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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름

네? 제가 아이돌이라고요?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이나름
작품등록일 :
2021.05.22 04:52
최근연재일 :
2021.10.31 20:40
연재수 :
147 회
조회수 :
85,586
추천수 :
2,917
글자수 :
936,046

작성
21.06.02 00:08
조회
867
추천
31
글자
12쪽

뼛속부터 아이돌

DUMMY

“진짜요? 기억력 되게 좋네요. 전 어두워서 얼굴도 잘 기억이 안 나는데···.”


요즘은 존댓말도 익숙해져서인지 대단하다고 엄지를 들어 올렸다.


정한은 여전히 무대를 보며 뭔가 불안한 눈으로 고개를 갸웃거린다.


“저희 무대 끝나면 바로 차로 돌아가면 되니까. 너무 걱정 마세요.”


고개를 끄덕이며 정한도 자리를 옮긴다.


사실 말은 못 했지만 나도 섬뜩했다.


‘사생이 저기 사이에 껴있을 줄은···. 하, 사생은 진짜 범죄 아닌가.’


무대에 올라 들려오는 노래에 기계적으로 마이크를 들었다.


노래가 갑자기 뚝 끊긴다.


멤버들도 음향 쪽을 바라보자 앞에 듣고 있던 사람들의 표정이 싸하게 굳어가는 것도 보였다.


‘되게 살벌하네···.’


실시간으로 얼어붙는 상황에 태연하게 내가 먼저 노래를 이어 불렀다.


전에 기사로 종종 이런 음향 사고는 흔하다는 기사를 봤었다.


그런가 보다 하고 떨리는 심장을 애써 부여잡았다.


“내 맘 더는 기다릴 시간이 이렇게도 빨리 뛰는 걸 너도 알고 있잖아.”

“너만 바라보는 내가 될게. 너에게 주고 싶은 사랑을 저 밤하늘처럼 네게 전할래.”


그러자 자연스럽게 노래를 받는 멤버들로 인해 무반주로 춤추면서 부르는데.


먹은 게 김밥뿐이라 입에서 소화가 다 된 김밥이 튀어나올 것 같다는 후일담이 전해진다.


‘끔찍했지. 심장과 폐가 찢어질 것 같고 울렁거려서 죽을 뻔했고···.’


자신의 안위 여부와 상관없이 표정은 밝았다.


주인공의 보정인 건지.


원래도 노래를 잘 부르는 몸 때문인 건지.


너무 잘 불러서였을까.


그 장면을 보고 있던 한 여자는 손으로 입을 막고 굳어버린 걸 보지도 못했다.


웃고 있지만, 정신이 나갔었으니까.


“노래··· 다시 틀어지나요?”


숨이 차오르고 무반주로 완곡을 했다고 내려갈 순 없었다.


결국 처음부터 다시 노래하고 춤추면서 무대를 끝마쳤다.


웃으면서 손을 흔들었고 다들 차에 타자마자 그대로 쓰러졌다.


“나, 나 진짜 심장이 입 밖으로 나올 것 같아서··· 우욱.”

“물, 물···.”


물만 찾고 있는 하나와 심장이 나올 것 같다는 진의 반응에도 유현은 이미 기절한 상태였다.


오직 정한만 멀쩡하게 앉아서 물을 삼키고 있었다.


‘사람이 아닌 거 아닐까···.’


그런 정한을 보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태릉 선수촌으로 가야 할 사람이 아이돌을 한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국가에 인재 하나를 잃은 거라는 건데··· 그건 좀 아쉬운 일이었다.


“으으···.”


생각만 했지 그 자리에서 장난칠 말을 할 수는 없었다.


심장이 입 밖으로 나올 것 같고 세상이 도는 것 같아서 죽을 것 같아서.


“고기 먹으러 갈 건데. 다들 괜찮아?”

“저희 고기 뭐 먹어요? 소? 돼지?”

“돼지일 듯! 우린 신인이라서 소는 안 사줄 거임.”


먹는 이야기엔 멤버들의 눈이 초롱초롱해진다.


젊음이란 건 좋은 거였다.


“대단하네··· 젊은 게 좋네.”


마음속으로 조용히 그 말에 동의했다.


목욕탕에 잠깐 들러서 씻고 나니 언제 그랬냐는 듯 다들 체력이 멀쩡했다.


‘와, 얘네는 사람이 맞을까. 어리면 에너지가 다른가?’


생각이 많아졌다.


내 몸의 체력은 시스템 덕분이지만 쟤넨 시스템도 없으면서 해낸다.


초인이 아닐까?


“우선 양념갈비부터 먹을래?”

“헉, 양념갈비 콜!”


도착한 고깃집에선 불판에 앉아 지글지글 구워지는 고기들을 다들 입에 집어넣고 본다.


나 역시 고기를 입에 가득 넣고 씹었다.


고기는 최고였다.


“와씨···.”

“맛있음?”

“존맛. 진짜 이게 기름이지···.”


양념갈비를 8인분을 먹고 난 뒤에도 삼겹살을 굽는데 거의 우는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멤버들은 첫입을 먹자마자 눈물이 핑 돌아서 다들 눈을 가리고 고기만 말없이 씹었다.


