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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om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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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om
작품등록일 :
2023.07.10 21:13
최근연재일 :
2024.01.07 21:21
연재수 :
18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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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91
추천수 :
301
글자수 :
955,407

작성
23.12.29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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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헬븐(1)

DUMMY

Episode 172 - Prologue



두 번째 지구 - 아펠리온.

학방.

"그래서, 좀 어때?"

로자리아가 자리에 앉아 홍차가 담긴 찻잔을 들었다.

"어느 정도 견적은 잡혔어?"

원형의 테이블을 중심으로 양옆에는 로자리아와 제인이 자리하고 있었다.


제인이 턱에 손을 얹은 채 말했다.

"흠, 견적이라......, 아직 확실하게 말해줄 수 있는 건 없어서."

"그건 좀 곤란한데."

두 사람의 대화가 그 순간 잠시 끊겼다.

꽤나 심각한 사안을 고민중인 듯 보였다.


학방의 가장 안쪽 방, 테이블 말고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그곳에서 두 사람은 남들이 들리지 않도록 조곤조곤 대화를 이어나갔다.

로자리아가 검지로 테이블을 툭툭 쳤다.

"빨리 알아내야 해, 그래야 우리 선에서 도와줄 수 있는 것들을 도와주지."


"그렇지, 그래서 나도 빨리 알아내고는 싶은데 마땅한 것들이 발견되지 않으니까. 오히려 답답한 건 내 쪽이라고."

제인이 가슴팍에 손을 얹으며 하소연했다.

로자리아는 이해가 간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뭐 네가 그렇게 말하는 건 어느 정도 이해는 돼. 섣불리 말할 수는 없는 것들이니까. 방주들도 아마 깜짝 놀라 뒤집어질걸?"


제인은 손가락을 딱 쳤다.

"그래, 바로 그거야! 방주들이 문제라니까? 그 밑에 존재하는 라인들은 다 수긍시킬 수 있을 것 같은데 위쪽 라인들은 그러지 않을 것 같단 말이지."

골머리를 썩고 있는 듯 그녀는 눈을 질끈 감으며 두 손을 모았다.

머리가 굉장히 아파왔다.


며칠 전, 학방의 정보원으로부터 날아온 전갈.

그 전갈에는 찬성파들의 동태와 함께 충격적인 소식이 함께였다.

로자리아는 다리를 꼰 채로 찻잔을 내려놓았다.

"제인, 어쩔 수 없어. 일단 말은 해야지. 너도 이제 한 가문의 가주 직책을 맡고 있는 입장인데 이런 중대한 사실을 발표도 안하고 어물쩡 넘어가면 후폭풍은 어떻게 감당하려고 그래?"


로자리아는 연신 맞는 말만 뱉었다.

사실 제인 본인도 하고 싶지 않아서 말하지 않은 게 아니었다.

반반이라고나 할까.

진실이라면 당연히 로자리아가 말한 것처럼 방주들의 반발이 원인 중 하나이긴 했다.

물론 그것보다 더욱 중대한 문제가 있기도 했지만.


로자리아는 이때다 싶어 계속해서 설교를 이어갔다.

"이건 네 평소의 행실 문제야, 그렇게 신비주의적인 스탠스를 취하니까 가문의 일반 원대 뿐만 아니라 방주들도 너를 두려워하는 거잖아."

제인은 뜨끔했는지 몸을 움찔거렸다.

더 이상 들으면 정신병이라도 올 것 같았기에 제인은 그 자리를 뜨기 위해 일어섰다.


"아아, 몰라, 몰라! 잔소리 더 할거면 나 일어날래."

로자리아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얼씨구, 말이 다 끝나지도 않았는데 어딜 가려는 거야?"

마치 엄격한 엄마와 게으른 딸을 보는 것 같다.

"네가 조언해줬으니까 알리러 가야지, 안 그러면 너 계속 캐물을 거잖아."


역시 제일 돈독한 친구답게 누구보다 상대의 속을 잘 알고 있었다.

로자리아는 예리했다는 듯 손가락을 튕겼다.

"그래, 잘 생각했어. 어차피 벌어질 일이라는 건 알고 있었잖아. 그럼 미리 준비를 해놓는 게 맞지."

"에구, 알았어, 알았다고."

제인이 투덜거리며 방을 떠나려는 순간.


그녀의 몸이 정지되며 곧 등을 돌렸다.

제인은 꽤나 음흉한 눈빛으로 로자리아를 응시했다.

