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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시계 님의 서재입니다.

비정규직 신전 기사가 위대해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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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금빛시계
작품등록일 :
2022.03.18 19:48
최근연재일 :
2023.06.19 22:00
연재수 :
127 회
조회수 :
16,583
추천수 :
478
글자수 :
691,236

작성
22.04.18 19:05
조회
88
추천
3
글자
12쪽

3장 노병의 찬가(9)

DUMMY

“따, 땅이?”

“후후후, 멋지지 않나?”


한참 흔들리던 땅에서 이제 준비가 끝났다는 듯이 진동이 멎었다. 거창하게 무언가 하려던 것치고는 별거 없는 결과에 테펠리움을 비웃으려던 그리독은 곧 보고도 믿기 힘든 광경을 보고 경악했다.


세상의 법칙을 거스르듯 하늘을 향해 흙더미가 빠르게 솟아올랐다. 솟아오른 흙은 어느 정도 높아지자 곧 그것이 끝이 아니라는 듯 사람의 형상을 갖추기 시작했다.


평범한 사람의 너덧 배는 될 거구에 체적까지 생각하면 그 이상이지 않을까 싶었다. 그 존재는 곧 그 머리로 짐작되는 부위에서 눈으로 보이는 빛을 발했다.


“흙거인?”

“촌스러운 명칭이군. 거기에 흙이라니, 이건 바위다. 자, 거암 마수의 힘을 보여주마.”


테펠리움은 그렇게 말하며 차가운 미소로 거암 마수를 향해 철봉을 치켜드는 아레타를 바라보았다.


“흐흐흐, 용기가 대단하군. 하지만 네놈도 여기까지다. 뭐 하는 놈인지 모르나, 고작 인간이 거암 마수에게 저항할 수 있을 리가 없지.”



***



“워오. 이게 그 거암 마수? 실제로 보니 장난 아니네.”


눈앞에 선 거인을 보며 아레타는 장난스럽게 말했으나 내심 걱정이 들었다.


눈앞에 있는 존재가 무엇인지는 속성 교육으로 알고는 있다. 그리고 상대가 무엇이건 자신이라면 문제가 없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동물 마수를 상대할 때는 그러려니 했다. 이미 대성전에서 겪은 일도 있고, 실제로 이곳에서 아레타를 조금이나마 막아선 것은 뱀 마수 하나뿐.


헌데 대신전에서 수호자로서 들은 것과 익힌 것에 자신을 가질 무렵, 이런 상식을 넘는 것과 마주하니 슬그머니 걱정이 들었다.


‘진짜로 내가 이길 수 있나?’


부웅


“이크!”


안타깝게도 아레타의 앞에 선 거암 마수는 생각할 시간을 충분히 주지 않았다.


묵직한 바위 주먹이 허공을 가르는 소리에 아레타는 급히 자리를 피했고, 곧장 그가 있던 자리에 굉음이 일었다.


쿠웅


‘생각보다 빠르다.’


바로 몸을 움직였음에도 피하지 못할 정도로 빠르게 내리쳐진 바위 주먹을 보니 조금 전 품었던 걱정이나 의심은 곧장 어디론가 멀리 사라졌다.


지금 아레타의 머릿속은 거암 마수를 어떻게 상대해야 할 것인가, 그것만으로 가득했다.


“일단 통하는지 봐야겠군.”


가장 먼저 중요한 점을 떠올린 아레타는 눈에 힘을 주고 지면에서 주먹을 들어 올리는 거암 마수를 바라보았다. 철봉을 쥔 손에 힘을 준 그는 그대로 땅을 박차고 달렸다.


부웅


달려드는 그에게 가소롭다는 듯 빛나는 눈이 일렁인 거 같았다. 착각일지도 모르나, 이렇게 달려드는 맞은편에서 그 거대한 주먹을 맞부딪혀오니 머리까지 돌은 아닌 거 같았다.


“좋아, 남자답게 부딪혀보자고!”


콰득

퍼억


자신 있게 내지른 주먹과 철봉이 부딪힌 순간, 놀랍게도 결과는 양자 손해였다.


질량이 밀리는 아레타는 몸이 그대로 뒤로 날려졌고, 주먹을 마주 대한 거암 마수는 그 주먹이 통으로 부스러져 내렸다.


