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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름

네? 제가 아이돌이라고요?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이나름
작품등록일 :
2021.05.22 04:52
최근연재일 :
2021.10.31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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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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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6,046

작성
21.05.22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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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8
글자
11쪽

에르피아의 막내

DUMMY

“무명작가로 살아온 15년. 조회수는 만년 한~ 두 자리 숫자, 나이는 나이대로 먹었고, 남들 다 하는 연애 한 번 못해본 모태 솔로 인생···.”


28살을 먹고서 작가 할 거라고 했던 과거를 생각하며 머리를 쥐어뜯었다.


로판, 퓨판, 겜판, 현판에 아이돌물, 배우물, 헌터물까지 안 해본 장르가 더 적은 나의 무명은 끝이 나지 않는다.


“인기도 없어. 재능도 없어. 쓰고 싶은 글만 쓰느라 독자는 없고 그런데도 돈을 벌고 싶고···.”


먹고 살아야 해서 일자리를 구해도 다시 쓰고 싶어지는 글 때문에 얼마나 고생을 했던가.


“와··· 내 인생 레전드.”


언제 감았는지도 기억 안 나는 떡진 머리, 책상 주변으로 쌓여가는 인스턴트 잔해, 그런데도 써 내려가는 나의 소설 속의 주인공들.


“딱 내 반대네.”


잘난 얼굴과 잘난 머리와 잘난 재능들.


부럽기도 부럽고 혹시나 캐릭터 성격이 붕괴될까 봐 몇 번을 뒤적이며 확인을 했던가.


“이번엔 아이돌물을 쓰고 싶은데···.”


남들 쓰는 현판물에 나오는 상태창으로 내게 대중성이나 명필 특성은 좀 안 내려주나 하고 망상에 이르러 점점 미쳐가고 있었다.


그게 되면 다 작가하고 다 잘 나가겠지.


“그래도 난 또 평범하게 돈 못 버는 건 똑같네? 하하하하···.”


얼마나 정신을 놨으면 그런 멍청한 생각도 들었다.


“아악, 그걸 창작해서 써야 하는 게 작가잖아. 등신아···.”


빌어먹게도 모자란 내 뇌는 창작을 하다못해 아예 본분을 망각하기도 했다.


“그래, 이번 작품이 안 되면 포기하자. 작가? 더 할 생각도 하지 말고.”


진짜 회사라도 다니면서 욕대로 들어도 꿋꿋하게 버텨보자.


남들 다 하는데 난 왜 못하겠어?


마지막으로 소설에 미친 사람처럼 써 내려가다가 막힌 중반부의 전개에 결국 내 머리를 책상에 처박으며 눈을 감았다.


‘진짜 스토리 전개랑 성격 다 주면 돌아가는 프로그램 같은 거 있으면 좋겠다···.’


피식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런 거면 날로 먹는 거지, 멍청한 머리로는 만들 자신도 없고.


“아, 그래. 어차피 잠이나 자고 일어나자. 자고 일어나면 머리가 돌아가겠지.”


그냥 그대로 침대로 갈 생각도 없이 몰려오는 잠에 몸을 맡겨버렸다.


어차피 자고 일어나도 아무도 내 글 같은 건 보지도 않을 거니까.


몸이 붕 뜨는 감각에 그때 난 눈을 떴어야 했다.



* * *



“···아! ···야! 급한 상황···!”


잠깐 눈을 감은 것 같은데 모르는 남자의 목소리가 세상에 들려온다.


‘이게 뭔가 싶을 정도로 눈을 감았는데도 너무 밝은데 이거 뭐지?’


기이한 상황에 눈을 느리게 뜨자 온 세상이 너무 밝아서 눈을 다시 질끈 감고 싶을 지경이었다.


“뭐해? 네 차례잖아? 얼른 정신 차려.”

“뭐야··· 이거 무대야? 아니, 왜 내가 무대!”


