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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피엔 마약이 흐른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도모지
작품등록일 :
2020.08.21 00:57
최근연재일 :
2021.01.08 13:51
연재수 :
6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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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93,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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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1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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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35화-결단

DUMMY

입단식으로부터 어느새 한 달이라는 시간이 흐른 어느 날, 진은 방에 있는 욕실에서 땀을 씻어내는 중이다.


수연이 사라진 이후로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높은 수위로 몸을 단련시키며 스스로를 혹사시켰다. 평소에는 1,2시간으로 끝내던 걸 배로 늘리고, 난이도도 몇 단계는 더 무리해서 높였다.


아예 잠까지 줄일 생각도 했지만, 그것만은 하지 말라고 가넷이 애타게 말한 탓에 학교를 쉬는 걸로 협의를 봤다.


부상이나 피로의 정도가 무척이나 심해졌지만, 일단 집중력이 올라가서 그런지 실력이 날이 갈수록 좋아졌다. 하지만 저렇게나 혹사시켰다가는 언제 쓰러질지 모르겠다고 다들 걱정하기 일쑤였다.


최근 진도 몸 상태가 점차 나빠지고 있다는 걸 느끼고 있지만, 이런 식으로라도 몸을 혹사시키지 않으면 반대급부로 수연에 대한 생각에 머릿속이 괴로워졌다.


인생에서 가장 많이 겪은 게 납치, 그 다음이 강간, 그리고 그 다음이 이별이었다. 그래서 비록 시원섭섭하고 아쉽긴 했지만, 지금까지의 이별처럼 자신과 모두의 안전을 위해서 수연과 연을 끊는 것을 받아들였다.


수연 역시 납득했는지, 울지 않고 담담히 웃어보였다. 그렇기에 진은 그녀를 그저 추억 속의 한 명으로 간직한 채 평범하게 살 생각이었다.


마지막에 그녀가 한 말. 냄새를 못 맡는다는 말만 못 들었다면.



"썅...."



끼익!


가볍게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수도꼭지를 잠그고, 머리를 털면서 욕실 밖으로 나왔다. 옷을 입고 밤으로 가득 찬 창문 앞에 서서 자신의 얼굴을 비춰봤다.



"....왜 다들 걱정하는지 알겠네."



어떠한 감정 없이 다크서클이 내려앉은 얼굴. 어째 저택에 온 직후의 모습에서 덩치만 커진 것 같았다. 그러다 보니, 그 시절이 떠올랐다.


흑역사를 보기가 싫어져서 커튼을 치고, 침대에 앉았다. 머리를 숙인 채 끊임없이 자문했다. 이젠 그러는 게 완전히 하루의 일과가 되어버렸다.



"난 왜 이렇게 수연이에게 집착하는 걸까?"



냄새를 못 맡으니까 악마의 피에 홀리지 않는다는 이유? 당장 저택 내에서도 그 힘에 영향을 덜 받는 사람들은 많이 있으며 그들 모두 자신에게 잘 대해줬다.


알고 지낸 시간이 길어서? 입양된 건 10년 전, 그녀와 만난 건 4년 전이다.


외력에 의해 갈라선 거라서? 다시 말하지만 이별은 인생에서 세 번째로 많이 겪은 일이다.


항상 같이 다니던 새하얀 손이 옆에 없어서? ....허전함이랑은 조금 다른 무언가다.


그녀가 악마의 피의 영향을 받지 않는데도 날 좋아해줘서? ....단지 이것만은 아닌 거 같은데.



"이씨...."



도저히 모르겠다. 왜 이렇게 그녀에게 집착하고 있는 건지. 머리를 박박 긁으며 침대에 드러누웠다.


사실 신변과 클랜의 안전을 생각하면 이렇게까지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가 전혀 없는 일이다. 모두들 납득하고 샤람의 선언을 받아들이지 않았는가.


이렇게 누워서 생각해도 지금까지 흡혈귀에게 지긋지긋하게 시달린 시절을 생각하면 그녀와 멀어지는 걸 오히려 기뻐하는 게 정상이었다.


