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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om 님의 서재입니다.

라이트 포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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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om
작품등록일 :
2023.07.10 21:13
최근연재일 :
2024.01.07 21:21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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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955,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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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23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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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퀴엠(166)

DUMMY

Episode 165 - 최종장 11



19분 50초......, 19분 40초......, 19분 30초......

시간은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물론 범선의 완전 소멸까지 걸리는 시간을 알고 있는 것은 리븐 뿐.

정혁이 알고 있을 리 만무했다.

'크크크, 발버둥쳐라! 어차피 그래 봤자 더 큰 절망을 맛보는 건 네가 될 테니까.'

모든 일이 다 끝나기까지 걸리는 시간, 20분.


그 말은 즉슨 리븐 본인의 목숨 또한 20분이 남았다는 뜻이다.

리븐의 머릿속에서 무언가가 스쳐 지나갔다.

단편 영화처럼 갖가지 장면들이 뇌를 파고 들었다.

기억들.

아주 작고도 희미한 편린들.

리븐은 자기도 모르게 떠올리고 있는 그 기억을 억지로 지워내기 위해 소리를 질렀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

정혁은 한쪽 눈을 질끈 감으며 귀를 막았다.

'뭐야, 이 자식! 왜 갑자기 소리를 지르는 거지?'

백렬월광도와 몸에서 흐르는 오라를 최대한으로 끌어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다가가지 못하고 있다.

'젠장 붕괴되기까지 얼마 남지도 않은 것 같은데 이러면......, 무슨 수를 써야 해.'


[ 융합해! ]

정혁의 귀에 누군가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메아리처럼 요동치며 들렸지만 목소리의 주인이 여성이라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융, 합하라니......?"

[ 말 그대로야, 상대는 오라의 방어벽을 강력하게 뿜어내고 통제하는 인물. 그렇다면 저 남자의 말대로 오라를 사용한 공격을 시전해야 해. ]


'하, 하지만, 내가 가진 오라의 힘으로는 가주의 벽을 뚫기 힘들어!'

[ 으이그, 쯧쯧. 그러니까 융합하라는 뜻이잖아, 바보야. 단일 오라로는 저 힘을 뚫어낼 수 없겠지만 네가 가진 계수 결정들과 융합하면 몇 배로 더 강력한 힘을 낼 수 있을지 모른다고. ]

정혁은 동공을 키웠다.

계수와 오라의 융합.

듣도 보도 못했던 전투 방식이었다.


그러나 굉장히 기발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 계수와 융합이라.'

정혁은 시선을 아래로 깔며 휘두르고 있는 월광도에 오라를 흘려보냈다.

천천히, 그리고 계수 결정끼리의 밀도는 높게.

그러자 오라의 방어벽이 점점 주변으로 흩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정혁은 그 모습을 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그래, 이거였구나?!'

무언가 깨달은 듯 정혁은 계속해서 오라의 흐름을 바꿨다.

물론 그 사실을 리븐 또한 모를 리 없었다.

"뭐냐, 갑자기 오라의 방어벽을 해칠 정도로 힘을 방출하고 있다고?!"

적잖게 당황한 말투였다.


아나콘다를 계속 범체에 꽂아넣고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무엇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정혁의 손놀림이 더욱 빨라졌다.

그리고 폭발시켰다.

그의 눈에서는 푸른빛이, 입에서는 한기를 머금은 고요한 입김이 흘러나왔다.

정혁은 입술을 꽉 깨물며 마지막 초식을 사용했다.


- 백렬월광도의 3초식 단멸기 : 슈퍼노바(SuperNova).

"으윽!!"

오라의 방어벽이 완전히 소멸되며 월광도에서 엄청난 폭발이 일어났다.

콰과과과과과과과-!!!

정혁이 넓게 펼친 필드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리븐은 그 폭발에 휘말려 형체를 감췄다.


정혁은 천천히 무릎을 꿇으며 머리를 바닥에 대고 천천히 눈을 감았다.


------


공중 범선 굽어가는 메부리코 ??F.

윤 설에게로 가는 길.

쿠구구구구구구구.

토르메가 범선의 휘청거림에 몸을 비틀거렸다.

"크윽, 뭐야 이 진동은?"

주기적으로 계속해서 울리는 진동과 점점 형체를 잃어가는 범선.


시간이 너무 촉박했다.

"젠장, 이러면 제시간에 맞출 수 있을까?"

