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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피엔 마약이 흐른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도모지
작품등록일 :
2020.08.21 00:57
최근연재일 :
2021.01.08 13:51
연재수 :
6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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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23
추천수 :
266
글자수 :
493,612

작성
20.11.30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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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8쪽

45화-수상한 남자

DUMMY

세 사람의 멘토를 자청한 자현은 코스모스의 내부 시설을 안내했다.



"일단 우리 팀이 쓰는 사무실은 4층에 있어요. 3층에 있는 시뮬레이션 실이나 체력 단련실은 무료니까 마음대로 이용해도 되고, 원하는 무기 있으면 지하에 있는 무기고에 부탁하세요. 혹시라도 그만 두고 싶으면, 9층 지부장실에 가보세요."



미술관의 큐레이터에 빙의한 자현은 처음 온 방문객들에게 쉬지 않고 정보를 내뱉었다.


진이나 유키는 나름 태연하게 자현을 따라다녔지만, 그 둘보다도 낯을 심하게 가리는 미오는 진의 손을 꽉 붙잡은 채, 옆에 딱 달라붙었다.



"사냥꾼 팀은 각자의 전담 분야가 있어요. 흡혈귀 구축이나 포획을 전담하는 팀도 있죠. 그 중에서 저희 보이드 팀은 경찰과 연계해서 흡혈귀 관련 사건을 수사하는 역할을 하고 있어요."


"저기. 선배 질문 있어요."


"서. 선배.... 네!!! 맞아요. 선배에요. 뭐든 물어보세요. 우리 후배."



유키가 선배라고 부른 게 그리도 좋은지, 자현의 입이 다물어지질 않았다.



"다른 팀은 경찰 분들이랑 협력 안 하나요?"


“경찰들이랑 얼굴 안 붉히고 얘기할 수 있는 게 우리 팀뿐이거든요."


"....우와."



벌써부터 다른 사냥꾼들을 대하는 게 걱정되기 시작한 유키였다.


일단 명심하면 될 건 그 정도고, 나머지는 차차 알려준다고 한다. 다음은 주의사항이었다.



"잘 들어요. 여기에는 흡혈귀 혐오자들 많으니까 가능하면 혼자 다니지 마요. 주위에 사람 없으면 진짜 우리 머리에 총알 먹일 양반들이니까. 그냥 우리 팀 사람들 말고는 엮이지 않는 게 좋죠."



낯을 가리는 건 신입들의 특기니 그 점은 문제없다.



"그리고...."



자현은 말끝을 흐리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듣는 사람이 없는 걸 확인하고 나서야, 볼륨을 한층 줄여서 말했다.



"제복이 우리랑 다르게 검붉은 색인 사람들이랑, 안대 위에 선글라스 끼고 다니는 사람들은 꼭 피해요. 진짜 위험한 사람들이니까."



유키는 자현의 충고를 경청하며 꼼꼼하게 받아 적었다. 흐뭇하게 후배를 보던 자현은 허리춤에 손을 올렸다.



"그럼 본부에 관한 건 어느 정도 다 알려줬으니까. 바로 현장으로 출동해볼까요?"


"지. 지금요?"



현장이라는 말에 놀란 유키의 눈이 벌어졌다. 아무리 그래도 첫날에 바로 출동하게 될 줄은 몰랐다.


오리엔테이션도 거의 가라 수준으로 해놓고서는 이대로 현장에 가도 되나 싶다.



"이번 선발 시험 난이도가 헬이라는 건 이미 소문 쫙 퍼졌어요. 세 사람 다 나보다 센 거 같은데. 괜히 귀찮게 실력 테스트 같은 건 안 해도 되겠죠."


"우리 셋 다 가야 해?"



오늘따라 컨디션이 안 좋아 보이는 미오가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남아서 사무직 일 배우셔도 되고, 가기 싫으시면 오늘은 이만 퇴근하셔도 되요. 안 가실 거예요?"



진과 유키는 망설임 없이 고개를 가로로 저었다. 이들의 발목을 잡기는 싫었던 미오도 머뭇거리며 똑같이 했다.



