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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름

네? 제가 아이돌이라고요?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이나름
작품등록일 :
2021.05.22 04:52
최근연재일 :
2021.10.31 20:40
연재수 :
14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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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596
추천수 :
2,917
글자수 :
936,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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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30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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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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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글자
18쪽

이현과 새하얀

DUMMY

* * *



처음 소속사에 들어와서 드디어 나도 인정을 받았다고 기뻤다.


노래를 부르자마자 배웠냐는 질문까지 들었으니, 어쩌면 데뷔도 빨리할 수도 있겠다고 즐거웠다.


“춤은 기본기가 많이 부족하네.”


하지만 한 번도 춤을 춰본 적이 없던 만큼 춤은 밑바닥을 기었다.


첫날부터 혹평에 우울해져서 레슨실로 간다.


내가 노래라면 그래도 잘하니까.


“그때를 기억하는 나라서 아직 그대를 잊지 못한 나라서······.”


레슨실로 향하는 발걸음도 멈출 만큼 독보적인 음색에 발걸음을 멈췄다.


얼굴도 안 보이는 방에서 성량이 얼마나 큰 건지 예상도 못 할 만큼.


“와··· 노래 진짜 잘 부른다.”


처음엔 그뿐이었다.


나보다 노래 잘 부르는 사람이 많다는 것쯤은 하루 만에 알게 되었으니까.


그래서 장점이라도 살리기 위해 매일 같이 레슨실을 향했다.


걸어 다니면서 노래를 부르고 안 되는 부분을 스스로 녹음해서 수정하고 또 수정했다.


“이 정도면 됐겠지.”


그날 이후로 정말 쉬지 않고 최선을 다해 노래를 부르는 새하얀의 얼굴을 봤다.


어떤 날엔 다리를 절었고 어떤 날엔 몰골이 엉망이어도 노래를 불렀다.


그때만큼 살아있는 것 같아 보이는 산소 호흡기라도 낀 사람처럼.


“··· 더 연습하자.”


그럴 때마다 이름 모를 저 사람처럼 노력하고 싶어졌다.


저렇게 잘 부르는데도 계속해서 나아가기 위해 또 살기 위해서 부르는데.


나는 저렇게까지 노력해본 적이 없었다.


“할 수 있어. 나도.”


그렇게 매일 그를 보며 다짐했다.


나도 저 사람만큼 하자.


나는 발전을 할 거고 남들에 비해 모자라니까 잠을 줄여서라도 해내자.


그렇게 춤도 포기하지 않았고 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


언제나 노래를 부르는 이름 모를 연습생을 보며 꿈을 키워갔다.


“아, 저 선배 아직도 노래 부르네.”

“혹시 저 선배 이름 아세요?”


들어온 기간이 조금 더 된 남자가 거들먹거리며 검지를 뻗었다.


그리고는 피식 웃는다.


노력을 비웃는 것 같아서 기분이 나빴지만 어쩔 수 없었다.


연습생들 사이에선 선배, 후배가 확실해서 튀었다간 연습생 생활이 어려워지니까.


“저 선배 유명하지. 새하얀이라고 연습생 생활은 뒤지게 오래 했으니까 연습생 생활만 소속사 3번 옮겼잖아. 12살부터 했다던가?”


그때서야 알았다.


정말 열심히 노력하는 이유를.


저렇게 빛나는 사람이 노력하는 사람이 그렇게 엉망이 되어도 노래를 포기 못 하는 건지.


“거기다가 부모님 사고로 돌아가시고 고아에 학교에선 왕따당해서 맞고 온다던데.”

“학교 폭력으로 신고하면 안 돼요?”

“3대 소속사 데뷔조 연습생에 부모님이 잘살거든. 그래서 난 신고도 불가능하다고 본다.”


고개를 저으며 불쌍하다며 혀를 찬다.


아직도 노래 연습을 하고 있는 모습을 눈에 담으면서 입술을 깨물었다.


안쓰러워서였을까 아니면 내가 도움이 되어서였을까.


그건 모르겠지만 저렇게 힘든 사람을 자신이 도와주고 싶었다.


능력은 쥐뿔 없으면서.


“고아가 이기려면 일단 상대가 데뷔해서 뜨지 않으면 엿 먹이기도 힘든 세상이잖아?”


더러운 자본주의 사회라고 욕하라며 어깨를 으쓱인다.


하얀이 한 번씩 휘청이는 모습이 전처럼 멋있어 보이지 않았다.