자신도 모르게 소리치다 입을 막고서 눈을 크게 떴다.


쇼케이스무대에서 눈을 뜨자 타이틀곡 무대를 남겨놓은 것 같은데.


상황 파악이 안 되는 하얀은 주변을 돌아보는 자신과 비슷한 옷차림으로 한껏 꾸민 남자들이 보였다.


‘그러니까··· 이게 뭔 상황이지.’


자신이 그렇게 썼던 느낌의 부드러운 눈매로 밝은 금발을 한 남자가 진땀을 흘린다.


검은 흑발의 남자가 차가운 눈매로 자신을 꿰뚫을 것 같은 이 느낌은 무엇일까.


아··· 이거 내가 쓰던 아이돌물 초반부 내용인 것 같은데.


“죄, 죄송합니다. 아무래도 우리 멤버 하얀이 쇼케이스 전날 준비하던 도중에 엎어진 이후로 긴장을 너무 많이 한 것 같네요.”

“아···.”


기억이 났다.


내가 주인공으로 삼았던 새하얀.


그래, 그게 주인공이었다.


그러니까 치트를 가진 회귀한 인물에 메인 보컬, 막내 포지션이었는데.


‘그때 인터뷰할 때 하얀이 뭐라고 대사를 쳤었더라?’


“하얀 씨? 이제 인사 한번 해주시죠.”


아, 생각났다.


그때 내 주인공은 이렇게 말했었다.


“와, 진짜 꿈도 이렇게 리얼할 수 있구나.”


흑역사를 생성··· 을 내가 해버렸다.


아, 망했다.


벌써 여기저기 웃음보가 터지고, 진행자분도 빵 터져서 큭큭 웃음을 참아대고 있다.


이게 또 자신의 마음과 대사가 맞아떨어진 거라 어떻게 변명을 할 수가 없었다.


‘이게 아닌데···.’


이게 너무 현실 같아서 꿈이 아닌가 싶은 마음이 커서 그런 건가?


좀 덜 창피한 것 같기도 했다.


“큽, 그, 그래요. 막내 하얀 씨는 꿈 같으셨구나. 그럼 제대로 인사를 큭, 흡··· 해볼까요?”

“아··· 네, 안녕하세요. 에르피아에서 막내지만 메인 보컬을 맡고 있는 새하얀 입니다.”


말을 끝내자 부끄러움에 볼이 열에 의해 달아오를 때쯤이었을까.


이어지는 인사 릴레이에 숨을 고르게 내쉬었다.


무언가 말이 오가고 무대를 준비하라는 말에 어영부영 끌려가며 드는 뭔가 잊은 기분이 든다.


‘나 뭘 잊었지?’


“준비 다 하셨죠?”


그러니까 무대를 해야 하는구나.


그걸 잊었다.


‘근데 난 춤도 노래도 모르는데?’


당황한 마음과 달리 경쾌하게 노래가 틀어지고, 꽤 듣기 좋은 트로피컬 하면서도 통통 튀는 멜로디가 들려온다.


자신의 앞에 생긴 상태창을 보며 곧 시작이라고 뭐하냐는 남자들에게 경악한 표정을 감출 수 없었다.


♪♩~


곧 움직이는 멤버들 사이에서 상태창에서 무언가를 발견하고는 급하게 YES 버튼을 누를 수밖에 없었다.


[자동 모드를 사용하시겠습니까?]


지금 이 자리에서 죽게 생겼는데 물불 가릴 때야?


일단 YES 죽어도 YES다.



* * *



겨우 실수 없이 끝낸 무대에서 자신이 생각해도 나이에 비해 뛰어난 가창력에 어마어마한 체력, 잘 추는 춤까지.


‘와, 이거 아이돌인가 뭔가 하는 그거고 여기가 가상인가 뭔가 하는 것 같은데.’


잠깐 근데··· 나 이거 원래 세상엔 돌아갈 수 있는 거 맞나?


