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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om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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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om
작품등록일 :
2023.07.10 21:13
최근연재일 :
2024.01.07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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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955,407

작성
23.12.14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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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레퀴엠(154)

DUMMY

Episode 153 - 단장



"그래, 네 제안을 따르겠다."

정혁은 몸의 계수를 모두 빼버렸다.

리븐은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좋아, 잘 생각했다."

정혁이 펼쳐진 리븐의 손을 잡으려다 멈췄다.

"잠깐, 그 전에 먼저 설이 누나의 프로그램을 해제시켜줘."


리븐은 한동안 멍하니 정혁을 응시하다가 손가락을 딱 쳤다.

바닥 아래에서 위로 2미터 크기의 베리어가 등장하더니 곧 윤 설의 모습이 보였다.

"서, 설이 누나!"

정혁이 곧장 윤 설에게로 달려가려 했다.

"잠깐."

리븐이 정혁의 복부에 손을 얹으며 막았다


"사이보그 프로그램을 제거하는 것은 내 일이다, 너는 여기서 지켜보고 있어."

리븐이 단호하게 말하자 정혁이 뒤로 물러섰다.

"알았어, 대신 정확하게 보고 있을 테니까 허튼 수작 부리지 마."

"그건 걱정하지 마시길."

정혁은 두 눈을 부릅 뜨며 리븐의 행동을 주시했다.


그는 천천히 윤 설이 갇혀 있는 베리어를 향해 걸어간 후 그녀를 꺼냈다.

윤 설은 기절해 있는 것인지 눈을 감고 축 늘어져 있었다.

리븐은 윤 설의 반쪽 얼굴을 뒤덮고 있는 사이보그 프로그램을 어루만지며 계수를 주입했다.

푸른빛의 계수 결정들이 사이보그 프로그램의 안으로 스며들었다.


리븐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윤 설의 프로그램을 삭제했다.

반쪽짜리 프로그램이 결정으로 변해 공중으로 휘날리더니 곧 사라졌다.

그렇게 윤 설의 맨얼굴이 드러났다.

리븐은 작업을 일 분여 동안 이어간 후 자리에서 일어나 정혁을 바라보았다.


"사이보그 프로그램은 제거했다, 이제 이 아이의 자아는 억제되지 않아."

하지만 직접 확인해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일.

정혁은 윤 설에게로 걸어가며 직접 확인하려 했다.

"가지 마라."

정혁의 등 뒤에서 기계적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몸을 돌리자 비장한 얼굴로 서 있는 토르메가 보였다.

리븐은 토르메의 얼굴을 보더니 턱을 들어올리며 목을 돌렸다.

"당신은......, 토르메?"

"가지 마라, 최정혁. 함정이다."

토르메는 정혁에게로 다가가 그의 어깨를 잡아 말렸다.

리븐은 그 장면을 아무런 말없이 지켜보았다.


"함정이라니, 그게 무슨 뜻이지?"

"말 그대로다, 리븐은 너는 물론이고 윤 설과 다른 인원들 또한 살려둘 생각이 없어."

"토르메, 그게 무슨 뜻이냐? 나는 분명 사이보그 프로그램을 제거했는데."

토르메가 계수 조각을 뾰족하게 다듬어 윤 설에게로 던졌다.


"아니, 지금 뭐하는......!"

토르메가 날린 계수 조각이 윤 설의 머리에 찍혔다.

그러자 곧 계수 조각에 의해 상처를 입은 윤 설의 형상이 흐릿해졌다.

"엇, 저건 무슨......?"

"환영이다."

"환영이라고?"


"교묘하게 짜여진 플롯 아래에 리븐 렉이 컨트롤하여 만들어 낸 거짓된 진실이지, 윤 설은 지금 이곳에 없다."

리븐은 눈빛에 살기를 담은 채 토르메에게 말했다.

"토르메, 지금 뭐하는 짓이냐?"

그는 화가난 듯 몸에서 엄청난 양의 계수를 방출해내기 시작했다.

"이 꼬라지는 이제 도저히 볼 수가 없어서 말이지, 당신이 행하고 있는 행위들이 모두 도덕적 윤리에서 벗어나고 있잖나."


"아무래도 네가 장착하고 있는 사이보그 프로그램에 오류가 뜬 것 같군, 지금이라도 잘못을 빌면 너에 대한 처벌을 줄여주겠다."

리븐의 말에 토르메가 웃으며 중지를 들었다.

"이런 일을 벌이고 곧장 도게자를 박을 거면 하는 의미가 없잖아."

그의 건방진 말투에 리븐이 한숨을 쉬었다.


"오늘은 정말이지 화가 치밀어 오르는 하루로군."

그는 등에 장착한 가느다란 칼날을 뽑아 토르메와 정혁을 향해 겨눴다.

