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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모 님의 서재입니다.

회귀헌터는 멸망을 막는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완결

자모
작품등록일 :
2022.10.29 13:49
최근연재일 :
2023.02.28 13:30
연재수 :
120 회
조회수 :
113,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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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4
글자수 :
616,109

작성
22.11.28 14:42
조회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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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글자
11쪽

28화 협상불가(2)

DUMMY

28화 협상불가(2)


최지훈은 머지않아 내 앞에 대자로 쓰러졌다.


철푸덕.

왼팔에 이어 오른팔마저 백보신권으로 인해 꺾여있는 그의 팔.

천천히 그에게 다가간다.


"이봐, 최지훈. 아직도 내가 별 볼 일없는 놈이냐?"


대자로 누워있던 녀석은 내 말에 잠시 딴생각을 하는가 싶더니 이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날 바라본다.


"십만원?"

"십만원이라니 이 싸가지 없는 놈아."


딴생각이 아닌 회상이었나 보다.

최지훈은 날 정확히 기억해냈다.

내가 경매장에서 낙찰 받은 충차권갑의 가격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큭큭큭. 어처구니가 없네. 고작 F등급이었던 네놈한테 지다니.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그때 박수태가 아닌 널 먼저 쳐죽였어야 했는데."


놈은 진심이었다.

적어도 놈이 내뱉은 말에 소름이 돋았으니까.

천천히 놈의 머리맡에 다가간다.

내게 살려 달라 빌지도 않았기에 일말의 고민은 없다.

놈이 멀쩡한 사고를 가진 놈이라면 미래를 위해 큰맘 먹고 자비를 베풀겠지만, 놈은 내가 기억하는 회귀 이전에도 세계 최고가 되었음에도 지밖에 모르는 놈이었다.


천마룡의 침공이 시작 될 무렵.

탑에 올라간 뒤 잠수탄 놈이다.

'내가 만들어 갈 미래에 너는 없을 거야.'

손을 들어 놈의 미간에 겨냥한다.


"잘가라."

"큭큭. 그래도 관객이 없어서 다행이구만. 개쪽 당하면서 죽을 순 없지."


최지훈은 포기했는지 눈을 감는다.

백보신권을 펼치려던 순간.


퍼벙!

무언가가 터지는 소리가 들리며 하얀 연기가 자욱하게 올라오기 시작한다.


"콜록.. 콜록.."


태선이 재채기를 일으키는 강한 자극에 소매로 입과 코를 가리며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태선을 스쳐가는 검은 그림자.

무의식적으로 태선이 상대를 향해 백보신권을 날린다.


퍼억.

둔탁한 소음이 태선의 귀에 선명히 들린다.

'맞았다. 누구지? 놈과 한패인가. 연기가 걷히면 알 수 있겠지.'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고.

연기가 완전히 걷히자 보이는 광경.


'없다.'

누워있어야 할 최지훈도 없고 자신의 백보신권에 맞은 뒤 쓰러져 있어야 할 녀석도 없다.

가볍게 맞은 일격이 아님에도 지훈을 부축하고 데려간 걸 보면 상대는 S급 일 것이다.

'누구지? 내 기억에 최지훈의 개차반 같은 성격을 받아 줄 동급의 헌터는 따로 없는 걸로 알고 있는데···'


두리번거리는 태선을 언덕 위 먼발치에서 바라보는 누군가.

기절했는지 혹은 기절 당했는지 모를 최지훈을 어깨에 짊어진 채 숲속으로 사라진다.


***


후환을 남겨둔 찜찜한 상태로 게이트 밖을 나온 태선.

그는 곧장 자신의 몸만 한 배낭을 메고 경매장으로 향했다.


"어서 오세요. 경매장에 맡기실 물건을 주시겠습니까."


경매 관리인이 손을 내밀자 태선이 고개를 가로 젓는다.


종종 이런 사람이 있다.

목숨 걸고 얻어낸 귀한 부산물들을 결코 하나라도 잃어버리지 않기위해 내부 경매장까지 본인이 직접 들고 가야 마음이 놓인다는 부류들.


관리인은 태선 역시 그런 사람들 중 하나이겠거니 싶어 한마디를 던진다.


