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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om 님의 서재입니다.

라이트 포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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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om
작품등록일 :
2023.07.10 21:13
최근연재일 :
2024.01.07 21:21
연재수 :
18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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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955,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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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27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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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퀴엠(171)

DUMMY

Episode 170 - 레퀴엠



"으아, 드디어 휴식이다."

원정대들이 계단을 흐느적 거리며 올라가고 있을 때쯤.

짝짝짝짝짝짝-!

계단 위에서 박수갈채가 들려왔다.

일행들은 눈을 올렸다.

"아, 뭐야?"


미처 같이 동행하지 못했던 지휘관들이었다.

그들은 미소를 지으며 원정대의 복귀를 축하했다.

"고생하셨습니다, 다들!"

"무사히 살아 돌아오다니 다행입니다."

"얼마나 목이 빠져라 기다리고 있었다고요."

로자리아는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 헛웃음을 내뱉었다.


"힘들어도 장단 좀 맞춰줘, 너희가 혹시나 못 돌아올까봐 얘네들도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어."

총책임자인 진명이 아빠 미소를 지으며 그들을 올려다 보았다.

"참, 감동적이군."

"자자, 그런 말씀은 그만하시고......"


어느샌가 옆에 자리잡은 천가민이 케이크를 손에 든 채로 재촉했다.

새하얀 생크림 위에는 검은색의 초콜렛 시럽으로 복귀를 축하드립니다, 라는 글귀가 쓰여 있었다.

"대표로 한 번 불어주시죠, 전대장님."

그러나 진명은 그런 분위기가 쑥스러웠다.


"크, 크흠! 이건 나 말고 이번 작전에서 가장 큰 공을 세운 최정혁군이......!"

그러자 화람이 미소를 지으며 진명의 얼굴을 잡았다.

"에이, 그러지 마시고 한 번 불어줘라!"

"아, 알겠으니까 얼굴 좀 가만히 놔두십쇼!"

진명은 하는 수 없이 활활 타오르고 있는 하나의 불꽃을 입김으로 불어 껐다.


다시 한 번 큰 박수갈채와 함께 함성이 들렸다.

"와아아아아아!!"

"자, 이제 편히 쉬러 가시죠!"

곧장 올라가는 길이 열렸다.

진명은 미간을 좁히며 주변 지휘관들에게 외쳤다.

"아오, 정신 사납다, 이것들아! 누가보면 귀족이라도 출마한 줄 알겠네!"


물론, 진짜 귀족 가문 출신도 있다는 것이 함정이지만.

마치 조직폭력배의 수장이 경호를 받는 것 같은 분위기였다.

일행들은 각자 생활관으로 흩어졌다.

"하아아암, 다들 고생했어! 나는 먼저 들어가본다, 삼일 뒤에 봐!"

삼일이나 주무시게요?


"나도 들어가볼테니 각자 푹 쉬고 나중에 만나자."

"알겠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모두가 흩어지고 난 뒤, 정혁과 윤 설만이 남았다.

"우리도 들어갈까?"

윤 설이 나지막하게 말하자 정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응, 들어가서 좀 쉬자."


"잠깐."

누군가 두 사람을 불러세웠다.

목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등을 돌리니 제인이 팔짱을 낀 채로 서 있었다.

그녀는 정혁을 노려보며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최정혁, 잠깐 나 좀 보자."

"에, 저요?"


정혁은 갑자기 중저음의 목소리를 내는 제인에게 약간 움찔했다.

자신이 뭔가 실수라도 했던 것일까?

윤 설은 정혁의 어깨를 툭 쳤다.

"다녀와, 나는 먼저 씻으러 갈 테니까."

"으, 응."

정혁이 종종걸음으로 제인에게 다가갔다.


"무슨 일이길래......"

제인이 주위를 두리번 거리다가 등을 돌리며 계단을 내려갔다.

"여기서 이야기 하기에는 조금 그렇고, 일단 아무도 없는 곳으로 가자."

정혁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그녀의 뒤를 따라갔다.

저벅저벅 걸으며 두 사람은 건물의 바깥에 도착했다.


분위기가 묘했다.

마치 평소에 보이는 제인 파스티비아와는 사뭇 다른 모습.

"그래서, 할 이야기가 뭔데요?"

정혁의 말에도 제인은 팔짱을 낀 채 그의 몸을 훑기만 바빴다.

1분 정도를 그렇게 가만히 있자 정혁이 뒷머리를 긁적였다.


"아니, 잠시 보자고 했으면 말을 해야......"

