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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피엔 마약이 흐른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도모지
작품등록일 :
2020.08.21 00:57
최근연재일 :
2021.01.08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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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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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3,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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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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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46화-영혈교

DUMMY

진은 미오를 진정시킨 후, 크게 유키를 불렀다.



“잠시 미오랑 같이 있어줄래?”


“네? 아. 네.”



유키와 교대한 진은 얘기를 나누고 있던 자현과 강오에게 달려갔다. 진의 심각한 얼굴을 본 두 사람은 무슨 일인지를 물었다.



“두 사람. 영혈교라고 알아?”


“한국인 사냥꾼 중에 영혈교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 리가. 부산에 코스모스 지부가 생긴 거랑 경찰 안 거치고 코스모스 직통 전화가 생긴 게 다 그놈들 때문인데.”


"...."



자현의 눈에서 초점이 없어졌다.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돌리는 그녀를 향해 강오는 어처구니없는 눈빛을 쏘아댔다.



"너 진짜 몰라?"


"머. 머리 쓰는 건 다른 사람이.... 아야!"



강오가 자현의 가마 사이를 손날로 내려쳤다.



"자기 직업에 대한 기본적인 상식 정도는 익혀두라고 했잖아. 너 그거 직무유기야."


"고. 공부. 할게요. 하면 되잖아요."


"쯧. 근데 영혈교가 왜?"


"아까 그 종교인들, 영혈교 신도들 같아서."


"아, 시바. 그건 또 뭔 소리야, 진짜!!!"



난데없는 강오의 고함에 철수 준비를 하던 경찰들까지 놀라서 이쪽으로 시선을 집중시켰다.


영혈교라는 단어가 나왔을 때는 진짜 혹시나 했다. 그래도 이렇게 직접적으로 들으니까 머리에 피가 쏠렸다.



"근거는 있으면서 하는 소리겠지?"


"자세한 얘기는 정미가 오면 해줄게."



**



정미는 상황파악이 안 되고 있었다. 미오 줄 약 사왔더니, 진이 냅다 차에 타라고 했다. 그리고는 운전대를 잡았다.



"오빠. 면허 있어?"


"있지. 도로 주행 때 이후로는 처음이지만."


"당장 내려, 임마."



강오는 진을 끌어내고 대신 운전대를 잡았다. 진은 툴툴거리며 조수석에 올라탔다.


차가 달리자, 정미는 창문 너머를 계속 두리번거렸다. 코스모스로 돌아가는 길이 아니었다.



"부팀장님. 우리 어디 가요?"


"일단 미오만 집에 좀 내려다 주게. 얘 오늘은 그냥 집에서 쉬게 하는 게 좋을 거 같아서."



정미가 보기에도 미오의 상태는 확실히 많이 안 좋아보였다. 강오가 허락했다고 하니, 크게 문제 될 건 없다.


거대한 한옥 앞에 차가 멈춰 섰다. 진은 내려서 미오를 집 안까지 데려다 주고 온다고 했다.


그 때, 차에서 내리던 미오가 진에게 작게 뭐라 부탁했다. 그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 진은 자현에게 물었다.



"집에 있는 동안 사무직 공부하고 싶다는데, 책 같은 거 있어?"


"책이요? 잠시만요.... 아. 여기 있네. 이거 읽어보시면 될 거예요."



어지간한 대학 전공서 뺨치는 두께의 책이었다. 진을 그걸 가지고 미오와 함께 집 안으로 들어갔다.


그 틈을 타 정미는 강오에게 물었다.



"있죠. 부팀장님. 이제 무슨 일인지 좀 말해주세요. 이번 사건 뭔가 더 있는 거죠?"


"....너희 10년 전 쯤에 있었던 영혈교 사건은 알아?"


"알죠. 그 정도는. 상식인데."



자현의 입술이 입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마지막 희망, 거의 외국인이나 다름없는 유키만은 모를 거라는 마음을 담아서 바라봤다.



"아, 저는 그 사건 있었을 때는 일본에 있어서.... 그냥 흡혈귀를 섬기는 사이비 종교 때문에 사람이 많이 죽었다는 것 정도 밖에는...."


"자현이보다 많이 아네."


"우씨!!! "



투덜거리는 자현을 무시하고 강오는 계속해서 설명을 이어나갔다.



"유키네 말대로 영혈교는 부산에서 시작된 흡혈귀를 섬기는 사이비 종교야. 의외로 그 때 당시에는 이미지가 그리 나쁘지는 않았어. 노숙자 무료 배식이나, 도서관 설립, 장학금 기부 같은 활동 덕분에 말이야."



