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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시계 님의 서재입니다.

비정규직 신전 기사가 위대해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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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금빛시계
작품등록일 :
2022.03.18 19:48
최근연재일 :
2023.06.19 22:00
연재수 :
127 회
조회수 :
16,570
추천수 :
478
글자수 :
691,236

작성
22.04.11 19:05
조회
108
추천
4
글자
12쪽

3장 노병의 찬가(2)

DUMMY

“황금빛 평원에 가운데 있는 황량한 분지 그리고 엄숙한 무덤이라......마하난 평원이군.”


아레타의 설명을 가만히 듣던 대신관장은 곰곰이 생각하다가 설명에 맞는 곳을 떠올렸다. 반면 지명이 귀에 익지 않았던 아레타는 얼굴이 의아함이라는 글자로 가득 채우며 물었다.


“마하난 평원? 거기가 어딥니까?”

“지금은 농업으로 유명하나 예전에는 그저 황야였던 곳이오. 그리고 저번 성전이 마지막으로 벌어졌던 곳이기도 하지. 헌데 그곳을 보았다라.”

“그 검댕이가 들은 걸 훔쳐 가고도 모자라서 아직 할 짓거리가 더 있단 말이지? 예전부터 그런 건 참 부지런히 구는 놈들이란 말이야.”


고심하는 대신관장을 대신하듯 프레이뮬 신관이 불평을 입에 담았다. 그 말에 아레타는 지을 표정이나 낼 말을 찾지 못하고 애매한 얼굴이 되었다.


“그래도 좋은 일도 하나 있으니 다행인가.”

“그렇군.”


좋은 일이라는 말에 대신관장은 그제야 깨달았다는 듯이 은은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의 대화에 따라가지 못한 아레타는 자못 궁금한 눈치였으나 수호자가 되었다고는 하나 얼마 전까지 일개 신전 기사였던 그로서는 어쩐지 끼어들기 힘든 느낌이었다.


다행이도 이곳에는 아레타말고도 그들의 말에 궁금증을 느끼며 끼어들 이가 있었다.


“좋은 일이라니, 두 분만 알지 말고 우리도 좀 가르쳐주시죠.”

“응? 아.”


아레타와 비슷하게 의문을 품은 이, 클레하스 신관장의 말에 프레이뮬은 그제야 자신들만 아는 이야기를 저들만 나누었다는 걸 깨달은 것인지 겸연쩍은 표정을 지었다.


“나이를 먹으면 이렇다니까. 내가 설명하는 게 나은가?”

“좋을 대로 하시게.”

프레이뮬의 물음에 대신관장은 선선히 고래를 끄덕였다. 그에 한차례 고개를 끄덕여 뜻을 통한 프레이뮬은 두 사람을 향해서 입을 열었다.


“본래 계시라는 건 기본적으로 현재만 볼 수 있다.”

“현재라. 그러면 이미 마하난 평원은 늦었군요.”


클레하스는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백색 교단이 교화소에 침입한 게 사실로 드러났던 것처럼 이미 늦었다 여긴 탓이었다.


더불어서 이미 두 번이나 그들이 백색 교단에 뒤처지고 있다는 소리였으니 입맛이 많이 썼다.


하지만 사람의 말은 끝까지 들어 보아야 한다고, 프레이뮬의 말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하지만 예외가 하나 있지.”

“......예외요?”

“바로 ‘보는 자’다. 수호자 가운데 시간의 수호자라 불리는 ‘보는 자’는 미래를 내다보는 게 가능하다.”

“그러면 아레타 경이?”


아레타를 향한 클레하스의 눈에는 기대감이 가득 차 있었다.


미래를 본다. 이로 인한 이점은 상상도 못 할 정도로 크다. 만약 아레타가 그 ‘보는 자’라면 이 성전, 승산이 크게 오르다 못해 필승을 자신해도 좋지 않을까 싶었다.


허나 그 달콤한 상상은 곧 깨어졌다.


“아니, 아레타 경은 첫 번째 수호자. 그리고 첫 번째는 언제나 정해져 있다. ‘강고한 자’, 강철의 수호자로.”