등줄기에 소름이 끼친 로자리아가 시선을 피했다.

"뭐, 뭐야? 왜 갑자기 그런 눈으로 쳐다봐?"

"생각해보니까 웃기네, 너는 학방의 인원들에게 이 사실을 알렸어?"


예리한 질문에 로자리아가 못 들은 척 홍차를 마셨다.

홀짝 거리는 소리가 기분 나쁠 정도로 선명하게 울렸다.

"음, 뭐야? 갑자기 쓴데?"

"어이, 어이! 말 돌리지 말고 제대로 말해!"

제인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하자 로자리아가 손을 펄럭거렸다.


"아잇, 또 왜 그래 자기~. 오케이, 이번 건은 쌤쌤으로 넘어가면 되겠당!"

"하, 어이가 없네."

가슴속에서 불이 흘러나오는 것 같았지만 그래도 그녀는 화를 꾹 눌러 참았다.

로자리아가 무언가 생각난 듯 고개를 숙였다.


"아, 맞다. 제인, 하나 더 말해줄 게 있어."

"뭔데?"

제인이 로자리아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여간 심각한 사실인지 그녀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뭐야, 무슨 일인데 그렇게 심각해?"

"심각하지, 당연히......"


로자리아는 머리를 긁적였다.

"그러니까 도대체 무슨 일인데?"

"현자들이 돌아왔어."

"......, 뭐?"

그 말을 듣자마자 제인 역시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그녀는 다시 자리에 착석하며 동공을 흔들었다.


가주인 그가 이렇게 반응할 정도라면 엄두도 내지 못할 정도로 심각한 사안인 것은 분명했다.

"그들이 갑자기 왜? 아니, 어떻게? 분명 그 사람이 봉인했을 텐데."

로자리아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모르겠어, 하지만 하나 확실한 건 그들의 봉인을 풀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한 전력이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이야."


"이건 좀 심각하긴 하네, 그 사실부터 알려주지."

로자리아가 어깨를 으쓱했다.

"말 하려고 했는데 갑자기 그 사안이 발생한 거잖아, 그래서 정신이 없었어."

"그래, 뭐 네 입장도 이해가 가긴 한다."

골치가 꽤나 아플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일단 찬성파들이 움직인 건 확실하겠지?"

"그렇지 않을까? 애초에 그러지 않고서야 그들의 봉인이 깨지지 않았을 것 같아."

제인이 검지로 테이블을 툭툭 건드렸다.

로자리아가 했던 행동과 똑같았다.

"상황이 점점 악화되고 있어, 만약 부활한 현자들까지 그들의 편에 붙게 된다면 우리는 승산이 전혀 없어지게 돼."


제인의 말에 로자리아가 동의했다.

"맞는 말이야, 게다가 그들과 함께 마사탄교가 다시 뭉쳐진다면......"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해지겠지."

제인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시간이 없었다.

"우선 나는 우리 가문의 아이들에게 이 사실을 알려주러 갈 테니까 너도 학방의 인원들에게 말해줘."


"응, 알았어."

로자리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제인은 곧장 방을 나서며 모습을 감췄다.

로자리아가 제복 안주머니에서 종이 하나를 꺼냈다.

[ 마사탄교, 그들의 봉인을 푸는 조건. ]

그녀는 그 종이에 쓰여있는 글자를 보며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


------


두 번재 지구 - 아펠리온.

천상과 마계의 공중 도시 - 헬븐.

"후우......"

평야.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평야였다.

도대체 누가 만들었는지는 제대로 알 수 없겠지만 마치 수십 년 아니, 수백 년 전에 만들어진 것처럼 보였다.


갈색의 망토를 뒤집어 쓴 여섯 명의 사람들이 평야에 나타났다.

그들은 주위를 두리번 거리며 아무것도 없는 평야를 주시했다.

"오랜만이야, 헬븐의 외곽."

걸걸한 남자의 목소리.

꽤나 나이가 든 것처럼 들리기도 했다.

"이 날이 오기만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번에는 좀 젊은 남자의 말투.

"크크크, 예전에 쫌생이에게 당한 것만 생각하면 아직도 치가 떨리는데."

"크크크,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쌍둥이처럼 거의 비슷한 목소리를 가지고 있는 두 사람.

"무대는 이곳이 가장 적당하겠는데요?"


남자가 평야의 중심 부분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그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에 땅이 움푹 파여 있었다.

"나쁘지 않군."

