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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시계 님의 서재입니다.

비정규직 신전 기사가 위대해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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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금빛시계
작품등록일 :
2022.03.18 19:48
최근연재일 :
2023.06.19 22:00
연재수 :
12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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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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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8
글자수 :
691,236

작성
22.03.24 16:05
조회
2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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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자
12쪽

1장 좋은 이야기(9)

DUMMY

벌떡


“어엇!?”


깜짝 놀란 표정으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아레타의 움직임에 덩달아 놀란 가르섹은 당황하는 표정으로 몸을 뒤로 빼냈다. 급한 움직임이었기에 자칫하면 균형을 잃고 그대로 넘어질 수도 있었건만, 가르섹은 유연하게 균형을 잡으며 다시 몸을 세우고는 아레타를 보며 책망했다.


“갑자기 그렇게 확 일어나면 위험하다고. 특히 사람과 가까이 있을 때는 말이지.”

“아, 아니, 그게 말이죠......”


가르섹의 가벼운 질책에 아레타는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그를 돌아보았다. 당혹감과 아연함이 크게 드러나는 표정은 아레타가 굉장히 크게 놀랐음을 누구라도 쉽게 알 수 있게 했고, 가르섹은 자연히 그걸 알고는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대체 무슨 일인데 그렇게 놀란 거야? 이상한 거라도 봤나?”


가르섹이 말한 대로 이상한 걸 보긴 했다. 하지만 얼핏 한순간에 본 거라 확실하게 그렇다고 말하기 힘들었다.


“아레타 형제?”

“아니, 아닙니다. 제가 피곤해서 헛것을 보았던 모양입니다.”


그럴 리가 없다. 사람이라면 그럴 수가 없다.


‘피로로 인한 헛것이겠지.’


상식적으로 가장 그럴듯한 대답을 낸 아레타는 애써 불길한 생각을 떨치며 고개를 흔들었다. 그런 아레타를 위로하듯 가르섹의 목소리가 들렸다.


“하긴, 제법 여정이 고되었을 테니 그럴 수도 있지. 천천히 식사를 마치고 편히 쉬게. 헛것을 볼 정도의 피로는 그게 가장 좋아.”

“예, 감사합니다.”

“그럼 이만 실례하지.”


아레타를 배려했는지 가르섹은 그 말을 끝으로 바로 일어나 다른 펠사 기사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가 떠난 후 묵묵히 식사를 이어가던 아레타는 돌연 참지 못하겠다는 듯이 자리에서 일어나 먼 곳을 노려보았다.


그러나 아무리 보아도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었고, 아무도 없었다. 그렇게 한참을 노려보던 아레타에게 보이는 거라고는 오로지 야영지에 세워둔 장대 횃불뿐이었다. 졸지에 장대 횃불과 눈싸움을 하게 된 아레타였지만 그 눈싸움은 당연하게도 횃불의 승리로 끝났다.


“제길, 아무리 그래도 방금 그건 헛것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선명했는데?”

‘하루라지만 분명 전투도 2번이나 있었고, 압박감이 상당했지. 확실히 기간에 상관없이 지친 걸지도 몰라.’


보았다고 생각했던 것을 보지 못하자 아레타의 입에서는 투덜거림이 나왔고, 머리에서는 이성적인 말이 떠올라 스스로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후우.”


그러나 어느 쪽이건 개운치 않았다. 참 답답하기 짝이 없는 마음을 한숨으로밖에 표현하지 못한 아레타는 천천히 자리에 앉을 수밖에 없었다.



***



‘빌어먹을, 걸렸나?’


급히 숙이긴 했으나 누군지 모를 이가 이쪽을 보며 벌떡 일어난 거 같았다.


“으윽.”

“이, 이거 놓.....”

“닥쳐.”


리발의 양손에 제지당해 갑자기 얼굴을 지면에 맞대게 된 자르달의 부하 둘은 불만 가득한 얼굴이었으나 살기 어린 말에 입을 꾹 다물었다.


그렇게 한참을 바닥을 연인처럼 여기며 붙어있었던 리발은 아무런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 걸 알고 천천히 몸을 뒤로 물렸다.


“이대로 천천히, 조용히.”


