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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피엔 마약이 흐른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도모지
작품등록일 :
2020.08.21 00:57
최근연재일 :
2021.01.08 13:51
연재수 :
6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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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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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93,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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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6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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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53화-작별

DUMMY

거친 산길에는 어울리지 않는 작은 승용차가 산 속을 달렸다. 운전대를 잡은 건 진, 조수석에는 유키가 앉아있었다.


1달 전에 유키에게 몰래 한 가지 부탁을 했었다. 레이나가 홍설대에 있다는 정보의 출처를 알아봐달라고.


유키는 본인 한 명으로는 도저히 시간 내에 못 맞출 거라 판단했다. 그래서 아나에게 머리를 숙여서 도움을 얻어낸 끝에 아슬아슬하게 정보원을 찾아낼 수 있었다.


진은 그 자와 만나기 위해, 흡혈귀 전용 감옥인 케스켓으로 향하는 중이었다.


유키가 옆에서 읊어주는 정보누설자의 신상정보를 완벽하게 외우는 것과 동시에 차가 케스켓에 도착했다.


산속 깊은 곳에 있다는 걸 들었을 때부터 예상했지만, 어지간한 성보다도 견고하고, 거대한 감옥이었다.


교도관들은 특수부대처럼 무장했고, 보안장치도 매우 철저했다.



"금방 다녀올 테니까.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네. 다녀오세요."



여러 개의 검문소에서 신원을 철저하게 검증하고, 복잡한 수속을 하나하나 밟고, 번거로운 몸수색까지 거친 후에야, 비로소 면회소로 향할 수 있었다.


진을 면회소로 데리고 가던 교도관이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진에게 물었다.



"별일이 다 있네요. 면회는커녕 말도 잘 안 하는 놈이 당신 이름을 듣더니, 흔쾌히 면회를 수락하더군요. 대체 무슨 관계시길래."


"연이 좀 있죠."



면회소에 먼저 도착한 진은 자리에 앉아, 수형자가 도착하기를 기다렸다. 잠시 후, 철컹거리는 두꺼운 사슬들이 이리저리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면회 대상이 도착했다.


사지가 철저하게 구속됐고, 여러 명의 교도관이 무장한 채로 따라붙는 게 그의 죄질을 대변했다.


수형자를 자리에 앉힌 교도관들은 입회인 한 명을 남기고 방을 나섰다.


면회가 시작됐음에도 진과 수형자는 1분가량 아무 말 없이 서로를 마주봤다.


먼저 침묵을 깬 건 덥수룩한 머리를 하고 안경을 낀 흡혈귀. 리오였다.



"....살아있는 동안 네놈 얼굴을 다시 보게 될 줄은 몰랐군."


"나도."



진과 리오는 서로에게 전혀 감정이 없는 양 아주 무뚝뚝하게 말했다.


실제로는 속이 들끓었던 리오는 진짜로 감정이 없어 보이는 진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나한테는 무슨 용건이지?"


"그냥. 날 개고생 시킨 당사자 면상이나 좀 보려고. 거기다 개인적 흥미도 있고 해서."



적어도 진이 아는 한, 리오가 속해있던 쿠 데 그라는 레이나와는 전혀 연이 없는 용병에 가까운 클랜이었다.


리오가 아무 이유 없이 레이나의 위치 같은 중요 정보를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건 어려웠다.



"네놈한테 말해줘야 할 이유가 있나?"


"흥정할 생각 말고 그냥 조건이나 말해. 감옥에서 빼달라는 개소리만 빼고."



진이 본 리오는 조직보다는 자기가 우선이었다.


아마 레이나의 위치 정보도, 선발시험에 끼어들려고 그믐급으로 등급을 낮추기 위해 밝혔을 것이다.


네 머릿속 정도는 다 알고 있다는 듯 말하자, 리오는 눈가를 떨며 인상을 썼다.


짜증이 났지만, 진에 대한 복수심은 잠시 동안 접어둘 만큼 간절히 원하는 게 있긴 했다.



"쿠 데 그라가 어떻게 됐는지는 아나?"


"조사는 해봤지만, 3년 전부터는 활동에 대한 기록이 전혀 없어. 어디서 잡혔다는 소식도 없고. 난 이름을 바꿔서 다른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오면서 유키가 말해준 정보가 입에서 술술 튀어나왔다.



"....내가 잡혔을 때랑 비슷한 시기군."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리오는 클랜이 자길 버렸다는 걸 확신했다.


깍지를 낀 양손에 혈관이 돋아났다. 안경 너머에 있던 검은색 눈동자가 붉게 물들었다. 담담히 가슴 속에 붙은 불을 키워나갔다.