게다가 아직 몸의 통증이 남아있는 상태라 섣불리 계수의 힘을 빌릴 수도 없었다.

토르메는 잠시 호흡을 가다듬으며 생각에 잠겼다.

정혁의 말이 떠올랐다.


[ 설이 누나를 데려와줘, 부탁한다. ]

그는 아랫 입술을 꽉 깨물며 두 다리에 계수를 실었다.

"걱정은 하지 마라, 최정혁. 꼭 살려서 보낼 테니까."

토르메의 옆구리에서 관절 소리가 울렸다.

그러나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묵묵히 앞으로 달렸다.


'내 기억 상으로는 분명 이 근처였다, 40개의 방을 지나서......!'

토르메는 자신의 기억을 믿으며 머리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어느 한 지점 앞에 도착했다.

"하아, 하아, 하아......"

그는 숨을 고르며 천천히 철문을 열고 안으로 발을 들였다.


사각형의 베리어 안에 갇혀 있는 윤 설이 보였다.

불이 켜져 있었기에 그녀의 모습을 선명하게 볼 수 있었다.

쇠사슬에 몸이 묶여 있었지만 겉으로 큰 외상은 보이지 않았다.

베리어 - 육체를 녹이는 사각형.

베리어 안에 들어가 있는 이를 제외하고는 침입하려는 자의 신체를 녹이는 무시무시한 베리어.


토르메는 옆에 놓여진 붉은 스위치를 눌렀다.

툭- 툭- 툭-!

그러나 베리어가 전혀 사라지지 않았다.

"젠장, 고장이라도 난 건......!"

쿠구구구구구구구-!

"크윽!!"

범체의 흔들림이 그대로 전해졌다.


"하필 이럴 때에......!"

그는 식은땀을 흘리며 옆구리를 부여잡고는 일어섰다.

시간이 없었다.

지금 빨리 윤 설을 베리어에서 꺼내 돌아가지 않으면 이대로 죽음을 맞이할 가능성이 높았다.

토르메는 입술을 꽉 깨물며 베리어 안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치이이이이익-!


살이 타들어가는 고통이 그대로 전해지며 토르메가 비명을 질렀다.

"끄, 끄아아아아아아아악!!!!"

도저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통이었다.

뜨거움, 따가움, 으스러짐 등등.

모든 종류의 고통이 죄다 느껴질 정도였다.

윤 설이 토르메의 비명을 듣고는 눈을 떴다.


"엇?!"

눈앞에서 자신을 꺼내려는 토르메를 바라보며 그녀는 눈을 질끈 감았다.

문제가 있었다.

한 손만 집어넣는 것으로는 거리가 닿지 않는다는 것.

토르메는 하는 수 없이 다음 팔과 함께 다리까지 베리어 안으로 집어넣었다.

윤 설은 그런 그의 모습을 뚜렷하게 쳐다보았다.


고통과 통증이 전신을 뒤덮고 있을 텐데, 분명히 소리를 지르고 싶을 정도의 아픔일 텐데도 이제는 꾹 참아내고 있다.

그리고 윤 설의 팔에 묶인 쇠사슬을 풀어주었다.

콰아아아앙-!!

쇠사슬이 분해되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토르메는 윤 설의 손을 잡은 뒤 베리어의 밖으로 끌고 나왔다.

치이이이이이익-!


토르메는 이제 한계인 듯 베리어를 빠져나온 뒤 곧장 드러누웠다.

그리고는 천장을 바라보았다.

전신의 상태가 심각했다.

타들어간 피부와 망가져버린 반쪽 사이보그 파츠들.

그리고 점점 옅어지고 있는 심장의 고동.

이제 짐작할 수 있었다.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윤 설은 그런 토르메를 내려보며 무릎을 꿇었다.

"왜, 그랬어요......, 갑자기 왜 구해주시는 건데요?"

토르메는 그런 윤 설을 올려다보았다.

뭐라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표정이 그녀의 얼굴을 채웠다.

"분명 잡아왔잖아요, 사이보그 프로그램을 주입시켜서 노예로 만든다고 하셨는데 왜 갑자기 풀어주는 거에요?"


토르메는 눈을 감으며 생각했다.

'그래, 이왕이면......'

그가 입을 열려 할 때, 윤 설이 말을 가로챘다.

"그때도 봤어요, 저를 업고 가신 거."

