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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시계 님의 서재입니다.

비정규직 신전 기사가 위대해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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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금빛시계
작품등록일 :
2022.03.18 19:48
최근연재일 :
2023.06.19 22:00
연재수 :
12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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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93
추천수 :
478
글자수 :
691,236

작성
22.03.26 14:05
조회
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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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3쪽

1장 좋은 이야기(11)

DUMMY

“지금이다! 돌격!”

“반드시 조를 짜라! 숫자는 여전히 상대가 많다! 옆과 뒤를 항상 봐줄 수 있게 거리를 유지해!”


의도한 효과를 낸 신전 기사들은 당연하다는 듯이 둘씩 짝을 지어서 달려갔다. 이는 아레타라고 다르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한다는 건 옛적에 다 배웠으니까.


“제길, 다들 산개하라고!”


가장 앞에서 달리고 있었지만 운 좋게, 아니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용케 사고에 휘말리지 않았던 자르달이 외쳤다. 조금이라도 혼란을 줄이고 테세를 바로 잡기 위함이었지만 그의 말은 허망하게도 흩어지며 아무런 힘을 내지 못했다.


몇몇 부하들은 그의 말을 듣고 대열에서 벗어나기도 했지만 그뿐, 대다수 사고에 얽혀서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아니, 그 정도라면 아직 사정이 나을지도 몰랐다. 가장 먼저 쓰러진 이들 가운데 일부는 이미 동료들의 말에 짓밟혀서 명을 달리했으니 말이다.


‘빌어먹을, 도무지 제대로 되는 게 없잖아! 리발 자식이랑 짜는 게 아니었는데!’


이 상황이 된 것이 온전히 리발의 탓은 아니지만 자신의 부하를 마음대로 처리하고 미끼로 써먹은 것에 더해 그가 제안한 동틀 무렵 기습이 아주 쉽게 무산되자 다 그의 탓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가 새벽녘에 치면 피곤하다는 거냐! 어디가 내 부하들이 혼란을 준다는 거냐! 도무지 하나도 맞는 게 없잖아!’


예정과는 다르기만 한 일들뿐이라 자르달은 절로 혈압이 오르는 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런 그에게 쐐기를 박듯 더 열이 오르게 만드는 광경이 둘 보였다. 바로 달려들고 있는 신전 기사들과 말에 타서 후열에서 상관없다는 듯이 보고 있는 리발과 렉스의 모습이었다.




“아아, 망할. 진짜 못 해먹겄네.”


두 광경을 본 순간 자르달은 속에서 무언가 끊어지는 걸 느끼더니 머리를 한 손으로 마구 헝클었다. 소리 없는 한숨을 슬쩍 내쉰 그는 그대로 말에서 내리며 외쳤다.


“얘들아, 싹 다 죽여!”


자르달의 고함은 당연히 이곳에 있는 모든 이에게 들렸다. 자르달 본인과 그의 부하들은 물론이고, 어중간한 한편이라고 할 수 있는 리발과 렉스도 굳이 귀를 기울이지 않아도 들을 수 있는 성량이었다.


그리고 이것만으로도 부족하다는 듯이 달려오고 있는 신전 기사들에게도 들렸다. 그 덕에 자르달은 고함에 대한 대답을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한 부하들이 아니라 다른 이에게 들을 수 있었다.


“웃기는 놈이군. 그게 될 거 같으냐?”

“읏!?”


신전 기사들 가운데 가장 먼저 무기를 휘두른 이는 바로 가르섹이었다. 그는 고함을 쳐서 시선을 모으는 자르달을 향해 강하게 검을 날렸다.


카강


“호? 얼치기가 제법이군?”


가르섹은 자신의 검을 뒤늦게나마 단검을 들어 막아낸 걸 보며 인식을 바꾸었다. 그러나 그뿐, 이어진 음성은 그의 열세를 바로 드러나게 만들었다.


“커헉!”


검에 힘을 주며 그대로 다리를 들어 자르달의 복부를 걷어찬 가르섹은 피식 웃더니 입을 열었다.


“뭐야, 그게 다냐? 그럼 고통을 덜어주도록 하지.”


가르섹은 그렇게 말하더니 그대로 검을 날렸다. 그가 날린 검의 목적지는 자르달의 오른팔이었다.


‘미친.’

“쿨럭, 쿨럭.”