"하핫! 역시 다들 육체파일 줄 알았어요. 뭐. 결정은 수습기간 끝나고 해도 되니까, 천천히 생각해봐요."


"그럼 됐고. 그래서 현장이 어디야?"


"오우. 우리 오빠. 벌써부터 패기 넘치시네. 기대 많이 할 테니까, 잘 부탁해요."



교태를 부리면서 팔에 엉겨 붙으려는 자현의 이마에 딱밤을 먹였다. 자현은 눈에서 레이저를 쏘는 미오를 애써 무시한 채, 눈물을 찔끔 흘리며 이마를 부여잡았다.



"와. 진짜 아프다."


"안내나 잘해. 내비게이션."



**



선발시험장.


현장에 도착한 진이 내뱉은 최초의 감상평이었다.


얼마 후 폭파 철거 예정이 잡힌 5층짜리 폐건물 주변에는 경찰들이 진을 쳤다. 빽빽한 포위망 안쪽에는 보이드 팀의 팀원 두 명이 지원을 기다리고 있었다.


경찰들의 안내를 받아 안으로 들어갔다. 기다리고 있던 보이드 팀의 부팀장인 한강오는 입을 떡 벌린 채 신입들을 쳐다봤다.


그의 눈에 비춰진 건 사냥꾼이 되기 전에 2개의 사건을 해결하는데 도와준 진이었다.



“신입들도 온다는 건 들었는데, 우리 진짜 제대로 심 봤네.”


“이예이!!!”



자현이 해맑게 손바닥을 내밀자, 강오는 강하게 하이파이브를 쳤다. 그 손을 그대로 악수를 위해 진에게 내밀었다.



“반가워. 잘해보자. 난 그냥 형이라고 편하게 불러. 나도 진이라고 부를 테니까.”


“그러던가.”



두 남자가 악수를 나누는 동안, 또 다른 팀원은 다른 두 사람과 인사를 나눴다. 그나마 면식이라도 있던 남자들과는 달리 숨 막히는 어색함이었다.



“아. 안녕. 난 신정미야. 정미라고 편하게 불러도 돼. 앞으로 잘 부탁해.”


“....응.”


“아, 네.... 잘 부탁드립니다.”



이후로는 아무 말도 없었다. 낯가리는 세 여자들 간의 짧고 어색한 인사에 지켜보던 자현이 멋쩍을 정도였다.



‘어색해 죽는 건, 자살일까? 사고일까?’



자현의 진지한 고민에 답을 찾으려던 찰나, 강오가 모든 팀원들을 불러 모았다.


정미는 아까와는 정반대로 해맑게 웃으며 인연이 있는 진에게 손을 흔들었다.



“나머지 인사는 나중에 회식 때나 하고.”



상황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각자의 역할을 분배하기 위함이다.



“건물 안에서 흡혈귀 하나가 농성 중이야.”



진은 놀라지 않고, 턱에 손을 올리고는 차분히 그에게서 정보를 캐냈다.



“죄목은?”


“신고자 말로는 강도래. 여차저차 해서 여기까지 온 거고.”


“단순 강도를 바로 제압 안 하고 지원 요청한걸 보니까, 다른 일이 또 있나 보네. 인질이라도 있어?”


“그건 아닌데.... 쓰읍. 하아.... 저 놈이 무슨 생각인지를 모르겠다.”



강오는 머리를 벅벅 긁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영문을 모르는 진에게 정미가 대신해서 말해줬다.



“요구사항만 들어주면 그냥 자수하겠대.”


“좀 터무니없는 요구사항이야?”


“그렇다기보다는 요구사항이 좀 특이해서.”


“뭔데?”


“주변에 민간인들은 전부 물리는 거랑, 건물 주변에 아무도 못 들어오게 하고 체포는 꼭 5명 이상의 사냥꾼 팀끼리만 할 것.”


“뭐야. 그게....”



강오나 정미가 갈피를 못 잡을만했다. 차라리 구급차라도 불렀으면, 부상자라도 있구나 생각할 텐데.


