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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름

네? 제가 아이돌이라고요?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이나름
작품등록일 :
2021.05.22 04:52
최근연재일 :
2021.10.31 20:40
연재수 :
147 회
조회수 :
85,592
추천수 :
2,917
글자수 :
936,046

작성
21.05.29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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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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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꿈에서 본 당신

DUMMY

너무 어지러웠다.


잘생긴 멤버의 얼굴이 흐릿한 걸 보면 진짜 좀 심한 것 같기도 하고.


[알림! ‘새하얀’ 몸의 안착하지 못한 다른 기억들로 인해 몸 상태가 나빠집니다.]


보이지 않는 시야에도 흐릿하게 입꼬리를 당겨 웃었다.


이대로 죽는 건가 싶을 정도로 열에 의해 몸이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모든 것이 흐릿함에도 상태창만큼은 선명하게 보였다.


[‘자동모드’로 전환합니다.]

[시야가 암전됩니다. 좋은 꿈 꾸시길 바랍니다.]


꿈은 무슨··· 죽음의 순간이지.


비아냥대고 싶었지만 말라버린 입에선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내일도 무대 있는데··· 모르겠다.


[꿈으로 접속합니다.]



* * *



“··· 그래서 여기가 꿈이라고?”


주변을 아무리 둘러봐도 까맣기만 했다.


그럼 회상 보여주는 거랑 뭐가 다르단 말인가?


지루한 얼굴로 그 자리에 편하게 앉아 주변을 눈으로 여기저기 보며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꿈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다른 기억으로 인해 상태가 나빠졌으니 새로운 보상을 준비했습니다.]


“그래, 이상하게 몸이 갑자기 나빠지더라니··· 종이 몸도 아니고.”


[화면을 봐주세요.]


시스템 너머로 보이는 까만 화면에 보이는 익숙한 배경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여긴 어디지’


언제나 그렇듯이 1인칭 시점으로 바뀐다.


입체감이 생기고 달라진 공기와 향기까지 언제 느껴도 신기한 경험이었다.


“이번 꿈은 뭐야?”


새하얀의 어린 시절의 손을 보며 혼잣말을 하고 있는데 누군가 걸어온다.


뚜벅뚜벅 발소리가 들린다.


돌아보기도 전에 날아오는 발길질의 강한 충격에 몸을 바르르 떨며 엎어졌다.


“아오··· 갑자기 뭐가.”


아릿하게 아파지는 걸 보면 이게 지금 내가 맞은 건 확실한 것 같은데.


“누가 쳤···?”

“야, 일어나. 이 X발 X끼야”


내 몸이 마치 내 것이 아닌 것처럼 힘겹게 몸을 일으킨다.


일어나지는 거에 당황해하는데 몸에서 튕겨져 나간다.


그러니까 이건··· 처음 겪는 일인데.


“네··· 잘못이잖아. 이건 다.”

“네가 폭로했겠지. 아니면 어떻게 데뷔 직전인데 내가 잘리냐고!”


연습생인가? 싶을 정도로 괜찮게 생겼긴 했다.


하지만 하얀에 비해서는 전혀 연예인이 될 상으로 보이지 않았다.


‘다짜고짜 맞은 발차기와 들리는 이야기는 학교 이야기인가?’


“넌 내가 아니라 다른 애들이 고발했을 거라고 생각도 안 하네. 네가 애들 돈 뜯고 폭행하고 다니는 거 전교에 모르는 애가 있냐?”

“입 X쳐, 더 처맞고 싶지 않으면.”


욕을 하는 남자의 두 눈에서 불꽃이 튀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눈앞에 있는 사람을 죽이고 싶은 걸 애써 참는 것 같아 보였다.


“네가 자초한 거잖아. 애들 패고 다니다가 데뷔조 잘리는 거.”


그를 짜증 난다는 얼굴로 내려다보는 새하얀이었다.


얼굴을 본 상대 남자의 흰색 명찰에 적힌 검은색 이름이 보였다.


“견승주.”

“네 얼굴만 아니었어도 일찍 데뷔했을 거고 너만 없었으면 내가 이렇게 안 잘렸겠지.”


말도 안 되는 열등감에 휩싸인 머저리를 보며 시청자처럼 앉아 질린 표정을 지었다.


하얀은 아무렇지 않게 아직도 아픈 건지 복부를 팔로 감싸며 노려본다.


“넌 내가 없어도 걸렸겠지.”


한숨을 내쉬면서 말하는 하얀의 표정이 전보다 더 싸하게 식어간다.


“나랑 비슷한 애를 붙잡아놓고 또 이렇게 말하면서 때리다 걸려서 결국 잘릴 거라고.”

“이 X끼가!”

“데뷔하는 애들마다 왕따 시키고 때린 애가 몇 명인데. 데뷔한 노래를 틀어주면서 질리도록 때리고 노래를 부르면서 거지 같다고 말하는 네가 데뷔를 했을 거라고?”


