게 물었다.


"설마 월정진인이 갈선관에 계시는 건가요?"


취암은 평소와는 다르게 따스한 표정으로 팽가영에게 말했다.


"갈선관은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 곳이란다. 문대인이 현판을 쓴 이후로는 더욱 그렇지."


그때 진웅이 마차 뒤를 따라오던 호위병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나저나 저 자들에게 괜한 고생만 시키는 것 아닌지 모르겠군요."


유백문이 염려 말라는 표정으로 답했다.


"문대인의 일이라고 하니 서로 자기가 가겠다고 난리도 아니였습니다. 문대인을 존경하는 병사들은 대인을 직접 보는 것이 일생의 소원이라고 할 정도이니까요. 아무래도 저희와 함께 가면 대인의 용안을 직접 뵐 기회가 있을 수도 있겠죠."


"가능하면 형님을 뵐 때 함께 데려갔으면 좋겠군요. 저 자들이 없었다면 이미 금단파 도사들의 지긋지긋한 추격을 받고 있을지도 모르니 말입니다."


그때 주진은 유백문과 대화하고 있는 주진을 힐끔힐끔 바라보는 팽가영의 표정에서 묘한 기류를 느끼고 유백문에게 물었다.


"유대협께서는 그럼 혼자 길수에서 은거하고 계셨던 겁니까?"


"은둔이라고 할 것까지야 없고 처자와 함께 본가로 내려온 것이지요."


처자라는 단어에 주진이 미소를 지으며 진웅을 향해 살짝 한쪽 눈을 찡그렸고, 진웅을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했다. 주진이 이번에는 팽소저에게 물었다.


"팽가가 금단파의 습격을 받았다고 했는데 혼자서만 빠져나온 것입니까?"


"습격 직전 저만 먼저 빠져나왔고 팽가의 식솔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들었습니다. 본교에서 습격하면 맞상대하지 말고 일단 달아나거나 바로 항복하라 일러두었거든요. 다만 도망치는 것이 급해 가문이 정확히 어떻게 됐는지 따로 소식은 듣지 못했습니다."


"따로 도움을 청할 곳은 없습니까? 외가나 정혼자의 가문이나..."


진웅은 주진이 평소답지 않게 결례를 범한다고 생각하고 주진을 제지했다.


"그만 하게. 그렇지 않아도 심란하실 텐데... 도움 받을 곳이 있다면 양소저가 어찌 혼자서 월정진인을 찾아가겠나?"


진웅의 말대로 결례일 수 있는 질문이었으나 팽가영은 오히려 수줍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괜찮습니다, 주대협. 외가는 화북에 있어 갈 상황이 못 되고 몇 차례 혼담이 오간 적은 있으나 따로 정혼자는 없습니다."


"아닙니다. 미처 소저의 처지를 살피지 못한 제 불찰입니다."


그렇게 일행은 신여(新余)를 거쳐 나흘 만에 의창에 도착하였다. 유백문과 팽가영은 그간 감사했다며 의창에서부터는 따로 가겠노라고 취암으로부터 월정진인이 머물만 한 위치를 물었다. 취암이 위치를 알려주며 팽가영에게 물었다.


"정말 괜찮겠느냐? 내 문대인에게 급히 전달할 것이 있어 끝까지 함께 하진 못할 것 같다만. 차라리 장사로 함께 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건 어떻겠느냐?"


"아닙니다. 여기까지 와주신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


진웅 역시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으나, 본인의 소명을 생각하면 무공산에서 월정진인을 찾는데 시간을 허비할 여유가 없었다. 그럼에도 쉽게 발을 떼지 못하는 것은 분명 일행이 찢어지면 금단파 도사들이 나타날 것이 거의 확실했기 때문이다. 그때 주진이 나섰다.


"이리 하면 어떻습니까? 두분만 보내기도, 그렇다고 저희도 시일을 지체할 수 없으니 장사로는 꼭 필요한 인원만 가고 나머지는 유대협과 팽소저를 돕는 것이지요. 그리고 의창에서 다시 만나는 겁니다. 저희도 어차피 명주로 돌아가야 할 테니까요."


"호위병은?"


"호위병에게 무공산을 함께 오르자 할 순 없는 노릇이지. 그리고 병사들이 무공산에 오른다면 눈에 띄기 십상이라 오히려 발각될 확률만 더 높아질 걸세."


주진은 취암과 일행을 바라보더니 말을 이었다.


