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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시계 님의 서재입니다.

비정규직 신전 기사가 위대해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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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금빛시계
작품등록일 :
2022.03.18 19:48
최근연재일 :
2023.06.19 22:00
연재수 :
12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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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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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8
글자수 :
691,236

작성
22.03.27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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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자
12쪽

1장 좋은 이야기(12)

DUMMY

말을 몰아서 전투에 끼어든 리발이 가장 먼저 향한 곳은 자르달과 가르섹이 한창 합을 겨루고 있는 쪽이었다. 리발이 그곳을 첫 목표로 정한 이유는 단순했다. 그나마 구해주면 적당히 제 몫은 할 수 있을 거 같은 이가 자르달 뿐이었기 때문이었다.


“크읏! 헛!?”

“제법이군! 허나 이제 끝을, 읏!?”


자르달이 살짝 밀리는 형세를 보이던 가운데 리발의 돌진은 그야말로 천재지변이나 다름없었다. 두 사람은 검을 맞대고 힘겨루기를 하던 중 리발이 달린 말을 피해 누가 먼저라고 할 거 없이 뒤로 몸을 빼내었다. 그리고 자신들을 갈라놓은 이가 누구인지 확인한 두 사람은 거의 동시에 입을 열었다.


“이 미친놈이!?”

“훌륭하군.”


우습게도 아군이라고 할 수 있는 자르달의 입에서는 욕이, 적인 가르섹의 입에서는 칭찬이 나왔다. 물론 자르달은 조금 시점을 바꾸자면 아군이라고 보기는 힘들었다. 그러나 일단 아군은 아군, 적은 적이었다. 이 점을 생각해보면 리발이 입에서 불평 같은 게 나와도 이상하지 않았지만 리발은 양측 누구의 말에도 신경 쓰지 않았다. 그저 속으로 안타까워할 뿐이었다.


‘창이라도 하나 있었다면 지금 걸로 끝났을 텐데.’


안타까워한다고는 했지만 아군인 자르달에게 욕먹은 걸 안타까워하는 건 아니었다. 그의 손에 들린 무기가 중간 길이의 검에도 못 미치는 단검이라데 있었다.


‘장검이기만 했어도 한 놈은 확실히 베어줄 수 있었을 텐데.’


장검이었다면 누군가의 목을 베었을 거고, 창이라면 몸통을 꿰뚫었을 터였다. 아니, 굳이 그런 게 아니라도 긴 목봉이라도 하나 있었다면 말로 이곳저곳을 좋을 대로 휘저을 수 있을지도 몰랐다.


‘아니, 신전 기사들 상대로 그건 욕심인가?’

‘제길, 무슨 속셈이지?’

‘이거 좋지 않은걸.’


말을 달려서 둘을 떨어뜨린 리발은 절대 그들의 근처에 멈춰 서지 않았다. 기세를 살려서 그대로 지나친 후 일정 거리를 두며 언제라도 달려들 준비를 한 상태였다.


그렇기 때문에 두 사람, 자르달과 가르섹은 섣불리 상대방을 향해서 다시 무기를 휘두르지 못했다. 자르달은 리발을 믿기 힘들었기 때문이었고, 가르섹은 당연히 그가 자르달과 함께 그를 압박할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이렇다보니 양쪽 모두 서로를 견제하기만 하는 묘한 상황이 벌어졌다.


‘일단은 위치다.’

‘협격에 버티기 용이한 장소는......’


비슷한 생각으로 주시하며 발걸음을 느릿하게 움직이던 가운데 상황을 먼저 흔들려고 생각한 사람은 자르달이었다.


“야! 안 돕고 뭐 하냐! 내가 정면, 네놈이 측면이다!”


흠칫


자르달의 외침에 가르섹은 저도 모르게 리발 쪽에 시선을 주었다. 그리고 그걸 본 순간, 자르달은 속으로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땅을 딛은 다리에 힘을 주었다.


‘걸렸구나!’




“이런!?”


