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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름

네? 제가 아이돌이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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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름
작품등록일 :
2021.05.22 04:52
최근연재일 :
2021.10.31 20:40
연재수 :
14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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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5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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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17
글자수 :
936,046

작성
21.05.23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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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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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세이브 포인트 (1)

DUMMY

“많이 아파?”

“아니요, 그냥··· 조금 베인 건데요. 그렇게 아프진 않아요.”

“조금은 무슨 피가 이렇게 많이 흐르는데.”


당황스럽게도 좀 많이 흐르는 피에 애써 막으면서 병원으로 향하는 내내 어색하게 웃었다.


사람이 안 죽었으면 됐지 않았나 싶은데도 다들 좀 과보호가 심하다.


“이젠 괜찮을 겁니다. 진정하시고 퇴원 바로 하실 건가요?”

“네.”


얼마 다치지도 않았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는 하얀과 달리 매니저의 표정과 멤버들의 표정이 볼만했다.


주변 사람들이 보기엔 혹시 시한부인가 싶을 정도로 과하기도 했지만, 그들의 표정 때문에 돌아보는 건 아니었다.


너무 잘생긴 애들이 뭉쳐있어서 시선이 가는 건 어떻게 막을 수가 없으니까.


“바로 퇴원해도 되는 건가요? 바늘로 꿰매기까지 했는데···.”

“네, 약 잘 챙겨 가시고··· 상처 안 벌어지게 조심해주시면 됩니다.”


활동을 지속해야 하는 입장으로는 어쩔 수 없이 해야 한다.


한쪽 팔을 덜 움직이면 되지 않을까 생각도 들었다.


안 그래도 안무가 더럽게 많은데 못하면 이거대로 큰일이 아닌가.


“하아···.”

“내가··· 빨리 피했으면 네가 안 다쳐도 됐는데.”

“형, 자책하지 마요. 나도 모르게 손 뻗은 거라서··· 그런 거고요.”

“그래도 미안하다···.”


고개를 푹 숙이고 미안하단 말만 내뱉는 유현의 손을 잡긴 싫었기에, 손등을 가볍게 톡톡 두들기고 안 다친 손으로 감싸듯이 얹다가 슬그머니 손을 뺀다.


아무래도 남자끼리 손잡고 안고 그런 건 좀 징그러우니까 괜찮다는 의미였다.


의도치 못한 유현의 눈물 후두둑 흘러내린 것만 빼면 나름 괜찮은 선택을 했다고 생각했다.


“왜, 왜 울어요?”

“그냥 좀 놀랐나 봐. 하하···.”

“잠깐 쉬게 놔두고 다들 차로 돌아가 있어.”


실장님은 또각거리는 구두를 신고서 병실로 들어와 멤버들과 매니저를 보내면서 얼른 가라고 눈을 부릅뜬다.


어기적어기적 밖으로 나가는 걸 보며 빈자리에 앉았다.


“일단··· 하루 쉬어. 놀랐을 거고 몸이 여기저기 비명을 지르겠지. 팔이니까 그나마 다행이네.”

“저··· 내일 무대에 전 팔 동작을 좀 줄이는 편이 어떨까요?”


뭔 소리냐는 듯 눈을 가늘게 뜨는 실장님은 팔을 보더니, 고개를 저으며 말한다.


“아이돌 하기 싫어하는 것처럼 굴더니 하고 싶었나 보네. 그래도 일주일은 쉬어야 해.”

“하지만 무대는 해야!”

“팔이 그런데도 하면 소속사를 욕하지 않겠어? 메인 보컬이 중요하다만 이미지 마케팅이라는 것도 필요한 거야. 꼬맹아.”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는 얼굴로 눈을 깜빡거리자 실장님은 여유롭게 다리를 꼬았다.


“여기서부턴 회사가 알아서 할 테니까 넌 일주일 동안 쉬고만 있어. 우리한테 벗겨 먹을 거 많게 보일 거고, 알아서 프로그램이 기어 올 테니까.”

“와··· 정말 사업 잘하실 것 같네요. 실장님.”


양손으로 엄지를 들고 싶었지만 들 수가 없어서 슬그머니 입꼬리를 올렸다.


