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이나름

네? 제가 아이돌이라고요?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이나름
작품등록일 :
2021.05.22 04:52
최근연재일 :
2021.10.31 20:40
연재수 :
147 회
조회수 :
85,600
추천수 :
2,917
글자수 :
936,046

작성
21.05.28 00:01
조회
1,166
추천
33
글자
12쪽

흑역사

DUMMY

“그럼 이렇게 하는 걸로 하고 혹시 더 추가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말해주고.”

“없는 것 같아요.”


유현의 말에 결국 못 참고 손을 들었다.


사람들의 시선에도 손을 꿋꿋하게 들고서 꼭 들어야 하는 대답을 들어야만 했다.


“저희 그럼 언제까지 청량으로 밀고 나가는 건가요?”

“곡이 나와 봐야 알겠지만, 너희 나이도 어리고 지금 보면 청량도 충분히 먹혀서 조금 더 해도 나쁘진 않다고 보는데.”


그 말은 뜻은 너희 나이가 어리니 청량으로 밀 생각이라고 말하는 건데.


내 나이 22살 먹어서도 계속 청량으로 밀고 가도 뭐 그럴 수 있다지만.


그땐 맏형 라인 나이가 몇 살이지?


‘25살에도 형들은 청량한 거야? 그거 망돌테크 아닌가···?’


알 수 없는 말만 하는 실장님과 프로듀싱 팀은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잘 모르는 내가 봐도 이 소속사 아무리 봐도 뭔가 일 처리가 이상한 것 같은데.


아이돌에 대해 아예 모르니 진짜 어디서부터 말해야 할지를 모르겠다.


“곡이 나왔을 때 청량보다 더 좋은 곡 때문에 바뀔 수도 있어요?”

“곡이 좋다면야 수록곡이라도 좋으니 들어가야지. 타이틀 감이면 어쩔 수 없이 바꿔야겠고.”

“그럼 곡 나올 때 저희 다시 회의할 수 있다면 하고 싶은데 가능할까요?”

“그래, 그렇게 하자.”


지금 당장 매니저 한수형의 폰이라던가 회사 내부에 있는 컴퓨터라도 빌려서 검색을 하고 싶었다.


“저희 그럼 회의 끝난 거 맞죠?”

“왜? 연습하게?”

“아뇨, 저 인터넷 검색을 좀 하고 싶어서.”

“한수 씨!”


매니저 한수 형이 걸어와 핸드폰 초록 창에 V.I.V를 검색했다.


앨범으로 들어가 앨범 소개 글을 내려 작사, 작곡, 편곡을 보는데 정말 기가 차는 이름들만 보였다.


‘수록곡부터 타이틀까지 전부 레브가 작곡, 작사했다.’


간간히 보이는 것들은 같은 멤버들과 같이 한 걸 보면 소속사에게 맡기면 망하는 퀄리티가 되는 거 아닐까.


데뷔 초 앨범 소개 글에 나와 있는 작곡, 작사를 봤더니 역시나 소속사가 배정해준 곡들이었다.


“이때부터 청량 사랑이 시작되었구나···.”


지금의 색이 강렬한 V.I.V이었지만 첫 스타트는 에르피아와 다를 거 없이 그저 청량과 상큼함에 치중된 노래였다.


뮤비를 키자마자 보이는 어색한 메이크업과 연기만 봐도 안 어울리는 건 바로 알겠고.


“검색 다 했어요. 여기 핸드폰이요.”

“뭐 검색했어?”

“아, V.I.V 선배님들처럼 저희도 그렇게 떠야만 하잖아요. 그래서 보고 싶었어요. 앨범.”


어설프지 않게끔 말을 지어내서 말했다.


매니저 한수의 표정이 묘하게 안쓰럽다는 얼굴로 보며 머리에 손을 얹으며 말한다.


“할 수 있도록 회사도 노력하고 있으니까 걱정 마. 활동은 문제없게끔 알아서 다할 거야.”

“저한테 이것도 주신 건 저도 일하라는 뜻으로 보였는데요?”


들켰다는 얼굴로 웃음을 터트리는 매니저 한수의 모습이었다.


역시나 하는 얼굴로 고개를 절레절레 젓자 머리에서 손을 뗀다.


어깨에 손을 올려 톡톡 두드렸다.


“물론, 그렇게 하얀이 네가 나서주면 고맙지만, 강요는 아니야. 우리가 무슨 악덕도 아니고 안 그래도 바쁜 애한테 싫다는 일을 하라곤 못 하지.”