“콜록, 콜록. 이거 정면 승부는 무게에서 밀리나. 그래도 이 정도면 내가 이득.....이 아니네.”


이적으로 인해 시원하게 날려지고도 먼지로 인한 기침이나 조금 할 뿐, 멀쩡하게 일어나서 이득을 논하던 아레타는 눈앞에 보이는 광경에 말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


투드드득


산산히 부서졌던 거암 마수의 주먹이 그 잔해를 흡수해서 그대로 복원되더니 곧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팔을 휘둘렀다.


“후. 쉽게 가긴 글렀, 엇!?”


뭘 어떻게 상대해야 하나, 그렇게 생각한 순간 거암 마수의 전신이 흙더미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무슨 일인가 싶어서 두 눈을 껌벅이니 흙더미는 땅으로 돌아가지 않고 그대로 허공에서 흩어졌다가 다시 뭉쳐졌다.


뭉쳐진 곳에서 거암 마수가 다시 그 형체를 드러난 건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거암 마수가 모습을 드러낸 장소가 문제였다.


“둔중해 보이는 놈이 이런 방식으로 움직, 크윽!”


아레타 바로 옆에서 모습을 드러낸 거암 마수는 그대로 뭉개버리겠다는 듯 거대한 발을 들었다. 피해야 한다, 그 생각을 하고 몸을 움직였으니 그가 움직이는 것보다 거암 마수가 내리누르는 게 더 빨랐다.


쿠웅



***



“흐흐흐, 하하하!”


거암 마수의 발 아래 깔린 아레타를 보며 테펠리움은 웃음을 흘렸다. 바닥에 쓰러져 그 모습을 가만히 보던 그리독은 비웃듯 말을 건넸다.


“그렇게 감정 표현이 다채로운 줄 몰랐는데.”


조금 전 거암 마수와 맞상대하며 철봉을 휘두르는 모습을 보았을 때는 비웃었다.


그다음에 동수로 부서지고 날아가는 모습에는 얼굴이 굳었다. 이어서 아레타가 별문제 없이 일어나자 경악했다.


그리고 지금, 아레타가 밟힌 걸 보고는 아주 웃음을 그칠 줄 모르고 웃고 있었다.


“뭔지 모를 이상한 놈에게 시간을 끌었군. 그래, 내 영주님에게 드릴 선물이 아직이었지. 어떻게 세상을 떠나고 싶으신가? 아, 특별히 관객도 마련해 드리지. 이건 어때?”


빈정거림 가득 했던 그리독의 말에도 테펠리움은 흔들리지 않았다. 조금 전이면 모를까, 이상한 놈도 끝장을 낸 상태다. 그러니 그리독이 그에게 무슨 말을 하건 가벼이 넘길 수 있었다.


아니, 가볍게 넘겼다는 건 거짓말일지도 모른다. 테펠리움이 그리독에게 한 짓은 참으로 잔혹했으니까.


“네놈!”


관객이랍시고 테펠리움이 마련한 것은 그가 손수 뭉개버린 집사의 시신에서 뚝 하고 떼어 내버린 집사의 머리였다.


그걸 본 그리독은 대번 격노해서 몸을 일으키려고 했다.


한번, 단 한번이라도 검을 휘두를 수 있다면 그걸로 놈의 머리를 잘라 가문을 위해 평생을 바친 집사를 위로해줄 수 있다.


그러나 야속하게도 그리독의 몸은 여전히 바닥에서 떨어질 줄을 몰랐다.



***



“취향하고는.”


멀찍이서 테펠리움이 하는 일이나 돌아가는 상황을 살피던 팔레삭은 고개를 흔들었다.


필요하다면 하겠지만 필요도 없는데 저렇게 구는 건 언제 보아도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나저나 이걸로 끝인가? 들었던 거에 비하면 싱거운데.”


퀜달렌의 부름에 응해 먼저 자리를 떠난 덕에 수호자나 그 이적을 직접 보지는 못했다. 허나 이후 그 각성을 깨달은 퀜달렌에게 들은 후 상당히 경계심을 품고 있던 차였다.


들은 게 무색하지 않게 테펠리움이 일을 어떻게 벌일지 알고 바로 나타난 점도 그렇고, 그 전투력도 심상치 않아 보였다.


