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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름

네? 제가 아이돌이라고요?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이나름
작품등록일 :
2021.05.22 04:52
최근연재일 :
2021.10.31 20:40
연재수 :
14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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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5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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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17
글자수 :
936,046

작성
21.06.05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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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조작과 함께 합니다 (1)

DUMMY

앞을 가로막고 화난 표정을 짓는 견승주가 우스웠다.


하지만 여기서 그렇게 말하면 안 되기에 짜증 나도 주변 카메라들을 보며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편집되어도 난 좋은 놈으로 찍히고 싶으니까.


“진짜 누구신지 모르겠어서요. 무엇보다 1~2주 차이라도 선배는 선배인데. 이래도 되나요?”


웃으면서 말하는데 멱살을 잡는 모습에 멤버들이 급하게 막아서서 떼어내려고 했다.


그런데도 놓지 않고서 눈을 크게 뜨고 멱살을 쥐어뜯을 것처럼 잡는다.


“야!”

“아까부터 막내한테 자꾸 야야 거리고 거들먹거리는 건지는 모르겠는데. 저희가 먼저 데뷔했고 그쪽에서 야야 거릴 만큼 잘못한 거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말리던 온하나가 말하자 듣던 견승주의 표정이 잘 얼어 붙어있던 빙판에 미세한 금이 가듯이 점차 무너진다.


“이젠 좀 가주셨으면 좋겠는데.”

“끼리끼리··· 잘 노네. 야, 나중에 봐.”


누구 멋대로 나중에 보자는 건지.


웃음이 나왔다.


그냥 막무가내였다.


“저···!”

“형, 진정하세요. 카메라··· 있어요.”


그제야 돌아본 곳에 카메라가 있음을 알고 한숨을 푹 내쉬고 주저앉는다.


곳곳에 보이는 카메라와 마이크가 차져 있는 자신들의 옷을 보며 조심스럽게 숨을 내뱉었다.


“후우···.”

“금방 선배들 오실 테니까 촬영 때만 빼고 다들 웃는 거 알지?”


고개를 끄덕이며 한참을 화를 삭이고 있는 하나의 손을 펼쳐 초콜릿 하나를 쥐여준다.


지금 당장은 먹을 수 없고 단 걸 못 먹게 했지만, 기분 안 좋을 땐 먹을 거로 달래라고 그랬다.


“초콜릿···?”

“나중에 들고 있다가 먹어요. 하나밖에 없으니까.”

“··· 너 초콜릿 안 먹지 않아?”

“형을 위해서 챙겨 왔으니까 몰래 드세요.”


고개를 끄덕이며 초콜릿을 조심스럽게 자신의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아무도 못 들었을 리가 없지만 다 같이 모른 척해줬다.


“고마워···.”


초콜릿을 받고 그래도 기분이 풀린 건지 들어오는 선배님을 향해 고개를 푹푹 숙이면서 인사하기 바빴다.


그 와중에 세이버는 어디로 간 건지 보이지도 않았다.


‘자기네끼리 알아서 하겠지··· 무려 대기업인데.’


싱긋 웃으면서 들어오는 사람의 옷차림에 단번에 출연자라는 사실을 알아채고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둘 셋! As you want! 안녕하세요, 에르피아 입니다!”

“어머, 요즘 유명하다던 에르피아야? 어머! 어머! 내 딸이 팬이야!”


연세가 있어 보이는 선배님은 트로트에서나 입을 것 같은 느낌의 옷을 입어서 그런지 전하는 분위기가 달랐다.


우릴 보고 활짝 웃었고 딸들이 좋아한다고 했다.


앨범을 보여주며 싸인 받으려고 했지만, 들어오는 선배님들의 행렬에 같이 고개를 숙이며 호호호 웃어넘겼다.


“나중에 사인해 줘야 한다? 우리 딸이 꼭 싸인 받아오라고~ 오라고! 그렇게 말하더라고.”

“감사합니다! 저희는 선배님 노래 진짜 많이 들었습니다!”

“어머! 트로트 좋아하는구나! 그럼 사아아라아앙 그 끝!을 어딘가아하!”


갑자기 시작된 즉석 노래에 다 같이 신나게 백댄서처럼 춤을 춘다.


고속버스 춤을 추자 보시던 다른 선배님들도 웃음이 터지고 부르는 사람은 흥이 나는지 들썩인다.


“핫! 나아아의~ 끝나버어어린 억울한! 내 사아아랑이여~ 핫! 핫! 호우!”


이게 슬픈 가사인데도 너무 신나게 추고 웃으면서 서로 호응하고 불러버리니 슬픈 건지도 모를 만큼 흥겨웠다.


트로트 우리 언제 한 번 불러야만 할 기회가 올 거다.


시끌시끌한 분위기 속에 선배님들이 다 들어오고 나서야 세이버는 조용히 등장해 아이돌답게 인사를 했다.