인간 범죄자로 치면 112에 신고해서 경찰이 잡으러 오면 체포되겠다는 말을 요구랍시고 하는 셈이다. 범인의 심리상태를 넘어서 지능 문제가 의심됐다.


강오가 머리를 부여잡으며 팀원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무슨 생각인지는 잡아보면 알겠지. 일단은 자현이랑 정미랑 너.... 저기 이름이 뭐니?”


“미오. 유미오.”


“그래, 미오까지 여기서 대기하고, 나머지 둘은 나랑 같이 올라가자.”



꺼림칙했지만, 일단은 강오를 따라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계단을 올라 4층에 도착했다. 잔해와 파편들이 널브러진 바닥 위에 초췌하고 수염이 못나게 난 중년의 남자가 앉아있었다.


멍하게 앉아있던 남자는 사냥꾼들을 보고는 주머니에서 다급하게 맥가이버 칼을 꺼냈다.



“무. 뭐야, 너넨? 사냥꾼이야? 체포하러 온 거야?”



강오는 남자가 패닉에 빠졌음을 알아채고, 침착한 어조로 그를 진정시켰다.



“당신 요구대로 우리가 체포하러 왔습니다. 밖은 경찰들이 에워싸고 있고요. 요구사항을 다 들었으니, 약속대로 투항하세요.”


“오. 옷만 갈아입은 거일지도 모르잖아. 사냥꾼이라는 다른 증거 대봐!!!”


“진정하세요. 여기 제 라이센스입니다. 보이시나요? 아니면, 던져드릴까요?”



강오가 흥분한 남자를 진정시키며 투항을 요구하는 동안, 나머지 두 사람은 가만히 지켜만 봤다. 그러던 중, 유키가 진의 소매를 손가락으로 살짝 당겼다.



“오빠. 잠깐만요.”


“왜?”


“그게.... 저 분. 흡혈귀 아닌데요?”



유키의 손가락 끝은 여전히 강오와 설전 중인 남자를 가리켰다.



“확실해?”


“인간이에요. 확실해요.”



그렇다면 지금 상황은 뭐란 말인가? 진은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이런저런 가설을 쓰기 전에 우선 강오의 어깨를 두드렸다.



“형. 잠깐만.”



강오는 진을 보지도 않고, 목소리를 낮춰서 말했다.



“나중에 해. 거의 다 끝났....”


“저 사람 흡혈귀 아니야.”



순간 진을 돌아본 강오의 눈은 튀어나오지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로 커졌다.



“무슨 소리야? 그게.”



진은 엄지손가락으로 유키를 가리켰다.



“얘. 담피르거든. 인간과 흡혈귀를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을 타고 났어.”


“다. 담피르? 진짜?”



유키는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할지라도 지금 상황에서는 믿기가 조금 힘들었다.


그래서 진은 더 큰 증거를 제시했다. 품에서 붉은 액체가 담긴 작은 유리병을 꺼내서 마개를 열었다. 액체를 남자의 가까이에 뿌렸다. 강오는 저 액체의 정체가 궁금했다.



”뭐야. 저건?”


”내 피.”



진의 피. 악마의 피. 산 염기를 판별할 때, 리트머스라면, 인간 흡혈귀 여부를 판별할 때는 저거만한 게 없다.


그러다, 문득 고개를 들었다. 유키가 피에 홀리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그녀의 한쪽 눈이 빨갛게 변하기만 할 뿐, 별다른 반응은 없었다.



“담피르라서 내 피에 크게 반응 안 해.”


”그럼 됐고.”



덕분에 안심했지만, 강오의 뇌는 더욱 요란하게 춤을 췄다.


흡혈귀가 인간 행세하는 건 자주 봤다. 그런데 인간이 흡혈귀 행세하는 건 허세용이 아닌 경우로는 처음 봤다.



“근데 형. 강도당한 집은 어디야?”



진의 그 질문에 신고자가 강도가 든 집의 주소를 말하지 않은 게 떠올랐다.