그런데.


도대체 왜.



"기분이 이렇게 엿 같은 거지?"



자문을 할 때마다 엿 같아지는 기분을 곱씹다보니, 결국엔 저녁 식사시간이 도착했다. 진은 이미 수 십 번은 다진 결심을 다시 한 번 굳힌 채 자리를 털고 일어나 방문을 나섰다.


식당으로 가는 동안 한 달 전에 마지막으로 본 수연의 모습이 떠올랐다. 웃어주지 못하고 바라만 본 자신과는 달리 덤덤하고 태연한 얼굴로 이별을 받아들인 그녀의 모습.


나만 이러고 있는 건 아닐까? 그녀는 날 잊고 평범하게 잘 살고 있지 않을까라는 왠지 모를 서운함에 휩싸였다.


어두운 밤하늘에서 빛나고 있는 새하얀 달을 보니 그녀가 떠올랐다.



"잘 지낼까?"



**



같은 날의 아직 해가 중천이던 무렵, 입단식 이후 학교도 휴학한 채 집밖에도 나가지를 않은 수연의 집을 누군가 방문했다.


가람이 아이스박스를 들고 초인종을 통해 수연을 애타게 불렀다.



"수연아? 나야."



반응이 없다. 불길한 예상은 접어두고 다시 한 번 누르려던 찰나, 잡음 심한 기계음이 들렸다.



"오지 말라니까요."


"혈액팩 가져왔어, 문 좀 열어봐."



다른 것도 아니고 흡혈귀에게는 필수인 피다. 안 그래도 바닥이 들어나서 슬슬 여분이 필요하던 참이었다.



"....문 앞에 놓고 가요. 나랑 같이 있으면 안 되잖아요."


"그러니까 나도 샤람님한테 혼날 각오하고 말하는 거야. 잠깐이라도 좋으니까 문 좀 열어봐."


"...."



인터폰 너머로 발소리가 들리고, 잠시 후 굳게 닫혀있던 문이 한 달 만에 열렸다. 간만에 친구를 본 가람은 반가움보다도 걱정이 더 먼저 들었다.



"수연이. 너...."



언제나 찬란하게 빛나던 백발은 부스스함을 넘어 산발이 됐고 초점 없는 눈 밑을 가득 메운 다크서클, 빨래는 제대로 하는지가 의문인 옷들까지.


7년 전에 흡혈귀가 된 직후의 그 시절이 떠오르는 모습이었다.



"들어와요."


"어? 어."



수연을 따라 들어간 집 안은 여우 사건 때 왔을 때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개판이었다.


청소는 물론 환기도 안 해서, 지독한 악취까지 풍기는데다가 끼니도 대부분 도시락이나 배달로 때웠는지, 곳곳에 쓰레기가 즐비했다.



"이게.... 뭐야."


"아이스박스만 놓고 그냥 가요."



대충 상태만 보고 가려했던 가람은 도무지 그냥 갈 수가 없었다. 안 그래도 정신과 상담까지 받던 애가 진이랑 친해진 이후로는 꽤 말짱해지더니, 또 이렇게 됐다.


아니. 그때보다도 더 안 좋아보였다.



"너. 설마.... 또 손목 그은 건 아니지?"


"...."



수연은 한 때 리스트컷 증후군에 시달린 탓에 조금이라도 정신적으로 몰리면 금방 칼로 손목을 그었다.


흡혈귀가 된 직후, 가장 정신이 불안정했던 시기에는 금방 회복돼서 마음 놓고 그을 수 있어서 좋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야. 너...."


"그것만은 안 했어요. 약속 했으니까요."



이걸 다행이라 해야 할지는 모르지만, 그럼에도 다행이라 해야겠다. 가람은 아이스박스를 내려놓고는 소매를 걷었다.


기왕 온 김에 청소라도 제대로 하고 가야겠다고 다짐한 가람은 수연의 만류는 한 귀로 흘렸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이런 거뿐이라서 미안해."



가람의 굳건한 의지에 함유된 조급함을 본 수연은 더는 아무 말 않았다.


