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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시계 님의 서재입니다.

비정규직 신전 기사가 위대해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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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금빛시계
작품등록일 :
2022.03.18 19:48
최근연재일 :
2023.06.19 22:00
연재수 :
127 회
조회수 :
16,591
추천수 :
478
글자수 :
691,236

작성
22.03.27 19:10
조회
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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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2쪽

1장 좋은 이야기(13)

DUMMY

아레타 앞에 있는 리발은 철봉에 의해 머리가 완전히 돌아간 모습이었다. 이거라면 확실하게 죽었을 터였다. 머리가 이렇게까지 돌아가고 살아있는 사람이 있을 리가 없었다. 그렇게 생각하며 아레타는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후우.”

‘도와줘야.......아니, 그럴 필요는 없나.’


리발과 사투를 벌이느라 주변을 보지 못했다가 이제 한숨 돌리고 나니 전황이 확연히 기울어진 게 보였다. 자르달과 그 부하들이 그나마 확실하게 가지고 있던 장점, 숫자가 이제는 이쪽과 비슷했다. 남은 이들 역시 몸에 크고 작은 상처가 가득했다.


반면 신전 기사들은 자잘한 상처가 있기는 했지만 대부분 갑옷 위에 맞은 것이고, 몸에 닿은 것도 상당히 가벼운 찰과상이었다. 굳이 말하자면 가르섹이 자르달과 접전을 벌이고 있기는 했지만 그뿐이다.


접전이지만 조금씩 조금씩 확실하게 상처를 내고 체력을 깎아내는 가르섹의 검격에 비해 자르달의 움직임은 점차 둔해지고 있었다. 겉으로 보이게는 접전이지만 실제로는 자르달이 밀리고 있다는 방증이었다.


“후우, 이럼 조금은 쉬어도 되려나?”


돕는 게 좋았지만 리발과 접전을 벌이며 상당히 체력을 소모했기에 아레타는 잠깐이지만 몸을 쉬게 하고 싶다는 욕망을 입에 담았다. 물론 이는 말만 그럴 뿐, 곧바로 다른 이들을 돕기 위해 움직이려고 했다. 하지만 그의 말에 답하듯 들린 말은 그러한 행동에 나설 여유를 확 빼앗아갔다.


“쉬고 싶으면 쉬는 게 좋지. 원한다면 영원히 쉬어도 된다고.”

“!?”



터더덩


‘크윽!’


놀람과 동시에 느껴진 위기감에 아레타는 바로 몸을 뒤로 빼려고 했지만 안타깝게도 조금 늦고 말았다. 다만 몸을 빼던 중이었기에 단검이 복부에 완전히 박히는 건 피할 수 있었다. 충분히 힘을 받지 못한 단검은 아레타의 몸에 박혀있지 못하고 그대로 바닥에 떨어졌다. 그러나 치명상을 피했을 뿐, 가볍지 않은 상처라는 건 확실했다. 아레타는 입에서 새어 나오려는 신음을 억지로 막으며 전방을 노려보았다.


“이런 조금 얕았나?”

“이, 이게 대체?”


전방을 노려보는 아레타의 눈앞에 믿기 힘든 것이 보였다. 목이 돌아간 것이 확실한 리발이 본인의 돌아간 목을 양손으로 잡으며 말하는 모습이었다.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광경에 아레타는 순간 아픔도 잊고 입을 떡 벌렸다.


뿌드득


“끅, 이거 겁나 아프네. 마취에 가까운 진통 처방을 했는데도 이런 아픔이 느껴지다니, 역시 머리나 목이 가장 고통스럽다니까.”

“괴, 괴물이냐?”


목을 소리가 들리게 돌리며 멀쩡히 일어나는 모습에 아레타는 기겁하며 물었다. 그에 리발은 씩 웃더니 대답했다.


“글쎄?”



***



아레타가 리발의 보고도 믿기 힘든 모습을 보며 얼이 나가 있을 때, 자르달과 가르섹의 전투는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었다.


“죽어, 죽으라고!”

“내가 평소에는 좀 친절하긴 한데 그 부탁은 들어주기 힘들 거 같군!”