"그 놈들을 잡아서, 지금 이곳에 잡아넣을 수 있나?"



아까 진을 봤을 때의 눈과 같이 복수심에 붉게 타올랐다.



"장담은 못하지만, 노력은 할게."


"충분하다."



리오는 자세를 고쳐 앉으며 숨을 들이 삼켰다. 울화가 치밀지만, 진은 그럴 만한 능력을 가진 남자라는 건 저번에 뼈저리게 느꼈다.


어차피 자유 따위는 없어진 인생, 하다못해 자신을 버린 그 배신자 놈들이라도 없애 버린다. 그걸 위해서라면, 기밀에 대한 맹세 따위 아무래도 좋다.



"산타 무에르테 내부에 우리가 심어둔 자가 있었다. 누구인지는 몰라. 대장인 쿠 데 그라의 로드와 그의 최측근인 베일러만 알지."



리오도 간부여서 그 정도로 아는 거지, 일반 단원들은 아무 것도 모른다고 했다.



"근데 쿠 데 그라에서 왜 레이나한테 첩자를 심은 거야? 너흰 딱히 드라큘라 후계 싸움과는 관계없잖아."


"오히려 내가 궁금한데?"


"흐음. 혹시 레이나의 본명이나 인상착의도 알아?"


"몰라. 그건 첩자도 모르더군. 애초에 정해진 외모가 없는 여자라고만 알고 있다."


"하긴."



나도 레이나의 본모습은 모르는데.


속으로 중얼거린 진은 질문을 마치고 미련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약속은?"


"약속은 지켜. 쿠 데 그라를 잡아서 여기다 잡아넣어줄 테니까. 아, 맞다."


"....?"


"'언제' 넣어준다고는 말 안 했지? 시간은 좀 걸릴 수도 있겠네."


"....네 놈."


"그러니까 내가 잡아넣을 때까지 부디 살아있어라. 그럼 수고."



진은 리오가 이를 가는 소리를 들으며, 면회소를 떠났다. 용건을 마친 진은 루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떻게 됐어?


"예상대로 너희 클랜에 심어둔 첩자가 있었어. 쿠 데 그라에서 보냈다는데 혹시 뭐 걸리는 거 있어?"


-흐응~~. 쿠 데 그라란 말이지?



생각에 잠긴 척 콧소리를 길게 끌었다. 자세한 내용은 말할 의지가 없음을 나타냈다.



"뭐. 이 이상은 네가 알아서 할 일이고. 난 내 할 일 다 했으니까 너도 약속이나 지켜."



서로 원하는 정보를 교환하기로 한 약속.


진은 정보누설자에 대해 알려줬으니, 루인은 진의 가족들에 대해 알아봐줄 것이다.



-알았어. 나도 좀 진지하게 조사해볼게. 뭐라도 알아내면 연락할게. 그럼 고생해~~.



삑.


전화를 끊고 차에 올라탔다. 조수석에 유키를 태우고 차는 다시 산길을 내려갔다. 그러다 얌전히 있던 유키가 진에게 물었다.



"저기. 오빠. 하나만 여쭤 봐도 돼요?"


"뭘?"


"혹시 그 레이나라는 사람이랑 예전부터 아는 사이신가요?"



살짝 움찔한 진은 유키를 잠시 힐긋 흘겨보다가, 다시 운전에 집중했다.



"왜?"


"전혀 무관계한 사람이 굳이 정보원을 직접 찾거나 만나러 갈 것 같지는 않아서요. 거기다 레이나란 사람이 나타난 타이밍이 너무 절묘했다는 게 조금...."


"너무 짠 듯이 보였다?"


"네...."



정면을 주시하고 있는 진의 얼굴에는 근심이 떠오르진 않았다. 오히려 이런 추론을 해낸 유키가 대견스러웠다.



"다른 사람들한테는 말하지 마."



어차피 상황이 끝나면 유키나 미오에게는 진상을 말해줄 생각이었다. 마침 차 안에 둘만 있겠다, 진은 유키에게 모든 진실을 털어놨다.


차가 산길을 내려가는 동안, 교도관에게 이끌려 독방으로 향하던 리오는 무언가를 다짐한 듯 앞에 있던 교도관을 불렀다.



"교도관."


"뭐냐? 쓸데없는 얘기 할 거면...."


"코스모스의 부지부장에게 연락해줬으면 하는데."



확률은 높지 않지만, 진은 어떤 형태로든 레이나와는 연이 있어 보였다.



