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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일의 작업실

삼별초, 남송(南宋)에 가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대체역사

고도일
작품등록일 :
2023.05.19 16:52
최근연재일 :
2024.02.28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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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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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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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3,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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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05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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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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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옥추보경(玉樞寶經) (3)

해당 소설은 실제 역사와 실존 인물들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픽션으로, 특정 종교/단체/인물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습니다.




DUMMY

절정의 고수인 취암의 지팡이에 금단파 도사들이 여럿 떨어져나가자 금단파 도사들은 전진교 도사들이 그랬듯 검진으로 취암을 상대하기 위해 취암을 둘러싸는 중이었다. 허나 그 바깥 쪽에서 진웅과 주진의 공격을 받자 도사들은 당황하기 시작했다.


허나 지난번 전진교의 습격과는 달랐던 것이 반갑자 이상의 고수가 여럿이던 전진교와는 달리 급히 모이다보니 금단파의 절기인 광명오뢰진(光明五雷進)을 제대로 펼칠 만한 정예고수의 숫자가 부족했고, 취암의 존재를 밀리 알고 검진부터 준비했던 전진교와 달리 갑작스러운 취암의 등장에 금단파 도사들은 그제서야 부랴부랴 검진을 준비했으니 제대로 먹힐 리가 만무했다.


게다가 아까 팽가영을 도운 두 젊은 고수가 등장해 검진 바깥에서 공략해 들어가며 진영을 무너뜨리고 이를 놓치지 않고 취암이 금단파 고수들부터 제압해 들어가니 금단파 도사들은 검진을 제대로 펼치지도 못한 채 속절 없이 무너져 내렸다.


오늘 자신들을 두 번이나 방해한 진웅과 주진을 보며 금단파 도사들 중 우두머리로 보이는 자가 노기 가득한 표정으로 물었다.


"당신들은 대체 누구길래 사문의 일에 이리 훼방을 놓는단 말이오!"


그러자 주진이 웃으며 답했다.


"반대로 묻겠소. 도사께서는 어찌 제 지인들만 이리 괴롭히시오?"


"괴롭히다니! 사문의 비급을 훔쳐 달아나는 것을 그럼 보고만 있으란 소리요?"


그때 진웅이 답했다.


"그렇다고 도사 수십이 가녀린 아녀자 하나를 잡자고 이런단 말입니까?"


그러자 주진이 옆에서 거들었다.


"저희가 훼방을 놓은 것만은 아니지요. 아까 유대협의 창을 저희가 막아내지 않았다면 지금 저기 도사는 이미 구천을 떠돌고 있을 텐데 말입니다."


그때 취암이 입을 열었다.


"팽가영이 진경을 들고 이 곳으로 도망쳤다는 이야기는 저 녀석에게 들었다. 저 녀석이 말한 가영이의 일당이라고 하는 자들이 혹시 너희냐?"


주진이 멋쩍은 표정으로 답했다.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습니다."


"가영이와 다른 이들은?"


"이미 빠져나갔을 겁니다."


팽가영이 빠져나갔다는 말에 우두머리 도사가 노한 표정으로 취암에게 일갈했다.


"선사께서 저희 사부와의 연을 생각하시면 어찌 이러실 수 있단 말입니까!"


그러자 취암이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그에게 말했다.


"자운자(紫雲子)께서 우화등선 하시고 금단파가 어쩌다 이리 망가졌단 말인가? 이 또한 금계진인의 지시인가?"


두 사람의 대화에 진웅이 궁금한 듯 취암에게 물었다.


"선사께서 아시는 자입니까?"


"저 자의 사부였던 자운자와 막역한 사이였다."


자운자는 바로 사형인 팽학림과 함께 해경자의 수제자로 팽학림에 이어 금단파를 이끌던 유원장(留元長)으로, 남칠자에 비할 만큼 고명한 도사였다. 자운자는 본인의 명성을 알리기보다는 금단파가 중화에 뿌리내리는데 일생을 바치다 몇년 전 우화등선했다.