헌데 거암 마수의 밟기 한방에 끝이라니, 어딘가 이상했다.


‘거암 마수는 분명 강하나, 퀜달렌님이라면 비보 없이도 소환할 수 있다. 그런데 이렇게 끝이라고?’


그럴 리가 없다. 그런 별거 없는 존재를 퀜달렌이 경계할 리가 없다. 조금 다른 방향성으로 아레타가 무사할 거라는 믿음을 굳게 가진 팔레삭은 거암 마수의 발 부근을 유심히 보았고, 곧 무언갈 보고 피식 웃었다.


“과연. 그걸로 끝일 리가 없지.”



***



어떻게 해야 좋을까.


그리독을 눈앞에 두고 잔혹하고도 즐거운 얼굴을 보이던 그는 문득 거암 마수가 무언가 이상하다고 여겼다.


“무얼 보고 있는 거지?”


거암 마수의 눈빛이 지면을 향하고 있음을 깨달은 테펠리움은 두 눈을 가늘게 뜨며 유심히 살폈다. 그러다가 거암 마수가 몸을 기우뚱하더니 이내에 그 거구가 뒤로 넘어가기 시작했다.


“무, 무슨!?”

“으랴아!”


멀찍이서도 들리는 커다란 기합과 함께 거암 마수가 그 거구를 지면에 누였다. 덕분에 거암 마수에 짓눌린 동물 마수들이 제법 있었으나 테펠리움은 그런 것에 신경도 쓰지 않았다.


고작 한두 번의 죽음, 알아서 재생할 마수들이다. 그리고 비보에 아직도 모이고 있는 사기만 있다면 그 정도 얼마든지 벌충할 수 있다.


다만 거암 마수는 이야기가 다르다.


“저건 귀중한 개체라고!”


이를 갈며 말하는 테펠리움에게 보란 듯 갑옷에 묻는 먼지를 툭툭 털어내는 아레타가 보였다.


“흐흐, 네놈도 별거 없구나. 영웅에게 막혀서 죽는다. 네놈과 같은 놈에게 잘 어울리는, 커헉!”

“닥쳐!”


상황이 테펠리움에게 그리 좋지 않게 흘러가는 걸 안 그리독이 남은 힘을 쥐어짜서 비웃었다. 그 비웃음의 대가로 그는 테펠리움에게 걷어차여서 그대로 정신을 잃었으나 입가에는 만족스러운 듯 미소가 달라붙어 있었다.


생각과 다른 상황에 이어서 그리독의 이런 모습까지 본 테펠리움은 제대로 열이 올랐다.


“감히, 감히, 감히!”


그 누구보다도 위대해질, 아니 이미 위대한 자신에게 이런 벌레만도 못한 것들이 조롱하는 건 참을 수 없었다.


“네 정체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살려서 돌려보내지 않겠다!”


이어서 그의 입에서 불쾌하다고 여겨질 의미 모를 음성이 흘러나왔다. 그 음성에 맞추듯 검은 연기 기둥에서 새로운 동물 마수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가라, 가서 놈은 죽여!”



***



“흐, 묵직하기도 해라.”


누군가는 그를 보고 눈에 핏발을 세우고 있건만, 정작 본인은 어깨를 주무르며 사소한 불평을 중얼거렸다.


엄청나게 거대한 바위를 던진 후 내뱉은 말이 어째서 사소한 불평인가 누군가는 따질지도 모르나 정작 깔려 죽지 않은 것이나 도로 돌려보냈다는 말도 안 되는 사실에 비하자면 분명 그 불평은 사소하다고 치부할 수 있었다.


“내가 하고도 믿기지가 않는데. 이게 돼?”


아레타는 눈앞에 있는 광경, 그가 양손으로 잡고 던져버린 거암 마수가 바닥에 누운 걸 보며 놀란 얼굴이 되었다.


그렇게 할 수 있을 거 같아서 하긴 했는데, 그럴 거 같다와 실제로 그렇다는 매우 다른 법이다.


이 사실을 온몸으로 체감하던 중 아레타는 곧 거암 마수가 다시 흙더미로 변하는 게 보였다.


“제길, 저건 어떻게 해야 죽는 거야? 머리라도 날려봐야 하나?”


