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시(紅柿)
까치밥에도 그게
질기게 버팅기고 있을 줄은 몰랐다
알아도 소용없었겠지만
볼 때마다 참외가 먹고 싶던 배꼽, 오늘도
어린 시절 뒷집 머슴으로 둔갑하여
내 마음에 추파를 들이붓는데
왜 내가 굳이 장대를 찾아
그 끝에 칼날을 들이대는가.
배꼽티를 입으면 입을수록
못 가릴 배꼽
저 밉상의 출입구엔
떠들썩한 명동거리 리어카 좌판에서 슬쩍한
10캐럿짜리 다이아몬드를 박아주리라.
해가 기울만해서야 기지개를 두들겨 패고 일어나
얼굴에 가면을 철퍼덕 끼우다 말고
핸드폰의 뒷덜미를 잡아 젖혀서
“우리 보람이 잘 놀죠? 바이!” 하고는
성인 나이트클럽에 먹이사냥을 하러 나서는
미혼모 꽃뱀, 그 정수리엔 오히려
무늬만 배꼽인 배꼽을 땋아 바구니에 넣어
세모진 얼굴과 붉은 눈초리의 살모사를
애교머리 삼아 늘어뜨리고 얹어주리라.
죽고 싶도록 매혹적이던 천경자의 그림처럼
사각을 따라가며 성에 낀 창
아니 사각 안에 만다라의 원이 녹아든 창
어쩌면 구멍에 불과한 저 투명한 것이
일일이 말초신경을 곧추세운다.
진한 외설을 비비적거리며
검디검은 감나무 우듬지에 점점이
초경(初經)을 흘려놓은 저 배꼽들은 그저
까치들에게만 정조를 유린당했을 뿐인데......
Comment '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