어이가 없었다.


겨우 데뷔를 먼저 했단 이유만으로 누군가를 때리고 고통 속에 살게 만든다는 것이.


“X랄 하지마. 넌 데뷔 못 해. 해도 망할걸? 네가 좋아하는 지금 이 울타리 때문에.”


아픈데도 굽혔던 몸을 세우며 당황한 그 눈을 똑바로 마주 봤다.


저주를 퍼붓는 것처럼.


“그러니까 난 너 같은 X끼 안 무서워. 넌 데뷔와 동시에 나락으로 떨어질 테니까.”


스위치라도 켜진 건지 견승주가 미친 듯이 밟는 바람에 몸을 웅크렸다.


얼굴을 향해 주먹을 날려 급하게 얼굴을 가리며 막았다.


내가 가진 건 외적인 것뿐이니까 지켜야만 한다.


“윽!”


뼈가 맞을 때마다 참을 수 없이 아팠다.


통증으로 인해 앓는 소리가 났지만, 이런 놈 때문에 내 얼굴을 내어줄 순 없었다.


“독한 X끼.”

“하, 하··· 더럽게 아프네. 진짜.”


기분이 나아졌는지 두고 가버리는 걸 보고 교무실을 들렀다.


온몸에 발자국부터 어디서 묻었는지 모를 가루들.


머리도 정리가 안 되어 엉망이 된 몰골로 담임 앞에 서자 그의 표정이 가라앉는다.


“··· 보건실로 가지. 여긴 왜 왔어?”

“이런데도 견승주를 학교 폭력으로 안 넣을지가 궁금해서요.”


담임은 보고도 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시끄러워지기 싫어서겠지.


고아와 대형 소속사에 잘난 부모를 다 가진 견승주를 건드리면 힘들어질 테니까.


“치료받아라.”

“고아라고 해도 저도 소속사가 있어요.”

“새하얀!”

“네, 선생님. 말씀하세요.”


교무실에 정적이 찾아온다.


다른 선생님들은 보고도 못 본 척 지나간다.


교무실에 프린트 소리와 키보드를 치는 소리 말고는 아무런 소리가 들려오지 않았다.


“친구끼리 장난친 거로 이렇게 찾아오지 말고 돌아가.”

“선생님은 제 몸을 보고도 장난으로 보이시나 보네요.”


소매를 걷자 보이는 푸르고 검붉은 자국과 바닥을 갈리면서 생긴 붉은 모습에도 어쩌라는 거냐고 쳐다봤다.


얼마나 받아 처먹었으면 사람이 그럴 수가 있지?


“친구끼리 장난치고 놀다 보면 그럴 수 있어.”

“친구끼리 장난치는데 한쪽은 때리고 한쪽은 맞기만 해야 하는 걸 이제야 알았네요.”

“··· 나한테 원하는 게 뭐냐.”

“이미 선생님께선 기회를 잃으셨단 말씀을 드리고 싶어서요.”


나가버리는 하얀을 보며 다른 교사들은 입을 다물고 눈을 돌렸다.


담임의 표정이 와락 구겨지고 뒷모습을 보며 혀를 찼다.


“이래서 부모 없는 것들이랑은 상종을 말아야 하는데···.”


소리를 들은 하얀의 표정이 감정이 교차하는 듯 미간이 찌푸려진다.


벽에 있던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은 엉망이었다.


이 얼굴만 없었다면 괴롭힘을 안 당해도 됐지 않았을까.


내 부모를 잃지 않았을까?


“X발···.”


흐르는 눈물과 일그러진 얼굴, 하얀 팔에 생긴 멍 자국과 피부가 붉은 것마저도 잘나 보였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그림으로 그린 것 같은 내 자신이 너무 역겨웠다.


“엄마···.”


엄마가 너무 보고 싶었다.


돌아가신 나의 부모님이 그리웠다.


내가 어떻게 해도 좋게 봐주셨던 내 그리운 부모님이 보고 싶었다.


“하씨···.”


너무 울어서였을까.


머리가 빙글 도는 기분이 들었다.


그대로 버스를 타고 가다 무거워지는 몸에 이상함을 느끼고 일어서는 순간 암전되었다.


그러면서 깨달았다.


내가 너무 무리했다는 걸, 이젠 아픈데도 날 감싸줄 부모가 더는 없음을.



* * *



이 상황이 익숙해져서일까 욕보다 한숨이 먼저 나왔다.


내 글을 위해서 쓴 설정이었지만, 힘든 삶을 살았단 것도 알겠다.


그걸 지금 보여줬어야 했나?


“이거 보여주려고 나 재워놓고 여기 보냈어?”


[아닙니다, 몸 상태가 좋지 않아. 가장 급한 기억부터 송출했습니다.]