배가 좀 불렀다고 그제야 소리가 커지고 콜라도 마시고 진짜 제대로 즐거워 보였다.


“아하하하핳!!”

“으캭캭캭!! 마셔! 마셔!!”

“누가 쟤네 잔에 술 탔어?”

“몰라요··· 왜 저래.”


유현의 말대로 하나와 진은 웃음보가 터졌고 그 어느 곳에도 초록 병도 갈색 병도 보이지 않았다.


그저 콜라병과 환X병이 돌아다닐 뿐인데.


취한 것 같은 건 그들이 고삐를 놓았단 말이 된다.


물론, 나는 조용하게 밥을 먹을 뿐이지만.


“하얀아, 그 자꾸 웃지 말고 밥을 먹어.”

“저 안 웃었는데요?”


유현은 드디어 애가 정신을 놨다며 고개를 젓는다.


억울했다. 난 멀쩡한데.


“저 여기도 하나 주세요.”


초록 병인 술을 시키더니 정한과 나눠 마시기 시작했다.


28살을 먹고도 술을 별로 안 좋아해서 친구를 만날 기회가 점점 적어져서 그런가.


괜히 친구랑 술 마시는 친구들이 28살이 되니까 부러웠다.


‘그래봤자 만나면 자기 회사 이야기밖에 안 해서 말이 안 통했다만.’


콜라가 괜히 썼다.


회사에 취직했지만, 금방 퇴사한 나는 대체 그 상황에서 과거 이야기만 하면서 맞장구치는 것도 한두 번이지.


여러 번이면 너는 할 이야기가 그것밖에 없냐는 말이 나왔다.


그러니 내가 혼자가 됐지.


“넌 왜 사이다를 술처럼 마셔?”

“네? 그냥 마셨는데 잘못 보신 거 아니에요?”


이젠 천연덕스러운 얼굴 표정 연기도 늘어서 나도 나를 속일 지경이었다.


형들은 그렇냐며 고개를 끄덕였고 나도 고개를 끄덕이며 고기를 입에 집어넣었다.


“맛있다···.”


본인도 모르게 지방 별로 없는 고기만 먹고 있었지만 그게 또 너무 맛있었다.


포식할 거란 말을 하면서도 뼛속 깊이 아이돌이라는 걸 본인만 모르고 있었다.


“쟨 왜 밥을 안 먹음? 양념 고기도 안 먹고 사이다도 한 잔 마셨음.”

“단백질만 섭취하는 것 같은데.”

“쟨 아이돌 안 했으면 어쩔 뻔했음. 으··· 자고로 사람 몸은 지방이 있어야 함.”


하얀을 보며 같이 씹다가 다시 고기와 탄수화물을 과섭취했다.


역시 탄수화물은 기분 좋아지게 만드는 존재였다.


소금은 또 어떻고 고기가 씹히는 식감 역시 최고였다.


“매니저 혀어어엉!”


완전히 취해버린 유현은 칭얼거리며 매니저 석금씨에게 엉겨 붙어서 코알라 놀이를 한다.


조용히 마시고 있던 정한도 중간에 행동을 멈추고 입에서 중얼중얼 거렸다.


매니저 한수가 다가가자 들린 소리는 얘도 취했단 생각을 들게 만들었다.


“밥 한 공기의 칼로리는 300칼로리··· 양념갈비 1인분에 400칼로리··· 새하얀의 몸무게는···.”

“거하게 취했네. 멤버 몸무게는 어떻게 아는 거야?”


그만 먹자며 말했을 땐 남은 고기와 밥을 흡입하는 진과 하나가 보였다.


그 옆엔 하얀은 밥 없는 고기 야채 쌈을 먹으며 물로 삼킨다.


여전히 중얼거리는 정한과 코알라 유현이 보였다.


그러니까 총체적 난국이었다.


“석금씨··· 유현이 차에 혼자 넣을 수 있겠죠?”

“예.”


그러더니 유현을 달랑 들고 가는데 유현이 새삼 가볍긴 한가보다 싶었다.


입에 가득 집어넣고 콜라를 삼켜대는 진과 하나는 정한을 서로 각각 잡고 차로 향했다.


나가다가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을 아무렇지 않게 보고 흐트러진 머리 고치며 그들의 뒤를 따라간다.


“거울은 왜?”

“아, 고기 먹느라 심취해서 머리가 엉망 됐길래요.”

“그래, 너 원래 전부터 머리에 신경을 많이 쓰긴 했지.”


뜬금없는 소리에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이 머리카락 때문에 얼마나 고생 많이 했었는데.


“배불러···.”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많이 먹은 것 같다.


체할 것 같은 불길한 기분이 들었다.


어머니가 이럴 때 손 많이 따줬었는데.


더는 없다는 사실이 오래되어서 그런지 이젠 좀 덤덤했다.



* * *



그 불길한 예감은 진짜 정확했다.


결국 제대로 체해서 소화제를 사달라고 부탁해서 매니저 형에게 받았다.


안 그래도 하얀 피부가 이젠 진짜 창백해 보였다.


