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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om 님의 서재입니다.

라이트 포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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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om
작품등록일 :
2023.07.10 21:13
최근연재일 :
2024.01.07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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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5,407

작성
23.07.10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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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레퀴엠(1)

DUMMY

Prologue - 세계는 지금



여러분이 생각하는 행복의 조건은 무엇인가요?

초등학교 탐구 과목 선생에게 자주 들었던 질문이었다.

같은 반이었던 친구들의 대부분은 이렇게 답했다.

"돈이 많은 거요, 그래야 먹고 싶은 것들을 마음껏 먹을 수 있으니까요!"

가장 일반적인 답변 중 하나였다.

많은 사람들은 행복의 기준 중에서 제일 첫 번째로 돈을 꼽는다.

사고 싶은 것을 사는 것, 먹고 싶은 것을 먹는 것, 여러 나라를 여행하며 경험을 쌓는 것 등이 돈과 집결되어 있는 문제였다.

"예쁜 여자를 만나 빨리 결혼하고 싶어요!"

두 번째로 많은 답변이었다.

쉽게 두 글자로 설명하자면 사랑이라는 것이다.

남자는 예쁘고 자신에게 잘 웃어주는 여자를, 여자는 잘생기고 자신을 잘 챙겨주는 남자를 좋아하는 게 당연했으니까.

"저는 100만 유튜버가 되어서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어요."

요즘 유년기를 지난 소년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직업이 '유튜버'이다.

당연히 좋아할 수 밖에 없지.

맛있는 것을 먹거나 일상 브이로그를 간단히 찍는 것만으로도 조회수가 어느정도 나온다면 수익료가 꽤나 짭짤하다.

어린아이들의 정서로는 싫어할 수가 없는 직업일 수 밖에 없다.

그럼 나에게 누군가가 물어본다면?

네 행복의 조건은 무엇이냐?

라고 묻는다면 나는 일말의 고민도 없이 대답할 수 있다.

"평범하게 사는 것."

남들이 생각했을 때 평범하게 산다는 것은 그저 부유하지도 가난하지도 않은 일반적인 가정에서 태어나 조촐한 아침밥을 먹고 학교에 등교하는 것.

친화력이 좋아 반 학우들과 어렵지 않게 친해져 꽤나 재밌는 학교 생활을 보내는 것.

졸업 후에는 평범한 직장에서 적당한 월급을 받으며 경력을 쌓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하겠지.

하지만 그런 게 아니다.

가난해도 좋다.

친구가 없어도 좋다.

아니, 더 나아가서 외톨이여도 좋다.

그러니까 그냥 평범하게 살고 싶다.

왜냐하면 우리는 지금...

멸망 직전의 세계에 살고 있으니까.


딱히 별다른 것은 없었다.

아니, 있었다고 설명해야 하나.

그 날도 여느때와 다르지 않은 평범한 오후였다.


2029년 8월 10일.

고등학교 야간 자율 학습을 땡땡이치고 친구들과 피시방에서 게임을 즐기고 있었다.

시계를 보니 5시 29분을 넘기고 있을 즈음이었다.

"아, 잠깐, 아니 힐러부터 때려!"

정혁이 상민에게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너나 잘해 병신아, 애초에 내가 뒷라인 두 명을 마크하고 있는데 넌 하는 게 뭐냐?"

상민의 답변과 함께 키보드를 두드리는 소리가 연이어 공간 내부에 울려퍼진다.

타다다닥- 타다다닥-

"어, 쟤네 들어온다!"

정혁의 외침에 상민이 다급해진다.

"아니, 잠깐만! 끝날 것 같은데? 이거부터 때려!"

파지지직- 펑!

기계음 소리와 함께 상태 메세지가 뜬다.

패배.

정혁과 상민이 동시에 한숨을 쉰다.

"아, 시발."

"그러게 내가 뒷포지션 애들 마크하고 있을 때 거점 들어갔으면 됐잖아."

"닥쳐, 너보다 딜량 높으니까."

상민이 좌절하며 두 손으로 눈을 비빈다.

"아, 이거 승급전이었는데!"

"됐어, 어차피 끝났는데. 두 판만 더 이기면 승급전 딸 수 있으니까 다시 하면 되지."

상민이 손목시계를 쳐다본다.

"아, 더 못하겠는데? 35분 넘어간다."

긴 시곗바늘이 35분과 36분의 중간에 위치해있다.

상민은 자리에서 일어나 옆 좌석에 둔 가방을 챙겼다.

"너, 오늘 지혜 만나는 날이냐?"

정혁의 물음에 상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 오늘 100일이다."

