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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모 님의 서재입니다.

회귀헌터는 멸망을 막는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완결

자모
작품등록일 :
2022.10.29 13:49
최근연재일 :
2023.02.28 13:30
연재수 :
12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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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616,109

작성
22.11.21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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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21화 보육원의 비밀(2)

DUMMY

21화 보육원의 비밀(2)


“으응, 그렇게 됐어.”


수현이 지나를 보며 어색한 미소를 지어 보인다.


“그렇게 되긴 뭐가 돼! 헌터가 된다는 게 어떤 걸 의미하는지 몰라서 그래? 게이트에 들어간 뒤로 돌아오지 않는 헌터들이 한둘이야?! 게다가 언제 어디서 몬스터가 나타나서 널 잡아먹을지 모르는데 넌 웃음이 나오니?”

“누나··· 언제 잡아먹힐지 모르는 건 보육원도 마찬가지야.”

“······”


지나는 말을 이을 수 없었다.

어린 동생이었기에 철없는 행동이나 말들을 수없이 들어왔다.

하지만 그가 내뱉은 그 말만큼은 철부지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 아니었다.

자신 역시 하루하루 죽어가고 있었으니까.


“누나 스무 살 넘었는데도 보육원 안 나가는 거 다 우리들 때문이잖아. 그런데 뭐, 누나가 남아 있겠다고 우리들이 조금이라도 편해지는 거 같애? 힘들어질 사람 하나 추가되는 거뿐이라고! 현실적으로 보육원 동생들에게 도움이 되려면 돈 밖에 없는데, 헌터라도 하면 그 돈 벌수 있잖아. 그게 그렇게 잘못된 거야? 내 눈엔 누나의 방식이 더 잘못된 거 같은데?”


조용히 고개 숙인 지나를 향해 수현은 소리친다.

어쩌면 누구보다 그녀 곁에서 지지하고 의지했던 친누나 같은 존재였기에 그의 속상함은 배가 되어 쏟아졌다.


“자자, 얘들아 저녁 공기도 찬데 보육원으로 가는 게 어떨까? 지나도 많이 춥겠다.”


태선이 자신의 바람막이 외투를 벗어 그녀에게 걸쳐준다.

그리곤 그들의 보육원을 향해 수현을 앞세워 걷기 시작한다.

저만치 뒤에서 쫓아오는 지나.


‘빨리 어른이 되어버렸구나.’

요한 형님에겐 출발 전 따로 전해들은 게 있었다.

수현의 각성 능력과 그가 지내는 보육원에 관한 이야기.


처음 각성 능력에 대해 전해 들었을 땐 믿기지 않았다.

X친 사기 스킬이니까.

내 스킬보다도 더.

그리고 잊었던 사실 하나가 떠올랐다.


이어서 들은 보육원에 관한 이야기는 날 더 충격에 빠지게 만들었다.

이계 게이트가 존재하는 현세는 많은 이들의 우려와는 달리 범죄율이 많이 줄었다.

강력범죄의 비율은 늘었지만 말이다.

그랬기에 ‘아니 오늘날에도 저런 일이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단 말이야?’ 라는 생각이 들 만한 내용이었다.


‘강제 노역이라니···’

미성년자 노동착취였다.

이들의 원장은 운영하는 보육원만 서울에 다섯 군데가 있다고 한다.

수현이 알고 있는 곳만 다섯 군데였으니 파보면 더 존재할 수도 있다.

그리고 각 보육원마다 노동의 종류가 달랐다고 하는데 자신이 지내는 보육원은 건설현장에서 막노동을 한다는 것.


주변 노동자들이 이상하게 보지 않았냐는 물음에 고개를 저으며 수현이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노동자들도 평범한 막노동꾼들이 아니었어요. 빚 갚을 능력이 안 되는 사람들을 강제로 잡아다가 일을 시켰거든요. 유일하게 작업반장만이 저희들을 관리했었는데 그 사람은 보육원장이란 한통속이었어요.’


