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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시계 님의 서재입니다.

비정규직 신전 기사가 위대해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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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금빛시계
작품등록일 :
2022.03.18 19:48
최근연재일 :
2023.06.19 22:00
연재수 :
127 회
조회수 :
16,578
추천수 :
478
글자수 :
691,236

작성
22.04.05 19:05
조회
155
추천
5
글자
12쪽

2장 첫 번째 수호자(7)

DUMMY

2장 첫 번째 수호자(7)


“끼긱!”

“묶어!”


처음보다 강해져서 제멋대로 날뛰던 원숭이 하나가 두 기사단장, 칼롱과 아톨리우스에게 억눌려서 버둥거렸다. 그러나 두 사람의 억누름에서 벗어날 방도가 없었던 원숭이는 곧 다른 기사들에게 포박당하고 말았다.


“끼기긱!”

“아우, 시끄럽네.”

“닥치고, 저기에 들어가 있어라!”


팔과 다리를 묶고 추가로 한 번 더 묶어서 어지간하면 포박이 풀릴 수 없게 한 기사들은 곧장 원숭이를 번쩍 들어서 장식을 뜯고 조립해서 만든 급조 우리에 던져넣었다.


“이걸로 몇이지?”

“여덞입니다.”

“제길, 갈 길이 너무 멀어.”


단원의 보고에 칼롱은 한탄하며 방금 집어 넣은 원숭이를 보았다. 여전히 날뛰고 있었지만 나올 길은 요원했다.


“남은 것이 문제인 건 그게 다가 아니야. 줄도 우리도 부족하다.”

“......그렇지.”


아톨리우스의 지적에 칼롱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내려오는 길에 쓸만한 비품을 찾아서 쓴 건 좋았다. 허나 미리 이런 사태를 예견하고 준비한 게 아니라, 그저 그렇게 쓸 수 있는 대체품을 찾고 만들어서 쓰고 있을 뿐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당연하게도 그 숫자가 턱없이 부족했다. 그나마 넉넉한 편이던 포승도 놈들이 하도 날뛰고 덩치가 제각각이다 보니 금방 부족해졌다.


“아아, 일단 한다! 일단 하고 고민한다! 7할, 아니 절반이라도 줄어들면 나머지는 몸으로 때울 수 있어!”

“어리석게 들리지만 그게 가장 현명한 대처라는 게 참. 음?”


창을 어깨에 걸치며 고개를 저은 아톨리우스는 갑자기 무엇을 보았는지 고개를 들고 천장을 바라보았다.


“왜 그래?”

“......남는 인력, 있나?”

“없는 거 뻔히 알잖아?”

“그렇지.”

‘잘못 보았나?’


아무리 둘러보아도 조금 전에 본 것은 그냥 넘길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이미 사라진 존재를 다시 찾아보아도 보이지 않았기에 개인적인 감만으로 부족한 인력을 쪼개자고 하기 힘들었다.


“가자!”

“아아.”


고민하던 아톨리우스는 찜찜하긴 했으나 당장 더 급한 일이 있으니 어쩔 수 없다 여기며 걸음을 서둘렀다.



***



“감이 좋군. 신전 기사들은 저런 놈들이 많아서 귀찮단 말이야.”


일렁이는 검은 연기 너머로 칼롱과 아톨리우스가 이끄는 제압반을 지켜보던 팔레삭은 툴툴거리며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마수들을 강화한 후 곧장 위장 연기를 둘렀기에 알아채는 사람이 없어야 정상이건만, 신전 기사라는 것들은 대체 어떻게 되먹은 것들인지 종종 자신이 있는 것을 바라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방금 본 창 든 기사만 그랬다면 그냥 우연이라 치부하며 넘기겠지만 그자만 그런 것도 아니었으니 참 곤란한 놈들이 아닐 수 없었다.


“다른 의미로 곤란한 놈도 있었군.”


못마땅한 얼굴로 고개를 돌리며 다른 곳을 둘러보던 팔레삭의 눈에 한 신전기사가 싸우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철봉을 들고 호랑이 마수와 대적하는 모습은 마치 신화에 나오는 영웅의 모습이 연상되었다.


