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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완결

freein
작품등록일 :
2004.06.26 15:33
최근연재일 :
2004.06.26 15:33
연재수 :
14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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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4,0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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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951,499

작성
04.04.03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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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글자
17쪽

지(池) 6장 (4)

DUMMY

이틀이 지나자, 사람들은 원기를 회복하였고 전의를 불태우고 있었는데, 상황을 잘 알고 있었으므로 안색은 그렇게 좋은 편이 아니었다.

사람들은 이동을 하여 공격하기 좋은 곳을 골라 다양한 방어준비를 하였다.

그렇게 준비를 하고 나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는데, 척후병이 급히 올라왔고 관군이 오고 있음을 알게 되어 전투준비를 하였다.

얼마되지 않아 관군들이 보였는데, 계속해서 등산을 하는 상황이다 보니 전열이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았다.

나름대로 전열을 갖추려고 하는 의도가 보이긴 했지만, 지형상 그리 쉽지가 않은 모양이었는데, 그래도 전면에는 방패를 앞세워 혹시나 있을 수 있는 매복에 대한 준비를 대충 하고 있었다.

“ 발사 ”

두목의 명령을 받은 궁수들이 화살을 쏘았는데, 이미 대비를 하고 있는 관군에게 피해를 주기는 힘들었다.

대신 방패들이 촘촘히 모이는 효과는 가져왔고, 그것을 본 두목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조용하게 말하였다.

“ 굴려라. ”

그의 말을 들은 자가 세워둔 큰 돌이나 바위뒤에 있는 사람들에게 신호를 보냈고, 곧이어 그것들이 굴러 떨어지게 되었다.

“ 쿵, 쿵 ”

화살을 피해 방패뒤에 숨었던 군졸들은 갑작스러운 소리에 놀라 급히 몸을 피하려고 하였는데, 여전히 화살들이 날라왔으므로 제법 피해를 보게 되었다.

“ 크악 ”

“ 윽 ”

그 모습에 놀라 방패뒤에 숨어려고 한 자들 중에서는 굴러오는 큰 돌을 피하지 못하고 압사당하는 경우가 나왔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관군의 전열이 일시적으로 무너지는 상황이 되었고, 산적들은 우왕좌왕하고 있는 군졸들을 향해 수백발의 화살을 쏟아부었다.

공격을 받은 군졸들 중에서 살아남은 자들이 전부 은폐를 하는 짧은 시간동안 수백명의 군졸들이 피해를 입었다.

일단 관군들도 은폐를 하게 되자, 반격을 시도하면서 조금씩 올라오기 시작하였고, 위에서 공격하던 자들도 하나 둘 쓰러지기 시작하였다.

두목은 급히 손짓을 하였고, 산적들은 공격을 하면서 퇴각을 하였으며, 몇 명의 결사대만 남아 관군의 이동을 저지하는데 최선을 다하였다.

다소의 시간이 지나자, 대부분의 산적들은 다음 방어지역으로 이동하였지만, 결사대를 비롯한 십여명의 사람들은 결국 돌아가지를 못하였다.

산적들의 처음 매복은 그나마 성공을 하였지만, 그 다음부터는 그렇게 큰 효과를 보지 못하였고, 지루한 소모전이 계속되었다.

반대쪽 계곡을 지키던 사람들 중의 일부가 원군으로 왔지만 그 정도의 인원으로는 별 도움이 되지 않았고, 지형적으로 좋은 위치를 잡은 산적들이 유리한 면도 있었지만 워낙 수적으로 열세이다 보니 그 유리한 점도 빛이 바래졌다.

능선부근에서 전투가 벌어지면, 수적인 면에서 열세인 산사람들에게 엄청 불리한 전투가 될 것이 뻔하였으므로 그들은 최선을 다하여 관군들이 산을 오르지 못하도록 하였고, 관군들도 그러한 사실을 알고 있었으므로 최선의 다하여 전진을 하였다.

양 측이 이렇게 수비와 공격에 최선을 노력을 하였으므로 그 피해는 상상이상이었다.