"레이나에 대한 말하고 싶은 게 있다만."



거짓말은 하지 않았다. 리오는 레이나의 본명은 모른다.



"가명을 몇 개 들은 게 있다."



그렇다면 자길 가지고 노는 그 사냥꾼 놈에게 작은 엿이라도 먹여 주리라.



**



유키를 집에 내려다 준 진은 숙소로 돌아와서 씻은 후, 침대에 몸을 뉘었다. 푹신한 침대에 눈이 저절로 감겼다.


이대로 해가 뜰 때까지 자고 싶었지만, 휴대폰의 우렁찬 진동에 눈을 뜰 수밖에 없었다.


시계는 다음 날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이 늦은 시간에 전화를 건, 민폐덩어리의 이름을 확인했다.


정미였다.


얘가 이 시간에 무슨 일이지?


뭔 일 났나? 잘 떠지지도 않는 눈을 비비며,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오빠. 알고 있었어?


"알기는 내가 뭘?"



다짜고짜 그렇게 물어보면 진이라 해도 무슨 상황인지 알 리가 만무했다.


일단은 몸에 들러붙은 피곤함부터 쫒아내는 게 우선이었다. 세수라도 하려고, 샤워실로 향했다.



-루인 선배가 레이나라는 거!!!!



진의 발은 샤워장 문턱을 넘는 자세 그대로 허공에 멈췄다. 피곤함은 어느새 몸에서 다 떨어져나갔다. 눈은 저절로 벌어지고 있었다.



"방금. 뭐라고?"


-루인 선배가 레이나라고.


"누가 그래?"


-우리 학교에 레이나가 있다고 한 정보원이 그랬다고, 부지부장님이.



레이나의 가명 중에 루인 시엔이라는 이름이 있다는 것도.



"그럼 내가 싸운 건?"


-레이나가 준비한 대역.


'....당했네.'



아무래도 리오가 엿 먹이려고 블러핑을 섞은 모양이다.


진은 뻗친 머리를 정리할 새도 없이 서둘러 옷을 챙겨 입었다. 흔치 않고 얼굴에 당혹감이 서려있었다.



-방금 루인 선배 잡으러 10팀 정도 모여서 선배 집으로 갔어. 근데 오빠.... 아니지? 오빠는 아무것도 몰랐던 거지?


"정미 넌. 몇 달을 같이 지낸 루인보다 그 감옥에 있던 사람을 더 믿는 거야? 그냥 뻥카일 수도 있잖아.



스스로가 생각해도 어처구니가 없는 변명에 실소가 절로 지어졌다.



-....오빠. 감옥에 있던 사람이 루인 선배 이름을 아무 이유 없이 알 리가 없잖아.


"그렇지...."



잠시 자학의 시간을 보내고, 진은 심호흡으로 머리를 가라앉혔다.



"나중에 연락할게.“


-자. 잠깐....



전화를 끊고 돌아가는 상황을 빠르게 정리했다.



'루인이 걸렸으니까, 백 퍼 나한테도 혐의 걸려있겠고.'



정미에게서 연락이 올 정도면, 이미 진을 잡으려는 사람들도 출발한 후일 것이다.


커튼 틈으로 밖을 내다봤다. 수상한 무리가 호텔로 접근 중이었다.


시간이 별로 없었다.


진은 곧바로 루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평소에 쓰는 휴대폰은 감시당하고 있을 위험이 있으니까, 비상용으로.


밋밋한 신호음이 흐른 후.



-진? 이 야밤에 웬일이래? 아. 혹시 이런 밤에만 전화해야만 할 용건이....



평소의 장난기 넘치고, 경박한 목소리가 어디 좁은 공간 안에서 울리고 있었다. 그녀가 지금 동아리실에 있다는 걸로 모든 사실을 이해했다.



"너. 일이 이렇게 될 줄 알고 날 정보원한테 보낸 거야?"


-글쎄~~?


"글쎄는 개뿔."



이건 상황을 전혀 모르는 여자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자기가 꾸민 음모가 멋들어지게 이뤄졌을 때나 나오는 어린 아이가 내는 목소리였다.


루인은 처음부터 자기 위치를 발설한 정보원을 이용해서 자기 정체가 탄로 나게 만들 작정이었다. 어차피 조만간 이 나라를 뜰 생각이었으니, 잠시 시기를 당겼을 뿐이다.



"썩을. 내 한 달은 뭐였던 거지?"


-이 내가 연인 행세를 해줬으면 고마워해야 하는 거 아니야?


"아, 시끄럽고, 대체 뭣 때문에 이런 일까지 벌인 건데?"


