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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시계 님의 서재입니다.

비정규직 신전 기사가 위대해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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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금빛시계
작품등록일 :
2022.03.18 19:48
최근연재일 :
2023.06.19 22:00
연재수 :
12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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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72
추천수 :
478
글자수 :
691,236

작성
22.03.28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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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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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자
12쪽

1장 좋은 이야기(14)

DUMMY

신전 기사들은 도달하기에 멀고 단검은 너무나도 가까웠던 그 순간.


그 누구도 아레타가 무사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복수하는 게 다라는 생각만이 모두의 머릿속을 지배했다. 그런데 리발이 단검을 내리치는 순간 울린 소리는 이곳에 있는 모두의 생각을 부정했다. 그리고 이 모두에는 당연히 아레타도 포함되어 있었다.


‘어, 어떻게 된 거지?’


지금 당장이라도 머리에 박힐 거 같은 단검이 머리에서 아주 조금 떨어진 위치에서 더 들어오지 못하고 멈추어 있었다. 혹시나 리발이 성질 나쁘게 구는 건 아닌가 싶어서 슬쩍 살폈지만 놀란 표정과 힘줄이 선명히 드러난 걸 보아하니 그건 아닌 모양이었다.


따앙! 따캉!


그리고 이곳에 있는 모두에게 현실을 자각시켜주겠다는 듯이 연이어서 단검이 단단한 무언가에 부딪히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물론 소리를 낸 주체인 리발은 그런 의도가 아니라 어떻게든 아레타의 머리에 단검을 박아 주겠다는 일념으로 한 일이었지만 결과는 이것이 현실임을 드러낼 따름이었다.


“제길, 이게 대체 뭐야!”


텅!


예상치 못한 상황에 리발은 분풀이하듯 단검 자루로 아레타를 내리찍었다. 그러나 여전히 소리가 울리기만 할 뿐, 그에게 위해를 가할 수가 없었다. 결국 그걸 마지막으로 리발은 두 걸음 정도 물러나며 아레타를 살폈다.


허나 당사자도 어찌 된 영문인지 알지 못하는 일을 겉에서 관찰한다고 알기란 어려운 법이었고, 결국 리발은 뭔가를 알아내기도 전에 본인 걱정부터 해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퍼-억


“크억!”

“그때, 이적이 일어났노라. 정말 그 말 그대로군그래.”

“엇차, 그대로 움직이지 말라고. 모가지가 떨어지는 게 개의치 않다면 마음대로 하고.”


어느새 도착한 신전 기사 둘은 마치 사전에 준비한 것처럼 깔끔한 움직임으로 리발을 제압했다. 한 사람은 발로 차서 몸을 땅에 눕히게 만들고 다른 한 사람은 검을 목덜미에 바짝 들이대는 모습은 실로 제압의 표본이라고 칭할 법한 매끄러움이 있었다.


“아레타 형제, 괜찮나?”

“괘, 괜찮습니다.”


이어서 도착한 가르섹은 걱정하는 말과 함께 아레타에게 손을 내밀었다. 아직 현실감이 없는 탓인지 아레타는 여전히 얼떨떨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그가 내민 손을 맞잡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헌데 이건 대체......”


자리에서 일어난 아레타는 믿기 힘들다는 표정으로 양손으로 머리를 매만졌다. 그 모습을 보던 가르섹은 이해한다는 표정으로 웃으며 입을 열었다.


“아마도 자네가 옮기는 물건이 도와준 거 같군.”

“예?”


가르섹의 말에 아레타는 저도 모르게 가슴팍에 손을 얹었다. 그리고는 손을 슬쩍 떼며 옷을 당겨서 품 안쪽을 살피자 물건이 담긴 상자와 상자 틈으로 은은한 빛이 새어 나오고 있는 게 보였다.


“저, 정말인 겁니까?”

“아까 다른 친구도 말하지 않았나. 그때, 이적이 일어났노라. 생각 이상으로 귀중한 물건이라 놀랍기는 하지만 반대로 이해가 되었어. 가호가 담긴 물건이라니, 확실히 메리멀 신관장님이 가지고 계실 법한 귀중품이군.”

“......정말 그렇군요.”


생각지도 못한 물건의 정체와 체험에 아레타는 묘한 표정을 지었다. 이런저런 생각이 한 번에 든 모양이었다. 그걸 본 가르섹은 아레타의 어깨를 치며 몸을 돌렸다.