이윤만은 그런 모습을 보며 참담한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 저렇게 싸워야 할까? 누굴 위해서? 권력이라는 것이 저런 것일까? 왜 같은 민족을 저렇게 죽여가면서까지 권력을 탐하는 것일까? 그것이 그렇게 중요한 것인가? 동족을 해칠만큼 중요하단 말인가? ’

이윤만은 권력이라는 악마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이윤만이 보기에 시간이 갈수록 양 측은 악이 받친 상황이 되어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았다.

평소라면 거의 할 수 없던 도약을 하는 경우도 있었고, 상당한 상처를 입었음에도 끝까지 화살을 쏘는 사람도 있었으며, 수십발의 화살에 맞아 나무에 기대있으면서도 계속해서 칼을 든 손을 흔드는 자도 있었다.

‘ 미쳤다. 이들은 지금 제 정신이 아니다. 전투란 것이 이런 것이구나.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그런 마력이 있구나. ’

이윤만이 그런 생각을 하면서 처참한 사람들의 모습에 눈길이 가 있는 사이에 산적들의 피해는 갈수록 늘어 이제 수십명 만이 겨우 목숨을 보전하고 있는 상황이 되었다.

“ 으악 ”

죽어가는 산적의 단발마에 정신을 차린 이윤만은 급히 그 광경을 보게 되었고, 사람들의 앞에서 분전을 하고 있는 두목을 보았다.

그제서야 자신의 해야 할 일을 깨달은 이윤만은 급히 그곳으로 달려갔다.

이미 서로간에 백병전이 붙은 상황이라 관군들의 궁수들도 화살을 쏘지 못하는 형편이었다.

‘ 어짜피 진 싸움이다. 저기 있는 사람들의 목숨을 구하는 것에 최선을 다하자. ’

그렇게 생각한 이윤만은 달려가면서 칼 끝으로 땅을 파헤쳐 그것을 공중에 뿌렸고, 그런 행동을 몇 차례 계속하자, 순식간에 주위는 먼지로 뒤덮여 앞이 분간이 되지 않게 되었다.

그 모습을 본 군관이 급히 외쳤다.

“ 적이 도망을 가려고 한다. 화살을 쏘아라. ”

그 말을 들은 옆에 있던 백부장이 소리쳤다.

“ 안됩니다. 우리 군사들도 저기에 많이 있습니다. 활을 쏘게 되면 우리 군사들도 큰 피해를 입게 됩니다. ”

그러자, 화난 표정의 군관이 백부장을 보며 말하였다.

“ 내가 그것을 모르는 줄 아나? 허나, 지금 저들을 죽이지 못하면 그동안 죽은 사람들의 원혼을 어떻게 할 것이며, 앞으로 또 다시 발생할 피해는 어떻게 할 것인가? 소수의 희생이 있더라도 지금 잡아야 한다. 뭐 하느냐? 쏘아라. ”

군관의 말이 틀린 것이 아니었으므로 백부장은 더 이상 뭐라고 하지를 못하였다.

군관의 명령에 따라 화살이 그곳에 집중적으로 발사되었다.

“ 으악 ”

순식간에 수많은 비명소리가 들렸고, 시간이 지나자 처참한 모습이 드러났는데, 군관이 생각한 것만큼의 산적들 시신은 없었고, 많은 군졸들이 화살에 맞은 채 발견되었다.

그 모습을 본 군관은 백부장은 서로를 쳐다보면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하였다.


한편, 짧은 시간동안 삼십여명을 구한 이윤만은 그들의 안전을 위하여 일단 싸움터에서 다소 떨어진 곳으로 그들을 이동시켰다.

이윤만은 급히 두목에게 말하였다.

“ 지금은 어리둥절하여 찾지를 못하겠지만, 수색을 하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이곳도 안전하지 못한 곳이다. 어디로 움직일 것이냐? ”

그의 말에도 불구하고 패전 때문인지 두목은 잠시 정신을 차리지 못하였는데, 잠시 후 정신을 차리고 이윤만을 바라본 다음에 부하들에게 이야기를 하였다.

“ 자, 이제는 숨을 차례이다. 그동안 수고 많았다. 이렇게 목숨을 구한 이상 또 다시 재기할 수 있는 기회가 올 것이다. 너무 상심하지 말고, 원래 이야기한 곳으로 이동을 하자. ”

부하들을 격려하여 두목은 그들을 이끌고 먼저 갔고, 이윤만은 뒤에서 경계를 하며 따라갔다.