양이 양인지라 시간은 좀 걸렸지만, 어떻게든 사람 사는 곳으로 보이게 만드는 데는 성공했다. 가람은 땀을 닦으며 이제 집을 나설 준비를 했다.



"가람아."


"왜?"



한 쪽 팔을 부여잡은 채 쭈뼛대던 수연은 겨우겨우 입을 열었다.



"진이는.... 어떻게...."


"....미안해."


"역시 안 되네요."



백사병 내에서는 수연 앞에서 진은 물론 클랜에 관한 얘기는 일체로 금하기로 지정됐다. 수연도 납득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다시금 좌절감이 차올랐다.


가람은 씁쓸하게 웃는 수연을 보며 이를 악물고는 얼굴을 돌려버렸다.



"다들 잘 지내.... 아니다. 잘은 아니네."


"네?"


"진이가 네 걱정 많이 해. 그 정도까지만 말해줄게."


"....고마워요."



가람은 더 이상 아무 말 없이 쓰레기와 안쓰러움을 챙겨서 재빨리 집을 나섰다. 이 이상 말을 섞었다가는 오늘 내로는 못 돌아갈 것만 같았다.


그녀의 발걸음이 들리지 않게 된 후, 수연은 다시 문을 잠그고 자신의 방에 틀어박혔다. 새끼손가락에는 입단식 날 진이 준 반지가 끼워져 있었다.


이걸 볼 때마다 또 옛날이 떠올라서, 눈물이 왈칵 차올랐다. 그렇다고 빼뒀다간 진짜로 두 번 다시 못 볼 것만 같아서 도저히 몸에서 빼고 싶지 않았다.


그녀에게 있어서 진 오디티는 특별한 존재였다.


백색증 때문에 특이한 외모를 가진 자신을 평범하게 봐주고, 정신적으로 힘들 때는 곁에 있어주고, 곤란할 때는 도와줬다. 그와 멀어지려 아무리 사납게 대해도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자신을 대하는 그가 한 때는 무섭기도 했지만, 이제는 아니다.


익숙함은 금방 친밀감으로 변해갔고, 친밀감은 시간이 흘러 연심으로 변해갔다.


언제까지라도 곁에서 손을 잡아줄 것만 같았다. 언제까지라도 계속 옆에 서있을 것만 같았다. 언제까지라도 남에게 보여주지 않던 표정을 자신에게는 보여 줄 것만 같았다.


그랬던 그가 더 이상 곁에 없다.


만나고자 한다면 얼마든지 볼 수 있겠지만, 그래선 안 된다. 본인과 함께 있으면 위험하다. 그걸 알기에 애써 웃는 얼굴로 작별을 고한 것이지 않는가?


하지만 만나서는 안 되는 그 사람을 못 만나니까, 남는 거라고는 완전히 폐인으로 변해가는 자신이 있었다. 연심의 끝이 낳은 이 절망감은 대체 어쩌면 좋을까?


이제 겨우 1달 지났을 뿐인데, 정말 이대로는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보고.... 싶어요."



수연은 이불 안에 파묻힌 상태로 훌쩍거리며 반지를 꽉 쥐고는 번데기처럼 몸을 말았다. 이 괴로운 현실에서 도망쳐서 또다시 망상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



"지금. 뭐라고 했니?"



오랜만에 가족들이 모인 식사자리에 있던 이들은 몸이 얼어붙고 있다는 사실을 느꼈다. 자리에 앉아있는 오디티 일가나 곁에 서서 시중을 들고 있는 사용인들 모두 말이다.


갑작스럽게 샤람이 올해 안에 이사 갈 거라는 얘기를 했을 때는 놀라긴 했지만, 한국에 온지도 10년째니까 슬슬 거주지를 옮길 때가 됐기에 티를 내지 않을 수 있었다.


그 때는 분위기에 큰 영향이 없었다. 진이 거기에다가 '저는 한국에 남을 게요.' 같은 폭탄선언을 뱉기 전까지는.