“그거 욕이야? 칭찬이야?”

“칭찬이죠. 손해 안 보고 이득만 보려는 모습이 멋있습니다.”

“그래, 세상이 날 이렇게 만든 거지. 내가 나쁜 거겠니. 암튼 쉬어라! 일주일 뒤에 보자.”

“네, 들어가세요. 실장님.”


실장님은 병실 밖으로 나갔고 매니저 형이 다시 들어와서 곁을 지켰다.


데뷔한 아이돌이라서 혼자 두면 안 된다는 이유만으로 떠나지 않았지만, 솔직히 좀 불편하기도 했다.


‘애가 다쳤는데 왜 주인공 새하얀의 부모님은 안 와?’


고민하다가 쥐여주는 매니저 형의 핸드폰과 말에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핸드폰 좀 볼래? 기사가 쏟아지더라. 부모 없는 고아 이미지도 안 그래도 강한데···.”


주인공은 부모가 없구나. 라는 걸 깨닫고도 아무렇지 않았다.


사실 놀랄 일도 아니었다.


주인공들은 대부분 부모가 없거나 이상하거나 너무 말도 안 되게 화목한 경우가 많으니까.


내가 설정하지 않았더라도 그건 세계가 부족한 부분을 채워 넣는 거고.


“감사합니다.”


핸드폰을 받아들고서 초록 창을 열자 실시간 검색에 자신의 이름과 프로그램 이름이 떡하니 쓰여 있는 걸 보면서 허탈하게 웃었다.


거참, 사고 같은 거로 실검에 올라볼 줄은 몰랐는데.



1. 새하얀 에르피아

2. 음악 박스 조명 사고

3. 에르피아

4. JH 엔터, 공식 입장문

5. 서다정 재계약

.

.

.



기사를 보려다가 무슨 댓글이 달릴 건지는 예상이 되니, 핸드폰을 내려놓고 눈을 지그시 감았다.


갑자기 일어난 상황에 당황스러운데 팔 다치고 왜 실장님은 진심으로 보는 걸까.


그러고 보니 상태창도 안 나오고.


“··· 이상하네.”


생각을 들은 건지 눈앞에 상태창이 뜨자 조금은 나아지는 기분이었다.


그래도 자신에겐 치트가 있으니까 상처가 금방 낫는다던가.


상처가 없게 나을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상태창을 눈으로 훑었다.


[축하합니다! 업적 1. 조명에 깔려 죽다 살아나다. 당신은 ‘유현’님을 살리셨습니다.]


추가 보너스 같은 건 없나?


눈알을 굴리며 보는 도중에 상태창의 메시지가 바뀌며 다른 글자가 적혀진다.


이게 눈으로 직접 보는 건 확실히 다르긴 하다.


기분이 묘하네.


[업적 달성! 업적에 따른 적당한 보상을 지급합니다.]

[암전이 될 수 있으니 주의하세요!]


하얀은 당황스러움에 뭔가를 말을 하려는 순간 세상에 암전이 찾아왔다.


야, 보상이라며?


“으, 여긴 어디야.”


어두운 암전 속에 갇힌 듯 멍하게 서 있다가 상태창이 자신의 눈앞에 대놓고 둥둥 떠다니며 메시지를 띄운다.


[기억이 없는 당신에게 드리는 보상입니다. 주인공 ‘새하얀’님의 과거 1편을 공개합니다.]

[이 세상을 살아가실 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사라져버리는 상태창에게 뭐라 할 말이 없어서 멍하니 서 있자 암전이었던 세상에 빛이 쏟아진다.


눈을 뜨자 자신의 모습.


아니, 새하얀의 모습이 영상처럼 재생되고 있었다.



* * *



“하아··· 너 정도의 보컬은 하라면 다 해. 연습생들 실력이야 다 거기서 거기고.”

“··· 네.”

“진짜 충고하는 건데. 너 그냥 배우 해. 알잖아, 얼굴 하나는 인정하는데 노래 실력은 특출나지 않는단 거. 또 유독 춤이 늘지도 않고.”


말없이 새하얀은 고개를 숙이고 있을 뿐이었다.