설마 평생 여기서 살아야 하는 거 아니겠지?


머리를 쥐어뜯는 와중에 다가오는 우애 좋은 멤버들까지 다 좋은데.


난 왜 여기에 떨어진 건가 싶어서 불안감에 입술을 물어뜯었다.


“우리 이제 어디가··· 요?”


멍청하게 내뱉은 어디 가냐는 말에 뭔 소리냐며 뻘하게 터진 멤버들의 얼굴을 넋을 잃고 본다.


너무 잘생긴 얼굴이 눈앞에 너무 많았다.


빛이 나는 이 사람들과 내 얼굴을 비교하자니.


‘아, 진짜 같은 남자지만 좀 너무 잘생긴 거 아닌가?’


불공평하다고 생각이 들어 인상이 찌푸려질 때쯤 떠올랐다.


아, 소설 속이라 그렇구나.


말을 할 수가 없을 정도로 잘생긴 인물들을 실존 인물처럼 보니 드는 생각인데.


일반인으론 절대 못 살아갈 얼굴이다.


‘잘생긴 거 실환가? 인간적으로 잡티 하나, 모난 구석 하나쯤은 있어도 되는 거 아냐?’


“오늘 우리 메보 아픈가 본데?”


보기에도 지 잘생긴 거 티 내는 잘생긴 회색 머리가 말한다.


“헐? 우리 막내가 왜 아픔?”


다음 잘생긴 귀공자처럼 생긴 연한 갈색 머리의 남자애가 애처럼 말을 받는다.


“말투 좀 고치라고 매니저 형이 방금 말했잖아.”


누가 봐도 금발에 리더십 있어 보이는 훈훈한 미모의 교회 오빠 같은 사람이 타박한다.


“허얼, 미안. 이거 습관임, 습관. 이거 잘 안 고쳐지는 걸 우짬.”


여전히 말투를 고칠 생각이 없어 보이는 연갈색 머리의 귀공자가 말한다.


“시X, 졸라 놀랐잖아. 누나 혹시 안 잤어? 왜 귀신같이 하고 다녀? 사람 놀라게!”


비타민 한 알을 꺼내 주는 X발 데레라는 그건가 하는 말투, 느낌이 전혀 다른 흑발의 로맨스물의 까칠 주인공 재질처럼 생긴 미청년이 말했다..


‘와, 정말 여기가 소설이라면 성격을 뭣 같게 다들 지었구나. 말투까지 저건 뭘까.’


이래서 인기 없던 건가?


자신의 글에 반성이 될 무렵 그래도 자부심이 생겼다.


어쩜 저렇게 하나도 안 겹치지?


그거 하나만큼은 인정해야 하는 부분이었다.


“하하···.”


그나저나 제아무리 설정을 캐릭터 하나만 보고했다지만, 무엇보다 욕을 하는 캐릭터 쓸 땐 좋았지.


막상 들으니 참 친근하고 현실 아이돌 같지 않아진다.


‘아, 맞다. 여기 소설이었지. 그러네···? 여기 소설이니까 욕을 해도 되는 건가?’


“야, 욕 쓰지 말라고 무대 올라가기 전에 말했잖아.”

“엇, 맞음. 고치랬는데. 안 그래도 만날 쌤들한테 혼났잖음.”


정말 내가 아이돌물을 설정하고 썼지만, 진심 깬다.


저렇게 깐족거리는 말을 하고서 귀공자 같이 생겼으면 저건 반칙이 아닌가?


그러고 보니 가장 공들인 주인공의 얼굴은 어떻게 설정했더라?


거울을 향해 걸어가 얼굴을 보고 식겁하고서 다시 보고 다시 봐야만 했다.


“와, 나 안 돌아가도 좋을 것 같은데···?”


거울을 보고 처음으로 이게 얼굴이구나 싶었다.


그래, 잘생긴 거 X나 최고다.