“신고도 자기 손으로 직접 했나 보네. 그럼 뭐야. 저 사람은 자기가 흡혈귀라고 거짓말한 거야? 대체 왜?”


“사정이 있어서 경찰을 불신한다거나 그런 거 아닐까?”


“물어볼까요?”



유키의 의견대로 진은 강오를 지나쳐서 지금도 칼을 들고 경계 중인 남자에게 접근했다.



“아저씨. 왜 우리한테 체포당하고 싶어 하는 거예요?”


“뭔 상관이야.... 그냥 빨리 사냥꾼인 거나 증명하라니까!!!!”



흥분한 남자에게 진은 턱을 문지르며 특유의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나지막이 대꾸했다.



“미안하지만, 우린 인간한테는 손 못 대서요. 그러니까 타당한 이유가 없으면 우린 그냥 이대로 돌아갈 건데요.”


“도. 돌아간다고? 날 두고?”



사냥꾼들이 돌아간다는 말을 들은 남자는 눈에 띄게 위축되어갔다. 인간이 아니라는 변명도 못 할 정도로 경찰들과 남겨진다는 사실을 두려워하는 걸로 보였다.



“흡혈귀라면 모를까 아저씨가 인간인 걸 안 이상, 굳이 요구사항 들어줄 필요가 없으니까요. 경찰들이 알아서 제압....”



땡그랑.


남자는 손에 든 칼을 바닥에 떨어트리고, 양손을 높이 들어올렸다.



“아. 안 돼. 항복할 테니까 빨리 날 체포해. 빨리!!!”



남자는 거의 발광하듯 체포를 강요했다.


그 모습에 진은 확신이 들었다. 이 남자는 어떤 이유에선가 경찰에게 체포되는 걸 죽는 것보다도 싫어한다고.



“일단 자세한 건 본부에 가서 듣도록 하죠.”



강오는 남자에게 수갑을 채우고, 건물 밖으로 나왔다. 그런데 건물 밖은 때 아닌 손님들이 방문했다.


종교인을 연상시키는 상아색의 로브를 입은 무리들이 경찰들의 포위망을 넘어, 건물 쪽에 모여 있었다. 그들은 강오의 손에 끌려 나오는 남자를 보고는 그쪽으로 달려갔다.



“으힉!!! 오. 오지 마!!!!!”


“지. 진정하세요.”



남자는 그 종교인들을 보자 입에 거품을 물며 날뛰기 시작했지만, 유키가 팔을 꽉 잡은 탓에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했다.


강오는 영문을 알 수 없지만, 안 그래도 이 남자 때문에 머리 아픈데 갑자기 난입한 종교인들 때문에 짜증이 솟구쳤다.


한층 까칠해진 어투로 종교인들을 쏘아붙였다.



“뭡니까? 당신들은. 멋대로 사건현장에 들어와서 뭐하는 겁니까?”



종교인들의 수장으로 보이는 안경을 낀 민머리의 남자가 웃으며 머리를 숙였다. 과일을 칼로 파내서 만든 것만 같은 기분 나쁜 웃음이었다.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형제님. 전 김주언이라고 합니다. 저희들은 저기 계신 정곤영 형제님을 모시러 왔습니다.”


“누구 마음대로 모시러 온다는 겁니까? 저 사람은 우리가 데려가야 하니까, 빨리 비켜요.”


“사정 청취라뇨. 정곤영 형제님께서 무슨 죄라도 지으셨습니까?”


“일단은 허위신고도 죄니까요.”


“옳으신 말씀입니다만. 이걸 봐 주시겠습니까.”



김주언은 가지고 있던 서류봉투를 공손히 강오에게 건넸다. 손목에는 뱀문신이 팔찌처럼 손목을 휘감고 있었다.


수상하게 김주언을 보던 강오는 봉투 안에 있던, 문서를 꺼냈다.


그 문서는 정곤영의 정신병력이 상세히 적혀 있는 의사의 소견서였다.


강오는 굳어버린 채 눈만 움직이고 있었고, 진과 유키는 그의 어깨 너머로 소견서를 쭉 읽어봤다.