“곡 작업한 거 편곡하고 노래 불러줄 연습생이 필요할 것 같은데 괜찮을까요?”

“아티스트를 위해 있는 곳인데 뭐, 근데 멤버들한텐 말 안 할 생각이야?”

“음, 완성하고 나면요. 블라인드 테스트에 알리고 할 순 없잖아요.”


웃는 얼굴을 보며 고개를 끄덕이는 매니저와 하얀을 향해 걸어오는 실장님이 보인다.


“작업실에 앉아서 꽤 오래 있다가 나왔다는 이야기 들었는데. 곡 작업은 했어?”

“아뇨, 그냥··· 아무것도 기억이 안 나서 그냥 앉아 있다가 나왔어요.”


실장님은 실망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어기적거리며 걸어 나간다.


아무래도 굽이 있는 구두만 신으시는 분이었는데.


사이즈가 잘 안 맞는 것 같아 보였다.


“안 맞는 신발을 신으시면 발 아프실 텐데···.”


구멍 나도록 신었던 운동화를 신발장에 넣어뒀다가 새 운동화를 잃어버려서 신었을 때가 있었다.


내 발가락과 앞볼, 뒤꿈치가 통증이 오고 멍들고 아팠었던 기억이 난다.


결국은 밑창이 떨어져서 버렸었는데···.


그 신발을 보던 어머니가 말없이 눈물을 흘리셨었다.


“어? 뭐라고?”

“아니에요, 형”

“연습실 갈 거지?”

“네··· 가야죠.”


여기에 와서 체험이라고 생각한 지도 벌써 이렇게 흘러갔는데.


어머니는 잘 계시는 걸까. 하는 생각이 자꾸만 든다.


목소리도 가물가물한데··· 돌아가면 보고 싶었단 말을 해야겠다.


‘물론 돌아가면 또 투덜대거나 글 써보겠다고 난리 치겠지···.’


나는 너무 나를 잘 알아서 문제가 아닐까?


어떻게 마음이 3일을 안 가는 건지.


“··· 흐음, 실장님 혹시 슬리퍼 같은 거 안 신으실까요?”

“슬리퍼? 글쎄, 키 높이는 여자의 가오라고 낮은 건 절대 안 신으셔서.”

“음··· 네! 형, 저 연습실 갈 건데. 형은 어디 안 가죠?”

“아니, 신인개발팀에서 연락이 와서··· 내려가야 하니까 부를 거면 석금 씨한테 말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연습실로 향하는 길엔 많은 연습생이 보였다.


그 사이에서 보이는 눈빛이 시기와 질투가 섞인 것이 새하얀의 기분을 체험하는 시간을 가졌다.


연습실에 들어와서야 숨통이 트이고 땀이 줄줄 흐르는데.


저런 과정 없이 눈뜰 때부터 데뷔 쇼케이스여서 다행이었다.


“막내,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응? 누가 막내 괴롭혔음?”

“옛날이면 맞고 와서 의욕 없이 춤이나 췄겠지만, 요즘은 맞으면 사람 반으로 갈라다가···.”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조금 전까지 췄던 안무에 흘러내리는 땀을 닦아내며 말했다.


말이 어찌나 잔인한지 유현의 표정이 심각하게 굳어간다.


“··· 진아, 말 예쁘게”

“아, 맞다. 암튼 그럴 텐데. 하얗게 질린 거 보면 나불대는 소릴 들은 거겠지.”


돌처럼 쩍쩍 갈라지는 저 얼굴을 보고서 말을 수정한다.


결국은 교정된 것이 하나도 없단 사실에 유현은 그 자리에서 털썩 주저앉아야만 했다.


“안무 맞춰보자. 다시.”

“쉬고 싶은뎅.”

“하얀이 왔으니까 맞춰보고 쉬자.”


정한의 말에 이마에 땀을 매달고서 뾰로통한 얼굴로 자리에 서 있는다.


안 오냐는 듯이 까딱이는 온하나의 모습에 질린 얼굴로 춤을 맞춰야만 했다.


“오, 하나도 안 틀렸는데?”


물론, 시스템 없이도 내가 춤을 잘 출 수가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러니까 조금 재미가 있어서 뒷말을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와, 온하나 바로 틀렸네. 그 나이 먹고서 평지에서 넘어지는 사람 너뿐일 거다.”