그 때문인지, 신도들이 나날이 늘어나는 추세였다. 특히 갈 곳 없는 가출 청소년들이나, 노숙자들의 비중이 높았다.


인신공양을 일삼는 종교인지도 모르고. 라는 말로 강오는 잠시 숨을 돌렸다.



"그 새끼들은 일가친척 없는 신도들만 골라서 지들이 모시는 흡혈귀에게 제물로 바쳤어. 이승에 강림한 신이라며 강신이라 부르는 흡혈귀한테 말이야."


"설마 신도들은 그걸 다 알고 신도가 된 거예요?"



유키의 물음에 강오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인신공양에 대해 아는 건, 교주를 포함한 일부 광신도들뿐이었어. 대부분은 자기들 교회 아래에서 그런 일이 일어나는 줄도 모르고 있었지."


"아니. 사람이 사라지는 데 신도들은 다 가만히 있었어요? 누구라도 신고 정도는 했을 거 아니에요."



자현의 의문은 무척이나 타당했다.


그 말대로 주변에서 갑자기 몇몇 신도가 사라지자, 경찰에 신고를 한 신도도 존재했다.


문제는 영혈교와 경찰 쪽에 커넥션이 있었다는 거다. 덕분에 신고는 유야무야 묻혔고, 신고자는 얼마 안 가 실종됐다.


자현은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정곤영이라는 아저씨. 그래서 경찰을 불신할 걸까요?"


"그럴 가능성도 있지."


"근데 어쩌다 거기 진상을 드러난 게 됐어요?"


"그게 있지. 지들이 모시던 강신이 사라져서, 광신도들이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녔는데. 그걸 수상하게 여긴 경관 한 명이 그 교회로 향한다는 무전을 끝으로 실종됐거든. 경찰이 실종됐으니까, 아무리 커넥션이 있다 해도 더는 무마시킬 수가 없었던 거지."



결국 물어물어 사냥꾼들의 귀에도 들어가게 됐고, 영혈교의 실체가 세상에 드러나게 됐다.


사냥꾼과 경찰이 손을 잡고 대대적으로 교회를 샅샅이 수색했다. 뒷마당에 수 십구의 백골 사체를 발견했고, 비밀스러운 방에는 허름한 수술대도 하나 발견했다.



"들어보니까 강신이 제물을 먹기 편하게 손질하던 장소였어. 사람을 말이야."



강오는 무거운 한숨을 내뱉은 후,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지하 예배당에서 예배 중이던 교주와 광신도들을 발견하고 그들을 체포하려 했다.


하지만, 흡혈귀로 변해 있었던 광신도들은 격렬히 저항했다. 심지어는 사제 폭탄으로 자폭하는 이들도 있었다.


결국엔 증거가 될 만한 자료들과 교주 도수혁은 그만 놓치고 말았다.



"그 때 쏟아진 비판은 지금 생각해도 살벌했지...."



그 말을 끝으로 일단 옛날이야기는 막을 내렸다. 영 찝찝한 엔딩에 관객들의 반응은 영 시원치 않았다.


떨떠름한 얼굴을 한 정미가 물었다.



"근데 그 영혈교가 왜요? 이번 사건이랑 관계있나요?"


"그건 그 단어를 꺼낸 당사자한테 물어봐야지. 저기 오네."



혼자 터벅터벅 걸어 나온 진은 다시 조수석에 올라탔다. 그리고는 내비게이션에 주소를 입력했다.



"일단 여기로 가자. 가면서 다 말할 테니까."


"거 입 한 번 더럽게 무겁네."



차는 미오의 집 앞을 떠나서, 시내로 들어섰다. 퇴근 시간이라 그런지, 차가 도로 위에서 자란 잡초로 보일 지경이었다.


진은 시트에 기대서 아무 말 없이 해가 지는 걸 구경했다. 참다못한 강오가 진에게 큰 목소리로 쏘아붙였다.



"야. 이젠 좀 말해봐. 왜 그놈들이 영혈교라 생각했는지."


"그 대머리 남자가 그 때 놓쳤던 교주라서."


"얌마. 그렇게 중요한 건 일찍 좀 말해!!!"


"와.... 대박."



이미 자세한 설명을 다 들은 덕에 그 무덤덤한 한 마디의 파급력은 엄청났다. 강오는 하마터면 입 대신 발의 액셀을 밟을 뻔했고, 여자들의 입은 다물어지질 않았다.