부하들은 이윤만의 정체가 궁금하였지만, 두목이 알고 있는 사람이라 생각하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으며, 두목도 말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였는지 그에 대해서 아무 언급도 하지 않았다.

그들이 이미 이야기가 되었던 지점에 도착해 보니 몇 십명의 산적들이 와 있었다.

그들은 두목을 보자 눈물을 흘렸다.

“ 흐흑, 두목님. 이두령과 오두령이 그만 … ”

그런 그들의 어깨를 두드리며 두목이 말하였다.

“ 그래. 전부 수고했다. 우리로서는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하였다. 이제는 더 깊숙한 곳으로 숨어들어 다음을 기약할 때이다. 지금 민심은 이미 왜와 손을 잡은 유극인 일파에게서 멀어졌다. 다시 기회가 올 것이니 너무 낙심하지 말고 힘을 내자. ”

“ 네, 두목님. ”

두목은 급히 반대쪽 계곡에 있는 사람들에게 연락병을 보냈다. 이미 이 쪽이 무너진 상황이라 그곳에 있는 사람들이 반대로 당할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에 서둘러 보낸 것이었다.

관군의 수색이 시작되겠지만, 곧 날이 어두워질 것이므로 이곳까지 수색이 될 상황은 아니었기에 지친 몸을 편하게 하였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반대쪽 계곡을 지키던 사람들이 돌아왔는데, 원군으로 온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거의 피해를 보지 않은 것 같았다.

원군으로 온 사람들이 대부분 사망하였으므로 그들의 얼굴에도 비통함이 그대로 나타나 있었다.

그들이 도착하자, 수뇌부들이 모여 앞으로의 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이윤만을 처음 본 그들은 그의 정체에 대해 설명을 요구하였다.

“ 어떤 이유로 절 지켜주는 분입니다. ”

이윤만이 두목보다 더 어려보이는데도 불구하고 두목이 경칭을 사용하자, 의아한 표정을 하였지만,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으므로 일단 그의 정체에 대해서는 더 이상의 말을 하지 않고 앞으로의 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사람들 중에서 책략을 구상하는 자로 보이는 사람이 이야기를 하였다.

“ 이제 더 이상의 싸움은 불필요합니다. 우리들을 완전히 토벌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인원과 장비가 필요할 것이므로 더 이상의 토벌은 없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좀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가 다음을 기약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한 일년 정도 숨어서 무술을 익힌 다음에 다시 사람들을 모아 세력을 만든다면 삼사년내에 다시 저들에 맞설 수가 있을 것입니다. ”

그러자, 최고 우두머리로 보이는 사람이 말하였다.

“ 자네 말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시간을 보내게 되면 저들은 확고하게 자리를 잡게 될 것이네. 그리고 그 시간쯤 되면 왜에서도 군사를 보내게 될 것이니 남부는 사실상 왜에게 넘어갈 가능성이 높네. 그렇게 되면 무기면에서 그렇지 않아도 불리한 우리로서는 절대 그들을 이길 수가 없을 것이네. 우리에게는 시간이 없네. ”

“ … ”

그러자, 모두가 비통한 표정을 지으며 아무 말도 하지 못하였다.

그들의 입장을 모르는 것은 아니었지만, 이윤만의 입장에서는 노인들과 아녀자들 및 아이들의 안전이 우선이었으므로 말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 외람된 이야기지만, 지금 움직여 마을에 있는 사람들을 다른 곳으로 이동시키지 못하면 내일 해가 밝아지면서 시작될 수색에서 큰 피해를 볼 것이오. ”

그러자, 젊은 사람 하나가 나서며 소리쳤다.

“ 네 이놈! 감히 어느 자리인데 너 같은 놈이 나서느냐? 지금 그런 별 볼일 없는 하찮은 사람들이 중요한 상황이 아니다. … ”

그러나, 그 자는 끝까지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어느 새 이윤만의 칼끝이 그의 목을 노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 그래 네 놈에게는 하찮은 목숨일지 몰라도 나에게는 너 같은 놈보다 더 중요한 목숨들이다. 너같이 권력을 탐하는 놈들이 더 쓸모없는 자가 아니냐? ”

서슬이 시퍼른 이윤만의 눈빛과 말에 다른 사람들은 순간 너무 놀라 말을 꺼내지 못하였다.

