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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트 포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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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om
작품등록일 :
2023.07.10 21:13
최근연재일 :
2024.01.07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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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955,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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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22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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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퀴엠(165)

DUMMY

Episode 164 - 최종장 10



"크크크, 이제는 괜히 부정하는 것일 뿐, 너도 이 범선의 실체가 사라지고 있는 건 두 눈으로 보이니 알 수 있겠지? 그럼 여기서 문제는 내주지."

- 만약 이 범선이 무너진다면, 이 곳에 탑승하고 있는 윤 설과 다른 인간들은 어떻게 될까?

정혁이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그는 아랫 입술을 깨물며 상황을 파악했다.

'그래, 맞아. 저 녀석과 싸우느라 제일 중요한 사실을 간과했어."

윤 설의 위치와 나머지 백조 원정대들의 생사여부.

게다가 범선이 완전히 붕괴된다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의 사태가 발생할 것은 분명했다.

리븐은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크크크, 이 범선은 대지로부터 꽤나 멀리 떨어진 약 상공 4000미터 쯤에 위치해 있다. 과연 이 형체가 다 사라지고 놈들이 바닥으로 추락하여도 무사할 수 있을까?"

리븐은 백조 원정대들의 죽음을 떠올렸다.

바닥에 떨어져 몸의 뼈가 분리되고, 내장과 머리가 터진 모습이 그려졌다.

그러나 정혁은 침착함을 유지했다.


지금 상황에서 동요한다면 더욱 리븐의 작전에 말려들게 된다.

"그렇게 되면 너도 무사하지 못할 텐데, 동귀어진이라도 하려고 그러는 건가?"

"크크크, 그래! 사실 느꼈다, 네가 초월 단계에 들어선 순간 나에게 승산이 적어졌다는 것을. 만약 내가 패배하고 성과를 이뤄내지 못한다면 가주님에게 큰 실망을 안겨줄 것이 분명했기에......!"


그의 팔에서 근육이 돋아나며 아나콘다가 거대해졌다.

"그렇기에 죽음을 각오하고도 이런 결정을 내렸던 거다, 어차피 우리 헬 파이브는 온전히 가주님에게 충성을 맹세하기 위해 만들어진 군단이거든."

고작 한 사람의 만족을 위해 이런 사단을 일으킨다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지만.


"그래, 너희는 애초부터 그런 집단이었으니까. 그렇다면 하나만 묻겠다, 윤 설은 어딨지?"

리븐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10초 정도의 정적이 흐른 뒤에 정혁이 월광도를 휘두르며 앞으로 걸어나갔다.

"어차피 말하지 않을 거라고는 예상 했어, 내가 ㅊ......"

"죽었다."


그 말에 정혁이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는 살기 가득한 눈빛을 보이며 리븐을 노려보았다.

리븐은 확인사살의 느낌으로 한 번더 정혁에게 말해주었다.

"죽었다."

정혁의 가슴 속에서 무엇인가 폭발하는 것 같은 두근거림이 느껴졌다.

그러나 그는 알고 있었다.


"거짓말인 거 다 알고 있어."

"어째서지?"

"윤 설의 존재는 나와 함께 우리 원정대를 파괴시킬 유일한 무기니까."

그 말을 듣고는 리븐이 헛웃음을 내뱉으며 고개를 아래로 숙였다.

"크흡, 아주 잘 알고 있군. 그래, 네 말대로 아직 윤 설은 살아있다."


'역시나 나를 휘두르기 위한 거짓이었군.'

"하지만, 알려줄 이유는 전혀 없지. 우리는 적이 아닌가? 이것 하나만은 말해줄 수 있겠군, 꽤나 만신창이의 상태이지만 살아는 있으며 이 범선 안에 있을 거다."

너무나도 넓은 정답이었다.

범선이 붕괴되기 시작한 시점에서 윤 설을 찾기 위해 이곳을 모두 뒤지는 것은 오랜 시간이 걸리는 일이었다.


게다가 만약 전투를 내팽개치고 윤 설을 찾으러 간다 하더라도 리븐이 그것을 보고만 있지 않을 것 같았다.

정혁은 머리를 긁적이다가 토르메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어이, 이제 연기 그만해도 될 것 같아."

"아, 으으으."

리븐이 동공을 키웠다.


바닥에 쓰러져 의식을 잃은 줄만 알았던 토르메가 곧장 일어나 몸의 먼지를 털었다.

"너, 어떻게 의식이......"

