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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정(蘭亭)서재입니다~

비밀 낙서첩

웹소설 > 작가연재 > 시·수필

난정(蘭亭)
그림/삽화
nanjung
작품등록일 :
2015.06.21 08:53
최근연재일 :
2017.04.05 15:48
연재수 :
379 회
조회수 :
126,181
추천수 :
1,653
글자수 :
165,582

작성
15.07.13 15:23
조회
124
추천
6
글자
2쪽

겨울숲에서 山을 보내다

DUMMY

-아파트



바람만 까마귀 소리로 울부짖던 방공호에는

볼 때마다 낯선 남자가 사글세 들어있다


포크레인에 덜미 잡혀 버둥거리며 온 뒤

이삿짐 질펀히 풀던 길로 부랴부랴

변신하고는 스치는 자동차 소리를

꼭 파도소린 줄로 아는

환청증세에 시달리어


토종벌 희로하던 밤꽃향기 틈새마다

칡덩굴 옷 입고 꼬불꼬불 심심풀이 산길이

층층이 베란다 유리창에 얼굴 맞대어 간지러운

입김이나 호호 불어대고

한 십 년 할미꽃만 피고 지던 무덤자리 저쯤엔

온실에서 자란 호접란이 집들이 선물로

날갯짓도 가벼이 한들한들 날아들고

눕거나 서거나 한 글자 한 사연 들어가

한 순간의 사랑, 한 백년의 고행,

오히려 아름답던 죽음도 잉태하며

이미 부질없어진 원고지로 변하여 켜켜이

쌓이는 아니 산처럼 울뚝불뚝 아우성치던 바다가

쉬어터진 목울대를 바지랑대 하나 없이 하늘에 걸고


내 일거수일투족을 지배하던

당신이 내 마음에서 떠난

이 텅 빈 자리에도 해일이 밀려오더니

아파트가 된다, 에이포 용지가 된다,

칸칸이 새기던 우리의 이야기가 오늘은

인터넷 다음호를 타고 카페에 왔다.


전체목록에다 격리시켜놓고도 두고두고

못 잊던 '겨울 숲'에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 작성자
    우아미
    작성일
    15.07.14 10:20
    No. 1

    아, 산이 떠나고 있네요. 너무 가슴이 아픕니다.

    찬성: 0 | 반대: 0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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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 백도 15.07.23 186 5 1쪽
110 물보라 15.07.23 201 5 1쪽
109 홍시(紅柿) +1 15.07.22 222 8 2쪽
108 오해 15.07.22 175 6 1쪽
107 나비 +2 15.07.22 242 5 1쪽
106 수로(水路) +2 15.07.22 203 6 1쪽
105 밤손님 15.07.22 258 8 1쪽
104 해는 숨을 거둔 게 아니다 15.07.21 207 6 1쪽
103 앙금을 버리다 +2 15.07.20 242 6 1쪽
102 애인 15.07.19 139 5 1쪽
101 그냥 15.07.19 214 4 1쪽
100 오아시스 15.07.19 164 4 2쪽
99 소외에 대하여 2 15.07.18 126 4 1쪽
98 소외에 대하여 1 15.07.18 167 3 1쪽
97 너무 오래된 주문 15.07.17 109 4 1쪽
96 해당화가 피었습니다 15.07.17 138 5 1쪽
95 백로 15.07.16 223 4 2쪽
94 키스하고 싶은 여자 15.07.15 228 3 1쪽
93 어머니의 다리 15.07.15 213 4 1쪽
92 행복 찾기 +1 15.07.14 175 5 1쪽
91 나는 없습니다 +1 15.07.13 210 4 1쪽
» 겨울숲에서 山을 보내다 +1 15.07.13 125 6 2쪽
89 불나비 15.07.12 224 4 2쪽
88 해, 달무리 꽃 15.07.12 258 3 1쪽
87 다시, 일어서는 노을 +2 15.07.12 126 5 1쪽
86 질문 2 15.07.12 84 6 1쪽
85 질문 1 15.07.12 137 3 1쪽
84 사랑이 없어 슬픈 시 5 15.07.12 136 5 1쪽
83 사랑이 없어 슬픈 시 4 15.07.12 178 3 1쪽
82 사랑이 없어 슬픈 시 3 15.07.11 172 4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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