이윤만의 기에 완전히 눌린 것이었는데, 무공을 익힌 이윤만에게 당할 수가 없었던 것이었다.

그런데, 약간의 시간이 지나자, 20대 후반 정도로 보이는 사람이 그런 상황에서도 말을 하였다.

이윤만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살인적인 기에도 불구하고 말을 꺼냈다는 자체만 가지고도 그 사람은 상당한 기개를 지닌 사람이었다.

“ 다, 당신의 말도 맞지만, 우, 우리가 권력을 탐하는 그런 자들은 아니오. 우리가 이런 처지가 된 것은 유극인 일파가 왜와 손을 잡으려고 했기 때문이오. 그것을 반대했기에 지금 우리가 그들에게 쫓기게 된 것이오. 그러니 오해는 하지 마시오. 그리고 젊은 사람들이 나라만 생각하다보니 그런 잘못된 말이 나온 것이니 당신이 참으시오. 그의 말은 당신이 생각하는 그런 의미는 아니라오. ”

이윤만은 말을 하는 그를 쳐다보며 속으로 탄복하였다.

‘ 이 정도의 기에도 말을 할 수 있다니. 아무리 무술을 익혔다 할지라도 쉽지 않을 것인데, 대단한 사람이군. ’

이윤만의 그의 이름이 알고 싶어졌고, 그를 쳐다보며 먼저 자신을 소개하였다.

“ 소생은 이윤만이라고 합니다. ”

상대방도 그의 의도를 알고 자신의 이름을 밝혔다.

“ 소생은 이이(李珥)라고 합니다. ”

이윤만은 밝은 미소를 지으며 칼을 치웠는데, 그러자, 그곳을 억누르고 있던 기운도 사라졌다.

그제서야 다른 사람들의 안색이 풀어졌는데, 이윤만에게 덤벼들었던 사람은 여전히 제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고, 주저앉은 그의 자리에는 냄새가 나는 액체가 흥건히 있었다.

사람들이 일단 그를 다른 곳으로 옮기고 계속 회의를 하였는데, 그런 일이 벌어지고 나자 자리가 어색하였고 이윤만은 자신이 알아서 사람들을 대피시켜야겠다고 생각하여 그곳에서 나와 버렸다.

이윤만이 나가고 나자, 사람들은 당연하게도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하였다.

“ 대단한 자입니다. 그에게서 나오는 기는 엄청납니다. 조선에 저런 사람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지 못했는데, … ”

“ 그렇지는 않네. 자네가 몰라서 그렇지, 저보다 더 한 사람들도 있다네. 세속에 관심이 없어 깊은 산속에서 도를 닦을 뿐이지. ”

그러자, 40대 후반으로 보이는 남자가 말을 하였다.

“ 그런데, 어디선가 본 얼굴입니다. 분명히 처음 본 얼굴인데, 이윤만이라? 이상하다. 분명히 어디선가 본 얼굴인데, …. ”

최고 우두머리인 백발의 노인이 두목에게 물었다.

“ 임두령께서 아시는 대로 저 사람에 대해 이야기를 해 주시죠. ”

두목은 자신이 아는 것들 중에서 말하기 곤란한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를 숨기지 않고 이야기를 하였다.

“ 나이가 얼마나 되는지 몰라도 하여간 대단한 자군요. 저런 사람이 우리를 도와준다면 좋겠는데, 어떻게 우리 편으로 할 수가 없을까요? ”

그러자, 두목이 말하였다.

“ 죄송합니다. 저 분은 저도 어떻게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닙니다. ”

노인의 이야기에 얼굴에 반발감이 보이는 사람이 제법 있었지만 그것을 말로 표출하는 사람은 없었다.

“ 그렇겠지요. 이해합니다. 휴~. 좋은 원군을 얻을 수 있는 기회인데, 아깝구나. ”

그 와중에도 40대 후반의 남자는 계속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 후의 이야기는 주로 앞 일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이미 관군에 대패한 상황이라 다음을 기약하자는 이야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였다.

이야기가 대충 마무리 된 다음에 산적들 수뇌부들과 헤어진 사람들은 자신들이 머물고 있는 곳으로 돌아와 앞으로의 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노인은 이이라는 사람에게 말하였다.