미소를 띈 상민의 얼굴에는 비웃음과 기쁨이 동시에 공존하고 있었다.

정혁은 약이 올라 상민의 허벅지를 주먹으로 가격했다.

"아오, 빡쳐. 어떻게 이딴 새끼가 여친이 있는 거지?"

"그건 네가 알아서 생각하시고요, 패배자 새끼야. 형 간다!"

상민은 유리로 되어있는 피시방 문을 열어제끼고 나갔다.

혼자가 된 정혁은 마우스로 크롬 브라우저를 더블 클릭했다.

"아, 어쩌지. 게임을 더 해야하나, 아니면 밖에서 노가리나 좀 까야하나?"

정혁은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연락처 파일을 내린다.

"흠, 얘는 지금 학원에 있을거고 얘는 야자, 얘는 오늘 알바하는 날이라고 했지?"

연락처를 맨 끝까지 내린 후 자리에서 일어선다.

"후, 만날 사람이 없네. 음......, 어?"

정혁은 머리를 긁적이다가 연락처를 다시 위로 올린다.

"아, 맞다. 얘가 있었구나."

조상현.

최근 심화과정반에서 알게 되어 친해진 친구였다.

관심 분야가 잘 맞고 좋아하는 취미도 같아 몇 번 놀러다닌 적이 있었다.

"오늘은 아마 저녁에 아무 약속도 없다고 했지?"

뚜루루루루루-

전화음이 길게 울린다.

10초, 20초, 30초가 넘어가고 곧이어 스마트폰 넘어로 형식적인 여성의 목소리가 들린다.

[ 연결이 되지 않아 삐 소리 이후 통화료가 부과되며.... ]

정혁은 통화 종료 버튼을 누른다.

"이상하다, 전화를 안 받을 애는 아닌데....?"

정혁은 가방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섰다.

"음?"

주변을 둘러본다.

아무도 없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근처에서 같이 게임을 즐겼던 같은 교복의 학생들.

음식 서빙을 하고 있던 아르바이트생 누나.

매번 일손이 부족해서 피시방으로 직접 나와 재떨이를 치우던 중년의 남자 사장님.

"뭐야, 왜 아무도 없어?"

정혁은 피시방 내부를 여기저기 돌아다녔다.

북적거리던 사람들의 모습.

흡연실 근처에 가면 코를 찌르던 담배 향기.

시끄럽게 떠들던 초등학생 쯤 되어 보이는 어린 친구들까지.

마치 처음부터 아무도 존재하지 않던 곳인 듯 마냥 인기척 자체가 느껴지지 않는다.

"뭐야, 건물에 불이라도 났나?"

정혁은 빠르게 피시방의 유리문을 열어 밖으로 뛰쳐나갔다.

혹시나 늦은 것은 아닐까.

만약 진짜 불이 났다면 대피 경보음은 어째서 울리지 않았던 거지, 등등.

많은 생각들이 그의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초록빛이 들어와 있는 뒷문으로 나가 비상계단을 내려갔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스마트폰의 연락처를 뒤져 상민에게 전화를 걸었다.

뚜루루루루루-.

전화음이 귓속에 맴돈다.

'받아라, 유상민. 급하단 말이야.'

곧이어 전화 신호음이 뚝 끊기더니 거친 호흡 소리가 들려왔다.

"어, 받았네. 야, 유상민. 너 지금 어디있어? 피시방 안에 아무도 없길래 불이라도 났나 싶어서 밖에 나왔는ㄷ...."

[ 오, 오지 마!!! 으, 으아아아......! ]

정혁은 갑자기 소리를 지르는 상민의 목소리에 깜짝 놀라 한 쪽 눈을 감았다.

"야, 왜 소리를 지르고 그래! 너 지금 어디 있어, 건물 밖으로 나간 거ㅇ....!"

순간 정혁은 뛰는 것을 멈추었다.

"어....., 어?"

그것은 정혁이 2층에 다다랐을 때였다.

눈이 커지고 등골에 소름이 돋았다.

괴물이었다.

거대한 근육질을 지닌 괴물.

얼굴은 꽤나 작았지만 두 눈알이 가지는 부피는 매우 컸다.

그 놈의 피부는 검붉은 색이었으며 날카로운 무언가를 지닌 꼬리를 가지고 있었다.

"어....., 어......!"

정혁은 아무런 말도 행동도 하지 못했다.

상식 밖을 벗어나는 일.

마치 판타지 세계에서 처음으로 몬스터를 맞이하는 느낌이 들었다.

괴물의 한 쪽 손에 들려있는 물체는 두 다리에 두 팔과 머리를 지닌 생명체였다.