“지적 장애에 우울증 초기 증상, 알코올 중독까지. 거기다, 사고로 인해 정신연령은 10세 전후. 과대망상증을 포함한 망상장애를 앓고 있다는데?”



이 정도면 병원에 입원해야할 환자라고 불러야할 정도였다.



“위조된 거 아니야?”


“여기 담당의랑 병원 이름까지 싹 다 있는데, 한 번 연락해 볼까요?”


“내가 이미 몇 번이고 확인해봤어요.”



벌레 씹은 표정을 한 자현이 말했다. 그녀는 이들보다 먼저 소견서를 읽은 후였다.



“병원에도 의사한테도 확인했으니까, 가짜는 아닐 거예요.”



자현의 말을 받은 건, 사냥꾼들이 아닌 정곤영이었다.



“아. 아니야!!! 나. 머리 안 아파!!!”



그는 거의 눈물을 흘릴 것만 같이 난동을 부렸다. 그렇지만, 저게 진짜인지는 모르겠다.


정신병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환자가 매우 많다 보니, 저 말만으로는 진위 여부를 알아내기 힘들었다.



“정곤영 형제님께서는 저희가 운영 중인 정신병원에서 지내던 분이십니다. 갑자기 사라지셔서 정말 걱정 많이 했는데, 겨우 찾았군요. 감사드립니다. 그럼 형제님을 저희가 모셔가도 되겠습니까?”


“끄응....”



강오는 한참을 끙끙거렸다.


법대로 하자면 인간인 정곤영을 사냥꾼들이 구속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경찰에게 넘기자니, 이 정도 정신병력이면 허위신고 정도면 금방 풀려날 테고. 머리를 굴려 봐도 지금은 별 방법이 없었다.


강오는 유키에게 정곤영의 수갑을 풀어주라 지시했다. 유키가 떨떠름하게 수갑을 풀자, 종교인들 중 덩치가 큰 2명이 정곤영의 양팔을 붙잡았다. 정곤영은 다시금 날뛰기 시작했다.



“시. 싫어!!!! 난 안 돌아가!!!! 거기 가면 나 죽어!!!”


“혀. 형제님. 진정하십시오. 저희가 왜 형제님을 죽인단 말씀이십니까?”


“나나나. 나 다 봤어!!! 너희가 퇴원한다고 했던 사람을···..”



푹.


정곤영은 붙잡힌 팔에 주사가 놓이자,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하기도 전에 김주언은 진정제를 놨을 뿐이라며 딱 잘라 말했다.


찝찝함이 더욱 깊어져갔지만, 유키가 말하길 종교인들은 모두 인간. 의혹만으로는 함부로 이들에게 손댈 수 없다.


그저 김주언에게서 명함 하나만을 받는 것만이 지금 할 수 있는 일의 전부였다.



“괜한 고생 시켜드려서 정말로 죄송합니다. 경찰 분들도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그럼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김주언은 보는 사람이 부담스러울 정도로 과장된 몸짓으로 사과를 표했다.


거의 짐짝처럼 차에 태워진 정곤영과 종교인들이 탄 차는 찝찝함만 남긴 채, 시야에서 사라져갔다.


차가 멀어지는 걸 보면서도 강오와 진의 마음속에서는 찝찝한 무언가가 영 떨어지질 않았다.



“야, 진. 보통 입원한 환자가 실종되면 경찰에 신고부터 하는 게 정상 아니냐?”


“알코올 중독이라는 사람이 병원에서 탈출했는데, 술 냄새가 전혀 안 난 것도 좀 이상하고.”



강오는 김주언의 이름과 전화번호 그리고 종교 이름만 적혀있는 명함을 만지작거렸다.



“비성교. 못 들어본 이름이네. 쯧. 일단 나머지는 본부로 돌아가서.... 왜 그래?”



진이 갑자기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



“왜 자현이 뿐이지? 다른 두 명은?”


“어? 그렇네? 야. 안자현. 다른 두 명은? 미오랑 정미는 어디 갔어?”