“ 율곡 ”

“ 네 ”

“ 그 사람이 자네에게 호감을 가진 것 같으니 자네가 나서 그를 우리 편이 될 수 있도록 해 보게. ”

“ 알겠습니다. ”

“ 그 사람의 행동과 말을 보아하니 쉽지는 않을 것일세. 그러나, 백성들의 목숨을 중히 여기는 태도로 보아 대의를 아는 사람이니 잘 설득하면 가능성이 있을 것이네. ”

“ 잘 알겠습니다. ”

그러자, 옆에 있던 자가 말하였다.

“ 굳이 근본도 모르는 자를 우리 편으로 할 필요가 있을까요? 그렇게 함부로 행동하는 자가 있게 되면 문제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

노인은 그 사람에게 눈을 돌리며 말하였다.

“ 지금은 한 사람이 아쉬울 때이다. 근데, 그의 실력을 알면서 그냥 둔다는 것을 어리석은 짓이다. 그리고 사람을 한 번 보고 평가하는 버릇은 버려라. 자네는 아직도 그 버릇을 못 버리고 있나? ”

질책어린 그의 말에 그 자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였다.

바로 그 순간, 계속해서 자신의 생각에 빠져있던 40대 후반의 그 남자가 소리쳤다.

“ 맞다. 그래 그 분과 닮았다. 왜 그 분을 생각하지 못했을까? ”

갑작스러운 그의 외침에 놀란 노인이 물었다.

“ 정공, 그게 무슨 말인가? 누가 누구를 닮았단 말인가? ”

“ 네. 방금 전 그 무사 말입니다. 과거 제가 모셨던 분과 아주 흡사하게 생겼습니다. 처음 봤을 때,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이다고 생각했는데, 생각해 보니 그 분과 정말 많이 닮은 것 같군요. 아마도 당시 그 분의 연세와 지금 그 사람의 나이가 비슷하여 더 그런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분에게 아들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

“ 정공이 모셨던 분이라. 어느 분을 말씀하시는게요? ”

“ 대감께서도 아실 것입니다. 과거 선왕 초기에 평시서령을 지내셨던 이자 인자 협자를 쓰시던 분 말입니다. ”

“ 석계(石溪) 이공 말인가? ”

“ 네 ”

깜짝 놀란 표정을 하던 노인은 잠시 과거의 일을 회상하고는 눈을 뜨며 말하였다.

“ 그런 것 같기도 하고, …. 그동안 겪은 일이 많아서인지 이공의 얼굴이 잘 생각나지 않는구만. 참 아까운 인재였는데, 이공도 아마 윤원기 일파에 의해 물러났지? ”

“ 네, 당시 이종기의 난이 일어났을 때, 모함을 받아 벼슬에서 물러났습니다. ”

“ 그 당시 자네가? ”

“ 제가 그 때 그분 휘하의 주부로 있었습니다. ”

“ 확인을 해 볼 문제로군. 이보게 율곡. ”

“ 네 ”

“ 자네가 정공과 함께 확인을 해 보게. 만약 정말 그 사람이 석계의 아들이라면 우리 편이 되어줄 가능성이 높아지네. ”

“ 알겠습니다. ”

그들은 희망에 찬 얼굴을 하였는데, 미처 다수의 사람들 얼굴이 좋지않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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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지(池) 6장 (2) +4 04.04.03 6,722 43 16쪽
25 지(池) 6장 (1) +5 04.04.03 7,116 46 15쪽
24 지(池) 5장 (5) +10 04.04.02 8,557 51 16쪽
23 지(池) 5장 (4) +5 04.04.02 7,228 54 15쪽
22 지(池) 5장 (3) +6 04.04.01 7,304 48 15쪽
21 지(池) 5장 (2) +6 04.03.31 8,500 42 15쪽
20 지(池) 5장 (1) +5 04.03.31 8,312 43 16쪽
19 지(池) 4장 (5) +9 04.03.30 8,156 48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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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지(池) 4장 (1) +4 04.03.26 8,887 6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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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지(池) 2장 (1) +8 04.03.17 12,232 74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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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지(池) 1장 (2) +10 04.03.14 19,433 84 14쪽
2 지(池) 1장 (1) +12 04.02.26 47,355 8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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