신경질적인 얼굴로 표정을 잔뜩 구기고서 한숨을 푹 쉬는 남자는 마른세수를 하면서 하얀에게 물었다.


“진짜 아이돌 길만 계속 갈 거야? 좋은 기회잖아. 배우 할 수 있게 배역도 준비가 되어있고.”

“죄송합니다···.”

“하, 그래. 가봐, 내일 월말평가 잘하고···.”


애매한 성적에 놓인 새하얀은 꾸벅 인사를 하고서 복도로 나와 무작정 걸었다.


밤이 찾아와 밖은 어두컴컴했다.


다들 잘 시간에도 불이 켜져 있는 연습실에서 들려오는 노랫소리에 문을 열어 보는데 새벽에도 춤추고 있는 이현이 보였다.


“아, 들킨 줄 알았네···.”

“이 시간에 하고있는 거 알면 수위 아저씨가 와서 뭐라 할걸요. 불 끄고 핸드폰 불빛에 의지해서 춤을 추는 게 제일 안전하고요.”


이현은 어린 새하얀의 말에 뭔 말이냐는 듯 고개를 갸우뚱 기울이면서 물었다.


그게 기분이 나빠서가 아니라 정말로 궁금한 얼굴로 조금 날카롭게 생긴 눈매로 내려다보니 조금 무섭긴 했지만, 그 뜻은 전달이 됐다.


“어? 대부분 그냥 숙소에 돌아가서 자라고 하지 않아?”

“다들 몰래몰래 연습하니까요. 무엇보다 형은 지금이 아니면 힘드신 거 알아요.”

“··· 소문이 거기까지 퍼졌어? 아, 여기 다들 입 참 가벼워선.”

“소문보다는 눈치죠. 그 형들은 괴롭힐 상대를 딱 5명 정하는데 그중에 하나가 형이였고요.”


이현은 담담한 하얀의 반응에 그게 더 머쓱해져 머리를 긁적이면서 눈동자를 굴렸다.


“괜찮아요, 형 나이면 늦은 거 아니니까. 그 형들 연습생 생활 여기서만 7년째인데도 형보다 실력이 떨어져서 그래요. 질투죠.”


그런데도 불구하고 너무 또박또박하고 당당한 모습에 이현은 어린 하얀의 이름이 궁금해서 다가와서 얼굴을 마주 보며 이름을 물어보았다.


“어린 애가 되게 못 하는 말이 없네. 그래서 너 이름이 뭐야?”

“새하얀이요. 그 형들 괴롭히는 거 못 참으면 말해요. 제가 아직 어린 탓에 나서서 뭔가 할 수는 없는데 듣는 건 잘한다는 말을 들었거든요.”

“그래그래, 고맙다. 너 되게 똑 부러지는구나?”

“형이 너무 무른 거예요.”

“형이 그럼 맛있는 거 사줄 테니까 춤 잘 추는지 봐줄래?”

“뭘 모르시나 본데 저도 경쟁자인데요?”


교과서에 튀어나온 아이처럼 말하는 하얀이 웃겨서 이현은 킥킥 웃음을 참는다.


오히려 그게 자신이 더 귀여워 보이게 만드는 걸 모르는 것 같았다.


“큼, 알아. 그렇지만 같은 팀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 저 재능 없어서 방출 위기라 도움 안 될 거예요.”

“우리 잘 맞네. 나도 사실 방출 위기라서.”

“네, 그렇다면야 잠깐 봐 드릴게요.”


이현은 웃음을 꾹 참으면서 연습실 문을 닫고 노래를 틀자마자 자신이 직접 만든 안무를 뽐낸다.


자신도 모르게 입을 벌리고 쳐다보는 하얀이 너무 귀여워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걸 아는 건지 모르는 건지 보면서 눈을 반짝였다.


다음 날에도 그다음 날도 챙기게 되었고 어느 날부터인지 항상 붙어 다닌다는 소문도 돌았다.


“나 이번에 밀려서 다른 회사로 가기로 했어.”


이현이 소속사를 옮기기 전까지만 해도 그래도 정 붙일 수 있었던 만큼 하얀은 보기에도 섭섭한 얼굴을 감추지도 못하고 그를 보내주었다.


