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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om
작품등록일 :
2023.07.10 21:13
최근연재일 :
2024.01.07 21:21
연재수 :
18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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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955,407

작성
23.12.30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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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헬븐(3)

DUMMY

Episode 174 - 문신



[ 세우론력 808년 조월.

방 안에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든 것이 기계로 이루어진 이들이 보였다.

어느 한 군데도 빠짐 없이 모든 게 다 사이보그였다.

나와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나는 속에서 무언가 끓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아닐 거라 생각하며 앞으로 천천히 걸었다.

하지만 내 눈에 들어온 것은 매우 기계적인 눈빛과 어색한 몸동작을 보이고 있는 완전한 사이보그였다.

게다가 생김새와 신체 특징마저도 나의 가족과 정확히 들어맞았다.

나는 고개를 돌려 리븐에게 물었다.


"이게 뭡니까?"

분노를 최대한으로 억누르고 정신을 진정시켰다.

리븐은 태연한 표정으로 내게 말했다.

"가족이 필요한 것이 아니었나? 원하는 대로 해주었는데 어째서 그런 표정을 짓는 건지 모르겠군."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가족이라니, 그게 무슨 말이야. 이건 사이보그잖아."

분노에 가득 찬 나의 목소리가 점점 떨렸다.

더 이상 감정을 표출할 수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너무나도 분노라는 것을 쉽게 알아차릴 수 있었다.

리븐은 아직도 태연했다.

"이해가 가질 않는군, 표본을 본따 그대로 찍어내어 만들어줬거늘 이제 와서 마음에 들지 않는다라."


"표본을......, 본따?"

그 말이 너무나도 충격적으로 들려왔다.

나는 리븐의 멱살을 잡았다.

손이 떨렸다.

"그러니까 네 말은, 가족들의 생명을 다시 부활시킨 게 아니라 꼭두각시 같은 사이보그를 내 입맛에 맞추기 위해 만들었다는 거냐?"


리븐은 뭐가 문제냐는 듯 어깨를 으쓱거렸다.

"당연하지, 생각을 해봐. 죽은 사람을 어떻게 살려내냐?"

너무나도 태연했다.

마치 그런 것도 몰랐냐는 듯이.

그랬다.

그는 나를 조롱하고 있었다.


나는 속에서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리븐에게 주먹을 날렸다.

눈물은 한 방울도 나오지 않았지만 참을 수 없는 분노라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 있었다.

한 번, 두 번, 세 번.

나의 주먹이 리븐의 얼굴에 정확히 강타되는 것이 느껴졌다.


소리를 질렀다.

내 기억상으로는 그랬던 것 같다.

누군가가 내 외침을 들어주길 바랐던 건 아니었지만 그냥 내질렀다.

둔탁한 타격음.

나는 눈이 뒤집힌 채였기 때문에 리븐의 상태가 어떤지 알 수가 없었다.

그저 주먹질을 멈추지 않을 뿐.


"흠."

그리고 내 귓가에 리븐의 목소리가 들렸다.

놈은 이미 나의 주먹을 빠져나온 뒤였다.

나는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려 그를 응시했다.

어떻게 된 것인지 모를 영문을 파악하고 있을 때 알 수 있었다.

내가 아무것도 없는 바닥을 하염없이 내려치고 있었다는 사실을.


퓩-!

그는 나의 목에 무엇인가를 꽂아 넣었다.

주사기에 들어있는 하얀 액체가 내 몸으로 스며들었다.

뜨거워졌다.

눈이 뒤집히며 그간 있었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그 시점, 리븐이 내게 말했다.


"좀 잠들어 있거라, 그러면 나아질 테니까. 참고로 그 약은 진정제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런 효과만 있는 것은 아니야, 너의 기억을 지워버리는 효과도 겸비하고 있지."

반항조차 할 수 없다는 사실에 나는 내가 원망스러웠다.

다른 사람도 아닌 내가.

불공정한 일을 당했음에도 아무런 저항을 할 수 없는 나약함에 분노했다.


그렇게 내 눈이 서서히 감겼다. ]


지이이이이이잉-!

펼쳐진 초록색 스크린의 크기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회의실의 사람들은 미동 없이 그 장면을 지켜보기만 했다.

충격에 빠진 듯 아무도 소리를 내지 않았다.