대단해 보였지.


‘저런 사람이 성공하겠구나.’


그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연습하고 또 연습했다.


“작곡 숙제··· 되게 어렵네.”


더는 노래만 승부 볼 수 없다고 작곡 수업을 들었다.


혹시나 작곡에 재능이 있어서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고.


하지만 노래 실력 빼고는 가진 재능이 없었다.


선생님마저도 넌 재능이 없다고 저었다.


“작곡을 꼭 하지 않아도 되는데. 외국어 잘하면 그래도 플러스 요인이 되는데 그쪽은 어때?”

“음, 둘 다 해보려고요. 욕심이 많아져서···.”


그리고 몇 개월 뒤에 데뷔조가 발표가 된다.


새하얀 선배가 적힌 걸 보고 웃었다.


데뷔한다고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당연히 잘될 줄 알았지.’


그보다 열심히 한 연습생을 본 적이 없으니까.


그걸로도 대단하다고 손뼉을 쳐주고 싶었다.


당신은 분명 뜰 거라고.


응원하고 있는 내가 1호 팬이라면서.


“야, 들었냐? 학폭으로 한 명 잘린 거?”

“잘려? 누가?”

“데뷔조! 무산되게 생겼다던데. 어쩌냐, 너 저 선배 되게 동경했는데. 저렇게 돼서.”


얄미운 말을 하는 동기의 말이 들리지 않았다.


그저 자신 앞에 어두운 새하얀의 얼굴을 보며 알 수 없는 불길한 기운이 느껴졌다.


언제나 행복한 것만 받아야 할 사람이 잃었는데도 당연한 것처럼 보였다.


‘왜?’


그 모든 게 제 탓인 것처럼 고개까지 숙여가며 눈을 질끈 감는다.


왜 그러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분명 빛나는 사람이었는데 왜 저렇게 흐릿한 건지.


“··· 나 잠깐만 갔다가 올.”

“야, 지금 가면 싸우자는 의미로 보여. 가지 말고 있어.”


다가가지도 못하고 멀리 있지도 못하고 그 자리에 서서 그를 바라봤다.


완전히 부러지기 직전의 모습을 난 보고만 있어야 했다.


‘여전히 난 무능하네···.’


다행스럽게도 새로운 멤버가 투입되고 데뷔한다는 말이 들려왔다.


그가 웃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데뷔하는 그 순간까지 새하얀은 웃지 않았다.



* * *



“근데 데뷔하고 나서 웃으시면서 다니는 거 보고 저 진짜 감동했거든요. 힘드신 거 다 이겨내셨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서.”


눈을 반짝이는 배시현을 보며 어설픈 미소를 지었다.


그가 기억하는 새하얀은 빙의가 되기 전의 새하얀이고, 여기에 있는 건 하얀이 아니었다.


‘그래, 동심을 깨부수진 말자. 상대는 어린 애잖아.’


설명해주려니 머리가 아파서 고개를 끄덕였다.


내 나이도 18살이란 걸 까먹은 행동이었다.


“전 그래서 선배처럼 되고 싶어서요. 어차피 전 이 소속사에서 데뷔하려면 오래 걸린다고 들었기도 하고 다른 소속사로 넘어갈 것 같고요.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활짝 웃는 이 아이에게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고민했다.


새하얀을 좋게 본 애한테까지 모질게나 벽을 세우긴 그래서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가이드 녹음할 사람은 필요했으니까.


“그럼 언제 시간 나세요?”

“지금 당장도 가능합니다. 편하게 하세요! 선배님.”

“으음, 노력은 해볼게요. 그럼··· 내일 저녁 5시쯤은 어때요? 따로 실장님께 말씀드릴게요.”


고개를 끄덕이며 나가는 시현을 보고 숨을 크게 내쉬었다.


난 인싸도 아니고 아싸로만 살았던 기간만 28년이라 밝은 에너지는 부담스러웠다.


새하얀이었다면··· 기뻐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너 좋아하는 사람이 있었네. 몰랐던 이야기도 듣고.”


가진 것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남의 시선으로 본 새하얀은 생각보다 가진 것이 많았다.


그 능력이 너무 뛰어났지만, 운이 따라주지 않았다.


내가 만든 시련이었단 것이 문제일 뿐이지.


[자각하신 걸 축하합니다.]


“지금 나올 타이밍 아니잖아··· 좀.”


[지금 타이밍이 맞다고 생각해서 나왔습니다.]