하나둘 사람들이 방출되고 새로운 사람들이 들어오고 기대감에 부푼 이들이 연습생 스케줄에 결국 울음을 터트렸다.


“이걸 원하고 온 게 아닌데···.”


우는 연습생들의 말은 다 똑같았다.


막연하게 자신은 될 거라는 기대.


빛나는 스타가 되고 싶었지만, 사실 거기까지 오르는데 너무 험난하고 오르기엔 너무 가시가 박힌 절벽을 올라야 한다는 걸.


“새하얀.”

“네, 실장님.”

“너 진짜 재능이 없는 걸 아직도 모르겠어? 몇 번을 말해야···.”


실장님은 말을 잇지 못하고 화장기 없는 얼굴로 마른세수를 한다.


처진 어깨와 고개를 숙인 하얀에게 냉정하게 말했다.


“내가 다른 소속사에 연결해줄게. S.P 엔터에 신인 남자 아이돌을 제작 중이라고 하니까 거기서는 너 반길 거야.”

“··· 감사합니다.”

“돌아가서 짐 싸고··· 배우 할 생각이 있다면 연락해.”

“네···.”


이때까지 꿈을 향해 달려왔던 만큼 해진 운동화, 무릎이 튀어나온 트레이닝복 바지, 땀에 절여서 어떻게 씻어도 냄새나던 티셔츠들을 챙겼다.


땀냄새가 나서 찝찝했던 숙소를 짐을 들고 벗어나는 건 오래 걸리지 않았다.


어차피 난 아이돌이 못 되는 운명이었을 지도 모르겠다.


“야, 빨리 연습실 가자. 우리도 방출되면 안 되니까.”

“지금 쟤 듣는데 그렇게 말하는 너 인성 참···.”

“뭐! 쟤가 방출될 만하니까 방출된 거겠지.”


숙소 벗어나 회사를 탈출할 때까지 쏟아지던 연습생들의 시선이 따가웠다.


자신도 저렇게 방출되던 애들을 보면서 나는 안 그럴 거라고 다짐하고 새로 들어온 사람에게 정을 주지 않으면서 버텼었다.


‘근데 아무리 내가 잘해도 나보다 뛰어난 사람들이 넘쳐났다.’


그렇게 죽기 살기로 노래하고 춤추고 작곡한 게 헛수고 같았다.


“하하···.”


갈 곳이 없는 내게 남겨진 건 돌아가신 부모님의 흔적이 가득한 집이었다.


들어서자마자 이젠 볼 수 없는 부모님의 향기가 가득한 거실에서 불도 켜지 못하고 몸을 웅크리고서 눈을 감아야 했다.


난 불행하게도 가진 것이 없는 애였으니까.



* * *



“흐억!”


숨이 멎을 것 같은 먹먹한 가슴을 붙잡았다.


눈을 뜨자 시간이 얼마나 지난 건지 매니저 형이 고개를 갸웃하며 다가와 땀을 흘리고 있는 하얀에게 다가온다.


“뭐야, 왜 이렇게 땀을 흘려?”

“아냐, 아무것도···.”

“퇴원 준비는 다 했고? 짐 하나도 안 싼 거 봐라. 팔 아프니까 넘어간다.”


퇴원이라는 말에 벽에 걸린 전자시계를 본다.


일주일이 지난 날짜와 함께 오후 2시라는 시간이 붉게 숫자가 자신을 반긴다.


“저, 저 일주일 동안 뭐 했어요?”

“뭐 하긴? 평소대로 병원 밥맛없다고 하고 화장실도 가고 잠도 잘 잤잖아?”


난 그런 기억이 없는데···?


식은땀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소설 속이라서 내가 못 보거나 안 보이는 분량은 넘겨지는 건가 싶은 마음에 애써 웃었다.


허전한 자신의 팔을 보는데 꿰매진 실밥이 보이지 않아 매니저를 보자 이상하다는 눈으로 바라봤다.


“아까 풀었잖아? 너 상처가 빨리 나아서 다행이라고 원래는 2주 걸린다는데 빨리 풀었어.”

“아··· 그렇구나.”

“이상하다. 오늘 진짜 왜 이렇게 정신이 없어?”