그들은 몸을 계수 결정처럼 흩날리며 평야의 중심부 부분에 도착했다.

"하아, 하아, 하아......"


땅이 움푹 파여 있는 그곳에는 고통스러운 신음을 내뱉고 있는 남자가 보였다.

금발 머리에 하얀 날개를 장착하고 있는 그 남자는 천사처럼 보였다.

남자는 갑작스레 다가온 여섯 명의 외지인을 보고는 깜짝 놀란 듯 몸을 움찔거렸다.


그렇게 남자의 거친 숨소리만이 울려 퍼졌다.

"하아, 하아, 하아, 하아......, 도, 도와주세요."

금발의 남자는 여섯 명의 외지인에게 손을 뻗으며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나 외지인들은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다.

그저 남자의 모습을 보고는 웃음을 삼킬 뿐.


"제, 제발 부탁드릴게요."

젊은 목소리를 가진 남성이 말했다.

"이 정도라면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요?"

"흠, 쓸만할 것 같아."

알 수 없는 이야기가 오고 가는 가운데 걸걸한 목소리의 남성이 손을 펼친 후 암계를 뭉쳤다.


그리고 펼친 손가락을 천천히 굽혔다.

그러자.

"읍, 커, 커헉......!"

쓰러져 있던 금발의 남자가 공중에 뜨기 시작했다.

그는 무언가에 잡힌 듯 목을 움켜쥐고 있었다.

마치 제대로 숨을 쉴 수 없는 상태인 것처럼.


눈이 충혈되며 등에서는 식은땀이 흐르고 몸은 비틀어진다.

걸걸한 목소리의 남자는 그 광경을 보며 웃어 댔다.

사실 그 남자 뿐만 아니라 여섯 명이 전원 폭소했지만.

금발의 남자는 광기에 젖어 웃고 있는 외지인들을 보며 공포에 떨었다.

"커, 커헉, 제, 제발......!"


슬슬 버티기가 힘들어질 무렵.

걸걸한 남자가 두건을 벗으며 얼굴을 보였다.

백발과 함께 드러난 얼굴에 거대한 흉터 하나.

왼쪽 눈을 기준으로 위에서 아래로 찢어져 있었다.

금발의 남자는 그 얼굴을 보고는 놀란 듯 동공을 키웠다.


"다, 당신은......!"

백발의 남자는 뒷머리를 긁적이며 흡족해했다.

"쩝, 아직도 이 늙은이를 알아봐주는 이들이 있다니, 이것 참 영광인데?"

모를 수가 없는 얼굴.

그 과거 대학살의 주범이었으니 유명할 수밖에 없었다.


옆에 있던 젊은 남자 역시 두건을 벗으며 정체를 드러냈다.

흑발의 머리를 길게 늘어트린 남자.

양쪽 볼에 뿔 모양의 문신이 박혀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그러게, 왜 갑자기 얼굴을 드러내십니까? 뭐, 아직도 놈들에게 잊혀지지 않았다고 인정받고 싶어요?"


"허허, 그런 건 아니지만......"

백발의 남자가 손을 더욱 굽히자 금발의 남자가 고통에 몸부림쳤다.

이미 눈이 붉어진 지 오래.

그리고 몇초 뒤에 우드득 소리와 함께 남자의 몸이 축 늘어졌다.

그제서야 암계를 거둔 남자가 손을 털었다.

천사의 날개가 사라지자 금발의 남자는 바닥에 널브러졌다.


"이 나이를 먹고 나면 약간의 관심은 필요한 법이긴 하지."

마사탄교, 광기의 5현자.

알케디.

젊은 남자는 그 모습을 보고는 한심한 듯 혀를 찼다.

"쩝, 그렇게 관심이 필요하시다면 공연장에 취직이라도 하시는 게 어때요?"


마사탄교, 광기의 5현자.

하멜.

하멜의 말에 알케디가 보기 좋게 웃어보였다.

"오, 그거 좋군. 시급이 얼마나 되는지 알아봐야겠어."

"농담은 좀 농담으로 받아들이시죠."

알케디가 쓰러진 금발의 남자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런데 뭐, 그게 뭐가 중요하겠나."

금발 남자의 육체가 점점 옅어지며 알케디의 손으로 흡수되는 듯 보였다.

주우우우우욱-!

모든 힘이 다 흡수되자 쓰러진 남자의 육신이 사라지고 뼈만 남게 되었다.


"어차피 내가 다시 돌아왔으니 그것만으로도 그 자식들에게는 큰 관심이 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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