팽학림은 사제인 유원장이 사부 백옥섬의 가르침을 엮어낼 수 있도록 본인이 장문인으로 있는 동안 모든 지원을 아낌없이 퍼부었고, 진경 또한 내주었다. 유원장 역시 팽학림을 친형처럼 따르며 해경자의 가르침을 엮은 해경문도집(海瓊問道集)을 편찬하는 등 사형의 기대에 보답했다.


이 두 사람은 취암과도 인연이 있었는데 취암이 젊은 시절 무예를 연마하며 호기롭게 천하를 주유하던 중 은둔고수가 많다는 파촉의 청성산을 방문했던 적이 있었는데 이때 팽학림과 유원장이 취암의 재능을 알아보고 도술을 가르친 적이 있었다.


이후 취암은 두 사람을 깍듯하게 선배로 예우하며 자주 교류하였으나 그렇다고 금단파에 적을 둔 것도 아니었고, 소문처럼 전진에 몸을 담은 적도 없었다. 실제로 팽학림은 취암에게 금단파 도사가 될 것을 여러 차례 권유했지만 취암은 도사가 될 생각이 없었기에 번번이 이를 거절했다.


그럼에도 나이를 초월한 세 사람의 친분 때문인지 취암이 이후 본격적으로 강호에 위명을 떨치자 사실은 금단파의 도사라는 소문이 퍼져나갔고, 이것이 화북에서는 전진의 도사출신이라는 것으로 와전되었다.


한편 유원장이 우화등선하자 구심점을 잃은 금단파는 재가제자였던 팽학림의 가문을 비롯해 팽학림을 따르던 자들은 이제까지 금단파를 우대했떤 남송과의 의리를 지켜야 한다는 입장이었고, 유원장의 제자이자 금단파의 현 장교, 금계진인(金溪眞人) 단기영(段祺瑛)은 대세가 기울었으니 원황실과 적극적으로 교류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이렇게 내단파가 두 개로 나뉘어 갈등하는 것도 모자라 그간 내단파에 억눌려 있던 외단파까지 들고 일어난 상태였는데 때마침 삼교맹까지 창설되자 금단파의 갈등은 본격화되었고 마침내 섭천석은 삼교맹으로의 합류를 천명한다.


팽가는 당연히 이에 반대하고 나섰는데 문제는 팽가영의 부친이자 가주였던 팽무진이 재작년 이유를 알 수 없는 급환으로 요절하며 팽가영이 여인의 몸으로 팽가를 이끄는 중이었기에 유가에 대항하기는 턱없이 세력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이미 유원장 사후 번번이 유씨에 밀려 세력이 전에 비해 많이 축소된 데다 이미 천원당, 지원당, 인원당 3당주가 단기영의 편이었고, 단기영은 삼교맹 창설 전부터 팽가가 보관하던 진경을 회수할 목적으로 습격할 준비를 오래전부터 해오고 있었다.


실제로 팽가는 교단에서 진경을 회수하기 위해 습격해 올 것이라는 것을 알았으나, 팽가 혼자 작정한 그들을 막아내긴 역부족이었다. 하지만 팽가영은 이미 팽가를 습격할 것이라는 것을 짐작하고 습격 직전 진경을 챙겨 몸을 내뺐고 이후 팽가영은 진웅 일행에게 이야기했듯 금단파에 쫓기게 된 것이었다.


팽가영을 쫓는 금단파 도사무리를 이끄는 것은 바로 섭천석(聂天锡)의 사제이자 금단파 인원당을 이끄는 인원당주 섭천석(聂天锡)이었다. 섭천석은 원래는 왕문경의 제자였던 고자우(高子羽)의 사손으로 신소파를 따르다 금단파로 넘어간 인물이었다.


섭천석은 누구보다 진경의 회수를 평생 갈망해왔는데 옥추보경 가운데 천경과 지경은 이미 천원당과 지원당에게 보관하고 있었지만 진경(眞經)이라 불리는 인경(人經)만은 팽가에서 대대로 보관해오던 것이 불만이었기 때문이다.


