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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모 님의 서재입니다.

회귀헌터는 멸망을 막는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완결

자모
작품등록일 :
2022.10.29 13:49
최근연재일 :
2023.02.28 13:30
연재수 :
12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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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100
추천수 :
1,944
글자수 :
616,109

작성
22.11.06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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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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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글자
12쪽

6화 인연의 시작(2)

DUMMY

6화 인연의 시작(2)


그리고 이어지는 일방적인 살육전.

오크는 F급의 노련한 헌터와 일대 일로 붙더라도 헌터의 몸에 생채기내기가 쉽지 않았다.

그들이 사용하는 무기라고는 돌도끼와 나무 몽둥이가 전부.

거기에 각종 동영상 공유 사이트에 널린 오크들의 움직임을 본 따서 만든 제작자들의 공략영상으로 미리 이미지트레이닝을 마치고 온 헌터들에겐 초등학생을 상대하기보단 쉬운 몬스터였다.


30분이 흐르고, 첫 오크 부락을 전멸시킨 이들이 환호한다.

가벼운 찰과상을 입은 헌터가 두어명 나왔지만, 각성한지 얼마 안 된 F등급 헌터들이 아군과의 거리 조절에 실패해 얻은 상처였기에 위기의식을 느끼기엔 경미했다.


"다들 고생하셨습니다. 10분간 휴식하고 다음 지점으로 이동하겠습니다."


공대장이 외치자 그제야 헌터들이 자리에 털썩 앉아 개인정비 시간을 갖는다.


"이야 친구! 아까 보니 꽤나 재미난 무기를 차고 있던데?"


40대의 까무잡잡한 얼굴을 가진 전우조의 E급 헌터 아재가 말한다.

그는 오크사냥이 비교적 수월했는지 사냥 내내 내 무기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이거요? 우연치 않게 얻은 권갑인데 제법 손에 잘 맞더라고요. 어차피 무기 살 돈도 아까워서 쓰고 있어요."

"그런 것 치곤 꽤나 강해보이던 걸? 자네만 괜찮다면 무기 좀 구경 할 수 있을까?"


호기심이 지나치다.

남의 무기를 구경시켜달란 아재의 말은 사실 선을 넘은 말이었다.

B등급 이상 헌터들 사이에선 당장 칼을 겨눠도 이상할 것 없는 대사였다.

무림인들 사이에서는 이런 말도 있다고 한다.

‘자신의 실력 3할은 숨기라고’

헌터에게 있어서 스킬만큼이나 중요한 건 아티펙트다.

아마 저 아재도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내가 만만한 F급이라 생각해서 저리 말한 거겠지.


"다음에 보여드릴게요. 하하하"

"그려그려 꼭 좀 구경 시켜줘 원체 신기해서 그러니까."


삐이이익.

공대장의 휘슬소리에 모두의 이목이 한 곳으로 쏠린다.

다음 장소를 향하자는 암묵적인 신호가 공대원들의 귀를 때린다.


다음 장소를 물색하기 위해 이동하는 사이.

나는 나와 같은 등급의 전우조인 고한민과 꽤 많은 대화를 나눴고, 그에게서 친근감마저 느낄 수 있었다.

그는 나와 같은 고아였다.

이계 게이트가 나타나기 시작하고, 많은 사람들이 각성을 하던 시기.

이를 종말이라 여긴 종교인들과 인터넷 매체의 선동으로 인해 혼란에 빠진 시민들은 거리로 나갔다.

상가는 말할 것도 없고 대형 쇼핑몰과 마트까지 막무가내로 약탈하기 시작했었다.

불안한 군중들에게 휩쓸린 건 우리부모님 뿐만이 아니었나보다.


그의 부모님 역시 군중들에게 압사 당했다고 한다.

단순히 마트에 물건만 사러간 이들의 죽음을 정부는 약탈하다가 꼴좋게 압사당한 사람으로 치부했고, 당연하게도 피의자에 대한 조사나 피해보상 따윈 없었다.