늑대전대에서의 일을 말하는 것 같았다.

망토를 쓰고 윤 설을 구하러 갔었던 그 날.


토르메는 입꼬리를 올리며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그래, 봤단 말이지......?"

"차라리 애초에 나쁜 사람이었으면 욕이라도 실컷 할 수 있지."

그녀는 입에서 욕 한 마디도 뱉지 않았다.

알고 있었다.

토르메가 사실 나쁜 사람은 아니라는 것을.


그렇기에 더욱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눈물을 흘려줄 수도 없었다.

나오지도 않는 것을 억지로 짜내면 그것은 더 불신을 가져오니까.

윤 설은 토르메의 심장 부분에 손을 얹었다.

희미했다.

"마지막 말이라도 해줘요."

윤 설의 말에 토르메가 떨리는 입을 열었다.


"사....., 살아라......."

"네?"

토르메가 손을 올려 윤 설의 반쪽을 채우고 있는 사이보그 프로그램에 손을 얹었다.

그리고는 해제시켰다.

[ 사이보그 프로그램을 해제하겠습니까? ]

"그래, 해제한다."


[ 신분을 밝혀 주십시오. ]

토르메는 프로그램의 원형 부분에 손가락을 대며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헬 파이브, 단원 토르메......"

토르메의 말을 끝으로 사이보그 프로그램이 분해되며 공중으로 사라졌다.

샤아아아아아아악-!


그는 과업을 마친 듯 손을 바닥으로 떨궜다.

그리고 스쳐가는 기억들.

가족들이었다.

죽음으로 인해 이제는 다시 볼 수 없는 그들.

"윤 설......"

토르메의 말에 그녀가 몸을 움찔거렸다.

"......, 말해요."


기침 소리가 계속 흘러나왔다.

"아름답게 살아라, 그리고 미안하다."

토르메의 얼굴이 옆으로 돌아갔다.

윤 설은 묵묵히 마지막 말을 들어주었다.

토르메의 생명줄이 이제 끊긴 듯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았다.


그녀는 토르메의 손을 잡았다.

그러자 사각형의 무언가가 잡혀있는 것이 확인되었다.

"이건......"

메모리칩과도 같은 모습이었다.

언제부터 이것을 들고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윤 설은 자동반사적으로 그 칩을 주머니에 넣었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용서, 안 할 거에요. 당신. 아무리 사정이 있어 헬 파이브의 일원이 됐다고 하지만 저지른 잘못들을 되돌릴 수는 없는 법이잖아요."

윤 설은 혼잣말을 계속 중얼거렸다.

토르메가 들을 수 없는 상태인 것을 알면서도.

"그러니까 죽어서도 벌을 받아요, 당신네들도 신을 믿을 거 아니에요. 죗값을 치르고 천국에서 편하게 쉬어요."


윤 설은 비틀거리는 다리를 이끌고 밖을 향해 걸어갔다.

"나는 당신이 말한 것처럼 아름답게 살 테니까."


------


공중 범선 굽어가는 메부리코 ??F.

진흑.

"진동이 계속되는 걸 보니 혹시 이곳이 무너지려는 신호가 아닐까?"

진명의 말에 이즈웰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도 일리는 있습니다, 일단 중요한 것은 폭발과 진동의 소음이 귀에 제대로 전달되고 있으니 거의 다 도착했다는 뜻인 것 같아요."


어둠의 길을 거의 다 벗어났다는 생각에 마음이 놓였다.

곧 그들의 앞에 푸른빛의 포탈이 등장했다.

"포탈이네."

"이런 걸 타도 되는 건가?"

하지만 모두가 답을 알고 있었다.

"타야만 합니다, 이것 말고는 방법이 없으니."


이즈웰이 화람의 손을 잡았다.

"모두 옆사람의 손을 잡아요."

일행들은 이즈웰이 말하는 대로 행동했다.

"혹시 이걸 넘어가면 뭐가 있는지 아는 게 있을까요?"

민호가 묻자 이즈웰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사실 저도 몰라요. 포탈이 가리키는 곳은 설정한 사람들만 알 수 있으니까."

행선지가 어딘지 모르는 미지의 포탈.

그러나 그것 자체로도 이제는 스릴이 느껴졌다.

이즈웰이 말했다.


"모두 잡았으면 출발합니다?"

""오케이!""

일행들이 발을 떼며 포탈의 안으로 몸을 밀어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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