하지만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이 있었다.

'뭐지? 도대체 어떻게 저런 반발심 가득한 자아를 내밀 수 있는 거냐? 내가 알고 있는 이상 사이보그 프로그램에 이상 증상이 생길 리가 없는데.'


"무기는 안 꺼내나?"

토르메가 리븐을 노려보는 채로 정혁에게 말했다.

상황에 혼란이 일어난 정혁의 머릿속.

그는 고개를 돌려 토르메에게 물었다.

"당신은 대체 뭐하는 사람이지? 헬 파이브이면서 왜 나를 도우려는 거야?"

"원래라면 조금 더 빨리 나서려 했건만, 상황이 상황이라 어쩔 수는 없었다."


"그러니까 왜 나를 돕냐고 묻잖아."

정혁의 재촉에 토르메가 입꼬리를 올렸다.

"이유가 궁금한가? 그런데 딱히 이유는 없다, 그냥 나는 저들에게 있어 반역자일 뿐이니까."

이윽고 토르메의 뇌를 스치고 지나가는 뼈아픈 기억들.

불에 타고 있는 저택 안.

그리고 그 안에서 발버둥치며 살려달라 외치는 한 여인.


편린들이 하나 둘 씩 떠오르자 그는 머리에 손을 얹었다.

'젠장, 하필이면 지금 이런 기억이!'

토르메는 머리가 아파지자 초점이 흐릿해진 듯 비틀거렸다.

"과거의 기억들이 떠오르는 건가?"

리븐은 무언가를 알고 있는 듯 웃어보였다.

토르메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다, 닥쳐!"

"결국 사랑을 위해서 악을 선택한 결과이니 스스로 받아들여야 할 터인데 아직까지 그 미련에서 벗어나지 못하다니."

리븐이 도발하는 듯한 말투로 토르메의 속을 긁었다.

"그런 도발에는 넘어가지 않는다, 아무리 내 기억을 이용하려 해봤자 소용 없어."

"알고는 있다, 토르메."


시간이 지나자 조금은 진정이 된 듯 토르메가 흐르는 땀을 닦았다.

"갑자기 무슨 일이야, 왜 땀을 그렇게 흘려?"

정혁의 물음에 토르메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 아무것도 아니다. 그냥 옛날 일이 떠올라서."

토르메는 자세를 잡으며 계수를 방출시켰다.

"어서 무기를 꺼내라, 어차피 저 남자는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쉬운 상대는 아니니까."


"그런 것쯤은 알고 있다고."

정혁이 이머젼시 토탈의 단계를 각성시키며 월광도를 꺼냈다.

긴톨을 상대할 때와 마찬가지로 포스 임펠트에 의한 보라색의 계수가 흐르고 있었다.

리븐은 그 검을 바라보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포스 임펠트인가? 그것도 아주 거대한 힘이로군."


"저 녀석도 알아차리다니, 역시 헬 파이브 단체의 수장이라 이건가?"

"사실 그렇게 티를 내고 다니는데 모르는 게 더 이상한 거다."

"......, 조용히 해."

알면 알수록 긴톨이라는 남자의 아이큐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된다.

"일단 먼저 장소를 좀 바꿔 볼까?"

"장소를 바꾼다고?"


리븐이 들고 있던 검은 칼날을 위로 뻗었다.

- 필드(Field).

그의 말과 동시에 바닥이 새하얗게 변하기 시작했다.

"뭐, 뭐야?"

"놀랄 것 없다, 지금 당장은 아무 일도 생기지 않으니까."

"그러니까 지금 이게 어떻게 되고 있는 건데!"

정혁은 난생 처음보는 응용기에 눈을 떼지 못하고 쳐다보았다.


대지와 함께 눈에 보이는 하늘 전체가 하얀색의 사각형 타일로 변형되었다.

"필드다, 실질적인 아공간을 시전자의 주위에 생성시키는 계수 응용기지."

"필드라고?"


"그래, 시전자와 함께 지정 대상을 범위 안으로 끌어들여 전투에 적합한 공간을 만들어 낸 거다. 물론 공격기도 방어기도 아닌 응용기지만 시전하기에는 엄청난 양의 계수가 소모되지."

딱 눈으로 보기만 해도 그럴 것 같았다.

"그럴 것 같네. 느껴져, 아주 차가운 느낌이."


리븐은 생성된 필드를 둘러보며 양팔을 펼쳤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아늑함이군, 적을 상대로 필드를 사용한 것이 얼마 만인지."

그는 마치 제 집에 들어온 사람이라도 된듯 고개를 올려 미소를 지었다.

"그럼, 사냥감을 좀 물색해볼까?"


리븐은 그렇게 말하며 눈을 부릅뜬 채 정혁과 토르메를 바라보았다.