카라락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를 합이었지만 이번에는 조금 달랐다. 단검과 검이 맞붙은 순간 그대로 있지 않고 살짝 어긋났다. 그 모습에 자르달은 미간에 주름을 잡았고, 가르섹은 눈에서 빛을 냈다.


‘제길, 힘이 제대로 안 들어가잖아?’

‘음? 방금 단검이 살짝 미끄러졌는데? 오호, 슬슬 힘이 빠지나 보지?’


“흐압!”


카가강


“흡!”


자르달은 조급함에 한 번 더 단검을 강하게 날렸다. 그에 가르섹은 여지없이 검을 들어 공격을 막았다. 조금 전과 달리 이번에는 제대로 힘겨루기를 했지만 두 사람의 표정은 여전했다.


‘제길, 너무 느렸어!’

‘확실하군. 이놈, 지치고 있다.’


두 사람이 겨루고 있는데 한쪽만 지치는 건 말이 되지 않았다. 당연히 가르섹도 어느 정도 체력 소모를 한 상황이었지만, 그걸 고려해도 확신할 수 있었다. 자르달이 가르섹보다 체력이 적게 남았다는 걸 말이다.


“그럼 이 지리한 전투를 끝내볼까.”


카앙! 카앙!



“이런 젠장!”


상황이 기울었다 여긴 가르섹은 지금까지 보인 수세에서 전환해서 공세로 나섰다. 장검을 들고 있다는 점을 이용해서 이곳저곳을 절묘하게 공격했고, 단검으로 이를 막기에 급급하던 자르달은 결국 상처를 입고 말았다. 아직은 어깨에 살짝 긁힌 것에 불과했지만 이 상처가 옆으로 더 다가오면 그걸로 끝이었다. 때문에 자르달은 가르섹을 면밀히 살피며 이를 악물었다.


‘이대로는 안 돼. 한 번, 한 번에 모든 걸 걸고 치고 나간다.’


카앙! 카강!


“지금이라도 항복하면 선처하지! 질질 끌지 말고 편하게 가자고!”

“엿이나 먹어라!”


이미 승기가 가르섹에게 기울기 시작했지만 이건 친선 시합이나 운동 경기가 아니다. 패배는 곧 안전이 보장되지 못하는 걸 의미했기에 자르달은 패색이 점점 짙어져 가는 와중에도 활로를 찾아서 눈과 머리를 열심히 굴릴 수밖에 없었다. 그런 노력이 헛되지는 않았는지 자르달은 어느 순간 가르섹의 연격에서 빈틈을 보았다.


‘지금이다!’


터엉


“흐아아압!”


직선으로 찔러오는 장검을 그대로 온 힘을 다해 단검으로 쳐낸 자르달은 그대로 쳐낸 반동을 이용해 가르섹을 향해 달려들었다. 찔러넣었던 검은 튕겨지고 자르달은 몸 안쪽으로 파고들어 당장이라도 단검으로 심장을 노리는 모습은 실로 위협적이라고 할 법했다. 하지만 자르달은 다음 순간, 뭔가 크게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


‘이, 이 새끼가?’


가르섹이 입가에 미소를 띠고 기다렸다는 시선을 그에게 보내고 있었다.


‘걸렸군.’


자르달이 어느 시점에서건 승부수를 던질 거라는 건 예상하기 어렵지 않았다. 알면 위험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 지리한 전투를 깔끔하게 마무리 지을 호기가 될 수 있었다.


문제가 있다면 그게 어느 순간인지 알기 어렵다는 점이었지만, 언제나 그렇듯 세상사는 조금만 뒤집으면 쉬워지는 법이다. 가르섹은 스스로 틈을 만들어 자르달의 승부수를 유도하기로 했고, 이 수법은 훌륭하게 먹혔다. 그가 의도적으로 보인 틈을 치고 들어오는 자르달의 모습을 본 가르섹은 미소를 지우지 못하며 움직였다.


“훗, 버티느라 고생했다. 이만 누워라.”



텅터덩

꽈악


튕겨 나간 장검을 잡고 있던 손을 펴자 자연히 지지대를 잃은 가르섹의 장검은 바닥에 떨어졌다. 가르섹은 장검이 미처 바닥에 닿기도 전에 자르달을 향해 한 걸음 내디뎠다. 그리고는 그대로 몸을 살짝 비틀며 단검을 들고 찔러오는 팔을 양손으로 잡았다.