“이는 기록을 살펴보아도 언제나 같았습니다. 다른 수호자들은 매번 등장하는 순서가 달라지곤 합니다만, 첫 번째로 각성하는 건 언제나 ‘강고한 자’, 강철의 수호자입니다.”

“허면 어떻게?”


말이 되지 않았다. 미래에 대한 계시는 ‘보는 자’만 가능하다면, 그렇다면 어떻게 아레타가 그 미래를 보았다고 생각한단 말인가.


지극히 당연한 의문에 대신관장은 이해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으나 프레이뮬은 달랐다.


“그야 거기에 있었으니까.”

“거기에? 수호자 임명식에 말입니까?”

“꼬맹아, 보지 않았냐. 아레타 경이 임명되던 때, 빛나던 성표가 하나 더 있었지 않냐.”


그런 게 있었나 싶어서 기억을 되돌려 보았지만 알기 어려웠다. 아직 주인이 정해지 않은 성표를 그가 들고 있긴 했으나, 그런 걸 보고 있기보다는 새로이 임명되는 이를 보는 때가 더 많았기 때문이었다.


“쯧쯧, 이 꼬맹이는 어릴 때부터 지 주변을 보지 못하더니.”

“거, 언제적 이야기를 하십니까. 이미 이십 년은 족히 지난 이야기 아닙니까.”


이미 신관장에 이른 이에게 자꾸 꼬맹이라고 하니 달갑지 않은 마음에 불퉁거리니 프레이뮬이 곧장 웃음을 터트렸다.


“뭐? 흐, 흐흐, 흐하하하! 내가 볼 때 여기 신전에서는 이 친구 정도나 꼬맹이가 아니란다.”

“허허. 저도 가끔은 그렇게 불리고 싶습니다만.”

“대신관장이나 된 녀석에게? 아서라.”


고개를 흔들며 손사래 친 프레이뮬은 진지한 눈으로 클레하스를 보며 말을 이었다.


“수호자들은 저들끼리 힘을 빌려줄 수 있다. 그래서 아레타 경이 볼 수 있었던 거다. 그리고 미약하나마 그런 빛을 발하게 했다는 건,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수호자가 있었다는 거지. 아직 본인은 자각도 없겠지만.”


프레이뮬의 말을 끝까지 들으니 왜 좋은 소식이라고 했는지 알 거 같았다. 가까운 곳에 또 다른 수호자가 있었으니 확실히 이는 좋은 일이었다.


“첫 번째에 이어서 곧바로 두 번째라. 확실히 좋은 일이군요.”

“응? 누가 두 번째야? ‘보는 자’는 엄밀히 말해서 세 번째다. 찾는 게 늦어지면 순번이 더 밀릴 수도 있고.”

“네?”


생각지 못한 말에 클레하스는 당혹한 얼굴로 되물었으나 프레이뮬은 더 말해줄 생각이 없다는 듯이 아레타에게 시선을 주었다.


“아레타 경, 아마 자각도 없는 수호자는 보지도 못했을 거네. 그러니 자네만 보았고, 자네만 직감할 수 있네.”

“직감, 말씀입니까?”

“그래, 직감.”


돌연한 말에 아레타는 갈피를 잡지 못하고 말을 내놓지 못했다. 우물쭈물하는 그에게 대신관장이 나서서 말을 건넸다.


“조금 간단하게 가보죠. 세 달 후, 세 달 후에 마하난 평원에 간다고 하면 어떻습니까?”

“세 달?”


글쎄요, 라고 말하려는 순간 아레타는 본인의 심박수가 빨라지며 조급해지는 걸 느꼈다. 갑자기 느껴지는 감각에 그는 당황하며 허둥거리기 시작했다.


“어, 그, 그러니까......”

“늦군. 세 달이면 이미 손을 쓰기 늦어.”

“아무래도 그런 거 같군요. 아레타 경, 그대가 지금 느끼는 감정은 계시가 이루어질 시기에 대한 직감입니다.”

“시기에 대한 직감?”

“계시가 언제 이루어지니 어느 시일 전까지는 가보아야 한다는 거죠.”


짧게 설명한 대신관장은 몇 번 더 질문하더니 굳은 얼굴로 대략적인 계시의 기한을 알아내고 중얼거렸다.