리븐의 말에 토르메가 목을 꺾어 관절 소리를 내었다.

"아, 뭐 별 거 아니야. 죽기 싫어서 필사적으로 막은 것뿐이지."

정혁이 토르메에게 말했다.


"너는 알고 있지? 윤 설이 어디에 있는지."

"......, 그렇다."

리븐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러나 아무런 조치도 취할 수 없었다.

공중 범선 굽어가는 메부리코의 환영을 붕괴하기 위해서는 범체에 아나콘다를 꽂아 계수를 흡입해야 했기 때문에.


"부탁할게, 누나를 데려와줘."

"그 정도야 간단하지."

토르메는 발을 옮겼다.

"잠깐!!!"

리븐의 외침이 들리자 토르메가 걸음을 멈춰 몸을 돌렸다.

그의 눈에 리븐의 분노 가득한 얼굴이 보였다.


"그만 둬라, 토르메. 정말 네가 윤 설을 이곳으로 데려온다면 우리 제국은 물론이고 가주님의 염원 또한 미뤄지게 된다. 너는 한낱 인간들의 목숨이 가주님의 염원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냐?"

토르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리븐을 노려보았다.

그는 등을 돌려 리븐을 향해 다가갔다.


"어이, 조심해."

"네가 있는데 굳이 조심할 필요는 없지."

토르메가 리븐을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리븐 렉, 만약 내가 말하는 부탁을 들어준다면 나는 최정혁의 편에서 돌아서겠다."

리븐은 토르메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아차린 듯 아랫 입술을 깨물었다.


"죽은 이는 되살려낼 수 없다, 그것은 너도 잘 알고 있을 텐데."

토르메는 두 주먹을 꽉 쥐었다.

"그래, 알고 있다.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지. 그렇기에 나는 너를 더 따르지 않아."

토르메는 리븐에게서 멀어졌다.

이제 완전히 돌아선 듯 그의 얼굴에 굳은 의지가 보여졌다.


정혁은 고개를 숙인 채 자신을 지나쳐가는 토르메에게 말했다.

"제발, 부탁한다."

토르메는 헛웃음을 내뱉었다.

"풉, 당연하지."

그는 범체의 바닥을 맨손으로 부수며 안으로 들어갔다.

정혁은 가늘게 뜬 눈으로 리븐을 응시했다.

이미 분노가 가득 차 있는 듯 그의 얼굴이 일그러져 있었다.


"신이 노할 정도의 죄목이다."

"뭐라고?"

"분명 지금의 네 행동을 하늘에서 지켜보고 있을 거다, 그렇다면 이 세계의 번영을 어지럽히는 너를 가만히 놔둘 거라 생각해?"

리븐이 보란듯이 떠들어대자 정혁이 눈을 감고 심호흡했다.

"스읍, 후우. 그 신이라는 녀석들은......"


안드레드가 정면에서 쏘아지며 리븐의 오라 방어벽을 노렸다.

콰지지지지직-!!

그러나 문 슬레이어와 똑같이 타격 없이 소멸해 버렸다.

정혁이 앞으로 다가가 오라 방어벽에 난도질했다.

분노로 가득찬 칼놀림에 리븐이 압박을 느꼈지만 아무런 기스도 내지 못하는 것은 매한가지였다.


"자신들의 구역이 괜찮다면 다른 이들은 죽어도 된다 가르치는 거야?! 그런 것들이 정녕 너희들이 믿고 있는 신이냐?!!!"

정혁은 손에 힘을 꽉 쥐며 월광도를 자유자재로 휘둘렀다.

점점 전투를 지속할수록 검술이 늘어난 것 같았지만 그때는 파악할 수 없었다.

리븐은 멈추지 않고 칼을 휘두르는 정혁을 보며 말했다.


"크크크, 그런 걸로는 소용 없다고 말했을 텐데? 오라의 방어벽은 오라를 활용한 공격이 아니면 뚫을 수 없어. 어차피 시간이 끌릴 수록 죽음의 압박이 조여오는 것은 너의 동료겠지."

정혁이 전신의 힘을 주며 체내의 계수를 끌어모아 오라를 뿜어냈다.

리븐의 검은 방어벽으로 날아간 오라의 흐름이 충격파를 일궈냈다.


파지지지지지직-!

그러나 아직까지는 위력이 약한 듯, 검은 방어벽의 너머로 뚫지를 못했다.

리븐은 그 모습을 보며 소름끼치게 웃어 댔다.