그러다 문득 정미의 머리에서 의문이 일었다.



"근데 오빠는 그걸 어떻게 아는 거야? 혹시 이번에도 거기 속해있어서 알아봤다 뭐 그런 거?"


"내가 아니라 미오가 교주를 알아본 거야. 미오가 한 때 거기에 속해져 있었거든."


"미오 언니가? 자. 잠깐만. 언니도 영혈교 신도 출신이었어?"


"미오는 신도가 아니었어."



진은 창문에 삐딱하게 앉았던 몸을 바로 세웠다. 머리를 시트에 기댔다. 하지만 눈은 여전히 지고 있는 해를 향한 채로 천천히 입을 뗐다.



"강신이었지."



교주 얘기를 들을 때 호들갑을 떨던 것과는 달리, 이번에는 모두가 입을 꾹 다물었다.


그렇다고 덜 놀랐냐고 물어본다면 단연코 이번이 훨씬 놀랐다고 답하겠지만.



"그 때 당시 사라졌다는 강신 있지? 그게 미오였어."


"자. 잠깐만! 잠깐!! 잠깐!!! 그러니까 미오가 영혈교가 모시는 강신이었다는 말이야? 걔가 신도들을 다 잡아먹었다고?"


"잡아먹었다기보다는 먹을 수밖에 없었지. 미오가 안 먹으면 인질들이 죽었을 테니까."



교주는 강제로 강신으로 앉혀놓은 미오에게 제물을 안 먹으면 인질들을 죽이겠다고 협박했다. 책임이 없다고는 못하지만, 그 상황에 처한 10살 남짓의 어린 아이를 욕하는 건 너무 가혹한 짓이다.



"하물며 그 인질이 친부모가 버린 미오를 키워서 사랑으로 길러주신 노부부였으니."



교주는 사람을 먹기 싫다고 반항하는 미오를 전혀 탓하지 않았다. 그저 그녀를 잘못 키운 노부부만을 고문하고 학대했다.


두 분이 고통 받는 걸 보다 못한 미오는 결국 다른 사람의 몸에 입을 댄 것이다.


사실상 자기 때문에 내장과 목숨을 잃은 사람들에게 끊임없는 사과를 되뇌면서, 미오는 사람의 피와 고기를 입 안에 밀어 넣었다.



"저.... 오빠. 그 노부부 분들은 어떻게 되셨나요?"


"....미오도 모르는 사이에 교주가 그 두 분을 흡혈귀로 만들었어. 그리고.... 미오 혈주 때문에...."



감혈. 그리고 마비독.


갈증에 시달리던 노부부는 결국 미오의 피에 손을 대고 말았다. 미오의 애원에도 불구하고, 너무 많은 피와 독을 삼킨 탓에 그 사람들은 호흡기에 마비가 와서 결국 죽고 말았다.


미오의 눈앞에서.



"그 일이 있은 후로 미오는 목숨 걸고 교회를 탈출했어. 그 때 우연히 만난 사람한테 도움을 청했고, 그게 지금 미오의 할아버지야."



미오가 탈출한 덕에 어떻게든 영혈교의 실체는 밝혀냈지만, 뿌리를 뽑지는 못했다. 그 탓에 뿌리에서 자란 썩은 열매가 다시 한 번 미오의 눈앞에 나타났다.



"그냥 기분 나쁜 남잔 줄 알았는데, 그레이트한 개새끼였네요."



자현은 교주를 향해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그걸 탓하는 이는 없었다. 다들 말을 안 해서 그렇지, 모두 같은 마음이었다.


교주를 잡아 족치겠다는 투지는 타올랐고, 반대급부로 미오에 대한 연민은 깊어졌다. 그런 그들에게 진이 넌지시 말했다.



"그렇다고 미오한테 갑자기 잘해주지 마. 앞으로도 그냥 평범하게 대해. 그 편이 나으니까."



정미는 진을 올곧게 응시했다. 눈에서는 하늘의 석양처럼 투지가 넘실거렸다.



"내비에 친 주소 교주 새끼 잡을 단서인 거지? 어디로 가는 거야?"


"일단은 아까 정곤영이라는 사람 소견서 쓴 의사 만나러. 어째 냄새가 좀 나서."


"그 병원 좀 털어볼까? 경찰 쪽에 친구가 있는데."



강오는 운전하면서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부탁 좀 할게."