“한 달, 한 달인가. 클레하스 신관장, 마하난 평원까지 여기서 얼마나 걸립니까.”

“도보로 이십 일, 말을 타면 그 절반, 무리해서 갈아타면 다시 절반으로 줄일 수 있습니다.”

“신전병 편성은 언제로 예정되어 있죠?”

“......보름 후입니다.”


촉박하다. 일정이 너무 촉박하다.


아랫입술을 질끈 깨문 대신관장은 아레타를 보며 굳은 얼굴로 질문을 던졌다.


“무리하면 지원도 이끌고 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계시가 말하는 한 달은 정확하지 않을뿐더러, 마지막 기회일 가능성이 큽니다.”

“......늦을수록 힘겨울 거라는 말씀이군요.”

“그러나 지금 당장 움직일 수 있는 건 당신뿐입니다. 다른 신전 기사들을 붙여주고 싶으나, 당장 이곳에 있는 건 케텔과 프라놀 두 개 기사단이 전부입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그들을 제외하고도 다른 기사단 기사들이 그 두 기사단의 지휘를 받고 있다. 그러니 실제 규모는 두 개 기사단이 아니라 세 개, 혹은 네 개 기사단에 가깝다. 문제는 그것만으로는 수도에서 벌어지는 소요를 감당하는 것도 힘들다는 점이었다.


이는 아레타 역시 잘 알고 있었다.


“수도를 지킬 이들 외에는 없군요.”

“......그렇습니다.”


수도에 최소 인력을 두고 함께 보낸다, 라는 방식도 가능은 하다. 문제는 저번 일로 인해 그게 쉽지 않다는 점이다.


“하다못해 열흘이 지나면 가장 가까운 기사단이 올 수는 있겠으나, 그도 빠듯합니다.”

“가장 가까운 기사단......”


대신관장의 타협과도 같은 말에 아레타는 그 말을 따라 중얼거리다가 쓰게 웃었다. 가장 가까운 기사단이 어디인지 아주 잘 알고 있던 탓이었다.


“저 홀로 막을 수 있을까요?”

“그건 장담하지 못합니다. 우리보다는 오히려 그대의 직감이 더 잘 알 겁니다. 계시로 신께서 그 가능성 여부를 알려주실 테니까요.”


대신관장의 말에 아레타는 조용히 지금 들은 말과 기한을 천천히 맞추어서 스스로에게 질문해보았다.


그가 속으로 헤아리며 기간, 조건, 인수에 따라 고동과 불안이 커졌다 작아지기를 반복하고 가장 그렇지 않은 경우를 찾았다. 그리고 그 결과는 실로 믿기 힘들었다.


“......지금 홀로 출발하는 것이 가장 가능성이 높군요.”

“정말입니까?”

“대신관장님의 말씀에 따른다면 제 직감은, 아니 계시는 제게 그리 이르고 있습니다.”

“정녕 그렇다면......”


고심하던 대신관장은 결정을 내린 듯 클레하스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시선을 받은 클레하스는 대신관장이 어떤 결정을 내렸는지 금세 눈치채고 반대했다.


“말도 안 됩니다. 수호자라고 해도 사람 하나입니다. 홀로 가는 게 가장 성공률이 높다니요. 설령 그게 사실이라고 해도 조금이라도 준비해서 가는 게 정상입니다.”

“수호자는 사람이나, 신의 사도입니다. 그 행동과 감은 인간의 잣대로 판단할 수 없습니다. 허나 클레하스 신관장의 말도 일리는 있군요. 준비를 하겠습니다. 장인 신관들에게 연락하세요.”


클레하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대신관장은 결정을 번복할 생각이 없는 듯, 단호하게 말을 이었다.


“이틀 내로 수호자의 새로운 무구를 완성하라고 말입니다.”



***



그 뒤로 대신전은 오로지 아레타 한 사람을 위해 움직였다. 무구를 만들고, 가장 튼튼하고 빠른 말을 준비하고, 마하난 평원에 대한 온갖 정보를 찾아서 알려주었다.


그리고 모든 준비가 끝난 후, 대신관장은 그에게 다가와서 성표 문양이 새겨진 팔 보호대 한 쌍을 내밀었다.