카가강


리발에게 신경을 분산한 덕에 반응이 조금 늦은 가르섹이었지만 다행스럽게도 자르달의 공격에 맥없이 당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늦은 반응에도 불구하고 검을 들어서 막은 그 실력은 훌륭하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기껏 공격을 막았음에도 가르섹은 좋은 표정을 짓지 못했다.


‘제길, 기세를 빼았겼.......’

“우랴!”


카강, 카강, 카강


“쳇!”


막은 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르달은 연이어서 공격을 날려왔다. 단검에서 날아드는 것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강렬함에 더해 단검 특유의 가벼움이 가르섹의 손을 어지럽게 만들었다.


카라락


“죽어!”

“그럴 수야 없지!”


검이 얽히는 소리를 내며 자르달과 가르섹의 싸움은 조금 전에 있었던 눈치 싸움을 떠올리지 못할 정도로 격해졌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그걸 보던 리발은 의외라는 표정으로 자르달을 바라보았다.


‘저런 면이 있었나?’


당연하다면 당연하게도 리발은 자르달을 더 도울 생각을 하고 있지 않았다. 처음에 달려든 것은 자르달이 상대하고 있는 신전 기사, 가르섹의 움직임을 보고 조금 더 묶어두는 편이 마음대로 움직이기 좋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자르달은 리발의 의도에 매우 잘 맞추어서 움직여주고 있었다. 아니, 어느 의미 그 이상이라고 할 수 있었다.


‘고작해야 비등한 형세가 되는 게 고작이라고 봤는데, 날 이용해서 조금이나마 우위를 잡았나. 경력을 노름으로 쌓은 건 아니라 이거군.’

“그럼 난 내 용무를 보도록 할까.”


감상과 파악을 마친 리발은 그대로 시선을 돌려서 주변을 살폈다. 이윽고 목표를 발견한 그는 미미한 웃음을 입가에 띠우고는 그대로 말을 달렸다.


“그 물건, 내가 받아 가마!”

‘그리고 내 머리통을 깬 대가도 함께 받도록 하지!’

“크학!”

“로앙 형제, 위험합니다!”

“예? 으헉!?”


막 상대하던 이의 머리를 철봉으로 후려갈긴 아레타는 한숨을 고르고 있었다. 하지만 한숨 고르며 태세를 정돈하기도 전에 들려온 경고에 아레타는 저도 모르게 주변을 돌아보았다. 그리고 눈에 들어온 거대한 무언가에 아레타는 기겁하면서 몸을 옆으로 날렸다.


“제법 재빠르군! 허나 이건 어떨까!”

“뭐, 뭐야?”


몸을 날려서 피한 것은 좋았지만 여전히 위기는 남아있었다. 어느새 말에서 뛰어오른 리발이 아레타를 향해서 단검을 들고 날아들고 있었다. 사람이 머리 위에서 단검을 들고 낙하한다, 생각지도 못한 이런 상황에 아레타는 순간 머리가 멍해졌다. 불행 중 다행으로 멍해진 것은 머리뿐이었고, 몸은 경험에 의지해 피할 방법을 시행하고 있었다.



콰직


“쳇, 이것도 안 먹혔나? 몸놀림 하나는 정말 빠르군그래.”

“허억, 허억.”


몸을 옆으로 빠르게 굴려서 두 번째 공격도 피한 아레타를 보며 리발은 뭘 씹은 거 같은 표정으로 말을 던졌다. 그러나 아레타는 그 말에 귀를 기울이지 못했다. 생명의 위기를 겪은 적이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그런 일은 익숙해지기 힘들었다.


더욱이 싸움 도중에 기습으로 당한 일이니만큼 육체적인 면이나 정신적인 면 어느 한쪽을 더 칠 것도 없이 소모가 컸다. 덕분에 아레타는 호흡을 고르는 일에만 집중할 따름이었다.


‘훕.’

“하긴, 그러니 그때 그렇게 빠르게 머리를 박살 내준 거겠지. 빌어먹을 놈 같으니.”

“머리?”


그러다가 간신히 호흡을 가다듬고 상대를 볼 여유가 생기자 묘한 말이 들려왔다. 한순간 이해하지 못한 아레타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리발을 보았고, 리발은 그걸 보고는 사납게 웃었다.