-그야~~ 우리 클랜 안에 있는 암세포가 누군지 정도는 알고 가야지.



정보원이 누구인지는 몰랐지만, 그가 클랜 내의 첩자는 물론 진과도 연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다.


진을 그에게 보낸 덕에, 첩자의 단서를 잡았다. 게다가 정보원이 자기 정체도 까발려줘서 이제 미련 없이 이 나라를 뜰 수 있게 됐다.


최고의 결말이었다.



"그냥 다 털어놓고 도와달라고 하던가. 뭐야. 이게."


-당분간 이 나라에 없을 텐데, 추억 하나 정도는 만들어야지~~.



이 철없는 형수는 그 놈의 추억 때문에 몇 사람을 귀찮게 만든 줄은 알까?



-왜~~? 내 걱정했어?


"너보다는 널 잡으러 가는 사람들이 더 걱정이다. 지금 나까지 잡혀갈 노릇이거든?"


-그거라면 걱정 마. 이미 다~~ 설계해 둔 게 있으니까.



생각은 없는 여자지만, 철저한 면은 또 있었다.


진은 이용당했다는 거에 대한 분함이나 저 민폐덩어리에 대한 짜증은 잠깐 접어뒀다.


그간 미운 정이라도 정이 들긴 했으니, 작별 인사 정도는 해야겠다.



"그럼 당분간은 얼굴 못 보겠네?"


-안타깝게도 맞아. 그래도 연락 정도는 할 테니까, 씹지 마.


"너무 자주만 안 한다면야."


-사냥꾼 일하는 것도 좋지만, 너무 무리하지는 말고. 건강하게 지내. 애들 걱정하겠다.



그래도 연장자라고 진을 걱정은 해주긴 했다. 더한 사고뭉치가 그래봤자지만.



"너나 잘해. 괜히 이상한데서 적 만들지 말고."


-꺄하핫!!! 그건 좀 힘들겠네. 그럼. 고생해. 다음에 봐. 안뇽~~.



삑.


진이 전화를 끊음과 동시에 문 앞에 많은 인기척이 도착했다.



'당분간은 귀찮겠네.'



연인 연기를 수습해야할 생각에 여러모로 막막해진 진이었다.



**



전화를 끊은 루인은 이민용으로 보이는 캐리어 위에 앉아서, 동아리실 전반을 쭉 훑어봤다.


부원들과 함께 보낸 시간들이 여기저기 추억이라는 얼룩으로 스며들었다. 열심히 노래도 부르고, 악기도 치며 정말 신세를 많이 진 이 놀이터와도 오늘이 마지막이었다.


어차피 평생을 이리저리 도망치며 살았으니까, 이별에는 익숙했다. 이제 마지막 남은 미련을 떨친 루인은 캐리어를 끌며, 밖으로 나왔다.



"오우. 많이 왔네?"



이 새벽녘에 수 십 명. 아니 백 명은 될 것 같은 사냥꾼들이 모여 있었다. 루인은 그들의 면면을 낱낱이 살폈다.



"미나 아줌마는 없네?"


"지부장이 나설만한 일은 아닌 것 같아서 말일세."



붉은 제복을 입은 카론이 뒷짐을 지고 앞으로 나섰다. 그의 곁에는 붉은 제복들이 혐오감과 증오가 섞인 눈으로 레이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흐응~~. 요람인가?"


"해츨링. 레이나. 지금부터 자네를 포획하도록 하지. 난 상관없지만, 기왕이면 저항은 안 할 걸 추천하지."


"그래? 알았어."



그러더니 레이나는 계단에 그대로 얌전히 엉덩이를 붙이고 앉았다. 그리곤 입을 가늘게 찢고는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저항 안 할게. '나는.'"



그 말을 신호로, 하늘 위에서 수 십 개의 그림자가 땅으로 떨어졌다. 로브를 걸치고, 얼굴에 해골마스크를 한 이들.


산타 무에르테. 레이나의 클랜원들이었다.



"죽이진 마. 나중에 귀찮아지니까."



**



레이나 포획 작전이 실패한지 1주일가량이 경과했다.



"아이고. 머리야."



강오는 코스모스의 사무실에 앉아서 이번 사건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했다. 유독 여기저기가 꼬인 탓에 머리가 복잡했다.


자숙을 명령받은 진이 호텔에서 전화로 그를 도와줘서 망정이지, 하마터면 머리 터질 뻔했다.


둘이 작성한 대강의 내용은 이랬다.