“아하하, 아무것도 아녜요. 아무것도···.”


마지막 말을 씹으며 입술을 깨물었다.


상태창이라면 이런 진실을 알려주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상태창을 속으로 부르자 기다렸다는 듯이 나타나 메시지를 띄운다.


[보상으로 ‘회복’, ‘과거 1편’을 열람하였습니다.]


‘그러니까 왜 내 시간이 제멋대로 이렇게 바뀐 건지는 설명을 해주지 않는 거지?’


눈을 가늘게 뜨고 상태창을 노려보자 잘게 떨림과 동시에 메시지가 바로 수정되어 눈앞에 나타났다.


보면 볼수록 신기한 홀로그램이었다.


[보상의 시간과 현실의 시간은 다르기에 ‘사용자’에게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였습니다.]


한숨을 푹 내쉬며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마음을 알아들은 듯 사라지는 상태창에 자신의 앞에서 짐을 다 챙긴 매니저의 행동에 따라 지하주차장으로 향했다.


차에 타자마자 전해주는 사과 패드에 적힌 초록 창의 메인에 오른 기사를 누르자 거기엔 온갖 댓글이 달려있었다.



-qwer1778 : 듣보잡 또 나왔네ㅋㅋ 언플하는 거 봐라. 소속사 X나 돈 많은가 봄?

⤷븨아븨럽 : 싫으면 보지 말지 굳이 찾아서 또 댓글 달죠? 방송 무대 장치 떨어졌다잖음?


-고슴도치도치 : 우리 오빠들이었으면 어쩔 뻔 했어ㅠㅠ 우리 오빠들이 아니라서 다행이당

⤷님인성문제있음? : 님 인성 문제 있음?

⤷고슴도치도치 : 왜여? 내가 내 아이돌 이야기도 못 함?


-븨아븨럽 : 아니, 근데 왜 조명이 떨어졌고 음악 박스는 입 꾹 처닫았음?


-관계자인데요 : 제가 관계자라 아는데 저기 조명 문제 있는 거 알면서도 다들 묵인했습니다.



머리가 지끈거리는 기사에 사과 패드를 끄고서 허벅지 위에 올려놓곤 눈을 슬며시 감았다.


이거 생각보다 아이돌도 극한직업인 것 같은데 자신이 너무 몰랐던 거 아닐까.


“아, 너네 사과 차트에 순위권 올랐더라. 다친 건 안 좋은 건데. 사과 안 하는 음악 박스 측 때문에 노래 듣고 뮤비 보느라 너 지금 난리야.”


매니저의 신난 목소리 속에는 자신이 다쳐서 눈치를 보는 것이 보였다.


그런 것보다 멤버들은 뭐 하는지 궁금해 매니저 형에게 물었다.


“멤버들은요?”

“너 걱정하더라. 아, 그리고 이번에 잡힌 예능에 너 부르고 난리더라고.”

“그건 실장님이 결정하실 사안이니까··· 형, 저 잠깐만 눈 감고 쉬고 있을게요.”


그렇게 잠깐 밴에서 졸았더니 꿈이 뒤숭숭했다.


옛날부터 썼던 소설들이 튀어나오지 않나.


피곤한 눈으로 손목에 근육이 이상하게 욱신거리고 아픔에도 글을 멈출 수 없던 그때가.


‘손목 보호대가 필수였지.’


뜨지도 못했으니 다작이라도 해서 하나라도 걸려라. 식이었다.


처음엔 분명 작품성을 띠고 있었다만 점점 사라져가는 작품의 정체성에 막판엔 포기하고 썼었다.


이게 진짜 마지막이라고.


“하하, 꿈이라니··· 옛날엔 새로운 소설로만 꿈을 꿨었는데.”


오늘따라 꿈은 유난히 내 작가 시절의 과거에 대한 꿈이 날 힘들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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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소고기 데이 21.06.02 816 28 14쪽
22 뼛속부터 아이돌 +2 21.06.02 868 31 12쪽
21 미니 앨범 2집 (2) 21.06.01 837 26 16쪽
20 미니 앨범 2집 (1) 21.06.01 883 3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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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에르피아의 막내 +4 21.05.22 6,729 14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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