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찾기
-아파트 3
주민행복추구권 해치는 누더기는
물러가라
물러가라
그래요, 아파트는요,
자객에게 들킨 명성황후처럼
이를 꽉 물고 위풍당당한 몸서리를 치네요
자갈자갈 와글와글 소라소라
뼈마디마디 갉힌 소리로
수돗물 타고 꺼이꺼이
기어나오다가, 나오다가
끝끝내 천정을 뚫고 벽을 뚫고
진격 태세 갖춘 그대로
어느새 꽃무늬 실크벽지로
옷을 갈아입었네요
무늬만 대통령같이
그래도
전에 있던 산꼭대기 제일 큰 나무
그 우듬지까지보다
몇 십배는 더 높아버린 저 아파트는요
눈가에 주름도 없앨 겸
보톡스 주사를 맞아
볼 때마다
내 눈을 찌르던 그녀처럼
오늘도
아등바등 꽃피우는
비닐하우스를 내려다보며
시한부 거드름을 피우네요
주민행복추구권 해치는 누더기는 물러가라
물러가라
물러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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