“아. 미오 언니 상태가 별로 안 좋아서 차에서 쉬고 있고, 정미 언니는 약 사러 갔어요.”



확실히 미오가 오늘 컨디션이 안 좋아 보이긴 했다. 하지만 얼마 전에 병원에 갔다 왔으니까, 지병 탓은 아닐 텐데.



“아까. 그 빡빡이 아저씨가 올 때쯤에, 갑자기 풀썩 쓰러졌어요. 병원에 데려갈까 했는데, 언니가 쉬고 있을 테니까, 오빠 오면 불러달라고 했어요.”


“그래? 알았어.”



진은 발걸음을 미오가 쉬고 있는 차로 옮겼다. 차 안에는 팔로 눈을 가리고 있는 미오가 누워있었다. 진은 차 유리를 살짝 두드렸다.


진을 본 미오는 곧장 문을 열고 나와서 그를 껴안았다. 그녀의 눈에는 이슬이 한 가득 맺혀있었다. 진은 걱정 어린 마음에 차에 올라서 미오의 어깨를 토닥였다.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아까. 그 사람. 어디 있어요?”



그 사람이 김주언을 일컫는다는 것과 그녀가 정신을 잃은 게 그 남자 때문이라는 걸 바로 알아챘다.



“갔어. 왜? 아는 사람이야?”



진은 벌벌 떨리는 미오의 어깨를 감싸 쥐었다. 미오는 더 이상 진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주인 맘을 모르는 몸은 그 시절을 기억한 후로는 끊임없이 요동쳤다.



“....이름도 바꾸고, 성형도 했지만, 그 손목에 뱀 문신.... 내가 잘못 봤을 리가 없어요.”



그녀가 이런 격한 반응을 보일만한 존재는 진이 아는 한은 하나 밖에 없었다.



“....영혈교야?”



미오는 눈을 질끈 감고 격하게 고개를 위아래로 흔들었다. 진의 양쪽 입가가 서로 반대 방향으로 비틀렸다.


그게 기뻐서인지, 아니면 불쾌해서인지는 어떤 이유에서건.



“첫날부터 아주 월척이네....”



본인도 왜인지 모르는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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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60화-프로파일링 21.01.05 37 3 16쪽
59 59화-꼬리잡기 21.01.02 64 3 14쪽
58 58화-우연이라는 이름의 기적 20.12.31 39 3 18쪽
57 57화-집단지성 20.12.29 45 3 15쪽
56 56화-이이제이 20.12.23 40 2 15쪽
55 55화-블러드문 20.12.20 51 2 14쪽
54 54화-소수정예 20.12.18 37 2 16쪽
53 53화-작별 20.12.16 53 2 17쪽
52 52화-상황종료(?) 20.12.14 49 2 16쪽
51 51화-개봉 당일 20.12.11 56 2 17쪽
50 50화-빌드 업 20.12.09 42 3 16쪽
49 49화-시나리오 작성 20.12.07 43 3 15쪽
48 48화-신과 악마 20.12.04 43 3 16쪽
47 47화-선발대 20.12.02 138 3 16쪽
46 46화-영혈교 20.12.01 46 2 17쪽
» 45화-수상한 남자 20.11.30 48 3 18쪽
44 44화-첫 출근 20.11.26 45 2 15쪽
43 43화-최종 합격자들 20.11.25 53 3 16쪽
42 42화-막고라 20.11.23 60 3 15쪽
41 41화-도망자VS추격자 20.11.22 50 4 15쪽
40 40화-탈출 계획 20.11.20 52 4 17쪽
39 39화-한밤 중의 대치 20.11.18 42 3 16쪽
38 38화-첫째날 20.11.17 49 3 19쪽
37 37화-전초전 20.11.15 46 5 19쪽
36 36화-새로운 시작 20.11.13 47 2 16쪽
35 35화-결단 20.11.11 50 2 18쪽
34 34화-마지막 인사 20.11.09 49 4 19쪽
33 33화-입단식 20.11.05 50 3 19쪽
32 32화-새로운 가족 20.11.02 64 5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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