헬 파이브의 단원인 토르메에게 이런 과거가 숨겨져 있을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는 듯이.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은 화람이었다.

"역시, 다 죽여서 다행이야."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문장이었다.

로자리아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흠, 알려지지 않은 군사적 비밀 같은 게 들어있을 줄 알았는데 설마 본인의 기억들이 적혀 있었다니."


"아마 기억이 완전히 사라지기 전에 기록한 것 같은데 용케도 저걸 다 써놓은 게 신기하네."

로자리아와 제인은 감탄만을 보일 뿐이었다.

"메모리칩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윤 설이 주변을 둘러보며 물었다.

"버리기에는 토르메라는 녀석에 대한 예의가 아니잖아, 그러니 가지고 있자. 모두 동의하지?"


로자리아가 묻자 회의실 내부에 모인 이들이 동시에 고개를 끄덕거렸다.

"좋아, 그럼 결정된 거다. 메모리칩은 윤 설, 네가 가지고 있어."

윤 설은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웃으며 말했다.

"네, 제가 꼭 간직하고 있을게요."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이유가 어찌 됐든 윤 설이 탈출할 수 있도록 도와준 것이 바로 토르메였으니까.

"오케이, 그럼 여기까지인가? 솔직히 전쟁에 대한 정보들이 없어서 얻어가는 건 없었지만 그래도 홀가분하잖아?"

정적.

다들 무언가 생각이 많아보였다.


로자리아가 팔짱을 끼며 한숨을 쉬었다.

"하, 이렇게 정적인 분위기는 여기랑 안 맞는데."

제인이 놀림거리가 생긴 듯 곧장 테이블을 건너 뛰며 윤 설의 어깨 위에 올라탔다.

"에잇, 뭘 그렇게 심각해하냐! 이 X끼들아!"

"으, 으아아아아아아! 이게 무슨.....!"


윤 설이 어지러운 듯 비틀거렸다.

제인은 재밌는 듯 계속 그녀의 머리를 헤집어놓았다.

그러자 정혁이 제인의 팔을 들여다보았다.

"응? 제인, 너 언제 문신을 한 거야?"

제인이 몸을 움찔거렸다.

그녀의 팔에 선명하게 그려진 문신.


보라색으로 칠해진 종이었다.

"뭐야, 너무 단순한 문신인데? 언제 이런 걸 한 거야?"

제인이 어색하게 웃었다.

"아, 아 이거? 별 거 아니야, 갑자기 한 번 새겨보고 싶어서 하하, 예쁘지?"

정혁이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놀렸다.


"딱히 예쁘지도 않은 것 같은데 이런 걸 왜 했담?!"

제인이 곧장 윤 설에게서 뛰어내려 정혁에게 펀치를 날렸다.

퍽- 퍼퍽- 퍽-!

"뒤질래? 말 다했냐?!"

정혁은 당황한 듯 몸을 웅크렸다.

"아, 아니! 왜 갑자기 때리는 건데?!"


"몰라, 이 새X야! 그냥 맞아라!!"

"풉, 푸하하하하하하!!!"

모든 이들이 웃고 있을 시점.

로자리아는 그 광경을 보고 웃을 수가 없었다.

오히려 침울한 표정이었다.

제인의 팔에 드러난 보라색의 종 문신.


그것은 수명 단축을 의미하는 처벌의 일종이었으니까.

로자리아는 등을 돌려 손에 얼굴을 파묻었다.

'보라색에 종이라면 얼마 남지 않았어, 이대로라면 제인이......'

몸이 덜덜 떨렸다.

자세하게 얼마나 남아있을지 모르는 제인의 수명.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감도 오지 않았다.

"......, 요."

로자리아는 급기야 하체를 굽히며 몸을 최대한 웅크렸다.

"......, 요!"

어쩔 수가 없었다.

이런 상황을 파훼해 나갈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

"저기요!"


툭-!

누군가가 로자리아의 어깨를 건드렸다.

"어, 누, 누구?"

도민호였다.

그는 몸을 웅크리고 있는 로자리아에게 다가와 물었다.

"여기서 뭐하고 있어요, 왜 몸을 그렇게 말아요?"

"아, 그냥."


로자리아가 다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뭐에요, 무슨 일 있어요?"

민호가 얼굴을 들이밀며 로자리아의 상태를 살폈다.