공통된 과거사로 인해 그 친구와 나 사이엔 자연스러운 공감대가 형성될 수밖에 없었고, 반대로 40대 E급 전우조 아재와는 상대적 거리감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런 거리감이 불쾌해서였을까?

두 번째 오크 부락에서 그는 우리 전우조 내에서 생각보다 큰 활약을 펼치진 않았다.

반면 그가 잠시 자리를 비우거나 딴 생각을 할 때면 나나 F급 친구에게 큰 위기가 닥칠 만한 오크들의 일격이 날아들었는데, 그때마다 아재는 미안하다는 말을 내뱉으며 우리에게 사과를 했다.


그런 그의 태도는 세 번째 부락에 들어서야 절정에 도달했다.


“아저씨! 이쪽이에요!”


다급한 내가 큰소리로 전우조인 아재를 향해 외쳤다.

하지만 그는 내 목소리를 분명 들었음에도 듣는 체 마는 체 하며, 잔챙이라 할 수 있는 맨손인 오크를 쓰러트리며 내 얼굴을 바라봤다.

그 순간!

고한민 앞에 우연치 않게 나타난 C급 오크 대족장.


D급도 아닌 무려 C급이다!

D급 넷 이상은 달라붙어도 쓰러트리기 힘든 필드 보스 몬스터!

한민이의 다리를 붙잡은 채 좌우로 패대기치는 놈을 향해 일격을 내지른다.


쿵쾅!

태선이 차고 있는 <충차 권갑>은 분명 놈들에게 적지 않은 데미지를 줬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꿈쩍도 하지 않은 놈은 태선의 공격을 가잖게라도 여겼는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손에 든 태선의 친구를 아무렇게나 내던진다.

그러고는 자신의 주변에 있는 헌터들에게 속박 마법을 건 뒤, 그들을 질질 끌며 부락 안쪽에 자리한 깊숙한 동굴로 숨어들어간다.

놈이 어둠속으로 완전히 사라지는 걸 확인한 내게 공격대장이 대화를 걸어온다.


“이봐! 괜찮은가?!”


자신의 안위 따윈 걱정도 안할 것 같은 공격단장이 나와 싸운 몬스터가 사라진 방향을 향해 큰소리로 외친다.

나는 쓰러진 전우를 바라보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절명했다.

아무렇게나 패대기쳐진 그의 몸은 마디마디가 부러졌는지 가지런하지 못했다.

‘숨이라도, 숨이라도 쉬고 있었으면 살릴 수 있었을 텐데···’

태선은 그의 몸을 천천히 바로잡은 뒤에야 일어선다.


“놈이 동굴로 도망갔다! 나머지 오크를 모두 무찌르고, 동굴에 있는 보스를 처리합시다!”


그의 외침에 아군이 기합소리를 내며 환호한다.

이는 아군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진 몰라도, 놈에게 납치당한 헌터들에겐 악수였다.

안 쪽 깊숙이 자리한 대족장은 동굴 밖 헌터들의 함성을 들으며, 납치한 헌터들을 요리하기 시작했으니까.


의욕이 앞선 공대장의 지휘로 인해 토벌단은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했다.

오크 대족장은 동굴로 들어가기 전 부락의 오크들에게 전투능력 향상 버프라도 주고 갔는지 손쉽게 사냥할 수 있던 오크들이 아니었다.


잠시 뒤 나는 불편한 결과와 마주 할 수 있었다.

E급 헌터 뒤에 겨우 숨어 목숨을 연명하려한 F급 헌터들은 차가운 땅위의 시신이 되었다는 걸···


자신의 의도와는 다르게 이어지는 양상을 확인한 공대장.

세 번째 오크부락을 공략하던 헌터들은 오크 대족장의 버프으로 인해 힘의 불균형이 생겼음을 인지한다.


“오크가 버프를 받았다!”


누군가의 절규에 가까운 외침이 들린다.