“어엇!?”

“흐읍!”


부웅

퍼억!


“크헉!”


자르달의 당황한 음성과 가르섹의 기합 소리가 어우러지면서 두 사람의 전투는 끝을 고했다. 자르달은 달려들던 기세에 가르섹의 힘을 더한 던지기에 그대로 땅과 등으로 인사를 하며 괴로운 신음을 토했다. 그러면서도 다시 일어나서 뭔가를 해보려는 듯 덜덜거리는 한쪽 팔로 단검을 들어 올렸다. 하지만 그 시도는 말 그대로 시도로 끝났다.


“어이쿠, 그건 곤란해.”


콰득


“끄아악!”


어느새 다가온 가르섹이 단검을 든 팔을 힘차게 밟았다. 자르달은 그대로 고통에 가득 찬 비명을 지르며 몸을 이리저리 비틀었다.


“적당히 누워있어라. 조금 있다가 다른 놈들과 같이 묶어줄 테니까.”


슬쩍 자르달의 모습을 내려다본 가르섹은 떨어뜨렸던 장검을 집어 들고는 가장 가까이서 싸우고 있는 이들을 돕기 위해 달려갔다.



***



자르달이 진 것은 그 본인이나 가르섹이 생각하던 것 이상으로 큰 파문을 일으켰다. 사람들은 힘든 상황일수록 의지하고 싶은 대상을 찾기 마련이었고, 때문에 자르달의 부하들은 은연중에 자르달이 싸우는 모습을 간간이 곁눈질로 살피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가르섹이 자르달을 완전히 제압하자 자르달의 부하들은 모두 크나큰 부담을 느꼈다. 그리고 그들이 느낀 부담은 그대로 전력 저하로 나타났다.


“크윽.”

“얌전히 있으라고.”

“카학!”

“쯧쯧, 그러게 왜 그렇게 버텨서 날 힘들게 했냐.”


신전 기사들의 검에 두 사람이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한쪽은 손목, 다른 한쪽은 목을 당했다는 점이었다. 이렇게 자르달의 패배를 기점으로 전투의 향방은 말 그대로 돌이킬 수 없게 되고 있었다.


“이런, 상황이 좋지 못하군. 서둘러야겠어.”


자르달의 패배를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형세가 기울어지는 걸 알기란 그리 어렵지 않았다. 특별히 주시하거나 하지 않아도 잠깐 곁눈질로 살핀 전황은 그에게 위기감을 안기기에 충분했다. 이대로 있다가는 다른 신전 기사들이 합류해서 잡힐 가능성이 높았다. 시시각각 악화하는 전황에 리발은 눈살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시간도 없으니 직접 가져가도록 하지.”


리발은 그렇게 말하고는 바로 아레타에게 달려들었다. 그에 아레타는 엉겁결에 철봉을 내질러서 그를 공격했다.


빠악


“의미 없는 일이지.”


아직 놀란 상태에서 반사적으로 한 것이라 힘이 제대로 실리지는 않았다. 하지만 기본역량이 없어진 것은 아니었기에 철봉은 정확하게 리발의 안면을 강타했다. 일반인이라면 그걸로 상당히 주춤했겠지만 리발은 전혀 개의치 않고 손으로 철봉을 잡은 후 그대로 아레타를 몸으로 밀쳤다.


“으윽!?”


철봉을 잡히고 밀린 탓에 손 안쪽이 쓸리며 철봉을 놓친 아레타는 그대로 바닥에 엉덩이를 대고 주저앉은 모양새가 되고 말았다. 그걸 본 리발은 철봉을 멀찍이 던지면서 그대로 다가와서 아레타의 어깨에 단검을 꽂았다.


푸욱


“크아악!”

“아레타 형제!”

“로앙 형제가 위험하다!”

“서둘러!”


남은 자르달의 부하들을 정리해나가던 신전 기사들은 크게 울려 퍼지는 아레타의 비명을 듣고 심각한 표정으로 소리가 들린 방향을 보았다. 소리가 들린 방향에는 고통을 참지 못해 주저앉았다는 표현도 어색하게 무너져가는 아레타의 모습과 그를 압박하며 단검을 내리누르는 리발의 모습이 보였다.