리발의 말에 두 사람은 불만 가득한 얼굴이면서도 일단 따랐다. 지금 당장 소란을 피우는 게 멍청한 짓이라는 건 명백했기 때문이었다.


“설명해보실까.”


그렇게 야영지의 빛이 닿지 않는 곳까지 물러난 리발은 곧 몸을 일으키며 물었다. 조금이라도 허튼소리를 하면 그대로 묻어버릴 심산이었다.


“대체 어느 머저리 같은 정찰이 상대방에게 훤히 보이는 곳까지 당당하게 가지? 말이라도 타고 그런 거라면 모르겠는데 말이야.”


말이라는 생물은 정찰에 적합하면서 적합하지 않았다.


멀찍이서 보고 빠르게 도망칠 수 있으니 대낮에 군대의 정찰역을 맡기에는 제격이다. 하지만 반대로 이렇게 야밤에 몰래 접근해서 상세히 살펴야 할 경우에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았다.


겁 많은 성격에 상황이 조금 이상해진다 싶으면 곧장 소란을 떨기 십상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셋은 말을 조금 멀리 두고 도보로 정찰에 나섰다. 여기까지는 좋았고, 정석이라고 할 수 있었다.


문제는 자르달의 부하들이 욕심을 부려서 너무 가까이 다가갔다는 점이었다.


“자르달 놈이 말했지. 네놈들이 거추장스럽다면 버리고 와도 상관없다고 말이야. 그래서 조금은 하나 싶었더니 이건 뭐 그냥 버려도 상관없는 머저리들일 줄이야.”

“.......”

“.......”


입을 다물고 불만이 담긴 시선을 보내는 두 사람을 보며 리발은 미간에 주름을 잡았다.


‘병신들.’

“좋아, 좋아. 그렇게 나온다 이거지. 그럼 이거만 묻자. 네 녀석들, 독단이냐? 아니면 자르달이 그렇게 하라고 시켰냐?”


이번에도 대답은 없었다. 다만 일순이나마 두 사람의 눈빛에 곤혹감이 스쳐 갔다는 것만으로도 얼추 상황은 알 수 있었다.


“과연. 나머진 자르달에게 듣지.”


자르달에게 묻겠다. 그 말에 두 사람은 슬그머니 미소를 지었다. 그들의 대장은 절대로 둘을 버리지 않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공으로 넘어가진 못할 거다. 그런 면도 확실하니까.


하지만 적어도 이 꺼림칙한 놈에게 무언가 당할 일은 없다 여겼기에 적잖이 안심되었다. 허나 그 안심은 조금 일렀다.


“너희는 대가만 치러라.”

“커억.”


천천히 물 흐르듯 자연스럽고 여유롭게 한 사람에게 다가간 리발은 그대로 단검을 꺼내서 목을 그어버렸다. 당연히 목이 그어진 자르달의 부하는 괴로움을 호소하며 비틀거리다가 모로 쓰러졌다.


또 다른 자르달의 부하는 갑자기 벌어진 일에 인식이 따라가지 못하고 두 눈을 껌벅거렸다. 그러다가 자신을 돌아보는 리발의 차가운 두 눈에 한 박자 늦게나마 정신을 차린 그는 그대로 단검을 꺼내서 달려들었다.


“이, 이 자식이!”

“시끄럽게 굴지 마라. 들키잖냐.”

“닥쳐! 죽어!”


분기가 가득해서 달려드는 사내를 보며 리발은 마치 제자나 부하를 가르치는 듯한 어조로 질책했다. 그러나 어느 쪽에도 해당하지 않는 사내에게는 오히려 화를 돋우는 말에 불과했다. 그 때문일까, 사내가 휘두르는 단검의 속도는 굉장히 빠르고 정확하게 리발의 가슴에 박혔다.


“크흑!?”


가슴에 단검이 박혔는데 멀쩡할 수는 없는 법. 리발은 자연스럽게 가슴팍에 박힌 단검으로 손을 덜덜 떨어가며 가져갔다. 그 모습에 단검을 내지른 사내, 자르달의 부하는 경계심 반, 놀라움 반이 섞인 시선으로 리발을 바라보았다.


자르달이 경계하고 쉬이 보지 않는 만큼 사내도 리발을 쉽게 여기고 있지는 않았다. 때문에 리발의 가슴팍에 그의 단검이 박혀있음에도 사내는 자신이 해냈다는 실감이 들지 않았다.


