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로(水路)
아버지 뜻에 따라 시집간 뒤엔
바라만 보아도 눈부신 화중미인(畵中美人)
아스라한 벼랑에서
노을보다 붉은 그대가 손짓하던 날
불현듯 견우노인 나타났어요.
자줏빛 바위에 암소 놓아두고
봉두난발 모양새 아니 부끄러우면
저 꽃을 꺾어 바치겠다는 말씀에
파르스름한 부끄러움이 달아났어요
소를 타고
거북아, 거북아,
나 좀 저 멀리 데려가거라
아무도 찾지 않는 바다 깊은 데면 어떠랴
시시때때 물결에 깎이는 바위섬이면 어떠랴.
정말로 잡혀왔네요
은실 무수히 차양 내린 밤안개를 감고서
가만가만 소망을 빌었음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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