섭천석은 여러 차례 팽가를 찾아 천경, 지경을 천원당, 지원당에서 보관하고 있듯 진경 역시; 인원당에서 보관하는 것이 맞다고 설득하였으나 팽무진도, 그리고 지금 팽가를 이끄는 팽가영도 요지부동이었다.


결국 섭천석은 진경을 인원당으로 가져오기 위해 당기영을 설득했고, 당기영과 팽가의 사이가 나빠지도록 갖은 술수를 썼으며 결국 당기영으로 하여금 팽가를 치도록 부추긴 장본인이기도 했다. 진경에 눈이 먼 섭천석을 보며 취암이 말했다.


"자운자가 살아계셨다면 너나 네 사형이 팽가를 치는 일은 없었겠지. 본디 진경은 해경자께서 계익자(季益子, 팽학림)에게 직접 주신 것이 아니더냐? 네 사부께서도 진경은 팽가의 것임을 분명히 했고. 그런데 두 분 도사가 우화등선하였다고 하여 팽가에게 진경을 뺏는 것이 말이 되는 일이더냐!"


"사문의 대소사는 이제 지금 장교께서 결정하실 일입니다. 이제라도 부디 물러나 주신다면 이번 일은 불문에 부치겠습니다."


"네 놈이 아직 정신을 못 차렸구나. 내 너희 사부와의 옛정을 생각하여 금일은 손속에 정을 두었다만 다시 또 분수를 모르고 덤벼든다면 그땐 매타작 정도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섭천석이 마음에 없는 읍을 하고 진웅과 주진을 째려본 뒤 제자들을 수습해 자리를 떠나자 진웅이 취암에게 물었다.


"선사, 이게 어찌된 일입니까?"


취암이 금단파 도사들과 부딪히게 된 경위는 이랬다. 취암이 볼일을 마치고 늦은 밤 객잔으로 돌아오고 있었는데 당시 객잔 앞을 지키던 금단파 도사 하나가 그를 거렁뱅이 취급하며 험한 꼴 보기 싫거든 당장 꺼지라고 소리쳤다.


취암의 구갑죽 지팡이가 도사의 어깨를 내려칠려면 찰나에 취암을 알아본 섭천석이 급히 사죄의 인사를 올리며 사문의 비급을 훔쳐 달아난 제자 하나를 찾는 중이라 전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취암은 금단파 비급이라면 옥추경을 누가 훔쳐간 것이냐 되물었고, 섭천석은 취암이 팽가와 가까운 것을 알고 팽가영의 이름을 언급하지 않으려 했으나 옆에 있던 눈치없는 제자 하나가 이렇게 말했다.


"비급을 훔쳐 달아난 팽가년이 여기 객잔에 숨어 있습니다."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취암의 구갑죽이 날아들었고, 순식간에 금단파 도사 셋이 쓰러졌다. 섭천석은 최대한 취암과 부딪히고 싶지 않았으나 이미 물은 엎질러졌고 본인도 물러설 수 없는 처지라 일단 검진을 펼쳐 취암을 상대하려 했다. 허나 검진을 채 완성하기도 전에 진웅과 주진이 등장하며 섭천석에게 찬물을 끼얹은 셈이었다.


세 사람이 대화를 나누고 있노라니 멀리서 팽가영과 유백문, 장전일이 다가오고 있었다. 특히 팽가영은 빠르게 뛰어와서는 마치 손녀가 조부에게 안기듯 취암에게 안기며 소리쳤다.


"노야!"


"다 큰 숙녀가 어찌 이리 오두망정이냐? 떨어지거라."


진웅이 유백문에게 물었다.


"빠져 나가신 것이 아니었습니까?"


"대협이 지시하신대로 두 분이 뛰쳐나가자마자 빠져나갈 셈이었는데 장도사의 발걸음이 차마 떨어지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일단 수풀 사이에 숨어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데 선사께서 보이더군요. 장도사와 팽소저는 당장 합류하려 했으나 제가 보기엔 저희까지 손을 거들지 않아도 될 정도의 상황 같아 일단 두 사람을 만류하고 지켜보기로 했습니다.


