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인
어릴 적엔
사랑사랑 이파리 뽐내며
미식가의 혀끝에서 자지러지기도 했네
자라서는
몰래몰래 달뜬 오지랖을
여름 내내 여몄다가
부끄럼색깔 자잘한 꽃으로
장미꽃다발 틈에 들러리도 해보았네
이제는
잔뿌리 끊기고결박된 발을 비틀려
곁가지조차 뚝뚝 떠나보낸 외줄기 몸이
빈혈, 빈혈에 걸린 채로
끝없이 목 마른 나무가 되네
벌건 혀로 구석구석 핥고 핥는
환장할 부탄가스 불목욕에 마음까지 내맡기고
니글거리는 들기름 단장에 딸꾹질도 달래며
속공으로 휘둘리어 골키퍼에게 달려드는
그처럼 혼이 쑥
둘러빠질 축구공 신세를
틈틈이 추스르네
있는 듯 없는 듯한 존재로 다시 태어나
갓 오십에 떠난 뒤로 다시 안 오는 남편 찾아서
칠순 넘긴 이제껏 아침마다 약수터에 오르는
우리 어머니의 애인, 애인,
말없는 애인이 되어
그 남은 날들마다를 촘촘하게 채우려하네.
빈 들판이 너무 추워
울타리 안에 들어왔던
명아주
그 지팡이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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