"크하하하하하!!! 오라를 사용해서 공격하면 성공할 거라 생각했나?! 미안하지만 이것은 내가 아닌 가주님께서 만들어 낸 환영이다! 네가 그 힘을 뚫어낼 수 있을 것 같나?!"


정혁은 리븐의 말을 무시하며 계속 부딪혔다.

분명히 밀어내는 듯한 모습도 보이지만 벽을 뚫어 리븐에게 닿기에는 매우 부족해 보였다.

'젠장, 이대로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

게다가 이미 최정혁 본인이 끌어낼 수 있는 힘은 다 방출한 상태.

여기서 무리하게 힘을 더 끌어낸다면 육체가 망가질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초조한 것은 리븐 또한 마찬가지였다.

'젠장, 범선의 환영을 가주님이 만들었기에 흡수하는데 너무 오래 걸린다! 이렇게 되면 내가 이 환영을 없애버리기 전에 토르메가 윤 설과 다른 인간들을 찾아낼 게 분명해!'

그렇다고 해서 지금의 최정혁과는 정면 대결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


아나콘다가 들끓었다.

팔이 뜨거워지며 곧 근육이 파괴되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리븐은 꾹 참았다.

만약 자신이 죽더라도 가문에 반항하는 인간들을 제거하기 위함이었으니까.

'모든 것은 가주님을 위한 거다, 그러니 난 괜찮아!'


[ ......, 진짜? ]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려오며 리븐의 눈앞이 캄캄해졌다.

[ 진짜 그렇게 생각해? ]

리븐은 주위를 둘러보며 목소리의 위치를 파악했다.

"누, 누구냐?"

[ ......, 정말 가주님을 위해서라면 목숨 하나쯤 간단히 내놓아도 괜찮은 거야? ]


한 명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최소 둘, 많으면 넷 정도.

"누, 누구냐고 물었다!!"

[ 우리는 말이야, 그래도 당신이랑 같이 있었던 시간이 재밌었어. 그러니까...... ]

캄캄한 공간 속에서 빛이 새어나오며 곧 세 명의 형체가 등장했다.


리븐은 그들이 누군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그는 저벅저벅 걸어오는 형체들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리븐이 몸을 축 늘어트리며 중얼거렸다.

"로제츠......, 셀리나......, 긴톨......"

헬 파이브.

자신들의 이름이 불린 세 사람은 곧장 리븐의 앞으로 다가왔다.


매우 선명하고도 상처 하나 없는 얼굴이었다.

세 사람은 아래로 자세를 낮추고 있는 리븐을 가만히 응시했다.

"한심하군, 내가 너희들 앞에서 이런 추태를 보일 줄은......"

리븐의 말에도 단원들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솔직히 말하지, 순수한 힘으로는 이길 수 없을 것 같다. 그게 내 진심이야,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맡은 임무를 소홀히 하고 싶은 생각도 없어."


셀리나가 리븐의 뺨에 손을 얹었다.

아무런 감촉도 느껴지지 않았지만 마치 플라시보 효과 마냥 온기가 느껴졌다.

리븐은 그런 셀리나의 행동에도 신경쓰지 않고 말을 계속했다.

"이곳에 담겨 있는 모든 기억들 또한 사라질 거다, 붕괴 현상이 시작되었으니 머지 않았어. 이제 20분쯤 남았으려나."


헬 파이브 단원들의 모습이 점점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리븐은 고개를 들어 그들의 얼굴을 한 번씩 훑었다.

긴톨, 셀리나, 로제츠.

이미 죽어버려 세상은 뜬 이들의 정신이었다.

"먼저 가서 기다리고 있겠다니, 참 대단한 부하들을 뒀군."

단원들의 형체와 함께 검은 공간마저도 점점 소멸하며 현실이 드러났다.


리븐은 눈을 감으며 단원들의 마지막 모습을 거부했다.

[ ......, 기억하겠습니다. ]

세 사람의 마지막 목소리가 들리며 현실이 눈에 들어왔다.

정혁의 백렬월광도가 오라의 방어벽을 계속 공격하고 있는 모습.

그리고 그의 등 뒤로 펼쳐진 오라의 마법진이 보였다.

그러나 리븐이 말한 것과 동일하게, 아직 정혁의 오라로는 절대 뚫을 수 없는 지안의 방어벽.


리븐은 고개를 아래로 숙인 채 중얼거렸다.

-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최정혁.


공중 범선 굽어가는 메부리코의 붕괴까지 남은 시간.

19분 25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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