뭣보다 팽소저가 모습을 드러내면 금단파 도사들이 사생결단을 내겠다고 달려들고, 그러면 선사나 대협들께서도 살계를 펼치셔야 하는 상황이 될 것이라 생각했으니까요.그리고 상황이 정리되길 기다렸다가 금단파 도사들이 완전히 떠나는 것을 보고 모습을 드러낸 것입니다."


진웅이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잘 하셨습니다. 괜히 상황이 더 키울 필요가 없으니까요."


그때 한바탕의 소란 때문인지 객잔 앞에 사람들이 나와 서성이기 시작했고, 그 사이로 중삼이 모습을 드러내더니 일행에게 다가왔다.


"상황이 정리된 모양이군요?"


주진이 중삼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다행히도 그렇단다. 괜히 "


진웅이 취암에게 이야기했다.


"일단 안으로 들어가 이야기하시지요."


그 사이 비는 완전히 그쳤고 객잔으로 돌아간 일곱 사람은 팽가영으로부터 직접 모든 전말에 대해 소상히 다시 듣게 된다. 잠시 침묵을 지키던 취암이 입을 열었다.


"모선배(모월정)를 찾아 무공산으로 갈 생각이란 말이지."


"네, 노야."


"무공산 어디 계신 줄 알고?"


"..."


"무공산이라면 짐작 가는 곳이 있긴 하다만 실제로 거기 계실지는 모르겠군. 헌데 금단파 녀석들이 이대로 포기하진 않을 거다. 단가(단기영) 그 놈도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을 것이고. 금단파 전체가 이 곳으로 모여든다면 만만치 않을 거야. 진경을 찾느라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 거다."


그러자 진웅이 답했다.


"저도 그리 생각합니다. 성문이 열리는 대로 움직이시죠."


"그럼 늦을 거야. 금단파 녀석들도 그리 생각하고 있을 것이고. 동이 트기 전 움직여야 한다."


그러자 유백문이 답했다.


"성문을 몰래 빠져나가자는 말씀입니까? 그러다 수비군에게 발각되면 간자 취급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이럴 때 쓰라고 문대인이 주신 게 있지."


그때 취암이 품 안에서 무언가를 꺼내 탁자에 올려두었다. 바로 문천상의 차마금패(茶馬金牌)였다.



(계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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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해동제일검 (2) 24.02.20 19 0 9쪽
54 해동제일검 (1) 24.02.17 22 0 11쪽
53 배후(背後) (5) 24.02.16 23 0 8쪽
52 배후(背後) (4) 24.02.16 24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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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배후(背後) (2) 23.08.03 31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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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귀환(歸還) (6) 23.08.01 32 0 14쪽
47 귀환(歸還) (5) 23.08.01 36 0 13쪽
46 귀환(歸還) (4) 23.07.31 31 0 11쪽
45 귀환(歸還) (3) 23.07.28 37 0 11쪽
44 귀환(歸還) (2) 23.07.27 38 0 11쪽
43 귀환(歸還) (1) 23.07.26 41 0 11쪽
42 연심(戀心) (3) 23.07.24 36 0 12쪽
41 연심(戀心) (2) 23.07.20 39 0 13쪽
40 연심(戀心) (1) 23.07.18 43 0 12쪽
39 강만리(江萬里) 23.07.13 46 0 9쪽
38 파촉당문(巴蜀唐門) (2) 23.07.12 46 0 10쪽
37 파촉당문(巴蜀唐門) (1) 23.07.11 66 0 10쪽
36 기연(奇緣) (2) 23.07.10 64 2 13쪽
35 기연(奇緣) (1) 23.07.07 72 2 10쪽
34 옥추보경(玉樞寶經) (6) 23.07.07 53 2 12쪽
33 옥추보경(玉樞寶經) (5) 23.07.06 57 2 12쪽
32 옥추보경(玉樞寶經) (4) 23.07.05 51 0 10쪽
» 옥추보경(玉樞寶經) (3) 23.07.05 52 1 12쪽
30 옥추보경(玉樞寶經) (2) 23.07.04 62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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