“이제 뒷정리만 남았으니 편히 쉬게. 남은 일은 우리가......전원 경계 태세!”


가르섹이 갑자기 외치자 신전 기사들은 일제히 몸을 움직였다. 다만 움직였다고는 해도 리발의 제압을 위해 검을 목에 댄 자와 아레타를 제외한 이들이었기에 숫자는 가르섹을 포함해서 네 명, 그것도 사방을 주시하는 형태의 경계 태세 정도 수준이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도 위협이 다가오는 걸 알기에는 부족함이 없었고, 그들은 곧 그들을 향해 달려오는 기마 하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젠장, 저건 또 뭐야?”

“아직도 말을 탈 놈이 있었어?”

“그것보다 누가 석궁 좀 장전해!”

“그럴 시간 없다! 대 기마 전술!”


당황하며 서로 말을 나누던 신전 기사들을 진정시킨 건 가르섹의 호령이었다. 그의 말에 그들은 입을 다물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대 기마 전술이라고 했지만 대단한 건 아니었다. 그저 달려오는 기마를 사방으로 피하며 말 위에 있는 이를 향해 검을 휘둘러 그 하반신을 노리는, 단순하며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의 전투 방식이었다.


‘돌겠네.’


신전 기사들의 자세는 단순한 방식인 만큼 의도가 쉽게 읽혔다. 그렇기에 지금 그들을 향해 달려오는 이, 렉스 역시 그걸 쉬이 깨달을 수 있었다. 보통은 여기서 한번 우회하며 틈을 노리거나 장병, 즉 활과 같은 원거리 무기를 써서 차츰차츰 공략하는 게 정석이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렉스는 그 방법을 쓸 수 없었다. 우회하기에는 당장이라도 리발의 목이 날아갈 거 같았고, 원거리 무기는 지금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렇기에 렉스가 선택한 방법은 제3의 방법이었다.


‘에이씨, 죽지도 않는 사람을 구하겠다고 달려드는 난 도대체 어떤 병신인 거야?’

“에라, 이거나 받아라!”


치익


어느 정도 자책이 담긴 말과 함께 말에 걸어둔 기다린 막대를 안장에 긁었다. 안장의 마찰력으로 불이 붙은 막대를 쥔 렉스는 입술을 질끈 깨물며 막대를 신전 기사들에게 던졌다.


치이익


“뭐, 뭐야?”


서걱

퍼퍼펑


“으앗!?”

“이런 젠장!”

“다들 눈을 돌려! 아니, 팔로 눈과 급소를 보호해!”


날아든 막대에 신전 기사 하나가 무심코 막대를 베었다. 그 순간 막대는 폭발하는 소리와 함께 사방에 작은 불꽃을 마구 퍼트렸다. 지근거리에서 폭죽 다발이 터진 거 같은 상황에 신전 기사들은 당황하며 어쩔 줄 몰라 했다.


그런 가운데 가르섹은 그들에게 눈을 돌리라고 하려다가 그럴 상황이 아님을 깨닫고 차선을 지시했다. 아니, 그걸 차선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한 감이 좀 많은 지시였지만 어쨌건 아예 아무것도 말하지 않은 것보다는 좋았다.


그 증거로 기사들은 어느 정도 방향성을 가진 움직임을 보이면서 유기적인 경계 태세를 유지하는 데 성공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다만 아쉬운 점을 하나 들자면 그건 렉스에게 있어서 어찌 되어도 상관없는 일이었다는 점이었다. 그의 목표는 처음부터 그들에게 혼란을 주고 잠시 묶어두는 것뿐이었으니 말이다.


“으랴앗!”


렉스의 괴성에 불꽃으로 인해 눈이 살짝 상한 기사들은 저도 모르게 보지도 않고 한 걸음씩 안전한 방향으로 물러났다. 본래 달려오는 말을 피하고 거기에 올라탄 렉스를 공격하기 위한 포진이었기에 사이에 있던 틈은 이로 인해 말 하나가 지나가도 문제가 없을 만큼 넓어졌다. 원하던 상황이 만들어지자 렉스는 달리는 말에 더 박차를 가했다.


“달려라! 너의 한계까지!”


히이잉


렉스의 재촉에 그가 탄 말은 마치 십년 이상 보낸 지기마냥 응해서 속력을 올리기 시작했다. 그대로 신전 기사들을 지나친 렉스는 점점 다가오는 목표를 보며 소리 질렀다.