“··· 너 내가 잘 지켜볼 테니 딱 기다리셈. 진짜 넘어지는 거 보자마자 놀릴 거니까!”

“응, 안 넘어져. 평지에서 죽어도 안 넘어짐. 수고.”

“야!”


노래가 끝나자마자 티격태격 싸우는 모습에 해탈한 유현은 정한에게 말했다.


“네가 하나를 맡아줄래? 내가 진이 맡을 테니까···.”

“··· 하나 형이 더 컨트롤 힘들지 않아요?”

“욕하는 애 입을 막는 거나 이상한 온하나 초딩 말투를 막는 거나 뭔 차이가 있을까?”


말없이 난 고개를 끄덕이기로 했다.


일단 둘 다 컨트롤하는 건 문제가 있을 것 같으니, 그냥 조용히 입을 다무는 선택지가 옳을지도 모른다.


“최대한 막을 거긴 한데. 막아지지 않을 것 같은데···.”

“정한아.”


유현의 입매가 바르르 떨려오더니 정한의 어깨에 손을 척하고 올린다.


정한은 뭐 하는 거냐고 의문을 가득한 표정을 지었고 유현은 보살처럼 웃었다.


“지금이라도 안 늦었어. 네가 리더를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헐, 누구 맘대로 결정하려 함?”

“맞지, 리더는 유현 형이 딱인데.”


불리할 때만 둘이 붙어서 찐친처럼 말하는 걸 보면 형제의 우정이 아닐까 싶었다.


내가 봤던 영상에선 둘이 사이가 정말 좋지 않았던 것 같은데.


묘하게 친하네.


“더 보여줘야 알지··· 그걸로 어떻게 추측해?”


중얼거리는 소리가 너무 작아서 그런지 아무도 돌아보지 않았는다.


아무리 체험이라고 해도 그렇지.


너무 정보가 없는 거 아닌가 싶을 지경이었다.


‘이거 완결이 언제인 거지··· 집에 돌아가고 싶다.’


우중충하게 앉아있는 모습이 신경이 쓰였는지 땀에 절여진 정한이 앉아서 말없이 곁을 지켰다.


이름과 달리 매정하지도 않고··· 생각보다 신경 많이 써주던데.


원래 아이돌이 되려면 좀 어른스러운 애들도 들어가는 건가 싶다.


“매정한 형.”

“왜?”


돌아보는 정한의 얼굴이 참 잘생겼단 생각이 들었다.


역시 이건 소설 속이구나 싶은 비주얼, 저런 얼굴로 못 떴다고 설정한 내가 대단하다.


이름도 설정에 의해 정했는데 좀 미안하기도 하고.


“그냥 불러봤어요. 곰곰이 생각해보니까 형은 이름이랑 정말 안 어울리는 것 같아서.”

“다들 그러더라. 근데 말도 잘 안 하고 표정이 무표정이라 그런지 다들 이름처럼 생각하고.”


부모님이 지어주신 거니 좋다고 웃었지만, 괜히 죄를 지은 기분에 양심이 찔렸다.


소설 속에 새하얀 중심으로 써서 정한 파트는 거의 나오지도 않는데.


얜 왜 이렇게 착한 건지.


“뭔가··· 갑갑하네요.”

“이제 데뷔한 신인이니까 당연한 거겠지···.”


내 말은 그 뜻이 아니었는데.


새하얀이라면 생각할 걱정이 맞았지만, 굳이 알려줄 필요는 없었다.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맞다고 맞장구를 칠 뿐.


“춤 안 추니까 에어컨 바람이 너무 춥네요. 으으···.”

“그럴 땐 안무 연습이 제격인데.”

“아깐 쉰다면서!”


온하나는 연습실 끝에 있으면서 조용히 말한 소리를 들었나 보다.


온몸을 부르르 떨었고 김진도 싫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무대에서 실수한 거 다 봤는데. 엇박으로 오른발 내딛는 거 봤으니까 움직이자.”

“와, 귀신인가···.”

“난 안 틀렸음! 수고!”


춤 틀렸다고 하니까 방금 뭔가 생각이 나는 것 같았다.


하나는 지옥으로 끌려가는 진을 보며 깔깔 웃으며 바닥에 눕는 하나를 향해 말했다.


“아까 후렴에 음 넣다가 음정 떨어졌잖아요?”

“··· 그거 어차피 티도 안 나는 거 아님?”


잘게 떨려오는 두 눈에서 당황스러움이 묻어났다.