눈치 없게 맞다고 우기는 모습에 문이 잘 닫혀 있는지 확인을 했다.


괜히 미친 사람으로 보이면 나만 곤란했다.


상태창을 노려보자 잘게 떨려온다.


[Error 발생으로 인한 잔잔한 위로를 보내며 보상을 지급합니다.]


“무슨 에러?”


[제공되는 서비스 중의 하나인 ‘지치지 않는 체력’이 활성화가 되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제야 그런 것이 있었단 생각이 들어 고개를 끄덕였다.


체력 보완되고 피곤한 것도 줄어든다.


아팠던 날은 기억 때문인가 하는 그거 때문에 쓰러진 거였나 보다.


“아, 그래서 내가 아팠던 거구나.”


[보상을 지금 당장 열람하시겠습니까?]


“··· 아니? 지금 왜? 좀 이따가 열람하는 게 낫지 않나?”


[열람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추천하는 것에 의심스러운 얼굴로 보다가 됐다며 고개를 저었다.


시스템은 말없이 계속해서 떠 있었고 강요하는 것 같아 눈을 돌렸다.


지금 당장은 저 이야기만으로도 벅차니까 됐다고 한 행동이었지만, 시스템은 굽히지 않았다.


“야···? 시스템?”


아무 반응이 없는 시스템의 반응에 졌다는 듯이 두 손바닥을 보이며 외쳤다.


“무섭게 왜 그래. 볼게, 본다니까?”


[암전이 될 예정입니다. 다치지 않게 준비하세요.]


묘하게 차가워진 말투에 당황스러웠다.


그렇지만 자연스럽게 책상에 엎드려서 준비를 했다.


‘머리 박으면 아프다고···.’


어쩐 일로 경고를 해주나 생각하는데 사방이 어두워진다.


[‘이현’님과 ‘새하얀’님의 기억을 열람합니다.]



* * *



눈을 뜨자 이현이 서 있었다.


역시나 또 익숙한 배경 저번 이현과 기억을 공유한 이후로는 처음 보는 앳된 모습이었다.


익숙하지 않은 검은 머리칼이 찰랑거리며 왜 그러냐고 쳐다본다.


“형, 저··· 아이돌이 안 맞는 거 아닐까요?”

“갑자기 무슨 소리야? 네가 아님 누가 한다고.”

“이해가 안 돼서요. 왜 사람들은 아이돌을 그만두려고 하면 못하게 막는지. 난 왜 아이돌을 계속하고 싶은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아서요.”


땀에 젖은 머리칼이 선선한 밤바람이 불자 조금씩 말라가는지 들썩인다.


이현은 진짜 데뷔에 가까워져 기분이 날아갈 것처럼 좋아 보였다.


그래서 그런 말을 꺼냈다.


포기할까 싶어서.


“글쎄··· 나도 네가 아이돌을 했으면 좋겠는데. 내가 본 사람 중에 제일 빛나서.”


웃으면서 장난치는 이현의 얼굴을 확 밀어버리고 당장 앞으로 나가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이 아니면 같이 연습하고 연락하기도 어렵다는 사실이 다리를 무겁게 만들었다.


“말은 다 그렇게 하죠···.”

“말만 그러는 거 아닌데? 나 되게 진심이다?”


푸흐흐 웃어버리는 그 모습에 진짜 성공을 코앞에 둔 승리자처럼 보였다.


내 안에 아주 모난 모습이 자꾸만 그를 찌르고 싶어진다.


난 안 됐는데 당신이 된다는 게 너무 부러워서.


“하아··· 형은 좋겠네요. 저 버리고 먼저 데뷔해서.”


모난 감정에 말을 했지만, 기분이 좋지 않았다.


괜한 심술을 부렸음에도 그는 그래도 웃는다.


데뷔하는 게 저렇게 좋은 걸까.


난 내 것이라고 생각한 게 없어서 그런 건 알지도 못하는데.


“야, 나도 아쉬워. 그래도 내가 너 데려온 거 잊으면 안 된다? 같이 데뷔하고 싶었는데 네가 나이가 어려서 안 된다는데 어쩔 수 없잖아.”


“그놈의 나이는 어째 평생을 괴롭히네요. 제 나이 어린 게 죄인가?”


나이 이야기도 지겨웠다.


내가 어리고 싶어서 어린 것도 아닌데 자꾸 어린 나이를 들먹이며 너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럴 거면 데뷔조에 넣으려는 시도부터 하지 말았어야 했다.