“고작 한 놈이 뭐 저렇게 잘 싸워?”


철봉을 든 이를 본 것은 지금이 처음이나 가만히 그 모습을 지켜보던 팔레삭은 이상한 걸 눈치챘다. 마수를 처음 상대하는 이답지 않게 상처가 매우 적었던 것이다.


팔뚝에서 피를 흘리고 있기는 했으나 고작 혼자서 상대하며 그런 상처는 상처 축에도 들지 못한다.


가장 의문인 점은 분명 저만한 실력이면 쓰러뜨리며 방심하다가 크게 당하는 게 보통이다. 그러나 아무리 보아도 팔에 난 상처를 포함해서 그런 상처는 보이지 않았다.


운이 어지간히 좋았던가, 그도 아니면......


“......어디서 불사자라도 상대해본 놈인가? 그럴 리가 없는데.”


잠시 주목하며 고민하던 팔레삭은 곧 머리를 흔들었다. 정말로 그렇건 아니건 중요한 일은 아니다. 지금 중요한 것은 이곳에서 그가 벌이는 교란책이 잘 먹히고 있다는 점이고, 그로 인해 퀜달렌이 목적을 수월하게 이룰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슬슬 도착하셨겠군.”



***



“누, 누구, 크헉!”

“저런, 많이 아프겠군.”


이끌던 이들 가운데 한 사람이 손을 내밀자 눈앞에 있던 신전 기사가 그대로 벽으로 날려졌다. 그 모습을 보며 퀜달렌은 진심으로 안타깝다는 듯 중얼거렸으나 눈에는 웃음이 깃든 것이 진심이 아님을 드러내고 있었다.


“억!”

“정리가 끝났습니다.”


동료가 당하는 것을 보고 급히 무기를 꺼내 들던 다른 신전 기사 역시 또 다른 추종자의 손에 가볍게 쓰러졌다.


“둘, 고작 둘인가.”


퀜달렌은 주변을 돌아보며 복잡한 감정을 담아 중얼거렸다. 아무리 성일이고, 대신전에서 소동을 일으켰다고 하지만 입구를 지키는 이들이 고작 둘이라니. 마치 자신들이 얼마나 오랫동안 숨어있었고, 그만큼 잊혀진 존재였다고 알려주는 거 같아서 씁쓸했다.


“들어가지.”


그러나 개인적 감상보다는 실질적인 이득이, 목표로 하는 숭고한 이상이 먼저라 여긴 퀜달렌은 씁쓸함을 지우고 안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



“제길, 조용해도 너무 조용한 거 아니냐. 성일에 여기가 이렇게 조용한 줄 처음 알았네.”

“그러게 말입니다. 그러고 보니 성일이면 자비 좀 베풀어서 편하게 해주면 안 되는 걸까요.”


찰그락


손에 채워진 수갑을 움직이며 너스레를 떠는 부하의 말에 자르달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성일, 성일이라.”


별로 의미를 둔 적도 없는 날이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어쩌다가 한 달 치를 벌어도 사흘에 탕진하던 인생이다. 그런 이들에게 성일에 대한 소망이나 감상이 있긴 힘들었다.


“언제 갈 거 같습니까.”

“길어야 한 달이겠지.”


같이 수감된 부하의 물음에 자르달은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이곳에, 그러니까 대신전 직속 수감소에 잡힌 이상 형벌은 이미 정해져 있다.


“아비톨람 같은데는 진짜 싫은데.”

“포기해라.”


아비톨람.


그 말에 자르달도 한순간 우울해지며 짜증이 샘솟았지만 이내에 부질없다 느끼며 고개를 숙였다. 결정된 일이고, 그들이 여기서 나가는 건 오직 그곳으로 이송될 때뿐이다.


“신전 기사들에게 검을 들이밀었으니 아비톨람 행은 이미 확정이야.”

“형님, 좀 희망적인 이야기를 하면 안 됩니까?”


자르달의 말에 말 상대가 되었던 부하가 투덜거리며 딴지를 걸었다. 보통이라면 거기에 응해주겠으나, 그래도 되는 일이 있고 그래선 안 되는 일이 있는 법이다.