“We are SAVER! 안녕하세요, 세이버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선배님!”

“아, 그래요··· 그나저나 에르피아에 여기엔 하얀 말랑이가 있다던데. 누구야?”


차가운 눈빛에도 에르피아 근처에 준비가 된 자리에 앉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걸 보면서 빨리 앉을 것이지 왜 서 있냐는 눈으로 보는 선배님의 포스에도 견승주는 걸어와 내게 말했다.


“거기 우리 자리 아니야? 너희가 바깥쪽이고 우리가 앞쪽이잖아?”

“데뷔 연차대로 앉는 거래요. 엑스님.”

“그럴 리가. 급대로 앉는 거 아니었어? 중소가 무슨 아이돌을 낸다고···.”


표정을 찌푸리는 견승주의 비꼬는 말에 화가 난 멤버들의 반응이 움찍거린다.


이건 도발이었고 이거에 넘어가면 방송이 망한단 사실에 애써 참는 멤버들의 얼굴이 보인다.


“저희는 앉으란 대로 앉았을 뿐인데. 왜 그러시는 건지 이해가 안 되네요.”

“··· 야! 매니저!!”


모르는 사람처럼 웃는 하얀이 짜증 난 건지 그대로 걸어 나가서 자신의 매니저를 불렀다.


쩔쩔매면서 챙기는 모습에도 다른 멤버들은 신경도 안 쓰고 서로 할 일을 하고 있었다.


게임기를 놓지 못하는 애부터 긴장됐는지 물만 마시는 애도 있고, 선배님과 눈 마주치기 싫어서 눈을 돌린 애들까지 난장판이었다.


“아, 자리가 잘못되었나 봐요! 에르피아가 뒤로 가고 세이버가 에르피아보다 앞입니다.”


피디가 와서 그렇게 말하니까 어쩔 수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기다렸다는 듯이 걸어와 새하얀을 툭 밀치고 앉아 기세등등하게 팔짱을 낀다.


저런 X신이 카메라 다 있는 곳에서 이러니까 진짜 뇌가 녹았나 싶었다.


“피디, 연차대로라면 에르피아가 앞이 아닌가? 내 딸이 말해주기론 사이비인지 세이비인지 아무튼 걔네가 좀 뒤에 컴백했다던데?”


자연수는 심기 불편함을 드러내고 있었다.


아까 자신들과 웃으면서 이야기하던 우리가 취급을 제대로 못 받는 것에 대한 불만이었던 것 같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아, 그게 이름 순서대로인데 막내 작가가 전달을 잘못한 것 같아요. 선생님.”

“그래? 그래, 그럼 언제 촬영 시작해?”

“지금 슬레이트 칩니다!”


급하게 슬레이트도 치고 눈치도 엄청 보는 걸 보면 가장 조심해야 할 사람은 트로트 가수인가 보다 싶었다.


일단 저 옷은 명품 옷인 건 확실하게 아까 브랜드만 봐도 얼마나 버는 건지 눈에 보였다.


협찬은 아닌 것 같아 보였으니까.


‘저런 옷도 파는구나···.’


[‘소설 스타일을 분석합니다. 양판소, 망작, 쓴 제목의 이름은 ‘아카데미에 나타난···.’]


‘시끄러워 X끼야··· 나도 알아. 양판소인데 작품성 운운하다가 망한 거!’


이해가 되어버렸다.


그래, 브랜드값이란 것이 있고 제아무리 이상한 걸 내도 브랜드는 브랜드라서 먹혔다는 걸.


홍보와 화려한 포장지를 하면 가치가 달라진다니까.


그러려니 했다.


‘알고 나니까 기분이 여엉··· 별론데.’


잠깐 멍한 표정에 선배님의 다정한 말에 고개를 숙이고 웃으며 손뼉을 쳤다.


와아! 우리 선배님 최고! 하는 얼굴로.


“정면에 화면을 봐주세요.”


작가의 말이 들려오고 다 같이 돌린 고개에 까맣던 화면이 켜진다.


엄청 유명하다던 MC 신동현이 나타나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카메라를 바라보고 있었다.


“오늘 이 자리에서 새롭게 개편된 규칙과 진행에 따라 팀이 될 경우, 원하는 상대와 원치 않는 상대를 나눌 수 있습니다.”


이거 완전 세이버 저격하는 프로그램이네.


“순서는 데뷔한 연차별로 뽑습니다. 뽑고서 싫다면 보류가 가능하며 다른 팀의 곡과 변경을 하고 싶다면 기회는 단 한 번입니다.”


선배님들의 눈이 반짝였다.


원하는 곡들이 있나 본데 방송국 사람들이 쉬운 사람들이 아니다.


사람 눈치 보는 건 방송국이 최고기도 하고 분량 뽑아내려면 난리 나는 모습이 더 좋겠지.


“곡을 지정합니다.”


한 명씩 얼굴이 떴고 그 옆에 대표곡 하나가 선별된다.