중얼거리는 자신의 목소리에 너도, 나도 걸어와 뭐냐고 말을 걸었다.


다가온 누구보다도 주인공의 얼굴로 사는 자신이 가장 잘생기고. 백금발인 탓인지 천사 같이 생겼단 걸 확인할 수 있었다.


그래, 하나도 안 비겁하다.


이게 나라다.


돌아가는 건 좀 생각해보기로 했다.


“이젠··· 죽어도 여한이 없어.”

“아~ 안 그래도 곧 죽으러 갈 거야. 걱정 하지마.”


그 말을 정확하게 지키는 리더의 말에 곧 후회했지만, 알 게 뭐야?


지금 내 얼굴이 존X 잘생겼다는 말 하나로도 좀 많이 부족한데.


소설 속 세상 최고다! 최고!


“허억, 허억··· 나, 나 더는 못, 못해!”


연습실에서 벗어나지도 못하는 내게 주어진 혹독한 안무 연습과 노래 보컬 확인, 밥을 가장한 닭가슴살과 드레싱 없는 샐러드라니.


더 먹다간 골로 갈 것이 분명했다.


와, 탄산 당긴다.


김치찌개, 된장찌개, 제육볶음, 닭볶음탕···.


아, 진짜 너무 그리운 내 음식들.


“으어어어···.”


연습실 바닥과 한 몸이 되기 직전에 내게 걸어온 말에 고개만 들어 회색 머리의 정한을 향해 바라보았다.


쟨 땀에 젖어도 잘생겼네.


나도 그러려나 싶은 생각이 드는 걸 보며 신기했지만, 무엇보다 가장 신기한 건 내가 춤과 노래를 원래 새하얀처럼 할 줄 안다는 점이었다.


“그래도 메보가 체력이 늘었네. 데뷔 전보다 생기가 돌고.”

“응? 나, 아니 제가요?”


메인 댄서라고 그랬나.


그래서 그런지 체력 이야기부터 춤에 대한 이야기에 꽤 진중했고, 그때만큼은 눈이 반짝이는 것 같았다.


“그래, 너 데뷔 전날까지도 아이돌 안 하고 싶다고 울었잖아. 노래도 안 되고 춤도 점점 안 되어서 그런가 너무 힘들다고.”


난 그런 설정을 넣은 적이 없는데···?


새하얀··· 당신 누구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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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소고기 데이 21.06.02 816 28 14쪽
22 뼛속부터 아이돌 +2 21.06.02 867 31 12쪽
21 미니 앨범 2집 (2) 21.06.01 837 26 16쪽
20 미니 앨범 2집 (1) 21.06.01 882 32 14쪽
19 사생팬 21.05.31 919 29 14쪽
18 재입대? +2 21.05.31 953 37 10쪽
17 이현과 새하얀 21.05.30 956 30 18쪽
16 존경합니다! 선배님! +2 21.05.30 987 32 17쪽
15 꿈에서 본 당신 +1 21.05.29 989 33 11쪽
14 청초한 미소년 +2 21.05.29 1,099 39 15쪽
13 어딜 내놔도 부끄러운 아이돌 21.05.28 1,098 30 12쪽
12 흑역사 21.05.28 1,166 33 12쪽
11 제정신이세요? 21.05.27 1,266 31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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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발굴! 내 아이돌 뉴스 (1) +1 21.05.26 1,462 34 14쪽
8 지옥에서 온 요리 +1 21.05.25 1,552 41 15쪽
7 업데이트 21.05.25 1,602 39 15쪽
6 5번 작업실 +3 21.05.24 1,723 43 16쪽
5 세이브 포인트 (2) +3 21.05.24 1,972 43 15쪽
4 세이브 포인트 (1) 21.05.23 2,246 47 16쪽
3 조명 사고 21.05.23 2,690 66 13쪽
2 정상인 +2 21.05.22 3,989 82 14쪽
» 에르피아의 막내 +4 21.05.22 6,729 14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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