"한 번만 더. 말해주겠니?"



모두의 눈은 테니스 관객처럼 경직된 채 샤람과 진 사이만을 오고갔다.


샤람은 목소리에 감정을 꾹 눌러 담아서 애써 웃는 얼굴로 물었다. 설마 아니겠지라는 마음에 그런 거지만, 이미 얻어맞은 곳을 다시 한 번 더 맞게 될 뿐이었다.



"저는 한국에 남고 싶어요."



쾅!


샤람이 탁자를 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식당 안의 공기에 함유된 긴장감이 한층 짙어졌다. 샤람은 애써 속을 억누르며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



"왜 그런 거니? 혹시 수연이 때문에 그러니? 그건 엄마가 할 말이 없구나. 수연이나 너한테 계속 사과할게. 그게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니? 그러면 엄마한테 말해줄래?"



잠시 생각하던 진은 그냥 길게 돌려 말하지 않고 직접적으로 말하기로 했다.


지금도 화내지 않고 언제나의 상냥한 웃음을 짓는 샤람에게 하기에는 너무나도 미안한 말이었지만, 이미 결단은 내렸다.



"사냥꾼을.... 해보려고요."


"뭣...."



진은 눈을 감았지만, 모두의 시선이 자신에게 쏟아지고 있다는 것 정도는 가볍게 알아챘다. 그 눈들에 어떤 감정이 담겨있는지도 말이다.



"그 일 때문에 충동적인 건 아니에요. 이미 그 전부터 계속 고민은 하고 있었어요."



계기는 여우 사건에서 백사병에서도 모르는 정보를 사냥꾼이 알고 있는 것이었다. 그 때 진은 코스모스에서 일하다보면 누나나 동생을 찾기 더 쉬울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하. 하지만 사냥꾼 싫다고 했잖아."


"싫죠. 지금도 싫어요. 그래도 좋은 사람도 있다는 건 확인했으니까."



일전에 흡혈귀에 대한 인식을 여기 사람들이 바꿔줬듯이, 정미와 그녀의 동료들 덕에 어느 정도 인식을 바꿀 수 있었다.



"수연이 일이 결정타야?"


"....부정은 안 할게요."



계속 반반 정도 고민하던 걸 결심 쪽으로 무게추가 이동하게 해준 일이었다.



"그렇구나. 이미 결심은 굳힌 거네."


"네. 그러니까...."


"가넷!!!!"



샤람은 더 이상의 얘기는 싫다는 듯이 그의 말을 단호하게 끊어버리고 가넷을 불렀다. 벼락같은 불호령에 가넷은 전력으로 달려와서 눈을 찡그리며 머리를 부여잡은 샤람 앞에 무릎 꿇었다.



"진이 외출 금지니까, 저택 주변에서 못 벗어나게 해. 방 앞이랑 창문 주위에 몇 명 대기시키고, 산책 나갈 때는 너 포함해서 다른 메이드들 몇 명이랑 항상 따라다녀."



진이 감정에 휩싸인 거라면 어떻게든 설득해보려 했는데, 이미 결단을 완전히 내려놓은 상태였다. 그럼 강제로라도 막을 수밖에.



"역시 널 밖에 내보내는 게 아니었어. 학교 가는 것만으로도 걱정돼서 죽겠는데, 뭐? 사냥꾼? 절대 안 돼. 앞으로는 예전처럼 저택에서만 살려무나."


"어머님...."


"필요한 건 뭐든 다 해줄게. 갖고 싶은 거, 만나고 싶은 사람. 네가 원하는 거라면 뭐든 다. 그러니까 안전하고 편하게 엄마랑 같이...."


"지금이랑 같은 제안. 저희 엄마한테도 하신 적 있으시죠?"



눈이 돌아가서 거의 광기에 찬 얼굴로 설득하려던 샤람에게 진은 어떠한 감정의 변화도 없이 나긋나긋하게 대꾸했다.



"읏...."


"그럼 제 대답이 뭔지도 아시겠죠?"