"헌터님. 저희 경매장은 한국 최고의 보안을 자랑하는 곳입니다. 강원랜드보다 더 많은 CCTV와 보안요원들이 있습니다. 그러니 안심하시고 헌터님의 귀중한 자산을 제게 맡기셔도 됩니다."

"아. 이게 좀 무거워서요."

“괜찮습니다. 헌터님 이 저도 나름 힘이 좋답니다.”


쿵. 쩌어억.

경매장의 대리석 바닥에 가느다란 실금이 생긴다.

요란한 충격음에 잠시 경매장 건물의 로비에 정적이 흐른다.


"······ 이쪽으로 들고 오시지요. 헌터님."


바닥에 내려둔 짐을 다시 들어 올리며 관리인을 따라 내부로 향한다.

뒤통수로 느껴지는 헌터들의 시선들.

여러 감정들이 얽혀있겠지.

선망, 동경, 시기, 질투, 호기심.

예전 내가 그랬던 것처럼.


내부 실경매를 통해 내 물건은 어느 C등급으로 각성한 재벌가의 3세에게 120억 일괄로 모두 팔렸다고 한다.

아마 놈은 돈으로 시간을 사려는 걸 테다.

또한 불필요한 리스크도 줄 일 목적이겠지.

'아무렴 어때 100억짜릴 한 번에 정리한 대가로 20억이 추가로 생겼는데.'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돈을 정산받기위해 향한다.


"어, 승진하신 거예요?"

"아! 안녕하세요. 네, 운이 좋았어요."


요한 형님 자리를 대신하는 여성 경매 관리인이다.

오늘도 여전히 웃는 얼굴로 날 반기고 있다.

어쩌면 나뿐만 아니라 모든 이들에게 저런 얼굴로 마주하니 분명 누군가의 칭찬으로 승진했을 것이다.

세상엔 싸패들을 제외하곤 '그냥' 뭘 해주거나, 하는 인간은 없다.


"운도 실력이죠. 축하해요."

"감사합니다. 아 여기 정산금 입금 드리겠습니다."


띠링.

잠시 후 핸드폰으로 울리는 이체 완료 문자.


"네 들어왔네요. 저 혹시 경매장에 새로 들어온 권갑은 없나요?"

"권갑은··· 기존에 있던 S등급 하나뿐일 거예요."

"아··· 그 황금색에 보석 5개 박힌 거요?"

"그걸 어떻게 아세요?"

"하하하 예전에 구경했죠. 그건 아직도 안 팔렸나보네요?"

"네, 그게 멋지고 화려하긴 한데 실속은 없는 무기라···"


역시 권갑은 요한 형님에게 믿고 의존해야한다.

그녀가 말하는 S등급의 권갑도 언젠가 구경은 해봐야겠지만 내게 급한 건 A등급의 권갑이다.


***


"A등급 권갑을 안! 만들었다뇨! 그게 무슨 소리죠?"

"말은 바로 해야지. 엄연히 난 인간이야. 헌터가 아닌··· A등급의 권갑은 안! 만드는 게 아닌 못 만드는 거다."


요한 형님의 발언에 충격을 받는다.

A등급의 권갑을 최소 아직 안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들을 각오는 하고 왔지만 아예 만들 수 없다니.


"왜죠?"

"몇 번을 설명하냐. 아티펙트에 B등급 마정석의 힘을 부여하는 거까지가 현 시점에선 최대야. 아직 그 이상은 한계에 부딪쳐서 진행 못하고 있어."

"젠장. 경매장에도 A등급의 권갑은 없었는데···"


그렇다고 이제와서 무기를 바꿀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참에 휴식도 취할 겸 미국 가보는 건 어때?"

"미국이요?"

"세계 제일의 경매장이 있잖아. 거기라면 보스 몬스터를 잡고 얻은 권갑 아티펙트도 있을 거야. A등급 이상 헌터들의 특전으로 헌터용 비행기에 탑승할 수 있으니 오늘 밤에라도 갔다와."


B등급의 무기로 사냥하는 건 비효율 적이다.