“희망? 희망적인 이야기? 대체 무슨 이야기? 우리가 멀쩡히 나갈 수 있을 거라는 고? 아니면 조합에서 손을 빌려줄지도 모른다? 그도 아니면 당장 여기가 무너져서 우리가 남몰래 도망칠 수 있을 거다?”


말을 쏟아낸 자르달은 연민을 담아서 부하를 보며 말을 덧붙였다.


“부질없다. 될 일이 있고 안 될 일이 있는 법이야.”

“......하아. 압니다. 저도 안다고요. 사실 다들 알 겁니다.”


부하는 그렇게 말하며 창살 너머 다른 감옥들을 바라보았다. 창살에 들러붙어있거나 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확실히 이곳을 향해 귀를 기울이는 이들이 있는 게 보였다.


“그래도 사람이라는 게 그렇지 않습니까.”

“그렇긴 개뿔. 난 기적 따위 안 믿......”


콰앙!


“뭐야!?”

“무, 문이 날아왔는데요?”

“그건 나도 알아!”


이곳에 수감되며 보았던 그 두꺼운 철문이 종이처럼 구겨져서 날아가는 비현실적인 광경에 얼빠진 부하는 바보 같은 말을 입에 담았고,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말에 발끈한 자르달은 면박을 주고 그대로 창살 사이로 얼굴을 내밀어 바깥을 보려고 했다.


허나 그게 쉬우면 감옥으로서 가치가 없다고 주장하듯 고작해야 코가 나가는 게 전부였다.


“제길, 대체 무슨 일이야?”

“호오, 제법 팔팔한 친구들이 있군.”


인자함이 느껴지는 목소리나 자르달은 그 목소리에서 본능적으로 거부감을 느끼며 창살에서 물러났다.


‘위험해.’


위험한 의뢰를 제시하는 놈들은 보통 저런 목소리, 저런 분위기로 다가온다는 걸 경험으로 알고 있던 자르달은 곧장 경계심 가득한 시선으로 살피며 물었다.


“누구시오?”

“나 말인가? 글쎄, 이름도 좋지만 이런 소개가 더 마음에 들 거 같은데.”


어느새 창살 너머로 모습을 드러낸 이, 퀜달렌은 인자하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자네들에게 좋은 기회를 줄 사람이네.”


그가 웃는 모습을 보는 순간, 자르달은 조금 전에 자신이 입에 담았던 말이 떠올랐다.


기적은 없다. 그런 거, 그는 믿지 않는다.


분명 이 생각은 변함없으나, 한 가지 추가해야 될 거 같았다.


기적은 몰라도 유혹은 확실하게 있었다.



***




“프레이뮬.”

“음냐, 음냐. 으응?”


대신관장 못지않게 나이 든 신관은 그를 부르는 소리에 꾸벅꾸벅 졸다가 깨어서 안경을 고쳐 썼다.


“허? 공사다망하신 대신관장께서 이런 곰팡내나는 곳에는 어쩐 일이신가? 으그극.”


자리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한껏 편 프레이뮬은 어지간히 몸이 굳었는지 온몸으로 기괴한 소리를 냈다.


“고대 기록 관리실? 이런 곳에 뭐가 있다는 겁니까?”

“허어, 찔찔이 클레하스가 아니냐. 너 같은 새파란 애송이가 이런 곳에 올 정도로 컸어?”

“커험. 프레이뮬 신관님, 이래뵈도 이제는 신관장입니.....어라?”


오래전 이야기를 입에 담은 프레이뮬의 말에 클레하스는 얼굴을 붉히며 입을 열다가 이상한 걸 깨달았다.


‘이분, 언제부터 신관이었더라?’


신관장의 직책이야 원하지 않는 이도 종종 있어서 나이 먹고는 그저 일반 신관으로 물러나는 이들도 있다. 헌데 이곳, 대신전에서 가장 한적하고 일없는 장소인 고대 기록 관리실에 프레이뮬 신관이 정확히 언제부터 있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가 신관장은커녕 신관 직함을 달기도 전에, 철이 들어 사물을 분간하기도 전에 프레이뮬 신관은 이곳에 있었다.