'필요 없어. 난 자유롭게 살 거야.' 100년 전 쯤 로라가 단호하게 했던 거절이 다시 한 번 샤람의 귀를 맴돌았다.


그렇게 말했으면 지금까지 행복하게 잘 살아있기나 할 것이지, 로라가 어떤 최후를 맞이했는지를 아는 샤람은 더는 참을 수가 없었다.



"너나 로라나!!!! 왜 이렇게 말을 안 듣는 거야. 내 곁에만 있으면 뭐든 간에 다 해주겠다는데, 대체 왜...."


"어머님."



자신에게 인상을 쓰며 언성을 높인 샤람은 처음이었지만, 진은 전혀 놀라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눈빛은 진짜 친어머니를 보는 것처럼 어느 때보다도 부드럽게 풀려있었다.



"저나 엄마나 어머님 애완동물이 아니잖아요."



샤람의 머릿속으로 번개가 내리쳤다.



"이곳을 벗어나면 위험하다는 건 저도 알고, 엄마도 알았을 거예요. 하지만 위험해지는 한이 있더라도, 이루고 싶은 게 있어요. 목숨을 걸어서라도."



진은 마치 시를 낭독하는 것처럼 서정적으로 말했지만, 정작 듣는 사람은 도저히 말이 귀에 안 들어오는 듯한 모습이었다.


초점 없이 굳어버린 샤람을 본 진은 눈을 감고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를 숙였다.



"먼저. 실례할게요."



그러고는 식당을 벗어나 방으로 향했다. 그의 뒤를 가넷과 메이드 몇 명이 재빨리 따라붙었다. 일단은 로드의 명령이 있었으니까 따라야한다.


진이 사라진 식당 안은 말 그대로 시간이 멈춰버렸다. 샤람을 제외한 사람들은 눈만 움직이며 눈치만 볼 뿐 아무런 반응도 못했고,


샤람은.



"아아...."



현기증을 느끼고 옆으로 쓰러지려던 찰나, 남편인 프란츠가 빠르게 받아내서 의자에 앉혔다.


깜짝 놀란 남매들과 사용인들이 부축하려 했지만, 프란츠가 그들을 모두 진정시켰다.



"여긴 나한테 맡기고 다들 이만 물러나."


"하. 하지만...."


"괜찮아. 엄마는 아빠한테 맡기고, 두 사람 다 올라가있어."


"아부지가 그렇게 말한다면야. 자자. 다들 해산."



하이드는 박수를 치며 굳어있던 사람들의 몸을 깨트리고, 그들을 이끌며 식당 밖으로 나갔다.



"오빠 놈...."


"왜?"



아나는 풀이 죽은 목소리로 아까부터 쭉 침착해 보이는 하이드를 원망스러운 심정으로 쳐다봤다.



"알고 있었어? 진이가 사냥꾼 하겠다는 거?"


"전혀. 나도 얼마나 놀랐는데."


"그런데 왜 걱정을 안 해? 알잖아. 사냥꾼을 하겠다는 건. 곧....“


"클랜을 나가겠다는 소리지."



백사병이 인간에게 우호적인 클랜이긴 하지만, 사냥꾼은 흡혈귀의 적. 그곳에 들어가겠다는 말은 곧 자신들과도 적대하게 될 지도 모른다는 소리다.



"너나 내가 아는 걸 그 자식이 모르겠어? 보나마나 말하기 전까지 수 백, 수 천 번은 고민했을 걸? 그 고민의 결과가 이거라면 이미 모든 걸 다 각오하고 한 말일 거야."



그러니까 말리는 거나, 걱정하는 거나 다 소용없는 짓이다. 그냥 무사하고 건강하기만을 비는 게 그의 친구로서나 가족으로서나 해줄 수 있는 최대한의 배려였다.



"그런.... 걸까? 난 솔직히 어머님이랑 비슷한 생각인데."


"그래도 넌 진이가 가겠다면 보내줄 거잖아."


"그야 그렇지.... 하지만 우리 생각이 문제가 아니잖아. 아버님이야 중립이실 테니까, 괜찮겠지만.“



로드인 샤람이 굳건히 버틴다면 다른 사람들이 뭐라 하던 간에 별 방법이 없다.