“다수와의 싸움이 될지, 아니면 강력한 마수 하나와 싸움이 될지 모릅니다. 후자라면 모르나, 전자라면 이것이 도움이 될 겁니다. 지금은 은퇴한 분께 억지를 부려서 만든 겁니다.”


받아서 차니 갑옷에 빈 팔 부분을 채우듯 딱 맞아들어갔다.


그것을 마지막으로, 아레타는 일부 사람에게만 배웅을 받으며 수도를 떠났다. 성대히 알리면 좋지 않다는 직감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헌데 막상 와서 보니 평화롭기만 한 마하난 평원에 라렉시안 마을까지, 대체 그렇게 할 필요가 어디에 있나 싶었다.


덜그럭


“어라, 형님이 이 시간에 여기까지 어쩐 일이유?”


문이 급하게 열리는 소리와 함께 어느새 말을 마구간에 들이고 돌아왔는지 콜타스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에 아레타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돌려서 입구를 바라보았다. 거기에는 무슨 일인지 몰라도 다급한 얼굴을 하고 사방을 보는 노인이 있었다.


‘방앗간 언덕에서 본 그 어르신?’

“여기에 있었군!”


그가 누군지 알아본 순간, 상대 역시 아레타를 보았는지 급히 다가왔다. 그러더니 갑자기 아레타의 팔을 잡았다.


“왜, 그러십니까?”

“역시, 역시!”


팔에 새겨진 성표 문양을 뚫어지게 본 그는 크게 흥분하더니 아레타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무언가를 말하고 싶은데, 여러 말이 목에 걸려서 잘 내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거기에 더해 아레타의 팔을 잡은 손이 살짝 떨리는 걸 보니 무언가 심상치 않았다. 이유도 모르고 긴장하고 있자니 떨리는 입을 간신히 연 그, 사다르가 물었다.


“다, 당신은 누구요? 아니, 누구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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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3장 노병의 찬가(11) 22.04.20 89 3 13쪽
37 3장 노병의 찬가(10) 22.04.19 88 3 14쪽
36 3장 노병의 찬가(9) 22.04.18 88 3 12쪽
35 3장 노병의 찬가(8) +1 22.04.17 88 4 13쪽
34 3장 노병의 찬가(7) 22.04.16 87 3 14쪽
33 3장 노병의 찬가(6) 22.04.15 95 3 11쪽
32 3장 노병의 찬가(5) 22.04.14 95 3 12쪽
31 3장 노병의 찬가(4) 22.04.13 92 3 12쪽
30 3장 노병의 찬가(3) 22.04.12 107 3 12쪽
» 3장 노병의 찬가(2) 22.04.11 109 4 12쪽
28 3장 노병의 찬가(1) 22.04.10 131 4 12쪽
27 막간 22.04.09 145 5 12쪽
26 2장 첫 번째 수호자(10) 22.04.08 153 5 13쪽
25 2장 첫 번째 수호자(9) +1 22.04.07 151 4 13쪽
24 2장 첫 번째 수호자(8) 22.04.06 156 5 11쪽
23 2장 첫 번째 수호자(7) 22.04.05 155 5 12쪽
22 2장 첫 번째 수호자(6) 22.04.04 164 5 15쪽
21 2장 첫 번째 수호자(5) 22.04.03 183 4 14쪽
20 2장 첫 번째 수호자(4) 22.04.02 192 5 12쪽
19 2장 첫 번째 수호자(3) 22.04.01 195 6 13쪽
18 2장 첫 번째 수호자(2) 22.03.31 215 6 12쪽
17 2장 첫 번째 수호자(1) 22.03.30 218 4 12쪽
16 1장 좋은 이야기(15) 22.03.29 222 4 13쪽
15 1장 좋은 이야기(14) 22.03.28 219 6 12쪽
14 1장 좋은 이야기(13) 22.03.27 231 5 12쪽
13 1장 좋은 이야기(12) +1 22.03.27 250 6 12쪽
12 1장 좋은 이야기(11) 22.03.26 323 5 13쪽
11 1장 좋은 이야기(10) 22.03.25 287 6 14쪽
10 1장 좋은 이야기(9) 22.03.24 299 6 12쪽
9 1장 좋은 이야기(8) 22.03.23 342 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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