싸울 수 있고, 전투력 자체는 아레타가 우위다. 그런데 상대는 재생하고 무생물이다. 죽일 수 없으면 어디 하나를 부수거나 끊어서 무력화해야 하는 데, 지금은 그 방법이 통하지 않았다.


‘생각하자. 뭐랬더라?’


대신전에는 백색 교단에 대한 것이나 저들이 다루는 마수나 방법, 목적 등에 대한 기록이 남아있다.


아는 것은 힘이고, 마수와 같은 까다로운 상대는 정보가 많을수록 좋았기에 아레타는 이곳으로 오기 전 저들에 대한 걸 익혔다.


문제는 시간이 촉박한 덕에 속성 주입식 암기라는 방식을 택했고, 그 결과 남은 것도 많지만 나간 것도 많은 상태가 되었다.


때문에 눈앞에 있는 마수가 거암 마수라는 건 알지만, 그 대적법이나 약점 같은 건 잘 기억나지 않았다.


“......예전에는 공부 잘했었는데?”


벌써 나이를 먹었나, 하는 걱정이 불현듯 들었다. 그러나 그런 걱정도 그에게 사치라는 듯 거암 마수는 그 눈에 광채를 더하며 그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부족한지, 어느새 한방에 나가떨어져서 숫자가 줄었던 동물 마수도 어느새 그 수를 회복하고 다가오고 있었다.


“생각할 틈이 없군. 그럼 일단.”


철봉을 한 바퀴 돌리고 다시 잡고 목을 한차례 푼 아레타는 곧 진지히 자세를 잡았다.


‘되는대로 두들기고 줄인다. 대처법? 그러는 동안 생각나겠지.’


기억이 나지 않는 것뿐이지 익히지 않은 게 아니다. 그러니 곧 생각이 날 것이다.


부디 그렇기를 바라며, 아레타는 달려드는 마수들을 상대하기 위해 몸을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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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3장 노병의 찬가(11) 22.04.20 89 3 13쪽
37 3장 노병의 찬가(10) 22.04.19 89 3 14쪽
» 3장 노병의 찬가(9) 22.04.18 89 3 12쪽
35 3장 노병의 찬가(8) +1 22.04.17 88 4 13쪽
34 3장 노병의 찬가(7) 22.04.16 87 3 14쪽
33 3장 노병의 찬가(6) 22.04.15 95 3 11쪽
32 3장 노병의 찬가(5) 22.04.14 96 3 12쪽
31 3장 노병의 찬가(4) 22.04.13 93 3 12쪽
30 3장 노병의 찬가(3) 22.04.12 107 3 12쪽
29 3장 노병의 찬가(2) 22.04.11 109 4 12쪽
28 3장 노병의 찬가(1) 22.04.10 132 4 12쪽
27 막간 22.04.09 145 5 12쪽
26 2장 첫 번째 수호자(10) 22.04.08 153 5 13쪽
25 2장 첫 번째 수호자(9) +1 22.04.07 151 4 13쪽
24 2장 첫 번째 수호자(8) 22.04.06 157 5 11쪽
23 2장 첫 번째 수호자(7) 22.04.05 156 5 12쪽
22 2장 첫 번째 수호자(6) 22.04.04 165 5 15쪽
21 2장 첫 번째 수호자(5) 22.04.03 183 4 14쪽
20 2장 첫 번째 수호자(4) 22.04.02 193 5 12쪽
19 2장 첫 번째 수호자(3) 22.04.01 196 6 13쪽
18 2장 첫 번째 수호자(2) 22.03.31 215 6 12쪽
17 2장 첫 번째 수호자(1) 22.03.30 219 4 12쪽
16 1장 좋은 이야기(15) 22.03.29 222 4 13쪽
15 1장 좋은 이야기(14) 22.03.28 220 6 12쪽
14 1장 좋은 이야기(13) 22.03.27 231 5 12쪽
13 1장 좋은 이야기(12) +1 22.03.27 250 6 12쪽
12 1장 좋은 이야기(11) 22.03.26 323 5 13쪽
11 1장 좋은 이야기(10) 22.03.25 287 6 14쪽
10 1장 좋은 이야기(9) 22.03.24 299 6 12쪽
9 1장 좋은 이야기(8) 22.03.23 342 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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