하지만 너무 늦게 알아차린 그들에겐 의미 없는 외침이었다.

그저 죽기 살기로 전투력이 향상된 오크와 결전을 벌일 뿐 다른 건 없었다.


“고고용!”


그때 누군가의 돌진하자는 케케묵은 인터넷 용어가 들렸다.

그만큼 절박한 외침으로 들렸던 걸까?

그래! 시발 까짓것 한번 죽지 두 번 죽겠냐? 라는 마인드로 누군가의 외침에 마지막 젖 먹던 힘까지 짜내는 헌터들.


“죽어어엇! 이 괴물놈들아아아!”


광기에 가까운 기세로 눈앞의 오크들을 양단하며 점차 기세가 좋아지자

이를 동굴 속에서 지켜보던 대족장이 모습을 다시 드러낸다.

놈의 입가에는 피를 흘리고 있었지만, 헌터들 중 단 한사람도 그게 놈의 피가 아니라는 걸 알 고 있었다.

그런 놈의 모습을 보고 격분한 헌터들이 하나 둘 그를 향해 무기를 휘두른다.

하지만 닿지 않는 무기들.

거리계산이 잘못된 걸까? 아니었다.

대족장은 실드라도 있었는지 왼손으로는 작은 막을 형성해 헌터들의 검을 막아냈고, 그것에 대한 반발력으로 인해 빈틈이 생긴 헌터들을 향해 놈은 지팡이를 휘둘렀다.

퍽퍽.

놈의 공격으로 인해 가슴뼈가 드러나다시피 하는 헌터들과 팔과 어깨가 부러진 헌터들이 속출하기 시작한다.


‘여기서 헌터들을 더 잃으면 내 생사까지 불분명해질 거야. 이들을 도와야 내가 산다!’


분당 120타.

태선은 초당 2회의 공격속도를 가진 -999강 고고용을 들고, 조금 전 공격당한 헌터들을 향해 검을 휘두른다.

그들이 눈치 채지 못할 만큼 가벼운 검상만을 입히며.


[ <신의 자애>에 가까운 신성 회복으로 인해 둔화 저주가 풀리며, 생명력이 최대치로 회복됩니다! ]


도대체 누구일까?

어떤 귀인(貴人)이 나타나서 자신들을 돕는 걸까?

공대장을 포함 한 헌터들의 솔직한 마음이었다.

뜬금없는 C급 오크 대족장의 등판으로 인해 곧 전멸해도 이상하지 않을 자신들의 공격대가 보이지 않는 손(?)으로 인해 생을 유지하고 있다는 걸 인지한다.


“드, 드디어! 신이 개입하시는 거다!”


공대장의 총평이었다.


공대장의 총평과 함께 공격대는 역전의 흐름을 탔다.

물론 그들의 응징의 대상은 오크 대족장과 세 번째 오크부락.

머지않아 몬스터들은 모두 죽음을 맞이했다.


***


EF급 헌터들의 공격대에 C급 필드 보스의 난입은 8명이라는 헌터들의 죽음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그들의 죽음에 대한 슬픔은 찰나였고, 살아남은 22명에 대한 칭송은 제법 오래갔다.

E급 헌터가 D급 몬스터를 잡기 위해선 3~4명이 필요했고,

D급 헌터가 C급 몬스터를 잡기 위해선 3~4명이 필요하다.

토벌단은 9명에서 16명에 가까운 E급 헌터들이 있어야만 C급 몬스터를 무찌를 수 있었다는 말인데, 놈은 단순 C급 몬스터가 아닌 C급 보스 몬스터였다.

30명의 토벌단이 모두 E급으로만 구성되어도 해내기 힘든 일이다.

고작 F급 20명에 E급 10명을 대동한 이들이 해낼 일은 아니었음에도, 8명의 사상자만으로 C급 대족장을 토벌 했다는 사실에 세계 언론이 주목했다.


“공대장님! 정말 E급 10명과 F급 20명으로 대족장을 비롯한 오크 부락을 함께 토벌했다는 게 사실입니까?”