“좀 심하게 체한 것 같은데··· 손 따자.”

“전 피 나는 거 싫어요.”

“엥, 막내 옛날엔 손 따고 그랬지 않음? 체하면 이거만 한 거 없다고 했었음”


눈을 굴리면서 그랬었나 하고 눈알을 굴렸다.


근데 진짜 뭐 생각이 나야 알 텐데.


암튼 지금으로선 별로였기에 고개를 저었다.


대신에 지압해 주길래 받으면서 소화제를 마셨다.


“몸이 요즘 이상하게 약한 것 같지 않냐? 애가 원래 이렇게까지 약했었나?”

“원래 연습벌레여서 체력 하나는 괜찮았음.”

“저 그래서 활동 도중에 피곤해한 적이 딱 한 번 아니었어요?”

“그건 맞넹. 얘 묘하게 이상한 데서 몸 아픈 듯.”


고개를 끄덕이며 이상하다··· 이상해.


중얼거리며 걱정되는 건지 손을 꾹꾹 누르는 진을 뚫어져라 쳐다본다.


그들의 노력으로 어째 소화가 좀 되는 것 같기도 했다.


“아! 손가락 아픈데 바꿔. 나 지금 손가락 삐걱거리는 느낌 든다.”

“오키, 내가 이런 건 또 잘함. 딱 보셈.”

“악!”


너무 잘하고 싶은 욕심으로 일단 세게 눌러서 비명을 질렀다.


그거에 놀랐는지 그 뒤로는 힘 조절을 하면서 눌러준다.


보라고 해놓고 악 소리가 났으니 네가 졌다고 놀리면서.


“어이구, 그런 것도 하나 못 이기네. 키도 못 이겨. 마사지도 못 이겨.”

“응~ 얼굴로 이미 이김.”

“막내 다음 얼굴 비주얼로 뽑힌 건 나다. 기억은 좀 하시지?”

“응, 내가 들어오기 전 포지션. 수고.”


귀공자 얼굴과 로판에 나올 법한 남자주인공처럼 생긴 애들의 입에서 나온 말이었다.


유치하게 싸우는 걸 보면 이게 현실이지 싶다.


그림체는 비슷한 소설에 나올 법도 한데.


하나는 왕세자나 비주얼에 하나는 공작가나 대공가 차가운 남주 재질이니까.


‘이게 왜 생각이 여기까지 온 거지.’


미간을 찌푸리는데 점점 세지는 힘의 강도에 급하게 소리칠 수밖에 없었다.


“형형!! 갑자기 힘!! 힘! 아아!”

“앗, 미안.”


착실하게 손을 눌러주는 거 보면 착하단 건 부정할 수 없었다.


성격은 이상해도 애들은 착하단 말이 여기 와서 절실하게 느낀다.


“그래도 좀 혈색 돌아온 것 같지 않음?”

“그러게. 야, 말 돌렸냐? 지금? 너 지금 져서 돌린 거?”

“아닌데. 님은 그럼 애가 아프다는데 그게 더 중요함? 드디어 인간이길 포기한 거임?”


하나의 직격타에 맞은 진은 움찔거리면서 뭐라 할 말이 없어서 눈알을 굴렸다.


말이 먹힌다는 사실에 기세등등해져서 거만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혀를 찬다.


“··· 내 말은 그 뜻이 아니잖아!”

“뭐가 아님? 누가 봐도 애가 아픈데. 그냥 애도 아니고 우리 밥해주는 애임.”

“그, 그건 부정 못 하겠는데. 야, 그건 좀 미안하다. 사과할게.”

“담부턴 그러지 마셈.”


뭔가 중간부터 말의 흐름이 이상한데.


그러니까 이거 마사지해 주는 이유가 밥 때문인 건가?


“뭘 형들끼리 미안하다 사과하고 받아요? 중간에 말이 이상하잖아요?”

“엄··· 쏘리.”


마사지해 주던 손을 빼고는 다급하게 방으로 가서 문을 닫는다.


무엇보다 님들이랑 같이 자는 거 전데요?


어차피 나도 방에 들어갈 건데.


왜 문을 닫는 건지 이해가 안 되어서 문을 치면서 소리쳤다.


“문 열어요! 안 열면 밥 한 달간 압수할 줄 알아요!!”

“미안···.”


그들은 절절한 밥의 노예였음을 잊지 말자.


빠르게 사과를 받는 법이 밥으로 협박하는 거였다.


대한민국 사람들 다 뒤집어지고 난리 날 말이었다.


밥은 못 참지.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 작성자
    Lv.38 eu******..
    작성일
    21.06.02 13:34
    No. 1

    재미써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0 David082..
    작성일
    21.06.26 12:51
    No. 2

    고기 먹는 방법을 모르는 친구들일세…
    양념갈비의 자극적인 맛이 남아있으면 생고기의 맛을 느끼기 힘든 법!! 고로 양념갈비는 마지막에 먹어야된다 이말이야!!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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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5번 작업실 +3 21.05.24 1,724 43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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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세이브 포인트 (1) 21.05.23 2,246 47 16쪽
3 조명 사고 21.05.23 2,690 6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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