그걸 본 신전 기사들은 남은 적들을 내팽개치고 아레타를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미 전의를 잃어가는 놈들을 상대하는 것보다는 형제의 목숨이 더 중요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의 발걸음이 너무나도 느리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생각은 리발이 아레타의 어깨에 박은 단검을 뽑으며 그대로 머리를 노릴 때 극에 달했다.


“부수는 건 힘들 거 같으니 찍는 걸로 봐주도록 하지. 이걸로 비겼다 치자고.”

‘안 돼!’

‘제길!’

“로앙 형제, 위험해! 어서 피해”

“아레타 형제!”

“빌어먹을!”


달려오는 신전 기사들이 속으로건 겉으로 드러내서건 급한 마음과 안타까움 그리고 분노를 표했다. 그러나 이미 부상을 입은 아레타에겐 그들의 마음에 부응해 움직일 힘이 없었다.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하나, 신전 기사로서 부끄럽지 않은 모습을 보이려고 노력할 뿐이었다.


‘신이시여, 당신의 종이 담대하게 하소서.’

“그 눈, 역시 신전 기사라고 해두지. 이걸로 비긴 거다.”

“미친놈.”


속으로 기도를 올린 아레타는 리발의 말에 그를 노려보더니 짧게 욕을 내뱉었다. 그러나 그건 리발에게 기분 나쁨을 주지 못했다. 오히려 그에게 지금 이 순간을 즐기게 하는 일종의 양념 같은 것이 되어주었을 뿐이었다.


“훗, 평가에 감사하지. 그럼 잘 가라.”


그 말을 끝으로 리발의 단검이 빠르게 아레타의 머리를 향해 내리쳐졌다. 이걸로 끝이다, 그렇게 믿어 의심치 않은 리발은 곧 있을 특유의 소리를 기대했다. 그러나 정작 들린 소리는 그의 기대와는 전혀 다른 소리였다.


따앙


“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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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3장 노병의 찬가(10) 22.04.19 89 3 14쪽
36 3장 노병의 찬가(9) 22.04.18 89 3 12쪽
35 3장 노병의 찬가(8) +1 22.04.17 89 4 13쪽
34 3장 노병의 찬가(7) 22.04.16 87 3 14쪽
33 3장 노병의 찬가(6) 22.04.15 96 3 11쪽
32 3장 노병의 찬가(5) 22.04.14 96 3 12쪽
31 3장 노병의 찬가(4) 22.04.13 93 3 12쪽
30 3장 노병의 찬가(3) 22.04.12 108 3 12쪽
29 3장 노병의 찬가(2) 22.04.11 109 4 12쪽
28 3장 노병의 찬가(1) 22.04.10 132 4 12쪽
27 막간 22.04.09 145 5 12쪽
26 2장 첫 번째 수호자(10) 22.04.08 154 5 13쪽
25 2장 첫 번째 수호자(9) +1 22.04.07 151 4 13쪽
24 2장 첫 번째 수호자(8) 22.04.06 157 5 11쪽
23 2장 첫 번째 수호자(7) 22.04.05 156 5 12쪽
22 2장 첫 번째 수호자(6) 22.04.04 165 5 15쪽
21 2장 첫 번째 수호자(5) 22.04.03 183 4 14쪽
20 2장 첫 번째 수호자(4) 22.04.02 193 5 12쪽
19 2장 첫 번째 수호자(3) 22.04.01 196 6 13쪽
18 2장 첫 번째 수호자(2) 22.03.31 215 6 12쪽
17 2장 첫 번째 수호자(1) 22.03.30 219 4 12쪽
16 1장 좋은 이야기(15) 22.03.29 222 4 13쪽
15 1장 좋은 이야기(14) 22.03.28 220 6 12쪽
» 1장 좋은 이야기(13) 22.03.27 232 5 12쪽
13 1장 좋은 이야기(12) +1 22.03.27 251 6 12쪽
12 1장 좋은 이야기(11) 22.03.26 323 5 13쪽
11 1장 좋은 이야기(10) 22.03.25 288 6 14쪽
10 1장 좋은 이야기(9) 22.03.24 300 6 12쪽
9 1장 좋은 이야기(8) 22.03.23 342 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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