"조심해라, 이제 올거다."

"알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

리븐이 등을 돌려 검은 칼날을 휘둘렀다.

매우 가볍게.

애초에 들고 있는 무기 자체가 그렇게 무겁지는 않았기 때문에 빠르게 휘두를 수 있었다.


그러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마치 공격을 하는 척, 아무것도 하지 않은 듯 고요했다.

"뭐야, 공격 한 거야?"

정혁은 어리둥절해하며 리븐의 행동을 지켜보았다.

그 순간.

지이이이이이이익-!!


정혁과 토르메의 복부가 갈라지며 혈흔이 터져나왔다.

촤아아아악-!

"끄, 끄아아아아악!!!"

통증 때문에 제대로 서 있지 못할 정도였다.

게다가 같은 헬 파이브의 맴버인 토르메마저 한쪽 무릎을 꿇었다.

정혁은 무언가 잘못 되었음을 느꼈다.


"어이, 토르메. 너 저 녀석과 같은 헬 파이브 소속이었잖아. 방금 시전한 공격이 뭔지 몰라?"

토르메는 숨을 가다듬으며 말했다.

"전혀 모른다, 애초에 지금까지 헬 파이브 단원들은 단장을 제외하고 움직였으니 직접적인 전투를 본 적이 아예 없어."

그렇다면 아예 데이터가 없다는 뜻이 된다.


리븐은 무릎을 꿇은 토르메를 보며 어깨를 으쓱거렸다.

"왜 그러지, 토르메? 네가 나에게 대든 이유는 나를 죽이기 위해서가 아니었나? 어째서 그렇게 무릎을 꿇고 있는 거냐?"

비아냥거리는 말투가 정말 짜증났지만 섣불리 움직일 수는 없었다.

리븐은 입꼬리를 올리며 손에 든 칼날을 치켜올렸다.


"이 녀석의 이름은 도미니온(Dominion), 아펠리온에 존재하는 세계 8대 명검 중 하나이며 어두운 밤을 상징하는 무기다. 손에 넣은 뒤로 제대로 사용할 일이 없었는데 이렇게 실험의 기회를 주다니, 너무나도 고마울 따름이군."

"도미니온이라니, 그런 거 몰라."

정혁은 이를 꽉 깨물며 회복의 계수를 밀어넣어 앞으로 돌진했다.


"최정혁, 안된다!!"

토르메가 막아서려 했지만 이미 정혁은 리븐에게 달려가고 있었다.

그는 월광도를 두 손으로 잡은 채 계수를 모아 아래에서 위로 거대한 참격을 생성했다.

노리는 것은 도미니온.

'저것도 검이니까 역룡을 적중시킨다면 깨지겠지!'


정혁은 고통을 참아가며 계수의 힘을 폭발적으로 끌어냈다.

긴톨을 상대할 때보다도 더 강력한 기운의 참격이 도미니온을 노리며 위로 쏘아졌다.

- 역룡.

파아아아아아아앙-!

최정혁의 공격이 위로 솟아났다.

아니, 솟아난 것처럼 보였다.


......, 어?

콰직-!

도미니온과 맞닿은 월광도에 금이 가며 곧 산산조각나 공중에 흩어졌다.

리븐은 가소롭다는 듯 입꼬리를 올리며 정혁에게 도미니온을 휘둘렀다.

휘익-!


이번에도 가볍게 휘두른 칼날이었지만 정혁에게 치명타로 다가왔다.

피가 터지며 정혁의 복부가 굉장히 뜨거워졌다.

"웃기는군, 고작 그런 가소로운 공격으로 도미니온이 부숴질 거라 생각한 거냐?"

리븐은 도미니온을 한손으로 휘저으며 정혁에게 연참했다.

촤좌좌좌좌좍-!

"흐음, 완전히 최정혁의 편으로 돌아선 것 같구나, 토르메."


위기의 순간이었는지 토르메가 다가와 방어벽을 세워 리븐의 검무를 막아냈다.

그러나 도미니온의 연참을 직격으로 맞은 방어벽이 무사할 리는 없었다.

완벽하게 부숴져 공중으로 소멸한 방어벽 너머로 토르메의 얼굴을 눈에 들어왔다.


"토르메, 나는 너를 믿었거늘. 헬 파이브 단원들 중 가장 유능하고도 강했었는데, 왜 이렇게 생각이 변한 거냐?"

"쓸데없는 주접 그만 떨고 덤벼, 뭐가 그렇게 말이 많냐?"

토르메는 억지 미소를 지으며 리븐을 향해 투덜거렸다.

리븐은 도미니온을 쳐들어 토르메의 머리 부분을 노리며 내려찍었다.


- 그동안 고생 많았다, 토르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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