“리발 형님!”

“이봐, 난 이만 가봐야겠어.”


렉스의 부름에 리발은 씩 웃더니 자신의 목에 칼을 대고 있는 신전 기사에게 말을 건넸다. 그에 신전 기사는 불쾌하다는 표정을 짓더니 바로 대답해주었다.


“간다고? 얼마든지!”


푸슛


“끄륵......”

“목이 잘리고도 갈 수 있다면 말이지.”


리발을 제압하는 것과 렉스를 상대하는 일에 아직 주변에 있는 아레타를 돕는 일까지 그가 해야 할 일은 많았다. 보통 사람이라면 여기서 조금이라도 고민하는 게 정상일 터였다. 하지만 다년간 교육받고 경험을 쌓은 이였던 신전 기사는 조금도 고민하지 않고 가장 우선해야 할 것을 골랐다. 바로 아레타의 보조였다.


“아레타 형제, 여기선 물러난다!”

“알겠습니다!”


그의 말에 아레타 역시 군말하지 않고 몸을 뒤로 빼며 경계했다. 가호가 있다고는 하지만 어떤 것인지 정확히는 몰랐다. 언제 사라질지도 몰랐다. 그런 것이 가호라는 것이었기에 아레타는 무리를 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는 렉스에게 있어서 더할 나위 없는 기회가 되었다.


“아직 멀쩡한 거 아니까 어서 내 손 잡아요!”

“끅, 니, 가 목을, 잘려, 봐라.”


렉스의 호통 같은 부름에 놀랍게도 신전 기사에게 목이 베였던 리발이 일어났다. 온전히 동강이라는 표현에 맞게 벤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목이 덜렁거린다는 표현에는 어울리게 베어냈다. 목을 절반 넘게 날붙이에 당하고도 멀쩡한 인간은 없을 테니 가장 적은 수고를 들이면서 가장 확실하게 죽이는 수라고 할 수 있건만, 리발은 그런 걸 다 부정하듯 움직였다.


그에 이미 몇 걸음이라는 표현으로는 재기 어려운 거리를 떨어진 신전 기사와 아레타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두 사람이 놀라건 말건 리발은 그대로 한 손은 잘린 목이 더 벌어지지 않게 부여잡고 다른 한 손으로 다가오는 렉스의 내민 손을 맞잡아 그대로 말에 탑승, 그대로 말을 달려서 멀어지기 시작했다.


“......도망갔네요.”

“......허, 그러게 말입니다.”


그 모습을 멀뚱히 바라보던 아레타와 신전 기사는 그렇게 각각 감상을 입에 담은 후 그대로 멍하니 바라보기만 했다.


멍하니 바라보던 그들이 정신을 차린 것은 폭죽 같은 것에서 간신히 회복한 이들이 그들에게 다가온 다음이었다.


“다들 무사한가?”

“상처라는 의미하면 그렇지 않지만, 사지 멀쩡하게 살아있냐는 의미면 그렇습니다.”

“그거 다행이군. 그럼 뒷정리를 시작하지. 너희 둘은 마차를 확인하고, 다른 사람들은 나와 같이 이곳을 정리하도록 하자.”



***



아레타와 다른 신전 기사의 상태를 가볍게 확인한 가르섹은 그렇게 말한 후 솔선해서 먼저 움직였다. 그가 지목한 두 사람은 바로 마차로 향했고, 다른 이들은 가르섹을 따라 움직였다. 쓰러져 있는 이들 가운데 가장 가까운 이에게 다가간 가르섹은 그를 살피기 위해 몸을 숙이다가 문득 주변을 한번 둘러보았다. 사람에 말에 이것저것 널려있는 모습이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모습이었다.


‘아니, 이 정도면 이미 소규모 전쟁인가.’


국지전도 전쟁이라면 전쟁이었고, 국지전이라면 이러한 규모로 붙는 것도 드문 일은 아니었다. 그렇기에 가르섹은 자신의 감상이 사실에 부합한다는 점에 기뻐해야 할지, 아니면 그런 일을 겪은 것에 안타까워해야 할지 잠시 고민했다. 하지만 이내에 그런 고민을 해봤자 쓸데없다 여기고는 다른 이들을 보며 말했다.