"장사로 가는 것은 중삼을 포함해 저와 중삼까지 셋으로 하면 될 듯 합니다. 호위병이 따를 테니 큰 위험은 없을 겁니다. 진웅 자네와 장도사가 두 분과 함께 가주면 좋을 것 같네. 나도 따라가고 싶지만 누구 하나는 장사로 가서 고려로 갈 뱃편을 알아봐야 할 테니 말일세."


진웅은 두 사람의 사정은 딱하지만 본인까지 갈 수는 없겠다고 생각했다. 그때 불현듯 장전일이 일전에 했던 말이 기억 났다.


"장도사, 전에 한번 내공의 탁기를 없앨 수 있는 도사가 있을 수도 있다 하지 않았나?"


"그랬지요."


"혹시 월정진인은 가능한가?"


"제가 직접 뵌 적이 없어 모르겠으나 오뢰법의 극의를 깨우쳤다 하시니 가능하실 지도요. 아마 월정진인이자 동명자 정도의 고수가 불가능하다면 강호에 그게 가능한 사람을 없다고 봐도 좋을 겁니다."


그러자 취암이 진웅에게 물었다.


"진가권 때문에 그러느냐? 하긴 모선배라면 가능할지도 모르겠구나."


취암까지 그리 말하자 진웅은 어쩌면 이번이 자신에게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단 생각이 들었다. 주진에게는 대강 장전일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설명한 뒤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무공산으로 가겠다 말했다.


취암이 자신과 끝까지 함께 할 수 없음에 실망하던 유백문은 대신 진웅이 함께 가겠다는 말에 천군만마를 얻은 듯 했으며 사실 누구보다 속으로 기뻐한 것은 바로 팽가영이었다. 팽가영은 며칠간 진웅 일행과 함께 하며 옆에서 침착하고 기품 있는 진웅이 자꾸 눈에 밟혔다.


한시가 급한 상황임에도 자신의 마음이 진웅을 향해 다가가는 것을 막을 수 없었고, 의창에서 이대로 헤어져 교단 손에 붙잡힌다면 영영 다시는 못 볼 수도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아리기도 했다. 그런데 진웅이 직접 무공산으로 함께 가주겠다고 하니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은 물론 억눌렀던 진웅에 향한 연심이 참기 힘들 정도로 터져 나왔다.


일행이 헤어지기 전 주진이 팽가영에게 다가와 낮게 속삭였다.


"팽소저, 저 친구도 정혼자가 없습니다. 처자는 당연히 없지요."


총명한 팽가영은 며칠전 질문을 비롯해 지금 이 상황이 주진이 일부러 자신과 진웅을 엮어주려 의도한 것임을 알았다. 주진의 말을 듣는 순간 순간 팽가영의 볼과 귀가 새빨게지더니 알았다는 의미로 연신 고개를 끄덕였고, 그 모습을 본 진웅은 또 주진이 결례를 범하는 것이 아닌가 싶어 나섰다.


"또 팽소저를 곤란하게 하는 것인가?"


그러자 팽가영이 대신 당황하며 손사레를 쳤다.


"그런 것 아닙니다. 오해셔요!"


그러자 주진이 어깨를 으쓱하며 진웅에게 답했다.


"들었지? 상황이 어렵긴 하나 포기하지 마시라 덕담 한 마디 해준 것이네."


그때 장전일이 주진에게 다가와 말했다.


"선사께서 이제 떠냐야겠다고 하십니다. 어서 가시지요."


그렇게 일행은 흩어졌고 일곱 중 세 사람은 문천상이 있는 장사로, 진웅과 유백문, 장전일, 팽가영은 월정진인을 찾아 무공산으로 향했다.



(계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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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강만리(江萬里) 23.07.13 45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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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파촉당문(巴蜀唐門) (1) 23.07.11 65 0 10쪽
36 기연(奇緣) (2) 23.07.10 63 2 13쪽
35 기연(奇緣) (1) 23.07.07 72 2 10쪽
34 옥추보경(玉樞寶經) (6) 23.07.07 52 2 12쪽
33 옥추보경(玉樞寶經) (5) 23.07.06 57 2 12쪽
» 옥추보경(玉樞寶經) (4) 23.07.05 51 0 10쪽
31 옥추보경(玉樞寶經) (3) 23.07.05 51 1 12쪽
30 옥추보경(玉樞寶經) (2) 23.07.04 61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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