희망을 주고 희망을 뺏어가는 것이 반복될 때마다, 난 그냥 안 되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들게 했다.


“나이가 어린 건 좋은 거야. 넌 데뷔하면 나보다 잘 나갈걸?”

“됐어요, 어차피 전 다음 데뷔도 무산될 테니까.”

“왜 다음 그룹 만들 땐 너 포함한다고 난리던데. 너무 그러지 마.”


그 말에 괜한 기대를 품고 또 설렌다는 것 자체가 짜증 났다.


이젠 그만할 때도 되지 않았을까.


이렇게 20살이 되면 난 또 기다려야 할까?


지금이라도 그만두고 새로운 일이라도 배워야 하는 거 아닌가?


수많은 생각에 꼬리를 물고 또 무는데, 사람들은 당연히 넌 아이돌이 될 거라고 응원했다.


“안 믿어요···.”

“넌 진짜 잘 나갈 거야. 같은 멤버로 데뷔 못 하는 게 난 좀 마음이 아프다. 내가 어렸거나 네가 나이가 조금만 많았으면 좋았을 텐데.”


그의 입꼬리가 파르르 떨린다.


이현을 오래 본 만큼 하얀은 저 미소의 뜻을 알 수밖에 없었다.


진심으로 날 아까워하는 미소였다.


“그럼 데뷔해서 돈 벌면 저 밥이나 사주세요.”

그래서 한 말이었다. 마음에도 없던 말을 한 게.

“갑자기 왠 밥?”

“비싼 밥일수록 좋아요. 설마 저 두고 먼저 데뷔하시는데 밥 한 끼도 못 사요?”


밥을 얻어먹고 싶지 않았다.


내가 괜히 한 이야기에 가라앉은 분위기를 바꾸고 싶었다.


“음··· 그래! 진짜 비싼 밥은 내가 뜨면 사줄 수 있을 것 같고 그 전에 밥 몇 번 먹자.”

“그래요, 기대할 테니까 진짜 비싼 밥 주셔야 하는 거 잊지나 마세요.”


어차피 자신은 이렇게 살다가 이현의 뒤를 보며 나아가지도 못하게 될 거다.


그대로 다른 길로 가게 되면 그도 날 잊을 거란 걸.


내 나름 확신했으니까.


“대신 너도 아이돌 포기하지 말고.”

“네··· 포기 안 할게요.”


포기 안 한다는 말에 나보다 더 좋아하는 그를 본다.


활짝 웃는 걸 보며 나도 이현처럼 웃었다.


사실 난 아이돌을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는 걸 당신은 알았을까?


“오늘은 회사 밥이다! 가자!”

“저녁 시간 지났는데요?”


불이 다 꺼졌다며 말하는 하얀을 보며 같이 눈을 굴리더니 머쓱하게 웃는다.


“음··· 편의점 갈까?”

“아, 전 들어가서 잘래요. 형이랑 대화하니까 피곤해서.”

“야! 형이 사준다니까? 돈 없는 형은 오늘이 끝일 지도 몰라!”


가는 발걸음이 빨라지자 소리치며 뛰어오는 걸 보고 더 빠르게 움직였다.


더 엮이면 귀찮아질 테고 또 헛소리를 뱉을지도 모른다.


“됐다고요! 숙소 가서 잠이나 주무세요!”

“매정한 자식! 이 형이 널 그렇게 키웠어?!”

“형이 키웠어요? 전 우리 부모님이 키우셨거든요?”

“야! 마음으로 키웠단 소리지! 누가 진짜 키웠대?!”


자꾸 웃음이 난다.


아, 웃는 거 습관 들면 안 되는데.


자꾸 웃게 되어서 이현이 더는 이렇게 못하는 날이 오면 어째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사실 형이 잘 되는 건 기분이 좋다고 모순된 감정을 토해내지 못하고 입을 닫았다.


웃는 모습이 행복해 보이니까 된 거 아닐까.



* * *



한참을 보다가 멈춰진 영상에 주변을 둘러봤다.


까만 배경을 보며 이걸 보여주려고 날 여기로 오게 만든 건가?


가슴 따뜻한 이야기인 것도 알겠지만 지금 중요한 건 이게 아니었다.


“이걸 지금 꼭 봐야 하는 이유가 뭔데?”


[···.]


“이럴 땐 대답을 죽어도 안 해요. 그래서 지금 이걸 보여주는 이유는 있겠지?”


