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신전 기사가 위대해지는 법

0장 여정의 시작

“좋은 아침입니다, 아레타 경.”

“......좋은 아침입니다.”

메리멀 신관장에게 부름을 받아 온 장소는 그간 익숙해졌다고 여겼던 신전이 낯설게 느껴질 정도로 이질감이 드는 방이었다.

그렇다고 무슨 사교의 사이함이나 이단의 비틀림이 느껴지는 장소는 아니었다. 오히려 이곳이 신전의 정수라고 주장하듯 순수함이 느껴졌다.

하지만 너무 맑은 물에는 고기가 살지 못한다는 속언처럼 이런 비정상적인 순수는 아레타를 위축되게 했다.

“부르신 용건이 무엇이신지요.”

이런 곳에서는 오래 있는 것보다 얼른 마치고 나가는 게 좋겠다. 그리 생각하며 아레타는 바로 본론을 꺼냈다.

그에 메리멀 신관장 특유의 푸근한 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그러나 메리멀은 몇 없는 여성 신관장으로 이례적으로 50이 되기 전에 지금 자리에 앉은 이다.

이 푸근한 웃음을 이런 장소에서 보니 어딘가 뒤가 있어 보이는 기분이 들었다.

“그저 몇 가지 여쭙고 싶을 뿐입니다.”

“그, 그렇습니까?”

무엇을 물으려고 하는지는 잘 모르나 이런 곳에 굳이 불러내었다는 것만으로도 이유 없는 압박감이 느껴졌다.

이 압박감은 이어서 덧붙인 메리멀 신관장의 말에 더욱 강해졌다.

“매우 중요한 질문이자 과정이 될 겁니다. 부디 진중하게, 잘 생각해서 대답해주시길.”

“아, 알겠습니다.”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킨 아레타는 다음 말을 기다리며 긴장했다. 허나 그 긴장이 무색하게도 첫 질문은 참으로 맥 빠지는 일이었다.

“소속 기사단이 어디시죠?”

“예? 아, 예. 로앙 기사단입니다.”

“출신 마을은요?”

“베, 베레스 마을입니다.”

“그러면......”

이후로도 질문이 몇몇 더해졌으나 다 하나같이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에 별거 없게 느껴지는 것들뿐이었다.

긴장한 것에 비해서 별거 아닌 질문들에 대답하고 있다 보니 문득 아레타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란 놈, 창대하게 시작해서 미약하게 변했구나.’

씁쓸함이 절로 입가를 감돌았으나 그걸 겉으로 드러내진 않았다.

좋게도 나쁘게도 그도 처세라는 걸 익힌 셈이니 그 정도는 어렵지 않았다.

수행 시절 자신이 지금의 모습을 보면 어떨지 참 안타까웠으나, 이미 이렇게 된 걸 어쩌겠는가.

다른 이들이 제각각 자리를 잡으며 날아갈 때 그는 지금 이런 이상한 질문에나 대답하는 비정규직 신전 기사, 까놓고 말해서 신전 경비병보다 조금 나은 신세다.

아니, 어쩌면 이제 이곳을 떠날 시기가 가까워져 오고 있으니 더 나쁠지도 모른다.

“질문은 이것으로 끝입니다. 그러면 살펴 가시길.”

“......예, 알겠습니다.”

예의를 갖춰 고개 숙여 인사한 후 아레타는 바깥으로 나왔다. 본래라면 이대로 신전 주변 경비를 돌아야 하나 오늘은 영 내키지 않았다.

“하아.”

그러나 기분에 따라서 책무를 내팽개친다는 건 역시 거리낌이 있었다. 아직 거기까지 떨어졌다 여기지 않았고, 그렇게 되고 싶지도 않았다.

“후우.”

답답함을 짧은 한숨으로 토로한 아레타는 찬찬히 걸음을 옮겼다.

이 면담으로 인해 장대한 여정이 시작되며, 그로 인해 그의 인생이 크게 바뀐다는 것도 모른 채.

[흑돌이]

잘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