진의 입꼬리가 씰룩이고 그럴수록 덥지도 않으면서 땀이 투툭 흘러내린다.


“‘내 꿈을’ 부분에서 끝에서 음이 흔들리는 거 보니까 체력이 부족한 것 같던데.”

“아, 너 이 새끼 잘 걸렸다. 체력은 안무로 키우는 것도 가능하다더라.”

“··· 으으으!!”


누워서 일어나지 않겠다는 집념에 하나를 끌고 가는 김진이었다.


그걸 보며 안무 맞추자고 말하고서 지켜보는 정한의 콜라보까지.


역시 이곳은 제정신이 아니란 걸 보여주고 있었다.


“음··· 역시 정상인은 나뿐인 건가?”


아무리 생각해도 그게 맞는 것 같아서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옆에서 조용히 물을 마시고 있던 유현의 입가가 미묘한 미소를 지으며 바라본다.


“아무리 봐도 우리 그룹에는 정상인이 없는 것 같은데···.”



* * *



끔찍한 방영 날짜가 되고 영상이 W튜브에도 떴다.


인기가 없는 걸 인증하듯 많은 조회수를 얻진 못했다.


하지만 티이스북에서 화제가 되어 짤로 올리고 영상이 올라갔다.


그제야 사람들은 V.I.V 후배가 아닌 아, 그 메댄 압도하고 걸그룹보다 잘 춘 잘생긴 걔?! 라고 불리게 됐다.


“형들··· 뭐 보시는.”

“어? 같이 와서 볼래? 하얀이가 분량 젤 많네.”


잠깐 쉬는 날에 숙소 거실에 모여 앉은 멤버 중에 유현이 웃으면서 말했다.


김진과 하나는 손만 까딱이면서 웃긴다며 깔깔 웃어댔다.


정한은 무표정으로 보다가 한 번씩 웃음을 참았다.


그들이 보고 있는 예능은 ‘발굴! 내 아이돌 뉴스’에 걸그룹 춤을 추고 있는 내가 보였다.


“··· 저 방금 엄청난 걸 본 것 같은데.”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네? 제가 아이돌이라고요?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0 조작과 함께 합니다 (3) +1 21.06.06 716 26 13쪽
29 조작과 함께 합니다 (2) 21.06.05 708 24 14쪽
28 조작과 함께 합니다 (1) +2 21.06.05 774 22 12쪽
27 이러시는 이유가 있으실 거 아니에요 21.06.04 760 23 14쪽
26 평화로운 하루 +1 21.06.04 757 27 15쪽
25 트로트가 쏘아올린 작은 공 21.06.03 781 24 15쪽
24 에르피아를 위해서 21.06.03 809 28 16쪽
23 소고기 데이 21.06.02 817 28 14쪽
22 뼛속부터 아이돌 +2 21.06.02 868 31 12쪽
21 미니 앨범 2집 (2) 21.06.01 837 26 16쪽
20 미니 앨범 2집 (1) 21.06.01 883 32 14쪽
19 사생팬 21.05.31 920 29 14쪽
18 재입대? +2 21.05.31 954 37 10쪽
17 이현과 새하얀 21.05.30 957 30 18쪽
16 존경합니다! 선배님! +2 21.05.30 988 32 17쪽
15 꿈에서 본 당신 +1 21.05.29 990 33 11쪽
14 청초한 미소년 +2 21.05.29 1,100 39 15쪽
13 어딜 내놔도 부끄러운 아이돌 21.05.28 1,099 30 12쪽
» 흑역사 21.05.28 1,167 33 12쪽
11 제정신이세요? 21.05.27 1,267 31 15쪽
10 발굴! 내 아이돌 뉴스 (2) +1 21.05.26 1,384 37 17쪽
9 발굴! 내 아이돌 뉴스 (1) +1 21.05.26 1,463 34 14쪽
8 지옥에서 온 요리 +1 21.05.25 1,552 41 15쪽
7 업데이트 21.05.25 1,603 39 15쪽
6 5번 작업실 +3 21.05.24 1,724 43 16쪽
5 세이브 포인트 (2) +3 21.05.24 1,972 43 15쪽
4 세이브 포인트 (1) 21.05.23 2,247 47 16쪽
3 조명 사고 21.05.23 2,690 66 13쪽
2 정상인 +2 21.05.22 3,989 82 14쪽
1 에르피아의 막내 +4 21.05.22 6,729 148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