여전히 대답이 없는 상태창에 고개를 저었다.


그래, 시스템이 뭔가 보여주는데.


이유가 없을 리가 없지.


빨리 돌아가길 기다리며 일을 예상하는 수밖에.


이젠 익숙하다.


“그래서 난 언제 돌려보낼 건데?”


[원래 세상으로 돌아갑니다.]


까만 배경이 사라지고 점점 자신의 몸이 투명해진다.


그 상태로 돌아가지지 않아서 상태창을 뭐냐는 듯이 쳐다보자 상태창이 떨려온다.


“뭐야?”


[Error]


“··· 에러?”


[몸으로 돌아갈 수 없습니다. 시스템 복구 중입니다···.]


알 수 없는 시스템 복구 소식에 눈을 깜빡였다.


이런 일이 있었던 것 같은 기시감이 들어 괜히 오싹해졌다.


영혼 상태라서 팔에 닭살이 돋진 않았지만 속으론 수십 번도 돋고도 남았다.


[복구 완료. 돌아갑니다.]


그렇게 또 오랜만에 보는 게임 화면이 보인다.


또 쓸데없는 Tip이라며 둥둥 떠 있겠거니 하고 내려다보자 아무것도 적혀있지 않았다.


그게 왠지 모를 섭섭함이 들었다.



* * *



“으으··· 몇 시야.”

“깼어?”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바로 얼굴이 보여 놀라 우당탕 소리를 내면서 뒤로 넘어간다.


쿵 하고 부딪친 꼬리뼈에 오는 통증이 찌르르 몰려온다.


‘연핑··· 크?’


정신이 들자 연핑크 머리를 하고서 웃고 있는 남자의 모습에 두 번째로 기겁했다.


“아우··· 아파. 그 헤어 스타일 뭐예요? 푸석푸석한 머릿결은 뭐고?”

“오··· 잘 어울리지. 너희 활동 기간 끝나면 우리 활동 기간이잖아.”


그, 그렇구나. 하고 눈동자를 굴린다.


이현은 뭐가 그렇게 신나는 건지 웃고 있었다.


내 백금발의 머리색을 보고 만지려는 걸 보고 바로 목을 뒤로 뺐다.


원래 남자끼리 이런 거 안 하지 않나?


아닌가···? 동생 같아서 그런 건가?


“부끄러움이 더 늘었네. 우리 이대로 나가면 바닐라 맛, 딸기 맛 아이스크림인 줄 알겠는데?”

“선배님··· 자다 깬 사람 옆에서 빤히 누가 쳐다보는 것부터가 잘못된 거 아닐까요···.”

“아, 왜 선배라고 불러! 형이라고 부르라니까?”


분명 그 기억 속엔 되게 착하고 밝은 형 정도가 아니었던가.


이건 무슨 경우인지를 몰라서 넋을 놓고 그를 바라보자 마스크를 쓰면서 웃는다.


“밥 사주고 싶은데 네가 연락을 안 받잖아. 안 만나주고··· 그래서 찾아왔지.”

“제, 제 위치를 어떻게 아시고요?”

“매니저나 실장님에게 물어보니까 바로 알려주던데.”


남의 정보를 함부로 막 파시고 그래도 되는 건가.


같은 소속사의 아티스트에 친한 사이인 걸 모를 리가 없으니까 알려주신 건 알겠는데.


이대로 가서 이 밥을 얻어먹어도 될까 고민했다.


“밥 먹자! 밥!”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미 팔짱이 붙잡힌 걸 확인하고 힘으로 풀리지 않았다.


여기 소속사 사람들은 다들 천하장사인가? 왜 이렇게 세?


“아니, 무슨 운동만 하셨어요? 무슨 팔이 이렇게 풀리질 않아!”

“네가 운동 부족인 거지. 이러니까 자꾸 쓰러지는 거야.”

“제가 쓰러진 건 어떻게 아셨는데요?”


“형이 그걸 모를 거라고 생각하면 곤란해. 해외 스케줄 끝나서 바로 뛰어왔잖아.”


이 정도면 스토커가 아닐까?


“스토커 같다는 눈으로 보지 말고 누가 연락을 안 받아서 친히 찾아온 거잖아.”


아아··· 네, 그러시구나.


고개를 끄덕이며 반쯤 포기한 채로 밖으로 끌려나간다.


이미 우리를 보는 연습생들의 시선이 반짝거리고 있었다.


아, 이거··· 소문나겠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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