점점 얘가 시스템보다 사람처럼 말을 하는 것 같다.


전부터 느끼긴 했지만 진짜인가.


[가장 급한 기억 중에 하나를 열람하는 것이 보상입니다.]


“야, 보상이 뭐가 이래? 아직 얘를 만나지도 않았고 만날 일도 없는데.”


[원래 세상으로 돌아갑니다.]


“야! 내 말을 들어보라니까?!”


끝까지 마음에 안 드는 개스템이었다.


말을 알아듣는 것 같았는데 여전히 융통성 없는 걸 보면 그대로인 거겠지.



* * *



짜증 나게도 눈을 뜨자마자 링거를 맞고 있는 손이 보였다.


그러니까 이게 무슨 상황이더라?


“추워.”

“그래, 열이 떨어져서 춥겠지, 너 요즘 몸 관리 안 할래?”

“죄송합니다···.”


실장님의 차가운 눈빛에 잘못했단 말부터 하고 고개를 숙였다.


걱정하지 말라고 말해놓고 아파서 드러누웠으니 이건 진짜 할 말이 없었다.


“다음부턴 안 그럴게요.”

“그래, 안 그래야 할 거야. 근데 설마 진짜 작곡 때문에 쓰러진 거야?”

“좀 무리해서 하나 더 만들고 싶었는데 몸 상태가 좀 안 좋았나 봐요.”


몸이 가뿐한 것 같았다.


링거의 효과가 좋은 건지 기억을 하나 봤다고 괜찮은 건지는 알 수가 없었다.


일단 괜찮은 건 내일 무대를 할 수 있겠다는 정도?


“내일 무대 올라갈 정도로 괜찮아 보이긴 하고 피로가 쌓여서 그랬다고는 하는데···.”

“그럼 저 내일 무대 할 수 있죠?”

“··· 징글징글해. 진짜 적당히 열심히 해. 옛날엔 그렇게 시켜도 안 하더니.”


속상한 건 알지만 옛날 일은 잘 몰라서 그저 웃었다.


나는 새하얀이 아니니까.



* * *



자기 직전까지도 보살핌을 받다 보니··· 이렇게 과보호를 받는 것이 맞는질 잘 모르겠다.


“쟤네 뭐해?”

“멤버끼리 되게 사이가 좋나···?”


그러니까 지금 상황이 무대를 잘 끝내고 음방 대기실로 가는 길이다.


근데 옆에 찰싹 붙어서 있는 꼴을 보며 지나가면서 쳐다보고 웃고 있었다.


“제발, 부끄러우니까 떨어지라고요···.”

“노노, 그럴 순 없음.”

“그래, 보기 좋아하시는데.”

“유현 형까지···.”


멤버가 옹기종기 모여있는 모습을 얼마 없는 팬들이 보았더라면 좋아했겠지.


지금은 대기실 가는 길목이기에 사람들에게 민폐일뿐더러 걷기도 힘들었다.


“··· 음, 사이가 좋나 보네요. 멤버끼리.”


결국 에플리앙의 유경과 복도에서 마주쳤는데도 떨어지지 않는다.


지금 우리 오해받기 딱 좋은 상황이라고.


“그럼···.”


인사를 하고 가는 유경을 보며 한숨이 절로 나왔다.


멤버끼리 사이가 좋은 건 맞는데 이건 진짜 너무 과했다.


“아씨! 비켜요!”


무대를 끝낸 뒤에 흘린 땀을 같이 공유한 사이가 되었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덥고 찝찝한 데다가 과하게 붙으니까 부담스러워서 먼저 죽겠다.


“아, 진짜 그만 붙어 봐요.”

“매니저 형이 곁에서 지켜보라고 했음.”

“그런 건 안 들어도 돼요.”

“노노, 막내 넘 많이 다침.”


하나와는 말이 통하지 않아 진을 보자 눈을 돌린다.


유현과 정한마저도 내 눈을 피하는데 그냥 덥고 찝찝하기로 했다.


‘세상 다 거슬리고 찝찝하고 덥다··· 진짜.’


첫 번째는 몸에 달라붙은 티셔츠가 거슬렸고 우리 대기실 앞에 익숙한 얼굴이 서 있어서 두 번째로 거슬렸다.


저 뒤태를 어디서 봤었다.


그러니까···.


“오랜만이다?”


그래, 꿈에서.


“우리가 오랜만이라고 인사할 사이는 아니잖아.”

“··· 서운하네. 우리 꽤 친한 사이라고 생각했는데.”


너의 슬프다는 눈으로 거짓을 말하는 입꼬리가 비틀려져 올라간다.


“··· 견승주.”


기억을 본 지 얼마나 되었다고 기다렸다는 듯이 엿 같은 인연을 또 만난다.


짜증 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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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조명 사고 21.05.23 2,690 6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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