“기억이 나지 않나? 걱정하지 마. 미안해할 필요도 없어. 나도 네놈 머리를 날리고 잊어버려 줄 테니 말이야.”


리발의 말에 아레타는 미간을 찌푸리고 가만히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퍼뜩 무언가를 떠올린 아레타는 믿기 힘들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설마 그때 그놈인가!?”

“오오, 제법 기억력이 좋군그래. 기억력이 좋은 김에 내가 뭘 원하는지도 잘 알고 있겠지?”

“흥, 꿈 깨라!”


‘역시, 그때 본 게 내 착각이 아니었군그래.’


리발에게 쏘아붙인 아레타는 식사할 때 얼핏 본 것을 떠올리고는 긴장감을 한껏 끌어올렸다. 식사하던 가운데 그가 머리를 날렸음이 분명한 얼굴을 보고 아레타는 크게 놀랐었다. 그러다가 뜨내기들 둘이 죽은 걸 발견했다는 말을 듣고 자신이 잘못 생각했다,


잘못 보았다 여기며 넘긴 참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이렇게 확실하게 보니 아무래도 그 기억을 다시 수정할 필요가 있어 보였다.


‘어떠한 속임수를 쓴 건지 모르겠다만, 정말로 죽어도 괜찮은 건 아니겠지. 이번에는 확실히 보내주마.’


부웅


상황을 확인하고 움직여야 할 방향을 정한 아레타는 그대로 달려들어서 철봉을 리발에게 휘둘렀다.


‘제법 위협적이기는 했지만 충격이 그리 쉽게 가시지는 못할......!’


터엉


“윽!”

“미안하지만 나는 타인과 조금 달라서 말이지.”


피킷


달리는 말 위에서, 그것도 도약으로 뛰어내렸다. 분명 높이가 있던 만큼 위력이 있는 공격이라고 할 수 있지만, 반대로 그대로 착지할 경우 다리에 피해가 하나도 없을 수는 없는 공격이기도 했다. 그리고 땅을 단검으로 찍은 상태로 일어나지 않는 리발의 모습을 보건대 이는 사실로 보였다.


그런데 아레타가 다가가자 기다렸다는 듯이 리발은 유려한 움직임으로 철봉을 한 팔로 비껴내고는 단검을 날렸다. 단검은 용이하게 아레타의 허리춤의 옷과 살갗을 찢어내며 그 예기가 범상치 않음을 보였다.


“저리, 비켜!”


퍼억


단검을 피하기는 했지만 그 위치에 그대로 두었다가는 얼마나 크게 상처를 입을지 알 수 없었다. 그걸 막기 위해 아레타는 철봉을 잡은 손에 힘을 주고 빠르게 리발을 가격했다. 안쪽으로 파고들어 왔다는 사실에 자만했는지 리발은 그대로 철봉을 한쪽 어깨에 얻어맞고 맞은 방햐으로 몆 걸음 움직였다.


“후욱, 후욱.”

“으음, 받아야 할 빚이 또 늘었군. 하지만 나는 관대하니 이건 무상으로 해주지. 받는 건 여전히 네가 가진 물건과 머리면 충분해.”

“......생각보다 튼튼한가 본데.”


휘두른 철봉에 담긴 힘은 적지 않았고, 맞는 것을 확실히 보았기에 아레타는 리발의 말에 기가 차다는 표정을 지었다. 쇳덩이를 맞고 멀쩡히 움직이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그런 표정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아니, 그것만이라면 또 모르지만 조금 전에 무게를 제대로 실어서 한 게 분명한 도약 낙하도 인간이 하고 멀쩡하다는 건 믿기 힘든 일이었다. 그 사실을 머릿속에 떠올리자니 아레타는 어이가 없으면서도 어딘가 감탄하는 자신을 느꼈다.


‘아니, 아니지. 적에게 감탄해서 뭐하나. 만만찮은 놈이야. 집중, 집중하자.’


“튼튼하다? 그러면 좋겠지만 딱히 그렇지는 않아. 그리고 그럴 필요는 없지. 지금의 나는 고통이 느껴지지 않는 몸이라서 말이야.”