“일단 죽은 놈들은 그대로 두고 살아있는 놈들만 모아. 말들은 그냥 두고.”


방침이 내려지자 다들 신속하게 움직였다. 먼저 살아남은 이들을 모아서 한쪽에 끌어다 놓고 하나하나 포박했다.


“끄으윽......”

“이거 일단 살아는 있다? 대충 그 수준인데 데리고 가야 하나?”

“죽은 놈이야 제 업보다 치지만 이런 걸 두고 가면 두고두고 뒷맛이 영 좋지 못할걸.”

“하긴.”

“이봐, 여기 손 좀 빌려줘! 이놈, 아직 살아는 있는데 말에 깔려서 못 빼겠어!”

“저희가 도와드리겠습니다!”

“아, 고맙습니다.”


자르달 무리 가운데 살아남은 이들을 모으는 작업은 금세 속도가 붙었다. 마차에 있던 일반 성도들이 그들을 도운 덕이었다. 이윽고 생존자의 처리가 끝나자 가르섹은 시신과 말들을 보며 고민했다.


‘이거 같이 묻어야 하나?’

“가르섹 형제, 누군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응? 어디서?”


고민하는 가르섹의 귀에 펠사 기사 중 하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에 가르섹은 고개를 돌려서 그가 말한 다가오는 이를 찾았다. 말을 건넨 이가 가리킨 방향을 보니 과연 그가 말한 것처럼 누군가, 아니 어떤 무리가 다가오는 게 보였다. 순간 또 다른 날파리인가 싶어서 눈살을 찌푸렸던 가르섹은 문득 그들이 든 깃발을 보았다.


‘깃발? 그러면 적어도 뜨내기는 아니라는 건데?’


깃발은 자신들이 어떤 자들인지 나타내기 위한 용도로 쓰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깃발을 들었다는 말은 적어도 유명하고 떳떳한 집단인 경우가 많았다. 그렇기에 가르섹은 긴장을 살짝 떨어뜨리며 깃발을 자세히 살폈다.


‘저 깃발은 분명......’

“저 친구들이 여기까지 어쩐 일이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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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3장 노병의 찬가(10) 22.04.19 88 3 14쪽
36 3장 노병의 찬가(9) 22.04.18 88 3 12쪽
35 3장 노병의 찬가(8) +1 22.04.17 88 4 13쪽
34 3장 노병의 찬가(7) 22.04.16 87 3 14쪽
33 3장 노병의 찬가(6) 22.04.15 95 3 11쪽
32 3장 노병의 찬가(5) 22.04.14 95 3 12쪽
31 3장 노병의 찬가(4) 22.04.13 92 3 12쪽
30 3장 노병의 찬가(3) 22.04.12 107 3 12쪽
29 3장 노병의 찬가(2) 22.04.11 109 4 12쪽
28 3장 노병의 찬가(1) 22.04.10 131 4 12쪽
27 막간 22.04.09 145 5 12쪽
26 2장 첫 번째 수호자(10) 22.04.08 153 5 13쪽
25 2장 첫 번째 수호자(9) +1 22.04.07 151 4 13쪽
24 2장 첫 번째 수호자(8) 22.04.06 156 5 11쪽
23 2장 첫 번째 수호자(7) 22.04.05 155 5 12쪽
22 2장 첫 번째 수호자(6) 22.04.04 165 5 15쪽
21 2장 첫 번째 수호자(5) 22.04.03 183 4 14쪽
20 2장 첫 번째 수호자(4) 22.04.02 192 5 12쪽
19 2장 첫 번째 수호자(3) 22.04.01 195 6 13쪽
18 2장 첫 번째 수호자(2) 22.03.31 215 6 12쪽
17 2장 첫 번째 수호자(1) 22.03.30 218 4 12쪽
16 1장 좋은 이야기(15) 22.03.29 222 4 13쪽
» 1장 좋은 이야기(14) 22.03.28 220 6 12쪽
14 1장 좋은 이야기(13) 22.03.27 231 5 12쪽
13 1장 좋은 이야기(12) +1 22.03.27 250 6 12쪽
12 1장 좋은 이야기(11) 22.03.26 323 5 13쪽
11 1장 좋은 이야기(10) 22.03.25 287 6 14쪽
10 1장 좋은 이야기(9) 22.03.24 299 6 12쪽
9 1장 좋은 이야기(8) 22.03.23 342 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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