앞으로 얼마나 강해져야 할지 가늠도 안 되는데···

결국 요한 형님의 말을 따르기로 한다.


***


미국으로 향하는 비행기 안.


여행을 위한 관광객은 없었다.

모든 좌석이 개인적인 공간으로 이루어진 퍼스트 클래스.

이 비행기 안에 오른 모든 이들에게 항공료 1원 조차 청구되지 않는 완전한 무료였다.

언젠가 들은 적 있었다.

헌터들을 위한 비행기는 정부와 기업이 공동으로 자금을 지원해서 운행하고 있다는 것.

국가를 대표하는 헌터의 가치를 일찌감치 알아본 기업들이 앞 다퉈 지원금을 내놓는 다고하니 정부 입장에선 고마울 것이다.


"아니, 이걸 나보고 먹으라고 가져온 거야? 무슨 땅콩이 이렇게 짜! 네가 한번 먹어봐라."


푹신한 좌석에 몸을 파묻은 채 상념에 잠긴 태선을 방해하는 소음.

태선뿐만 아니라 비행기 안의 헌터들의 이목이 한데 집중된다.


"죄, 죄송합니다. 헌터님. 소금기를 빼고 다시 가져오겠습니다."


어쩔 줄 몰라하며 자신에게 삿대질 하는 헌터에게서 땅콩을 회수하려는 스튜어디스.

그녀가 떨리는 손으로 땅콩이 담긴 상자를 쥐려다 놓치고 만다.

후두두둑.

떨어진 땅콩과 겉면에 묻은 소금들은 컴플레인을 건 헌터의 검은 바지를 오염시키며 땅에 떨어진다.


"아이···"


자신의 더럽혀진 바지를 보자 얼굴이 흉악해진다.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난다.

'앉았을 때는 몰랐는데 상당히 왜소하네.'


"죄,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낙하산 없이 하늘 한 번 날아볼래?"


비쩍 마른 헌터의 협박에 눈물을 흘리기 시작하는 스튜어디스.


'후우. 그래 어딜 가나 저런 무뢰배 하나씩은 나타나 줘야지···'

태선이 한숨을 쉬며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찰나.


"미안하다는데 그만하시는 게 어떨까요?"


귀를 간지럽히는 낯익은 목소리.


"어?! 진아씨."


태선이 엉거주춤 자리에서 일어나 윤진아를 바라본다.

윤진아는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태선을 보며 눈인사를 하곤 다시 난동을 부리는 헌터를 응시한다.


"유, 윤진아···"

"그쯤하시면 되지 않을까요? 이분도 재차 사과했고 땅콩도 다시 가져다주겠다는데 뭘 더 바라시는 거죠? 그쪽이 입은 그 바지 이계 사냥 하루면 수십 벌은 사 입을 수 있는 물건이잖아요. 아니에요?"


그녀의 말이 맞았다.

이곳에 모인 헌터들은 최소 A등급이다.

하루 일당 1억은 우습게 벌어들이는 헌터들.

물론 목숨을 걸어가며 버는 돈이긴 하지만 게이트 밖에서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겐 상식을 넘어선 돈 벌이다.


헌터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누구보다 더 크게 느끼고 있을 것이다.

그런 그들에게 목숨까지 위협해가며 군림하려 들면 과연 헌터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앞으로 많아질까?

지금도 헌터들에 대한 특혜를 줄여야한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큰데, 이런 일은 헌터들끼리 알아서 조심해야한다.


"소란을 일으켜 죄송합니다. 윤진아 헌터님."


윤진아에게 꾸벅 인사를 하곤 조용히 제자리에 착석하는 헌터.

스튜어디스가 그에게 다시 사과를 하자 손사레를 치며 볼일 없다는 듯 멍하니 창가를 바라본다.

철저한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오래 살아남을 사람은 저런 놈이겠지.

각성이 아니었다면 그저 그런 인생을 살았을 녀석은 자신보다 우위에 있을 진아씨에게 납작 엎드렸다.


"태선씨. 미국은 무슨 볼일이에요? 그나저나 어떻게 여기에 타고계신 거죠? 아직 마지막으로 본 게 E등급 때였는데."


!!!!