뉴트론 팀을 필두로, 100여 명의 사냥꾼들이 레이나를 잡기 위해 그녀가 숨어있던 홍설대학교 동아리실로 향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와 접촉, 전투를 시작하려 했다.


하지만, 숨어있던 레이나의 클랜, 산타 무에르테의 기습으로 작전은 실패. 레이나는 그대로 도주.


해외의 사냥꾼들에게도 도움을 요청했지만, 레이나의 행방은 여전히 묘연.


클랜원들 중에 까마귀 날개 같은 걸 쓰는 남자가 있다는 보고도 있었지만, 확실하지는 않음.


덧붙여서, 전투로 인한 사망자나 큰 부상자는 전무.


하지만 뉴트론 팀원들이 흡혈귀에게 패배했다는 자괴감에 자해하는 것 때문에 한 바탕 소란이 있긴 했음.



"의외로 신념은 있는 미친놈들이었네?"


"내 말이. 그럼 이제 어느 정도 정리된 건가? 너도 이틀 후면 자숙 풀리지?"


"보통은 혐의가 없어지면 바로 풀려야 하는 거 아닌가?"



루인이 준비해 놓은 수단 덕에 레이나와 협력 중이라는 진의 혐의는 곧바로 풀렸다.


문제는 그 수단 때문에 곳곳에서 진을 향해 연인에게 배신당한 불쌍한 남자라는 시선이 끊이지가 않았다.


사정을 모르는 정미나 자현에게서 위로 문자가 쏟아졌다.



"솔직히 의심보다 이게 더 불편한데."


"그래. 네가 뭔 잘못이 있겠냐. 미인한테 안 속는 남자가 어디 있겠어. 다 그 망할 년 때문이지."


"망할 년이라...."



미안 형.


형이 말하는 그 망할 년.


지금 내 침대 위에서 감자칩 먹고 있어. 말하는 걸로는 3년은 못 볼 줄 알았는데, 비행기 놓쳤다고 호텔에서 죽치고 있네.



"마음 잘 추스르고, 자숙 끝나고 봐."


"형도 참 고생 많네. 부팀장하기도 힘들겠네."


"뭐. 팀장님도 지금 안 계시니까. 내가 해야지."



팀장이라는 말을 들으니, 문득 궁금한 점이 생겼다.



"말이 나와서 그런데. 내가 알기로 우리 팀에 사람 더 많지 않았어? 왜 우리가 왔을 때 형이랑, 자현이, 정미 밖에 없던 거야?"



순간, 휴대폰 너머에서 정적이 몰려왔다. 해선 안 되는 말을 한 건가 싶었다.



"안 그래도 그거에 관해서 할 말이 있었어. 자숙 풀리면, 사무실로 와. 전부 말해줄 테니까."



강오의 목소리는 그 어느 때와도 다르게 무겁고 진중했다. 그 때문에 진은 보이드 팀에 제법 큰일이 있었구나라고 예상했다.


그리고 이틀 후, 진의 눈앞에 닥친 건.


보이드 팀원 중 한 사람의.


처참한 시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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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58화-우연이라는 이름의 기적 20.12.31 38 3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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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56화-이이제이 20.12.23 39 2 15쪽
55 55화-블러드문 20.12.20 51 2 14쪽
54 54화-소수정예 20.12.18 37 2 16쪽
» 53화-작별 20.12.16 53 2 17쪽
52 52화-상황종료(?) 20.12.14 48 2 16쪽
51 51화-개봉 당일 20.12.11 55 2 17쪽
50 50화-빌드 업 20.12.09 41 3 16쪽
49 49화-시나리오 작성 20.12.07 43 3 15쪽
48 48화-신과 악마 20.12.04 42 3 16쪽
47 47화-선발대 20.12.02 138 3 16쪽
46 46화-영혈교 20.12.01 45 2 17쪽
45 45화-수상한 남자 20.11.30 47 3 18쪽
44 44화-첫 출근 20.11.26 45 2 15쪽
43 43화-최종 합격자들 20.11.25 53 3 16쪽
42 42화-막고라 20.11.23 60 3 15쪽
41 41화-도망자VS추격자 20.11.22 49 4 15쪽
40 40화-탈출 계획 20.11.20 51 4 17쪽
39 39화-한밤 중의 대치 20.11.18 42 3 16쪽
38 38화-첫째날 20.11.17 48 3 19쪽
37 37화-전초전 20.11.15 45 5 19쪽
36 36화-새로운 시작 20.11.13 47 2 16쪽
35 35화-결단 20.11.11 49 2 18쪽
34 34화-마지막 인사 20.11.09 49 4 19쪽
33 33화-입단식 20.11.05 49 3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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