“해, 해냈나?”


조금 전과는 다른 의미로 두 눈을 껌벅이던 사내는 이내에 자신이 한 공격이 효율적이었다는 걸 깨닫고 얼굴에 미소를 가득 담아서 리발을 보았다.


“헤, 헤헤, 헤헤. 뭐야, 두목은 고작 이런 놈을 그렇게 경계한 거야? 역시, 괜한 짓 하지 말고 그냥 뒤에서 찌르는 게 제일 좋았잖아. 이거라면 자르달 형님도 날 책하지는 않을......커억!?”


일이 잘 풀렸다고 여기며 안도와 기쁨을 여기는 사내의 감상을 방해하듯 흔들리던 리발에게서 빠른 속도로 손이 날아들었다. 날아든 손은 그대로 사내의 목을 세게 쥐며 말 그대로 숨통을 조였다.


“책하지 않는다. 그럼 독단이었단 말이군그래. 수작 부려서 넘겨주려는 건 아닌가 싶었는데, 하긴 그놈이 그 정도 병신은 아니지.”

“커, 커헙.”


사내는 리발이 하는 말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 평소에도 머리 쓰는 부류가 아니기는 했다.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점점 부족해지는 호흡이 그의 사고력을 급속도로 빼앗아가고 있었다.


“아, 그리고 이건 답례다.”




“끕!”


어떻게 그런 소리가 나왔을까 싶을 정도로 짧지만 강하고 큰 비명을 낸 사내는 팔을 부르르 떨었다. 사내의 목을 쥔 손과 반대쪽 손에 들린 단검은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솜씨로 어깨를 꿰뚫고 있었다.


털썩


리발이 손에서 힘을 빼자 사내는 그대로 쓰러지더니 신음을 흘리며 반쯤 쓰러졌다.


“으, 으윽......”

“귀찮게 굴기는.”

“커, 커헉, 커헙. 대, 대체, 어, 어떻......”


호흡이 돌아오긴 했지만 다른 이유로 호흡이 가빠지고 있던 사내는 믿기 힘들다는 표정으로 리발을 올려다보았다. 리발을 보는 그 눈은 극심한 혼란과 고통으로 크게 흔들리고 있었다.


“뭐야? 설마하니 네놈, 날 모르나?”

“무, 무엇을.....”


리발의 말은 전혀 대답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리발은 더 말하지 않고 믿기 힘들다는 표정으로 그저 그를 내려볼 따름이었다. 이 기묘한 대치는 리발의 헛웃음으로 끝났다.


“하, 어이가 없군. 나에 대한 이야기를 듣지도 못할 정도로 새파란 놈이 나를 노렸다? 자르달 녀석도 눈이 어떻게 된 거 아냐?”

“자, 자르달 형님을 욕하지.......”


힘이 계속 빠져나가는 상황에서도 사내는 말을 할 기운이 남았는지 리발에게 항변 비스무리한 말을 했다. 그러나 그 말은 리발에게 있어서 더 들을 가치가 없는 말이었다.


“지시도 없이 선을 넘은 어리석은 놈과 할 이야기는 더 없다. 잘 가라.”




“시간도 없는데 고작 이런 멍청이들에게 이렇게 시간을 쓰다니, 이거 자르달 놈에게 솎아내기를 해준 대가라도 받아야 하는 거 아닌가 몰라. 아니아니, 그건 나중 문제지. 일단은 돌아가서 바로 들이닥치는 게......아야, 그러고 보니 아직 박힌 채였지.”


리발의 단검에 자르달의 부하는 조금 전에 쓰러진 동료와 마찬가지로 무력하게 쓰러졌다. 조금 다른 게 있다면 놀람과 더 깊게 날아든 단검으로 인해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쓰러졌다는 점뿐이었다. 짜증이 담긴 눈으로 두 구의 시체를 내려다보던 리발은 가슴팍에서 느껴지는 통증에 미간을 찌푸리며 손을 올렸다.


“거기 누구냐!”

“제길, 걸렸네. 흡!”