고작 배를 한 방 차였을 뿐이었다. 그런데 고작 그것만으로 자르달은 입에서 말을 내기 힘들었다. 나오는 거라고는 오직 흐트러진 숨으로 인한 거친 기침뿐이었다.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자르달에게 그런 것으로 고민할 여유는 없었다. 온몸이 쭈뼛거리는 느낌과 고통으로 살짝 감긴 눈을 통해 보이는 검격이 그에게 위험함을 알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쿨럭, 퉷!”

“큿!?”


자르달은 최대한 빠르게 입에 침을 모아 가르섹의 눈을 향해 뱉어냈다. 그에 가르섹은 미처 방비하지 못하고 그대로 눈에 침을 맞아서 순간 틈이 생겼다. 반격을 할만한 큰 틈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좁아진 시야로 인해서 흔들린 검격을 피하기에는 충분한 틈이었다. 그리고 자르달은 겉멋으로 이런 숫자를 이끄는 이가 아니라는 걸 증명하듯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빌어먹을.’


공격을 피해낸 것은 좋았다. 조금 꼴사납게 구르는 모습을 보이기는 했지만 그런 거야 일상다반사라고 해도 좋은 일이었다. 그러나 거리를 둘 수 있게 되며 생긴 여유는 자연스레 주변 상황을 시야에 넣어주었고, 그렇게 보이게 된 상황은 절로 된소리가 입에서 나올 거 같았다.


“크학!”

“팔 하나면 싼 일이니 아쉬워하지 말라고. 잘린 것도 아니고 말이야.”

“끄륵.”

“쯧, 반항을 그렇게 하면 어깨가 아니라 목이 무사하기 힘들다고. 미리 말해줄 걸 그랬군그래.”

“으, 으으으.”

“팔 전체도 아니고 고작 손목인데, 너무 떨지 말라고.”

“으아악! 내 발이!”

“어이쿠, 힘든 데 뭘 일어나. 그대로 누워 있으라고.”


자르달이 상대하고 있는 건 펠사 기사단원들을 책임지는 역할인 가르섹 하나였다. 그리고 이 말은 바꾸어 말하자면 가르섹을 제외하고는 모두 부하들이 상대해야 한다는 말이었다.


평상시라면, 정면에서 어떠한 변수도 없이 붙었다면 상대할만한 것을 넘어서 승기가 있었을 터였다. 하지만 낙마 사고로 아직 몸도 정신도 온전히 챙기지 못한 부하들이 반절을 넘는 상황에서는 그야말로 처참하다는 말이 어울리는 상태였다.


“빌어먹을.”


결국 자르달은 입에서 된소리를 내고 말았다. 그러나 그것이 그가 가질 수 있는 마지막 여유였다. 눈에 들어간 이물질을 어느 정도 닦아낸 가르섹이 흉흉한 표정으로 그를 향해 오는 것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망할, 리발 이 개새끼야!”



***



“저, 형님? 부르는데요.”


가르섹에게 달려드는 자르달이 외친 말에 렉스는 조심스럽게 리발에게 말을 걸었다. 어그러진 상황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그저 울분을 토해내는 외침에 불과했지만 그렇다고 들린 이상 무시할 수도 없었다. 적어도 렉스는 그렇게 생각했다. 헌데 리발은 그와는 다른 모양이었다.


“그래서?”

“도우려면 지금뿐입니다.”

“발을 뺄 수 있는 것도 지금뿐이지.”

‘확실히 지금 뿐이기는 하네.’


냉정하다면 냉정한 발언이었지만, 렉스는 리발의 말을 듣고 그게 낫다고 여겼다. 신전 기사들의 실력은 무섭다는 표현으로는 부족할 정도로 강했다.


이쪽도 제법 이 바닥에서 잔뼈가 굵다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자르달 무리건만, 신전 기사들은 그들을 아이 취급하듯 다루었다. 검이 움직이면 팔에 자상이 나고, 어깨를 베이고, 심하면 손목이나 발목 같은 곳이 덜렁거릴 정도로 잘려 나갔다.


낙마와 충돌로 인한 혼란도 한몫하기는 했지만 그걸 고려해도 이건 상황이 너무 좋지 않았다.


‘남은 건......열은 되나?’