데뷔곡이 하나인 경우는 신인인 에르피아와 세이버뿐이었기에 다들 피하고 싶어서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트로트부터 발라드, R&B, 힙합, K-POP, 재즈 종류는 다양했지만, 가수라고 다 잘 부르진 못할 거니까.


“트로트 가수인 자연수씨의 재즈 버전이 듣고 싶군요. 재즈 가수 리아나의 Room입니다.”

“오, 재즈라니 어머! 내 딸이 즐겨 들어서 다행이지!”


대체 저 딸들은 몇 명인 건지.


한 명이라면 노래란 노래는 다 좋아하는 것이 아닐까?


수다스러운 목소리가 들리고 그 목소리가 이어지자 들리지도 않는 화면 속 MC는 다음 카드를 넘긴다.


“다음은 힙합 가수 에러퀸! R&B 가수 대너드 Blue rain입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대너드 선배님.”


힙합 차림으로 와서 세 보였는데.


생각보다 덤덤한 반응에 대너드도 당황했는지 고개만 끄덕였다.


그 뒤로도 쭉쭉 이어졌다.


R&B가수가 정통 발라드를 부르고 재즈 가수는 힙합을 발라드 가수가 세이버의 곡이 걸렸다.


“K-POP의 대세죠? 세이버! 에르피아의 썸머 퍼레이드입니다!”


그 말에 웃음이 나올 뻔 했다.


우리 곡 생각보다 고음과 안무가 격할 텐데. 이걸 견승주가 어떻게 출지가 너무 궁금해서.


세이버와 에르피아의 곡 스타일은 많이 달랐다.


고음, 칼군무가 포인트라면 세이버는 강한 비트에 고음을 지르긴 하지만 대체로 음역대가 낮은 멤버들이 많았다.


“너 쟤네 노래 알아?”

“아니? 우리 곡만 해도 힘든데 어떻게 알아···?”

“엑스, 너는 알아?”

“저런 쓰레기 노래를 내가 어떻게 알아? 망한 소속사에 나온 노래를 누가 들어?”


작게 속삭이지만 사실상 안 들리긴 어려웠다.


마이크로 이미 다 나갈 텐데 무슨 생각인 건지.


소속사도 다 알면서도 저런 애들을 보낼 생각을 한 건지 모르겠다.


매니저가 손짓으로 말했지만 아무도 보지 않았다.


“아씨, 망했다.”

“하아···.”


그런 세이버가 우리 곡을 하려면 꽤 힘들 거라는 걸 여기 앉은 누구도 다 이해할 거다.


그들의 당황한 얼굴이 끝나기도 전에 빠르게 에르피아의 곡을 추첨한다.


“청량한 남자아이돌의 에르피아! 트로트 가수 자연수씨의 사랑 그 끝을 이라는 곡입니다!”


아까 부른 노래 아니야? 대기실에서 아까 열창했는데···.


그런 생각에 놀란 얼굴로 자연수를 향해 고개를 돌리자 웃으면서 잘 부탁한다고 손을 들었다.


트로트 하고 싶다고 했지만 이런 식으로 하고 싶진 않았는데.


가볍게 우리들끼리 하는 라이브 방송에 할 정도였지.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에이, 에르피아가 부르면 전부 명곡이지!”

“저희가 어떻게 선배님 곡을 뛰어넘어요!”


웃으면서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촬영 종료가 되었다.


수고하셨다는 말만 남기고 그 자리를 벗어나는데 다들 바쁘게 퇴근 준비를 하며 웃고 있었다.


딱 한 명만 빼면.


“··· 매니저!!”


소리 지르면서 나가는 견승주를 보는 눈은 그렇게 좋아 보이진 않았지만.


메인 보컬인 견승주가 불러야 할 부분의 고음이 많이 높을 텐데.


그걸 부디 감당할 수 있길 바란다.


‘음 이탈 나면 무대 방송도 못 보내려나?’


다 알겠으니 평범하게만 불러줬으면 좋겠다.


우리 노래 망치지 않게.


하차하면 더 좋고.


“매니저 이 X끼가 또 자리에 없어? 야! 매니저!!”


제발 저 시끄러운 애부터 하차시킬 방송국은 없을까.


대기업이라고 해도 저거 찍히면 아이돌 생활을 분명히 어려울 텐데.


언제부터 생각을 하고 말했던가? 그런 생각이 들자 그냥 포기하기로 했다.


내 인생도 아니니까.


이럴 때는 또 오지랖이 발동이 안 된다.


이건 좋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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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미니 앨범 2집 (1) 21.06.01 883 3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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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업데이트 21.05.25 1,603 39 15쪽
6 5번 작업실 +3 21.05.24 1,724 43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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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세이브 포인트 (1) 21.05.23 2,247 47 16쪽
3 조명 사고 21.05.23 2,690 66 13쪽
2 정상인 +2 21.05.22 3,989 8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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