지금 내겐 수현이 같은 헌터들이 필요하다.

아직 몬스터 사냥조차 못해본 어린 친구지만 분명 때가 되면 없어서는 안 될 동료가 돼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수현이를 저 지옥에서 꺼내줘야 한다.


“우쒸, 다죽었어.”

“뭐야 갑자기 왜 그래?”


갑작스레 열을 내며 걷는 속도를 올리는 태선과 그 모습을 이상하게 여기는 요한.


***


보육원의 조그마한 운동장에 자리한 이들.


“마귀할멈 나와!”

“!!!!”


태선의 외침에 나머지 세 사람이 눈을 부릅뜨며 놀란다.


“뭐해, 태선!”

“형님, 저도 수년간 고아로 살아봐서 아는데요. ‘부모 없는 놈이다’는 말보다 부모 없는 놈인 거 알면서 날 만만하게 보는 애들이 제일 최악이란 거예요.”

“그, 그래?”

“네, 그래서 오늘은 제가 감정이입 좀 제대로 하고 끝장내려고요.”

“그러면 너가 이 보육원 애들 먹여 살릴 거야?”

“······ 네? 제가 왜요?”

“제대로 된 계획도 없이 막무가내로 덤벼들면 어떻하냐.”

“아니 그럼, 오늘 얘네 데려다만 주고 가려고 했던 거예요?”

“일단 정보도 모으고 방법을 찾고 그런 뒤에 나서려했지. 이렇게 무식하게 나서려했던 건 아니란 말이야.”

“아까 못 들으셨어요? 하루하루가 지옥인 애들이에요.”


자정이 다 되가는 시간 태선과 요한의 실랑이에 지나와 수현은 몸을 떨며 한쪽으로 피한다.


끼이이익.

요란한 철문이 열리고 나오는 보육원장.

그녀는 그간 살면서 어찌나 인상을 쓰고 다녔는지

이제는 가만히 있어도 미간에 내천(川)자 주름이 깊게 패여 있었다.

거기에 노안으로 인해 태선과 요한이 자세히 안보이자 네모난 안경을 고쳐 써가며 그 둘을 바라본다.


“이봐요. 여기 보육원인거 안보여요? 여기서 그렇게 떠들면 아이들이 잠을 못 잔단 말이에요! 술 취했으면 조용히 집에 가서 잠이나 자요.”


외모치고 생각보다 카랑카랑한 원장의 목소리.


“흥! 할망구 아이들 노동착취나 하는 주제에 아이들을 신경써주는 척하네?”

“뭐, 뭐?! 할망구? 어린 것이 버르장머리가 없네? 좋게, 좋게 넘어가주려 했더니만! 너 거기 딱 기다려.”


보육원장이 어디론가 전화를 걸고 이내 그녀의 목소리가 들린다.


“김실장! 여기 건강보육원인데 빨리 이쪽으로 좀 와봐 웬 미친놈들이 행패부리니까.”

“야 김태선 너 진짜 일을 크게 벌이면 어떻해? 너나 나야 괜찮지만 쟤네는 괜찮겠어?”

“형님이 진짜 물러 터져서 그래! 저 늙은 보육원장이 애들 노동 착취나 하면서 호의호식하는데 화나지도 않아요? 저 표정 봐요. 뭐가 잘못 된지 모르겠다는 표정 말이에요.”


잠자코 듣고 있던 보육원장이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흥, 그래도 둘 중하나는 정상적인 사고를 하고 있나본데? 그렇게 말리려면 이곳에 오기 전부터 말렸어야지! 잠시 후면 우리 김실장이 올 텐데. 난 사과 받을 마음 없으니 각오들 하라고.”

“뭐요? 사과? 진짜 제대로 X친 할망구네.”

"아니 저것이 자꾸! 할망구, 할망구 하는데, 나 아직 환갑도 안 된 여자야!“

“······”


잠시 충격에 빠진 태선과 요한.