푸슉


정리할 시간도 없다는 듯이 그에게 외치는 경계심 가득한 목소리에 리발은 가슴에 박힌 단검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그리고는 그대로 한 호흡에 단검을 뽑아낸 리발은 슬쩍 고개를 돌려서 소리가 들린 방향을 보았다.


예상대로 야영지 쪽에서 온 이가 횃불을 하나 들고 이쪽을 비추고 있었다. 황급히 얼굴을 가리고 몸을 숨긴 덕에 별문제는 없으나, 이래서야 더 머물러도 득이 없었다.


“이랴!”


재빨리 말에 올라서 달리기 시작한 리발은 슬쩍 뒤를 보았다. 다행스럽게도 상대는 말이 없는지라 쫒기보다는 남겨진 시신들을 조사하기로 한 모양이었다.


‘아주 쓸모없는 놈들은 아니었군.’


마지막에나마 도움이 된 두 사람에게 냉소하며 평가한 리발은 그대로 말을 반대쪽으로 몰아서 빙 둘러서 집결지로 향했다.



***



“빌어먹을, 이건 또 뭐야?”


순찰 중이던 기사의 말에 한달음에 달려온 가르섹은 두 구의 시신을 보고 거친 어조로 의문을 입에 담았다. 어지간한 숙련 탐색자라고 해도 믿을 법한 눈으로 현장을 둘러본 가르섹은 고민 가득한 표정으로 턱을 쓰다듬었다.


‘이쪽을 노리는 놈들인가, 아니면 그저 뜨내기들끼리 치고 박은 건가. 상황으로 보면 뜨내기들의 드잡이질로 보이지만......’

“휴, 일단 시체부터 정리하자. 이렇게 두었다가 재수 없게 돌아오면 피곤해.”

“예, 알겠습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가르섹의 말에 옆에서 삽을 들고 기다리고 있던 신전 기사 둘이 바로 앞으로 나서서 땅을 파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가르섹은 복잡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정리하고들 와. 나는 가서 경계 조를 다시 짤 테니.”


그렇게 말하고는 고개를 든 가르섹은 주인을 잃고 남겨진 말 두 필을 보며 중얼거렸다.


“이거, 아무래도 일전을 각오하는 게 좋겠군.”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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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3장 노병의 찬가(8) +1 22.04.17 88 4 13쪽
34 3장 노병의 찬가(7) 22.04.16 87 3 14쪽
33 3장 노병의 찬가(6) 22.04.15 95 3 11쪽
32 3장 노병의 찬가(5) 22.04.14 96 3 12쪽
31 3장 노병의 찬가(4) 22.04.13 93 3 12쪽
30 3장 노병의 찬가(3) 22.04.12 108 3 12쪽
29 3장 노병의 찬가(2) 22.04.11 109 4 12쪽
28 3장 노병의 찬가(1) 22.04.10 132 4 12쪽
27 막간 22.04.09 145 5 12쪽
26 2장 첫 번째 수호자(10) 22.04.08 154 5 13쪽
25 2장 첫 번째 수호자(9) +1 22.04.07 151 4 13쪽
24 2장 첫 번째 수호자(8) 22.04.06 157 5 11쪽
23 2장 첫 번째 수호자(7) 22.04.05 156 5 12쪽
22 2장 첫 번째 수호자(6) 22.04.04 165 5 15쪽
21 2장 첫 번째 수호자(5) 22.04.03 183 4 14쪽
20 2장 첫 번째 수호자(4) 22.04.02 193 5 12쪽
19 2장 첫 번째 수호자(3) 22.04.01 196 6 13쪽
18 2장 첫 번째 수호자(2) 22.03.31 215 6 12쪽
17 2장 첫 번째 수호자(1) 22.03.30 219 4 12쪽
16 1장 좋은 이야기(15) 22.03.29 222 4 13쪽
15 1장 좋은 이야기(14) 22.03.28 220 6 12쪽
14 1장 좋은 이야기(13) 22.03.27 231 5 12쪽
13 1장 좋은 이야기(12) +1 22.03.27 250 6 12쪽
12 1장 좋은 이야기(11) 22.03.26 323 5 13쪽
11 1장 좋은 이야기(10) 22.03.25 287 6 14쪽
» 1장 좋은 이야기(9) 22.03.24 300 6 12쪽
9 1장 좋은 이야기(8) 22.03.23 342 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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