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
악바리같이
끊어진 전선 거머잡은 절연테이프인 듯
추녀 밑에 매달려 딱딱한 주검이던
너는 사실 도를 닦고 있었다
석가모니처럼
투명한 내장을 온통 배춧잎으로 물들이거나
털북숭이 끔찍한 몸을 굼실대며 방황했거나
너는 사실 기도하고 있었다
예수님처럼
정교한 문신 반짝이며
햇살 더불어 앞서거니 뒤서거니 춤추다가
들국화 꽃잎 더듬어 기어이
눈 시린 아침을 먹던 너는 사실
꿈을 꾸고 있었다
영원의 나라를
하지만 첫눈에 홀려 날아들고부터는 이제
석가모니도 예수도 물론 영원도
감히 쳐다볼 수조차 없었던 꼭 나처럼
죽을 수도 방황할 수도
춤을 출 수도 없이
어깻죽지에 금가도록 날개 활짝 펼친 채로
내가 너인 줄로 알고 네가 나인 줄로 착각할
장자의 말만을 탈색시키고 있다
핀을 뽑아버리면 한낱 먼지라는 이름으로 불려질
너, 그리고 나.
Comment '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