백발에 이마와 눈가 그리고 미간에 자글자글한 주름은 분명 그녀의 나이를 최소 일흔으로 만들어줄 노화성 아티펙트였다.

그런데 아직 50대라니.


“그래, 저 봐. 마음씨를 더럽게 먹으니까 노화도 빨리 온 거라고.”

“그래 마음껏 지껄여봐라. A등급 헌터인 김실장만 오면 니넨 오늘 죽은 목숨이야.”

“A등급 헌터? A등급 헌터가 세상에 그리 흔한 줄 아시나. 거짓말을 해도 정도껏 치셔야지.”


더는 상대하기 귀찮다는 듯 보육원장이 고개를 돌리는 순간.

불빛 두개가 보육원 안으로 들어선다.

자갈입구를 헤치고 들어온 검정색 세단에서 나온 헤드라이트였다.

주차된 차량에서 문이 열리고 짙은 밤을 더욱 어둡게 해 줄 검정 구두와 검정색 정장을 걸친 건장한 남성이 내린다.


“오, 김실장 정말 빨리 왔네.”


김실장이라 불리는 정장차림의 남성이 원장을 향해 꾸벅 인사를 하며 걸어온다.


“원장님. 밤중에 무슨 일이십니까.”

“아니, 보육원 안까지 들어와서 난동을 부리는 주정뱅이들이 있지 뭐야. 그런데 이것들이 어디서 들은 건지 모르겠는데. 우리 보육원이 아이들을 강제로 일 시킨다고 소리치더라니까.”


김실장이 천천히 연병장 쪽에 자리한 두 명의 사내를 바라본다.

그리고 그중 하나 헌터로 짐작되는 이와 눈이 마주친다.

태선과 김실장 간의 눈싸움.


“태선 어쩌려고 그래. A등급 헌터님이라잖아 빨리 사과라도 하고 이곳을 나가야 할 것 같아.”

“형님. 남자가 가오가 있지. 차라리 죽으면 죽었지 저는 사과 못합니다.”

“큭큭큭큭.”

“에? 뭐가 웃기지?”

“그럼 죽으면 되겠네?”

“뭐?!”


팟.

김실장이 태선을 향해 도약한다.

요한을 안전한 쪽으로 밀친 태선은 요한의 반대 방향으로 몸을 피한다.

하지만 건장한 사내는 보기보다 손이 길었고 태선의 옷깃을 잡아낸다.


“사과 소리가 나오나 안 나오나 한번 보자.”


퍽.

김실장의 주먹이 태선의 복부에 꽂힌다.


“크헉.”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각성한 뒤로는 나보다 높은 등급의 헌터들과 붙을 때면 데미지를 흘리거나 막아보려 애썼기에 충격이 크진 않았다.

놈의 주먹을 고스란히 받아낼 생각으로 가드를 열은 게 너무 뼈아팠다.

‘B등급이 되면서 없던 자신감이라도 생긴 건가?’

지금 이 순간 김실장이란 놈에게 반항 한번 없이 쳐맞는 상황에도 기분이 나쁘지만은 않다.

‘아무리 계획이라지만 힘도 있는 상황에서 비굴하게 사과하는 모습 보이긴 싫은데···’


어느덧 두 눈과 뺨이 퉁퉁 부어오른 태선.


“자, 이래도 사과 안하고 죽는 게 나을 것 같냐?”


김실장이 주먹을 태선 앞에 들어 보이며 묻는다.

천천히 고개를 가로젓는 태선.


“아닌 거 같지? 그럼 사과해야지?”

“재. 성합늬다. 댤려주데요.”


태선이 비굴하게 김실장에게 사과한다.

그리고 김실장이 남아있는 요한을 바라보며 손짓한다.


“저 ··· 선생님 저는 헌터가 아닙니다만. 그리고 저는 애초에 말리러 온 사람입니다.”

“일단 옆에 꿇어!”