로자리아는 깜짝 놀라 등을 돌렸다.

"아,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몸이 좀 안 좋아서, 나는 다시 학방으로 들어갈 테니까 그렇게 알고 있어."


민호의 대답을 듣지도 않은 채 로자리아의 육체가 계수 결정으로 변질되어 사라졌다.

제인은 그 모습을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다시 한 번 들여다보는 보라색 문신.

틀림 없었다.

'하, 때가 되면 나타날 거라더니 이렇게 빨리......'


제인도 이 상황 자체는 예측할 수 없었다.

그녀 역시 곧장 회의실을 벗어나기 위해 몸을 변질시켰다.

"어어, 넌 또 어디가?"

정혁이 묻자 제인이 손을 흔들었다.

"에이, 로자리아가 아프다는데 어떻게 여기에 계속 있어. 가서 돌봐줘야지."


샤라라라라라락-!

그녀의 육체 역시 계수 결정으로 변질되어 사라졌다.

"......, 그렇게 아파 보이지는 않았는데?"

정혁은 궁금증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


두 번째 지구 - 아펠리온.

학방의 기다란 통로.

저벅저벅저벅저벅-!

로자리아는 긴 통로를 걸었다.

머릿속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은 그저 제인의 팔에 나타난 죽음의 문신 뿐.


그녀는 아랫 입술을 깨물며 정신적인 고통을 꾹 참으려 노력했다.

처음 제인이 응용기를 사용해 계약을 파기했을 때는 실감 나지 않았지만 문신이 나타났다는 이야기를 들은 지금, 그 사태의 심각성이 뼈저리게 느껴졌다.

'방법이 없을까? 찾아야 해! 어떻게 해서든 제인을 살ㄹ.....!'

"로자리아!"


툭-!

제인이 그녀의 어깨를 건드렸다.

로자리아는 곧바로 그 손을 뿌리쳤다.

"오지 마!!"

로자리아의 감정이 점점 격해졌다.

제인은 큰소리를 치는 로자리아를 보며 충격에 빠졌다.

동공이 흔들렸다.


그녀의 눈에는 보인다.

로자리아가 얼마나 이 상황을 두려워하는지.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이는지.

그리고 그 사실을 제일 잘 알고 있는 것이 바로 제인 파스티비아 본인이었다.

로자리아가 떨리는 목소리를 진정시키며 고개를 푹 숙였다.


"얼마나 남았어?!"

"뭐가?"

"잘 알잖아!"

제인이 팔에 새겨진 문신을 다른 손으로 가렸다.

"들었을 거 아니야, 그 사람한테서!"

그랬다, 들었다.

제인 본인에게 가해진 처벌의 강도를.


"말을 좀 해줘."

로자리아의 고함이 사그라들었다.

제인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

그녀의 말을 듣자 로자리아는 충격에 고개를 들었다.

이미 다크써클이 5센치 아래로 퍼진 듯한 얼굴이었다.


"그게 사실이야?"

"응!"

제인은 언제 그랬냐는 듯 밝은 미소를 보였다.

로자리아는 눈을 질끈 감으며 눈물 한 방울을 흘렸다.

그녀는 곧장 제인의 품 안으로 파고들었다.


제인은 그런 로자리아를 꼭 껴안아 주었다.

"괜찮아, 괜찮아! 나이가 몇인데 저번부터 계속 울고 그래?!"

"그럼 눈물 좀 안 흘리게 잘 하던가!!"

로자리아가 눈물 콧물 다 뺀 얼굴을 제인에게 들이밀었다.

제인은 당황한 듯 시선을 돌렸다.


"면목 없긴 해, 너한테는 특히."

"나한테 미안할 게 아니라 너희 가문의 아이들한테 미안해 해야지, 어떡할 거야?"

그러고 보니, 가문에 속하는 이들은 이 사실을 전혀 모른다.

'이거 내가 내 본분을 다하지 못한 것 같은데.'

제인은 멋쩍은 웃음을 보였다.


"후계자로 생각해 놓은 인물은 있어?"

"어, 있기는 한데 지금 당장 그 아이가 내 뒤를 물려받기에는 좀....."

아직 미숙한 부분이 많은 방주들.

그렇기에 더욱 신중하게 결정해야 했다.

"흠, 일단 이야기는 한 번 해볼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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