털면 먼지가 나오는 정도가 아니라, 먼지로 지어진 병원일 거 같은 느낌이 들었다.



**



강오의 친구가 말하길, 영혈교, 지금은 비성교라 불리는 종교에서 의료법인을 설립했다고 한다. 그리고 내비가 안내를 마친 운현 정신병원은 그 의료법인에서 운영하는 유일한 정신병원이었다.


게다가, 정곤영의 소견서를 쓴 의사인 도석현이 있는 병원이기도 했다.


장소도 그렇고, 운영하는 사람도 그렇고. 알코올 냄새만 나야할 병원에서 구린내가 아주 고약하게 났다.


교주가 있는 위치를 찾기 위해, 병원으로 들어가려던 찰나.



"스톱. 유키. 저 사람 보이지?"


"네? 아. 네."



진이 모두를 멈춰 세우고, 먼저 병원에 도착한 선객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선객은 자신을 가리키는 사냥꾼을 보고는 발이 땅에 뿌리내린 듯 그대로 굳어버렸다.


이어진 진의 말은 선객이 전력으로 도망치게 만드는 데 일조했다.



"잡아. 아까 교주랑 같이 왔던 사람 중 한 명이야."



선객의 발소리만이 잔음으로 남은 정적이 지나고.


사태파악이 된 유키는 도망친 선객을 전력으로 쫒았다. 그녀가 선객을 잡아 온 건, 겨우 20초 남짓 지나서였다.


사냥꾼들은 도망자와 함께 오붓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 병원 뒤쪽에 있는 후미진 장소로 이동했다. 강오는 그를 앉혀 놓은 채, 심문하기 시작했다.



"교주랑 정곤영이라는 사람을 어디로 데려갔지?"


"모르겠는데? 근데 사냥꾼이 인간한테 이러면 안 되는 걸로 아는데? 막 사람 잡아다 이래도 되나?"


"...."


"뭔가를 듣고 싶으면, 경찰들 불러서 서로 데려가던가. 이런 데서는 나도 아무 말 못하지~~."



선객은 오히려 당당한 얼굴로 강오를 똑바로 쳐다봤다. 이런 상황이 익숙해보였다.



‘이럴 때 옆에 수연이라도 있었다면, 매혹 한 방이면 됐을 텐데.’



새삼 그녀의 능력이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진이었다.



"매혹 쓸 수 있는 사람?"



진의 질문에 유키나 자현은 고개를 저었다. 매혹을 쓸 수야 있겠지만, 조건이 까다롭거나 그만큼 위력적이지 않다는 의미였다.


그럼 별 수 없다. 시간이 남아도는 것도 아니니까. 자기 의지로 말하지 않겠다면, 말하고 싶은 의지를 만들어 주면 된다.



"형. 여긴 나한테 맡기고. 애들 데리고 차에서 기다려. 그리고 그 경찰 친구한테 연락해서, 병원 쪽으로 경찰들 좀 보내달라고 해줘."



강오는 손목을 돌리는 진을 보고는 좀 걱정이 됐다. 진과 단둘이 남겨질 선객 쪽이.



"....뒤탈 없게만 해라. 제발 부탁이다. 우리 팀 이 이상 사고 치면 큰일 난다고."



진은 알았다며 적당히 손을 휘저었다. 다른 일행들이 떠난 걸 확인한 진은 선객에게 다가갔다.


뚜둑.


망설이지 않고 선객의 검지 두 마디를 붙잡아서 위로 꺾어버렸다.



"끄윽.... 무. 뭐하는...."


"글쎄. 뭐하는 거 같아?"



고통에 비명을 내지르려던 선객의 입을 진이 손으로 틀어막았다. 진은 그 검지를 꽉 붙잡고 계속 뒤로 힘을 줬다.


그러자 손톱이 점점 손등 쪽으로 닿으려했다.


선객은 발버둥 치며 저항하려 했지만, 그럴수록 손가락만 비틀린 탓에 고통만 더 심해질 뿐이었다.



"으읍.... 너. 너. 이러고도 무사할 것 같.... 끄악!!!"


"네 걱정이나 해."



결국 손톱이 손등에 닿는 비정상적인 광경이 나타나고야 말았다.



"생각보다 입이 무겁네?"


"허억. 허억. 허억...."



선객은 호흡만 거칠게 내쉴 뿐, 여전히 입을 열지 않았다. 그의 마음속에서 버텨냈다는 자부심이과 앞으로도 버텨내겠다는 각오가 한 줌 생기려던 찰나.