"너, 초월 단계에 들어섰어?"

정혁이 눈을 부릅 떴다.

"어떻게 알았어요?"

그걸 알아차리는 것은 사실 그리 어렵지 않지만 형식상 물어보는 질문이었다.


"아, 그냥 눈에 딱 보이니까. 원래 원정을 출발하기 전의 계수와 지금의 계수의 양이 다르거든."

사실 제인이라면 곧 알거라는 생각을 했지만 이렇게 빨리 알아차릴 줄은 몰랐다.

"포스 임펠트라는 응용기 덕분도 있는 것 같아요."


그러나 제인의 얼굴은 의아하다는 표정이었다.

"포스 임펠트가......?"

"네, 그 힘 덕분에 더 높은 단계의 힘을 끌어내는데 도움이 되지 않았나......"

"무슨 소리야, 포스 임펠트는 기껏해야 지속 시간이 10분 남짓인데?"


"......, 예?"

상황 설명이 제대로 되지 않는 말이었다.

그렇다면 갑자기 그의 체내에서 일어나던 폭발적인 힘의 정체는 무엇이란 말인가?

"그럼 도대체 어떻게 된......"

제인은 얼굴 각도를 약간 돌리며 생각에 잠겼다.

"설명은 당장 가능하긴 해, 포스 임펠트에 의해 스며든 계수로 강해진 육체가 그대로 그 힘에 적응해 더 많은 계수들을 스스로 만들어낸 거야."


자체 수급이라는 뜻이었다.

"그런 게 가능하다고요?"

"당연하지, 본래 가지고 있는 계수 이외에 발현자가 경험과 전투를 통해 육체를 단련하면 더욱 강해지는 것이 정론이잖아. 그러면 당연히 계수의 양이 많아지지."

정혁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럼 그 10분 남짓한 시간을 제외한다면 오로지 저 스스로의 힘으로 헬 파이브를 꺾었다는 말이 되나요?"

부정할 수는 없었다.

"그렇지, 그것 말고는 달리 설명이 되지 않으니까."

마음 한 편으로는 뿌듯함을 느꼈다.


포스 임펠트가 아닌 본인이 직접 이룬 성과.

물론 도움이 하나도 되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지만 어느 정도 제인의 도움도 컸다.

정혁은 입꼬리를 올리며 그윽한 미소로 제인을 바라보았다.

제인은 미간을 찌푸리며 얼굴을 뒤로 뺐다.

"뭐야, 왜 갑자기 그런 느끼한 표정을 지어?"


"아니, 그냥 고마워서요."

진심이었다.

제인이 아니었다면 이 상황을 절대 돌파하지 못했을 것이 분명했다.

어떻게 보면 은인이라 말할 수 있을까.

제인의 얼굴이 붉어졌다.

칭찬 한마디에 기분이 좋아진 듯 보였다.


"흥, 그런 감사 인사는 됐어. 애초에 내가 하고 싶어서 한 건데."

어이구, 부끄러워하긴.

"그나저나, 일단 축하해. 설마 벌써부터 각성 단계를 넘어 초월에 들어가게 될 거라고는 꿈에도 몰랐어."

정혁 또한 믿기지 않았다.

"이렇게 단기간에 이 정도의 성과를 이룬 사람이 있어요?"


제인은 눈알을 위로 올려 생각했다.

"흠, 일단 생각나는 사람은 없는 것 같은데......, 그나마 윌씨 정도려나?"

"윌이요?"

정혁은 처음 들어보는 인물이었다.

"응, 그런데 아니다, 애초에 그 사람은 논외로 쳐야 하니까."


"논외로 치다니, 왜요?"

"그 양반은 처음 우리에게 모습을 보일 때부터 가주 이상급의 힘을 가지고 있었거든."

그게 말이 되나?

그러나 지금 윌이라는 남자에 대한 궁금증은 전혀 없었다.

"아."


"어쨌든 뭐 이뤄낸 건 이뤄낸 거니까, 힘을 잘못 다루지만 않으면 괜찮을 거야."

"열심히 해볼게요."

제인은 그의 다짐에 입꼬리를 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렇지. 그렇게 나와야지. 근데 있잖아......"

"예?"


갑자기 제인의 표정이 굳어졌다.

뭔가 심각한 이야기라도 전하려는 듯했다.

"그 어색한 존댓말 좀 이제 그만하면 안 되냐? 처음 봤을 때는 반말했던 것 같은데 왜 이제와서 존댓말이람?"