둘이 나란히 무릎을 꿇자 김실장이 계단 위쪽에 자리한 보육원장을 바라본다.


“아이고, 우리 김실장 일 잘하는 건 알아줘야해. 양회장님이 그토록 아끼시는데 다 이유가 있다니깐. 늦은 밤에 이렇게 불러서 미안해. 이것들이 우리가 보육원에서 애들 강제로 착취시키는 걸 어떻게 알았는지 동네방네 소문내려고 했다니까.”


원장의 말에 김실장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내 그녀에게 말한다.


“삽 하나 있습니까?”

“삽?”

“뭘 알고 있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지금 풀어줘 봐야 득 될 것 없습니다. 잠재적 위험으로 남길 바에야 그냥 지금 죽이는 게 낫죠.”

“그, 그래야겠지? 잠깐만 기다려 김실장.”


잠시 뒤 삽을 들고 온 원장이 계단을 내려와 김실장에게 삽을 건넨다.


“그런데 굳이 삽으로 베야하는 거야?”

“죽이는 건 손으로도 충분합니다. 하지만 시체는 나중에 옮기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이들이 소리도 질러댄 터라 동네 이목도 신경써야하니까요.”

“그래그래. 맞네. 김실장이 하자는 데로 해야겠어.”

“푸훕.”

“????, 뭐야 곧 죽게 될 거라니까 실성한 거야?”


난데없이 조금 전보다도 더 부풀어 오른 얼굴을 한 태선이 웃기시작하자 황당하다는 듯 김실장이 그를 향해 묻는다.


“아니, 헌터인 나야 그렇다지만 일반인인 우리 형님도 있는데 사람을 어떻게 그렇게 쉽게 죽인다는 얘기가 나오지? 네놈이야 그러고도 남을 놈이긴 한데 저 원장 할망구는 더 악질이구만? 오갈 곳 없는 아이들을 키우는 사람이 말이야!”

“뭐야, 말 잘하네? 속인거야?”

“내 연기가 좀 쩔긴 했지? 고고용!”


태선의 눈앞에 나타난 한 자루의 검.

자정을 넘은 시간.

더욱 어둠이 내려앉은 이곳에 멀리 있는 가로등의 불빛만으로도 찬란하게 빛나는 검이 그들의 눈앞에 나타난다.


“챗, 뭔가 했네. 검이 꽤 쓸 만해 보이긴 하다만 그거로 2차전이라도 해볼 생각인거냐?”

“2차전? 해야지 X새끼야. 나만 X라 맞았는데 억울해서 이대론 안 되지.”


태선이 검을 들어 자신의 목을 긋는다.

어두운 밤 환한 빛줄기하나가 내려와 태선의 몸을 감싼다.

태선을 제외한 모두가 잠시 눈을 감는다.


[ <신의 자애>에 가까운 신성 회복으로 인해 손상된 피부조직이 재생되며, 생명력이 최대치로 회복됩니다! ]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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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27화 협상불가(1) 22.11.27 1,262 24 11쪽
26 26화 언데드 사냥(4) 22.11.26 1,257 24 11쪽
25 25화 언데드 사냥(3) +1 22.11.25 1,241 26 11쪽
24 24화 언데드 사냥(2) +1 22.11.24 1,257 26 12쪽
23 23화 언데드 사냥(1) +1 22.11.23 1,316 25 12쪽
22 22화 보육원의 비밀(3) +3 22.11.22 1,335 30 12쪽
» 21화 보육원의 비밀(2) +1 22.11.21 1,323 25 12쪽
20 20화 보육원의 비밀(1) 22.11.20 1,408 24 11쪽
19 19화 파티 사냥(4) 22.11.19 1,374 27 11쪽
18 18화 파티사냥(3) 22.11.18 1,412 25 12쪽
17 17화 파티사냥(2) 22.11.17 1,506 2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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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12화 대형 몬스터(4) 22.11.12 1,766 3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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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10화 대형 몬스터(2) 22.11.10 1,944 3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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