정혁은 그 생명체가 무엇인지 바로 알 수 있었다.

유상민.

방금 전까지만 해도 같이 게임을 플레이했던 동급생이 지금은 온몸이 만신창이가 되어 괴물의 손에 붙들려 있었다.

상민은 아직 살아있는 듯 정혁의 눈을 응시했다.

"저....., 정혁아......., 살려줘......."

피투성이가 된 손을 정혁에게로 뻗는다.

힘이 다한 듯 떨리는 상민의 손 위치를 따라 괴물이 몸을 돌렸다.

그리고 마주했다.

괴물과 정혁의 눈이 맞았다.

"어....., 으....... 으......."

두 다리가 메두사의 얼굴이라도 본듯 뻣뻣하게 굳어 있었지만 간단하게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지금 발을 떼지 못하면 죽는다는 것을.

정혁은 위층을 향해 곧장 도망쳤다.

뻣뻣한 두 다리가 살아야 한다는 강한 집념에 사로잡혀 저도 모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정혁은 몇 십 계단을 오르며 비명을 내질렀다.

주변에 누군가 있기를 바라는 외침이었다.

"혹시, 혹시 아무도 없어요, 살려주세요!"

3층, 4층, 5층.

이 상가 건물이 이리도 높았던가.

정혁은 눈 앞에 보였던 그 실체를 잊을 수 없었다.

만화에서나 나올 법했던 살육 장면과 죽어가던 친구의 피투성이 모습.

이 세상 누가 그런 광경을 직접 목도했을 수 있으랴.

과거 SF 또는 판타지 영화를 보았을 때나 CG로 목격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

'이, 이거 꿈이겠지! 꿈일거야! 말도 안되잖아, 시발!"

정혁은 계속해서 계단을 올랐다.

괴물이 자신을 분명히 뒤따라 오리라 생각하면서.

그렇기에 더욱 빨리 도망쳐야 했다.

다른 층 내부 화장실 칸에라도 숨어야 할까.

아니면 이대로 옥상까지 직행하여야 할까.

하지만 정혁은 후자를 선택했다.

화장실에 숨었다가 괴물의 후각이 밝기라도 하면 금방 들키고 말 것이 분명하다.

하물며 후각 뿐만의 문제가 아니라, 어차피 오랜 시간을 끌게 되면 잡히는 선택지만 남아있는 것은 분명했다.

'이 상가 건물은 옥상이 열려있어, 그러니 외부에 도움을 요청하면......, 살 수 있을거야!'

곧이어 6층을 넘어 7층에 도달했다.

본래라면 뛰어서 한 번에 오를 수 없는 계단의 양이었지만 생존이 걸려있는 문제였다.

단 한시라도 늦춰진다면 죽는다, 라는 생각.

오직 그 해답만이 정혁의 뇌를 이끌 수 있었다.

정혁은 얼마 안있어 옥상에 도착했다.

다행히도 문이 잠겨있지 않았다.

그는 곧바로 동그란 손잡이를 잡고 한번에 돌려 옥상 출입구를 열었다.

밖으로 달려나와 공기를 마시고는 무릎에 두 손을 짚었다.

숨을 고르고 앞으로 한 발자국씩 내딛으며 소리쳤다.

"하아, 하아, 하아, 저, 저기......., 살려주세ㅇ......!!"

하지만 정혁은 말 끝을 잇지 못했다.

평소와 같은 바깥 풍경이 아니었다.

하늘은 어두컴컴하고 대지 여기저기는 건물과 함께 불길에 휩싸여 있으며 사람들은 비명을 지른 채 도망치고 있었다.

위급시에 울린다고 하는 비상 사이렌이 도시 전체에 거센 기계음을 내고 대피 명령을 전달하는 광경을 눈 앞에서 말 없이 응시했다.

정혁은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아....., 이게 대체.......!"

건물이 부서지는 소리와 괴물들이 이리저리 날뛰며 사람들을 잡아먹는 모습.

그에 대항하는 군인들과 경찰 부대들.

총격과 파열음이 지옥의 오케스트라처럼 정혁의 귀를 휩쓸었다.

곧이어 옥상 출입구마저 부숴지는 소리가 들렸다.

정혁은 곧바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검붉은 괴생명체가 있었다.

상민의 한 쪽 팔을 뜯어먹고 있는 괴물.

너무나도 고어했지만 역겹다, 라는 단어 자체가 떠오르지 않았다.

그저 한 마디를 중얼거렸다.

"어, 이거 뭐지?"

세계가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깨닫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지금 우리는 무언가 이상한 현상에 사로잡혀 있다.

정혁은 그렇게 생각했다.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신입 작가 Myom 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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