"아부지가 나섰으니까 기다려 보자고. 진이가 남든 떠나든 어느 쪽이든 간에 누구 하나는 설득 되겠지."



**



"내가 잘못한 거예요?"



샤람은 프란츠에게 안긴 채, 눈물을 뚝뚝 흘렸다. 프란츠는 아내가 굉장히 강하지만, 속은 여리다는 걸 줄곧 봐왔기에 덤덤하게 그녀를 껴안았다.



"난 정말.... 곁에만 있어주면 그걸로 좋은데.... 왜 자꾸 다들 내 곁을 떠나려고만 하는지...."


"원래 저 나이 때는 다 그래. 우리 애들이 별난 거지."


"당신은 걱정도 안 돼요? 난 진짜 진이 때문에 걱정 돼 죽겠는데."



진이 말한 시점에서 이미 결단이 섰다는 사실정도는 샤람도 눈치 채고 있었다. 그가 진정으로 바란다면 보내줄 수밖에 없다는 사실도, 작정하면 몰래 빠져나갈 수도 있다는 건 잘 알고 있다.



"그렇게나 불안하면 내가 한 번 진이 설득해 볼까?"


"네?"


"난 그 녀석이랑 별로 안 친하니까, 내가 하면 좀 달라질지도 모르지."



샤람은 언제 울상을 지었냐며, 하이드처럼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프란츠를 격하게 껴안았다.



"역시 내 짝은 당신 밖에 없어요!!!! 좋은 소식 기다릴게요. 제발 날 안심시켜줘요."



프란츠는 샤람의 배웅을 받으며 2층에 있는 진의 방으로 향했다. 방문 앞에 서있던 메이드들은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프란츠는 부담스러운 인사를 받으며 방문을 열었다.



"얘기 좀 할까? 남자 대 남자끼리. 둘이서만."


"....좋죠."



따라오는 메이드들은 전부 다 물려놓은 채, 진과 프란츠는 둘이서만 정원에 난 산책로를 조용히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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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60화-프로파일링 21.01.05 37 3 16쪽
59 59화-꼬리잡기 21.01.02 64 3 14쪽
58 58화-우연이라는 이름의 기적 20.12.31 38 3 18쪽
57 57화-집단지성 20.12.29 44 3 15쪽
56 56화-이이제이 20.12.23 39 2 15쪽
55 55화-블러드문 20.12.20 51 2 14쪽
54 54화-소수정예 20.12.18 37 2 16쪽
53 53화-작별 20.12.16 53 2 17쪽
52 52화-상황종료(?) 20.12.14 48 2 16쪽
51 51화-개봉 당일 20.12.11 55 2 17쪽
50 50화-빌드 업 20.12.09 42 3 16쪽
49 49화-시나리오 작성 20.12.07 43 3 15쪽
48 48화-신과 악마 20.12.04 42 3 16쪽
47 47화-선발대 20.12.02 138 3 16쪽
46 46화-영혈교 20.12.01 45 2 17쪽
45 45화-수상한 남자 20.11.30 47 3 18쪽
44 44화-첫 출근 20.11.26 45 2 15쪽
43 43화-최종 합격자들 20.11.25 53 3 16쪽
42 42화-막고라 20.11.23 60 3 15쪽
41 41화-도망자VS추격자 20.11.22 50 4 15쪽
40 40화-탈출 계획 20.11.20 51 4 17쪽
39 39화-한밤 중의 대치 20.11.18 42 3 16쪽
38 38화-첫째날 20.11.17 48 3 19쪽
37 37화-전초전 20.11.15 45 5 19쪽
36 36화-새로운 시작 20.11.13 47 2 16쪽
» 35화-결단 20.11.11 50 2 18쪽
34 34화-마지막 인사 20.11.09 49 4 19쪽
33 33화-입단식 20.11.05 49 3 19쪽
32 32화-새로운 가족 20.11.02 63 5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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