고통을 참는다면 모를까, 고통을 느끼지 않는다니 어딘가 거짓말처럼 들리는 말이었다. 때문에 아레타는 자연스레 그가 허세를 부린다 여기고 입을 열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허세를 부리다니, 입심이 대단한 친구군.”

“허세라? 뭐,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있을 수 있지. 좋을 대로 생각해라. 난 물건이랑 네놈 머리통만 얻으면 뭐가 되었든 좋으니 말이야!”


카앙!


“큭!”

“이번엔 막았지만, 다음에는 어떨까?”


카각!


“크윽!?”


달려든 리발이 휘두른 단검에 아레타는 놀란 눈을 하며 연이어 공격을 막았다. 그러나 무난하게 막은 일격에 비해 이격은 막는 방식이 조금 어설펐다. 제대로 막지 못한 탓에 리발이 든 단검은 그대로 철봉을 타고 내리며 아레타의 손을 노렸다.


“치잇!”


손을 노리는 서늘한 예기에 아레타는 철봉에 힘을 크게 실어서 리발을 밀어냈다. 그에 밀려나기는 했지만 리발은 더 물러날 생각이 없다는 듯이 곧바로 다음 공격을 날렸다. 그러나 조금 성급했던 것일까, 이번 공격은 틈이 너무나도 커 보였다.


‘지금이다!’

“흡!”


퍼억!


리발이 동작을 크게 하며 틈을 보이자 아레타는 더 생각할 것도 없이 그 틈을 향해 철봉을 날렸다. 상당한 힘이 실린 철봉은 그대로 리발의 어깨를 강타했다. 어깨를 강타당한 리발은 자세를 무너뜨리며 주저앉았고, 아레타는 이어서 마지막 일격을 날리려고 들었다.


“읏!?”

“죽어!”


뻐억

우두둑


지금까지와는 다른 소리가 울렸다. 확실하게 어딘가 함몰되는 소리였다.


“허억, 허억, 허억.”

‘해치웠나?’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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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3장 노병의 찬가(8) +1 22.04.17 88 4 13쪽
34 3장 노병의 찬가(7) 22.04.16 87 3 14쪽
33 3장 노병의 찬가(6) 22.04.15 95 3 11쪽
32 3장 노병의 찬가(5) 22.04.14 96 3 12쪽
31 3장 노병의 찬가(4) 22.04.13 93 3 12쪽
30 3장 노병의 찬가(3) 22.04.12 108 3 12쪽
29 3장 노병의 찬가(2) 22.04.11 109 4 12쪽
28 3장 노병의 찬가(1) 22.04.10 132 4 12쪽
27 막간 22.04.09 145 5 12쪽
26 2장 첫 번째 수호자(10) 22.04.08 154 5 13쪽
25 2장 첫 번째 수호자(9) +1 22.04.07 151 4 13쪽
24 2장 첫 번째 수호자(8) 22.04.06 157 5 11쪽
23 2장 첫 번째 수호자(7) 22.04.05 156 5 12쪽
22 2장 첫 번째 수호자(6) 22.04.04 165 5 15쪽
21 2장 첫 번째 수호자(5) 22.04.03 183 4 14쪽
20 2장 첫 번째 수호자(4) 22.04.02 193 5 12쪽
19 2장 첫 번째 수호자(3) 22.04.01 196 6 13쪽
18 2장 첫 번째 수호자(2) 22.03.31 215 6 12쪽
17 2장 첫 번째 수호자(1) 22.03.30 219 4 12쪽
16 1장 좋은 이야기(15) 22.03.29 222 4 13쪽
15 1장 좋은 이야기(14) 22.03.28 220 6 12쪽
14 1장 좋은 이야기(13) 22.03.27 231 5 12쪽
» 1장 좋은 이야기(12) +1 22.03.27 251 6 12쪽
12 1장 좋은 이야기(11) 22.03.26 323 5 13쪽
11 1장 좋은 이야기(10) 22.03.25 287 6 14쪽
10 1장 좋은 이야기(9) 22.03.24 300 6 12쪽
9 1장 좋은 이야기(8) 22.03.23 342 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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