그야 로자리아씨에게 나이에 대한 진실을 들었으니까.


정혁은 그 말을 직설적으로 뱉을 수 없었다.

"아, 그게 그냥 반말하기에 조금 그래서......"

제인은 헛웃음을 뱉으며 정혁에게 얼굴을 들이밀었다.

"괜찮으니까 그냥 반말해, 나도 그게 편하니까."

아니, 나는 그게 편하지 않은데요.


그러나 제인은 행동파.

뱉은 말은 곧이곧대로 실행하자는 주의였다.

"자, 지금부터 반말! 시작!!"

몰려오는 압박감에 정혁의 동공이 흔들렸다.

제인은 미간을 좁혔다.

"뭐해, 하라니까? 자, 시작!"


"아, 으, 응......!"

소심하게 뱉은 한마디가 그녀에게 귀엽게 다가왔다.

"풉, 푸하하하하! 그게 뭐야? 고작 한 글자 뱉은 거야?"

그러고서는 약간의 정적이 흘렀다.

둘 사이의 미묘한 기류가 나타났지만 곧 제인의 말로 인해 잠잠해졌다.


"너무 무리하게 힘을 사용하지 마."

조언이었다.

"아, 알겠어."

어색하게 뱉어보는 편한 반말에 제인이 고개를 끄덕이며 만족했다.

"그래, 들어가자. 어쨌든 너도 고생 많았으니."

그녀가 걸음을 옮기며 건물 안으로 발을 들이려는 순간.


"네가 도와준 거지?"

순간 제인의 발이 멈추고 몸이 움찔거렸다.

그녀는 태연한 표정으로 정혁에게 되물었다.

"응? 도와주다니 뭘?"

"분명 텔레포트 아이템을 쓰지 않았는데 우리가 이곳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었던 게 걸려서."


정혁의 얼굴이 진지해졌다.

그는 무언가 생각이 많아보였다.

제인은 눈알을 위로 올리며 흥얼거렸다.

"음, 그렇다고 해두자."

그러나 곧 무슨 말이라도 한듯 그녀는 얼렁뚱땅 넘어갔다.


"내가 한 거라고 생각해도 돼, 하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 건 아니니까."

제인이 건물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정혁은 혀를 차며 머리를 긁적이다 그녀의 뒤를 따랐다.


철컥-.

생활관의 문이 열리며 내부가 눈에 들어왔다.

고작 몇 시간 정도를 와출했을 뿐이었는데 굉장히 오랜 시간 자리를 비운 것처럼 공허한 감정이 몸을 스쳤다.

다시 돌아온 곳.

마음의 안식을 느낄 수 있는 공간.

그리고......


"흠냐, 흠냐......"

매우 편안해 보이는 생활관의 맴버들.

이즈웰, 백화람, 윤 설.

그들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각자의 침대 위에서 잠을 청하고 있었다.

세상 모르게 골아떨어진 모습이 포근했다.


정혁은 그 모습을 보며 아빠 미소를 지었다.

그가 바라던 이상적인 공간 그 자체.

'그래, 이거야.'

정혁은 천천히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너덜너덜해진 제복 상의 벗으며 가벼운 육체를 맞이했다.


따사로운 햇살이 창문 안으로 들어오는 밝은 곳.

밖의 풍경마저도 멸망 직전의 세계라고는 전혀 믿기지 않을 정도로 밝았다.

'내가 편하게 있을 수 있는 곳이야, 이게 바로.'

편안한 사람들과 있어 행복했다.

잃은 것도 있었지만 얻은 것도 있었다.


물론 잃은 것들이 훨씬 많았지만 언제나 긍정적인 것이 좋은 것이다.

정혁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창밖을 바라보았다.

자리에서 일어나 창문으로 다가가니 열심히 훈련을 진행하고 있는 이들의 모습도 보였다.

강해지기 위해, 자신이 이뤄낸 것들을 지키기 위해, 잃어버린 것들에 대한 복수를 목적으로 각자가 열중했다.


동기부여가 된 듯, 정혁은 자신의 가슴팍에 손을 얹었다.

무엇인가 들끓는 감정을 느꼈다.

침략자들에 대한 경멸이었을까, 아니면 지키고 싶어하는 속마음의 분출이었을까.

어느 쪽이 됐던 그의 마음속에는 한 가지의 신념만이 확고하게 자리잡았다.


'이 세계를 꼭 지키겠어.'

라는 무언의 다짐.


라이트 포밍 시즌 1 - 레퀴엠(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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