"그럼 다음은 무릎으로 해볼까?"


"자. 잠깐만...."



진은 한 줌의 각오를 바로 짓밟아버렸다. 손가락은 어떻게 버티겠지만, 무릎만은 안 된다. 자기 발가락이 배에 닿는 걸 상상하니 오금이 저릴 지경이었다.


잠시 후, 진은 후련한 얼굴로 차에 올라탔다.



"어디야?"


"비성교 교회. 예상은 했는데, 진짜로 이번에도 지하에 예배당 만들어놨네."


"병원에 관한 건?"


"이 병원은 제물 선별 때문에 만든 곳이래. 안에 환자들은 무연고자나 노숙자들한테 싹 다 약으로 머리 뒤집어 놓은 거고."



이번 제물이었던 정곤영은 우연히 약을 안 먹었다가, 약간 정신이 돌아와서 도망쳐 나온 것이다.


약효로 인해 정상적인 판단을 못한 탓에 결국 다시 놈들에게 잡혔지만.



"그 사람도 꼭 구해야겠네. 소견서 쓴 의사는?"


"교주 아들."


"하. 그 새끼들 진짜. 이번엔 진짜 뿌리 뽑고야 만다."



투지에 불타는 사냥꾼들을 태운 승합차는 내비게이션이 안내하는 방향으로 힘차게 달렸다.



**



미오의 할아버지인 유정학은 아무리 불러도 대답이 없는 미오의 방 앞에 계속 서있었다. 밥이라도 먹게 방문 앞에 식사를 놨지만, 손도 대지 않았다.


입은 짧을지언정 끼니는 안 거르는 미오다. 그렇다보니 당장 병원에 가야할 정도로 몸이 안 좋아진 게 아닐까 걱정됐다.


고민하던 유정학은 손가락으로 가볍게 문을 두드렸다.



"미오야. 할애비가 걱정이 돼서 그러니, 잠시 문 좀 열어주겠느냐?"



대답이 없었다.


유정학은 손을 내려서 문고리를 잡았다. 문은 열려있었다. 망설임도 잠시. 유정학은 문을 열어젖혔다.



"잠깐 들어가마."



옷이 천 조각으로 보일만큼 아무렇게나 놓여있고, 침대는 누가 난동을 피운 것처럼 이불이 마구잡이로 흩어져있었다.


그나마 책상 위는 깔끔하고 정갈하게 두꺼운 책만이 한 권 펼쳐져 있었다.


지금까지 유정학이 봐온 미오의 방과 별 차이가 없었지만 단 하나, 방의 주인만이 방안에 없었다.


방의 주인은 지금 뭔가에 홀린 것처럼 흐느적대는 걸음과 풀린 눈으로 밤거리를 서성였다. 금방이라도 넘어질 것 같은 걸음이었지만, 그녀의 발은 올곧게 목적지로 향하고 있었다.


그녀의 손에는 지금 그녀가 향하는 목적지가 적힌 문자가 와있었다. 문자를 보낸 사람은 서방이라고 적혀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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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59화-꼬리잡기 21.01.02 64 3 14쪽
58 58화-우연이라는 이름의 기적 20.12.31 39 3 18쪽
57 57화-집단지성 20.12.29 45 3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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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55화-블러드문 20.12.20 51 2 14쪽
54 54화-소수정예 20.12.18 37 2 16쪽
53 53화-작별 20.12.16 53 2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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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51화-개봉 당일 20.12.11 56 2 17쪽
50 50화-빌드 업 20.12.09 42 3 16쪽
49 49화-시나리오 작성 20.12.07 43 3 15쪽
48 48화-신과 악마 20.12.04 43 3 16쪽
47 47화-선발대 20.12.02 138 3 16쪽
» 46화-영혈교 20.12.01 46 2 17쪽
45 45화-수상한 남자 20.11.30 47 3 18쪽
44 44화-첫 출근 20.11.26 45 2 15쪽
43 43화-최종 합격자들 20.11.25 53 3 16쪽
42 42화-막고라 20.11.23 60 3 15쪽
41 41화-도망자VS추격자 20.11.22 50 4 15쪽
40 40화-탈출 계획 20.11.20 51 4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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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38화-첫째날 20.11.17 49 3 19쪽
37 37화-전초전 20.11.15 46 5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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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35화-결단 20.11.11 50 2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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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33화-입단식 20.11.05 50 3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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