순식간에 절반에 달하는 인원이 무력화되었지만 불행인지 다행인지 자르달 무리는 이제 시작이라는 듯 반격을 개시했다. 다만 제대로 무기를 들고 싸우는 이는 렉스가 확인한 것처럼 열 정도에 불과했다. 그래도 이만하면 숫자로는 아직 신전 기사들보다 우위에 있었기에 나쁘지는 않다 할지도 몰랐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자르달의 부하들은 이러한 이점을 살리지 못했다. 협격에 대한 이해나 훈련이 부족한 탓이었다. 손발을 맞추어보았다는 수준으로는 부족했다. 고작 그런 정도로 이점을 확실히 살리기에는 신전 기사들의 협동이 상당히 뛰어났다. 여기에 더해 싸우는 이들 역시 크고 작게 부상을 입은 이들이 많았기에 전황은 밀리지 않게 싸우는 것에 그치고 있었다.


“죽어!”

“뒈져라!”

“넷은 있어야 날 잡을 거 같은데?”

“그리고 우리 둘을 잡으려면 그 배는 더 필요할 거다!”


둘씩 짝을 지은 신전 기사들은 서로에게 의지해 빈틈없이 적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이런 움직임은 좀처럼 빈틈을 찾기 힘들게 만들었다. 이에 반해 자르달의 부하들은 그저 악에 받쳐서 싸울 뿐, 제대로 협공을 한다는 느낌으로 싸우질 못하고 있었다. 심한 경우 동료의 동선이 방해되어서 내밀었던 무기를 그대로 회수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제길, 앞에서 얼쩡거리지 말라고!”

“병신 같은 소리 말고 달려들어! 숫자는 이쪽이 위다!”


“답이 없네요. 이만 빠지죠.”


삼 대 이라는 구도로 싸우는 것에 비해 밀리지 않는 것이 고작. 이런 상황이면 보통 대장 격인 인물들이 나서서 뭔가 흐름을 만들어주어야 하는 법인데, 아무래도 양쪽 다 그러지 못하고 있었다.


홀로 가르섹을 상대하는 자르달을 보니 그래도 좀 다르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그뿐이었다. 자르달 역시 지지 않는 게 고작이라는 게 너무 눈에 보였다. 그나마 비등 이상으로 보이는 곳은 단 한 곳, 본래 그들이 쫓았던 목표인 아레타를 상대하는 이들뿐이었다.


‘아, 하나 쓰러졌네.’


그러나 그 감상을 품기도 전에 아레타를 상대하던 이들 둘 가운데 하나가 머리를 얻어맞고는 그래도 바닥에 몸을 뉘었다. 그리고는 그 여세로 눈에 띄게 남은 한 사람의 손이 어지러워지기 시작했고, 동요하는 속도만큼 빠르게 전투가 끝나버렸다.


가볍게 두 사람의 머리를 가격해서 제압한 아레타는 그대로 주변을 둘러보더니 가장 가까이서 이인 일조로 싸우는 신전 기사들에게 가세했다. 덕분에 안 그래도 좋지 않던 형세가 속절없이 기울기 시작했다.


‘역시 형님이 말한 대로 여기서는 이만 발을 빼는 게 좋겠어.’


잠시 살피는 도중에 급격하게 기우는 균형추에 렉스는 돕은 것이 의미가 없다고 여기고는 리발을 보며 입을 열었다.


“형님, 이거 완전 글렀어요. 형님 말씀대로 얼른 내빼는 게 답인 거 같습니다.”

“......렉스, 넌 빠져라.”

“예?”


정작 도망칠 기회라는 말을 입에 담았던 리발이 전혀 다른 말을 꺼내자 렉스는 황당한 표정으로 그를 보았다. 뭐라도 설명해주기는 바라는 표정을 알았는지 리발의 입이 다시 열렸다.


“자르달 놈을 도와서 이득을 얻을 생각은 없다. 그러기에는 형세가 좋지 않고, 놈은 그런 걸 기억하고 보답해줄 만큼 양식이 있는 놈이 아냐.”

“아니, 그런데 대체 왜......”


리발의 말에 렉스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확실히 형세는 좋지 않았고, 자르달은 그들에게 좋은 감정을 품지 않을 게 뻔했다. 그들이 아는 자르달은 그런 놈이었으니 말이다.


그렇기에 렉스는 리발이 여기서 끼어들겠다고 마음먹은 이유를 도무지 알기 힘들었다. 조금 더 대답을 바라며 바라보았지만 리발은 더는 기대에 응해줄 생각이 없는 모양이었다. 입을 굳게 다문 리발은 품속에 손을 넣더니 무언가 식물의 뿌리 같은 걸 꺼내 들었다.


