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아시스
-나비, 나비, 나비, 날개
추녀 밑에 매달려 딱딱한 주검으로 도를 닦던데요.
보리수나무 아래 석가모니처럼.
투명하던 내장을 온통 배춧잎으로 물들였을망정
털북숭이 끔찍한 몸을 굼실대며 방황하였을망정
기도를 하고 있던데요, 겟세마네동산 예수님처럼.
혼자 방을 지키고 있을 때면 거울로 판타지를 그리던데요.
흰 새 한 마리 그녀를 돌며 호로롱, 활짝 날아다니다가
그녀의 어깨에도 머리에도 손에도 앉아서 쉬곤 하던데요.
식구들 모두 그녀만 두고 아파트로 이사나간 날에도
그녀는 거울을 요리조리 뒤집으며 흰 새와 놀고 있던데요.
장애인거주확인조사를 받을 때만 실려 가던
아파트, 아파트야말로
눈앞에 그려내야 할 신기루였는데도
정교한 문신 반짝이며 햇살을 머금었다가 뱉었다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춤추다가 들국화 꽃잎 더듬어 기어이
눈 시린 아침을 먹던 그날에 나는
‘오아시스’ 영화를 보았던 거죠.
벽걸이는 무섭고 야자수 그림자도 무섭고
코끼리도 무서워서,
무서워서 그녀가 손거울을 던졌고,
조각조각 난 거울에서 태어난
흰 새가 낳은 나비, 나비, 나비들은,
이곳저곳 수선 피우며 불청객 되던데요, 꼭 그녀처럼
날갯짓 못 배운 몸짓이 발딱 발딱 발리 춤을 추는
인도 여인 배꼽 위로 온몸 너풀거리며
후다닥, 후다닥거리며, 엎어질듯 부딪치던데요
느닷없이 첫눈 퍼붓던 그날에 택한 피난처에서
석가모니도 예수도 물론 영원도 언감생심
쳐다볼 수조차 없이 되어버렸지만 이 말은 남기고 싶어요.
방황할 수도 춤을 출 수도 없이 어깻죽지 금가도록
날개 활짝 펼친 채로
‘내가 너인 줄로 알고 네가 나인 줄로 착각할’
'장자'의 말만을 탈색시키고 있던,
핀을 뽑아버리면 한낱 먼지라는 이름으로 불릴 이 몸,
박제의 경험담에 불과하지만
화알활 활랑, 활라랑……
우리는 영원을 낳는 날개가 있다는 걸 말해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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