어떻게 아는가 하면, 그가 어린 시절 그를 돌보던 이들 가운데 하나였으며 지금에 와서 클레하스가 신관장이 된 후에는 기록으로 매년 담당자에 이름을 올리고 있었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뭘 그리 바보 같은 표정을 짓고 있어?”

“어, 그러니까, 아니, 저......”


프레이뮬의 물음에 클레하스는 순간 머릿속이 헝클어지고 복잡해지는 걸 느끼며 입을 열었다. 허나 엉망진창인 머릿속을 반영하듯 입에서는 제대로 된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런 클레하스를 가만히 바라보던 프레이뮬은 흥미 없다는 듯 시선을 거두고 대신관장을 보았다.


“그래, 진지하게 묻지. 왜 왔나? 이런 혹덩이들하고 같이 올 장소는 아니라 생각했는데.”

“첫 번째 방을 열어주게.”

“첫 번째 방을?”


대신관장의 말에 프레이뮬은 놀란 얼굴로 다른 이들을 살폈다. 그러다가 무엇이 못마땅한지 고개를 저었다.


“그럴 만한 놈이 보이진 않는데.”

“누군지는 나도 모르오. 허나 선택되었다는 건 알지.”


대신관장은 그렇게 말하더니 성표들을 올려둔 판을 받아서 내밀었다. 이제 덜컥거리진 않았으나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요구하듯 점멸하는 성표를 본 프레이뮬은 놀란 얼굴이 되었다.


“허, 내가 살아있을 때 한 번 더 이 모습을 보게 될 줄은 생각도 못 했는데.”


감탄과 놀라움 그리고 안타까움이 섞인 말투로 그리 말한 프레이뮬은 곧 조심스럽게 성표를 양손으로 들어 올리며 몸을 돌렸다.


“따라오게. 첫 번째 방을 열도록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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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3장 노병의 찬가(11) 22.04.20 89 3 13쪽
37 3장 노병의 찬가(10) 22.04.19 88 3 14쪽
36 3장 노병의 찬가(9) 22.04.18 88 3 12쪽
35 3장 노병의 찬가(8) +1 22.04.17 88 4 13쪽
34 3장 노병의 찬가(7) 22.04.16 87 3 14쪽
33 3장 노병의 찬가(6) 22.04.15 95 3 11쪽
32 3장 노병의 찬가(5) 22.04.14 96 3 12쪽
31 3장 노병의 찬가(4) 22.04.13 93 3 12쪽
30 3장 노병의 찬가(3) 22.04.12 107 3 12쪽
29 3장 노병의 찬가(2) 22.04.11 109 4 12쪽
28 3장 노병의 찬가(1) 22.04.10 131 4 12쪽
27 막간 22.04.09 145 5 12쪽
26 2장 첫 번째 수호자(10) 22.04.08 153 5 13쪽
25 2장 첫 번째 수호자(9) +1 22.04.07 151 4 13쪽
24 2장 첫 번째 수호자(8) 22.04.06 157 5 11쪽
» 2장 첫 번째 수호자(7) 22.04.05 156 5 12쪽
22 2장 첫 번째 수호자(6) 22.04.04 165 5 15쪽
21 2장 첫 번째 수호자(5) 22.04.03 183 4 14쪽
20 2장 첫 번째 수호자(4) 22.04.02 193 5 12쪽
19 2장 첫 번째 수호자(3) 22.04.01 195 6 13쪽
18 2장 첫 번째 수호자(2) 22.03.31 215 6 12쪽
17 2장 첫 번째 수호자(1) 22.03.30 219 4 12쪽
16 1장 좋은 이야기(15) 22.03.29 222 4 13쪽
15 1장 좋은 이야기(14) 22.03.28 220 6 12쪽
14 1장 좋은 이야기(13) 22.03.27 231 5 12쪽
13 1장 좋은 이야기(12) +1 22.03.27 250 6 12쪽
12 1장 좋은 이야기(11) 22.03.26 323 5 13쪽
11 1장 좋은 이야기(10) 22.03.25 287 6 14쪽
10 1장 좋은 이야기(9) 22.03.24 299 6 12쪽
9 1장 좋은 이야기(8) 22.03.23 342 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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