그녀가 무심코 던진 발언에 모든 헌터들의 이목이 이번엔 내게로 쏠린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이 말 실수 했음을 인지했는지 본인 입을 막고는 내게 다가온다.


"일단 이쪽으로 오세요."


윤진아가 태선에게 조용히 귓속말을 한 뒤 그의 손목을 붙잡고 비행기의 위층으로 데리고 올라간다.


“뭐, 뭐야. 금빛여신이 남자 손잡는 거 처음본다.”

“이거 패치디스에 사진찍어올리면 돈 꽤나 받겠는데?”

“그나저나 A등급 헌터 모임에서도 못 본 얼굴인데 누구지?”


헌터들의 부러운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얼굴이 벌게진 채 그녀를 따라 올라가는 태선.


"우와."


비행기를 타면서 오늘 갱신된 헌터증으로 안내된 내 좌석은 1층에 위치해 있었다.

단순히 들어온 순서로 배정된 줄 알았던 그곳은 A등급 헌터들을 위한 좌석이었나 보다.

2층으로 올라서자 보이는 바 테이블과 다양한 술들 그리고 푹신한 쇼파들이 여기저기 도열해 있었다.


"2층은··· 프레스티지 석이라 조금 좋을 뿐이에요."


놀란 태선을 바라보며 난감한 얼굴로 웃는 진아.


"조금이요?··· 아닌 거 같은데요."


여전히 넋을 잃고 이곳저곳을 눈여겨보는 태선의 뒤에 거대한 그림자가 다가선다.

그림자의 주인에게서 살기를 느끼진 못했지만 거대한 마나를 감지한 태선이 천천히 뒤를 돌아본다.


"어라. 네놈이 왜 여기 있냐?"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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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30화 협상불가(4) 22.11.30 1,212 21 12쪽
29 29화 협상불가(3) 22.11.29 1,194 21 11쪽
» 28화 협상불가(2) 22.11.28 1,220 22 11쪽
27 27화 협상불가(1) 22.11.27 1,262 24 11쪽
26 26화 언데드 사냥(4) 22.11.26 1,257 24 11쪽
25 25화 언데드 사냥(3) +1 22.11.25 1,241 26 11쪽
24 24화 언데드 사냥(2) +1 22.11.24 1,257 26 12쪽
23 23화 언데드 사냥(1) +1 22.11.23 1,317 25 12쪽
22 22화 보육원의 비밀(3) +3 22.11.22 1,335 30 12쪽
21 21화 보육원의 비밀(2) +1 22.11.21 1,323 25 12쪽
20 20화 보육원의 비밀(1) 22.11.20 1,408 24 11쪽
19 19화 파티 사냥(4) 22.11.19 1,374 27 11쪽
18 18화 파티사냥(3) 22.11.18 1,412 25 12쪽
17 17화 파티사냥(2) 22.11.17 1,506 29 11쪽
16 16화 파티사냥(1) 22.11.16 1,562 24 11쪽
15 15화 불청객(2) 22.11.15 1,588 25 12쪽
14 14화 불청객(1) 22.11.14 1,657 31 11쪽
13 13화 대형 몬스터(5) +1 22.11.13 1,707 34 11쪽
12 12화 대형 몬스터(4) 22.11.12 1,766 32 12쪽
11 11화 대형 몬스터(3) 22.11.11 1,850 37 12쪽
10 10화 대형 몬스터(2) 22.11.10 1,944 32 12쪽
9 9화 대형 몬스터(1) +1 22.11.09 2,143 36 12쪽
8 8화 인연의 시작(4) +2 22.11.08 2,228 38 12쪽
7 7화 인연의 시작(3) +1 22.11.07 2,301 43 12쪽
6 6화 인연의 시작(2) +3 22.11.06 2,504 50 12쪽
5 5화 인연의 시작(1) +2 22.11.05 2,855 45 12쪽
4 4화 득템과 강화(4) +4 22.11.04 3,096 56 12쪽
3 3화 득템과 강화(3) +3 22.11.03 3,478 71 11쪽
2 2화 득템과 강화(2) +8 22.11.02 3,915 71 11쪽
1 1화 득템과 강화(1) +15 22.11.01 5,794 11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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