“형님, 진심이십니까? 그런다고 무적이 되는 게 아닙니다! 여기서는 일단.....!”


리발이 꺼내든 걸 본 렉스는 그가 진심으로 싸움에 끼어들 생각이라는 걸 알고 대경하며 만류했다. 그러나 리발은 고개를 한차례 내저은 후 뿌리를 그대로 삼켰다.


“젠장, 대체 무슨 생각인 겁니까? 도망칠 기회라는 건 형님이 먼저 말한 거잖아요! 그리고 놈이 도움이 되지 않을 거라는 것도 형님이 더 잘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꿀꺽


답답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외치는 렉스의 외침을 한 귀로 흘리듯 들으며 입에 넣은 식물 뿌리를 그대로 삼켰다. 미간을 찌푸리며 형편없는 맛에 가볍게 불만을 표한 리발은 렉스를 보며 미미하게 웃더니 입을 열었다.


“그렇지. 하지만 세 배로 뛰어오른 의뢰비, 거기에 늙었다고는 하지만 이만한 말을 제공한다? 저놈이 가진 물건은 그런 것은 충분히 줄 만한 귀물이라는 뜻이지.”

“아니, 지금 와서 그런 걸 따질......”

“그럼 저게 내가 바라는 것일 수도 있겠지.”

“......젠장, 늘 느끼는 거지만 형님은 미쳤어요.”

“잘 알고 있구나. 미친놈 옆에 있다가 된서리 맞지 말고 얼른 도망가라. 나중에 저번 그 장소에서 보자. 이랴!”

“어? 어? 형님!”


렉스에게 말을 남긴 리발은 그대로 말을 몰아서 전투에 뛰어들었다. 그 모습을 멍하니 보다가 간신히 정신을 차린 렉스는 당황한 표정으로 며 리발을 불렀다. 그러나 이미 달리기 시작한 리발은 렉스를 돌아보지도 않았고, 그대로 말을 달려 전투를 시작한 리발을 바라보다가 곤란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제길, 나는 형님하고 다르단 말입니다!”


그렇게 말한 렉스는 고민 가득한 표정을 짓더니 그대로 말머리를 돌려서 리발이 달린 방향과 반대로 달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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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3장 노병의 찬가(9) 22.04.18 89 3 12쪽
35 3장 노병의 찬가(8) +1 22.04.17 89 4 13쪽
34 3장 노병의 찬가(7) 22.04.16 88 3 14쪽
33 3장 노병의 찬가(6) 22.04.15 96 3 11쪽
32 3장 노병의 찬가(5) 22.04.14 96 3 12쪽
31 3장 노병의 찬가(4) 22.04.13 93 3 12쪽
30 3장 노병의 찬가(3) 22.04.12 108 3 12쪽
29 3장 노병의 찬가(2) 22.04.11 109 4 12쪽
28 3장 노병의 찬가(1) 22.04.10 132 4 12쪽
27 막간 22.04.09 145 5 12쪽
26 2장 첫 번째 수호자(10) 22.04.08 154 5 13쪽
25 2장 첫 번째 수호자(9) +1 22.04.07 151 4 13쪽
24 2장 첫 번째 수호자(8) 22.04.06 157 5 11쪽
23 2장 첫 번째 수호자(7) 22.04.05 156 5 12쪽
22 2장 첫 번째 수호자(6) 22.04.04 165 5 15쪽
21 2장 첫 번째 수호자(5) 22.04.03 183 4 14쪽
20 2장 첫 번째 수호자(4) 22.04.02 193 5 12쪽
19 2장 첫 번째 수호자(3) 22.04.01 196 6 13쪽
18 2장 첫 번째 수호자(2) 22.03.31 215 6 12쪽
17 2장 첫 번째 수호자(1) 22.03.30 219 4 12쪽
16 1장 좋은 이야기(15) 22.03.29 222 4 13쪽
15 1장 좋은 이야기(14) 22.03.28 220 6 12쪽
14 1장 좋은 이야기(13) 22.03.27 232 5 12쪽
13 1장 좋은 이야기(12) +1 22.03.27 251 6 12쪽
» 1장 좋은 이야기(11) 22.03.26 324 5 13쪽
11 1장 좋은 이야기(10) 22.03.25 288 6 14쪽
10 1장 좋은 이야기(9) 22.03.24 300 6 12쪽
9 1장 좋은 이야기(8) 22.03.23 342 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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