“하하하하! 맞습니다! 때마침 저희 토벌대가 신의 축복을 받을 수 있었기에 헌터들의 실력이 조금 부족했음에도 사냥에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공격대장을 맡았던 놈은 일약 스타덤에 오를 수 있었다.

‘신의 축복이 함께하는 자’라는 타이틀과 함께.

공대장 박지평은 그 사건을 기회 삼아 불교에서 천주교로 개종하여, 바티칸의 교황에게서 직접 세례까지 받았다고 한다.


게이트에서 나온 뒤 언론 앞에 서길 좋아하는 그 덕분에 나를 비롯한 공대원들은 기자들에게 생존 소감이니 현장의 상황을 묘사해달라느니 라는 등의 요구를 받지 않아서 흡족했다.


***


“이야! 우리 친구가 꽤나 좋은 무기를 갖고 있는 게 맞았나 보구먼?”


내가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자

내 뒤에서 소름끼치는 눈빛으로 바라보는 전우조 아재.

그가 나지막하고 음침한 목소리로 내게 말한다.


“후우···후우··· 덕분에 아저씨도 살고 좋은 거 아니에요? 뭐가 그렇게 불만이신지?”

“아냐아냐! 불만일 리가 있나? 동상 덕분에 안목도 넓히고 좋구만! 그렇게 날 세울 것 없어!”


내게 손사레를 치며, 넉살 좋은 웃음을 비치는 그는 분명 다른 꿍꿍이가 있는 얼굴이었다.

전우조라 할 수 있는 3명중 한명인 고한민은 비명횡사했다.

나와 비슷한 삶을 산 친구나 다름없기에 좋은 인연이라도 될 줄 알았지만, 그렇게 가버렸다.

내게 남아있는 것이라고는 꿍꿍이가 있는 듯한 아재.

그런 그가 싫었다.

부모님도 허망하게 돌아가셨고, 더욱이 두 번째 기회인양 내게 불쑥 찾아온 회귀란 녀석은 X같은 인연만 내게 넘겨주고 있다.

소매치기년을 다시 만나게 될 날이 올지는 모르겠지만, 난 그년 역시 잊지 않고 있었다.


“아저씨··· 제가 지금 기분이 몹시 거지같거든요. 서로 불쾌한 일로 다시 만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어요. 부탁드립니다.”


나는 내 나름대로의 감정을 억누른 채 그에게 사정했다.

이제 모든 건 그가 어떻게 받아 들이냐에 따라 달려 있겠지···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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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28화 협상불가(2) 22.11.28 1,219 22 11쪽
27 27화 협상불가(1) 22.11.27 1,262 24 11쪽
26 26화 언데드 사냥(4) 22.11.26 1,256 24 11쪽
25 25화 언데드 사냥(3) +1 22.11.25 1,241 26 11쪽
24 24화 언데드 사냥(2) +1 22.11.24 1,257 26 12쪽
23 23화 언데드 사냥(1) +1 22.11.23 1,316 25 12쪽
22 22화 보육원의 비밀(3) +3 22.11.22 1,335 30 12쪽
21 21화 보육원의 비밀(2) +1 22.11.21 1,322 25 12쪽
20 20화 보육원의 비밀(1) 22.11.20 1,408 24 11쪽
19 19화 파티 사냥(4) 22.11.19 1,374 27 11쪽
18 18화 파티사냥(3) 22.11.18 1,412 25 12쪽
17 17화 파티사냥(2) 22.11.17 1,505 2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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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14화 불청객(1) 22.11.14 1,657 3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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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12화 대형 몬스터(4) 22.11.12 1,766 32 12쪽
11 11화 대형 몬스터(3) 22.11.11 1,850 37 12쪽
10 10화 대형 몬스터(2) 22.11.10 1,944 3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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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8화 인연의 시작(4) +2 22.11.08 2,228 3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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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4화 득템과 강화(4) +4 22.11.04 3,096 5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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