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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피엔 마약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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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모지
작품등록일 :
2020.08.21 00:57
최근연재일 :
2021.01.08 13:51
연재수 :
6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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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3,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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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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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51화-개봉 당일

DUMMY

서울 전경이 내려다보이는 한 사람이 쓰기에는 드넓은 사무실.


코스모스 서울 지부의 지부장실에 불려온 강오는 지부장인 윌헬미나와 독대했다.


지위의 차이가 아무래도 좀 나는지라, 강오는 뒷짐을 진 상태로 손을 반죽처럼 주물렀다. 저 분의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올지는 왠지 모르게 짐작이 갔다.



"한강오 부팀장."


"예. 지부장님."


"내가 자네를 부른 이유를 알겠어?"


"저희 팀에서 홍설대에 잠입시켜둔 신입 때문 아닙니까?"



윌헬미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물고 있던 시가를 재떨이 위에 살며시 내려놨다.



"알고 있겠지만, 우리는 너희 팀원을 포함해서 홍설대에 6명의 사냥꾼을 잠입시켜뒀지. 그런데 얼마 전부터 그들 하나하나가 습격을 당하기 시작했어."


"저도 들었습니다. 벌써 네 분이나 당했다고."


"넷이 아니야. 조금 전에 다섯 번째 연락이 왔거든."



한 순간이지만, 강오의 몸이 눈에 띄게 덜컹거렸다. 진에 대한 걱정과 동시에 불길한 예감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그게 저희 신입입니까?"


"그랬으면 굳이 내가 널 부를 리는 없겠지."


"그럼...."



습격당하지 않은 사냥꾼이 진 뿐이라는 뜻.


즉, 지부장이 하고 싶은 말은.



"며칠 있다가, 그 진이라는 녀석이랑 그 여자 친구를 좀 심문해봐야겠어."



진을 내통자로 의심하고 있으며, 루인은 레이나일 확률이 높다는 거였다.


강오는 지부장이 저 결론을 내린 이유는 이해가 갔다.


정확하게 사냥꾼들만 집중적으로 노릴 수 있다 건, 어떤 형태로건 내통자가 있다는 뜻이고, 사냥꾼을 공격한 건 십중팔구 레이나나 그녀의 부하들.


무엇보다도 진과 루인은 습격당할 때마다 알리바이가 부족했다.



"명령이야. 방금 우리가 나눈 대화는 진은 물론 너희 팀원들 전원에게 비밀로 해."


"....알겠습니다."


"가 봐."


지부장실을 빠져나와 터덜터덜 사무실로 돌아온 강오는 책상에 머리를 박고 엎드렸다.



‘아니겠지?’



강오는 진심으로 진이 내통자가 아니기를 빌었다.


그를 믿는 마음에서건, 그가 적으로 돌아서는 게 무서운 마음에서건.



**



루인과 연인을 연기한 지도 어연 한 달. 더 이상 진과 루인이 손잡고 다니는 게 신기한 광경이 아닌 시기였다.


학생들의 관심은 많이 줄어들었지만, 늘어난 관심도 있었다. 얼마 전부터 진과 루인 곁을 따라다니는 낯선 기척들.


두 사람은 숨어서 지켜보는 사냥꾼들을 애써 모른 척 했지만, 조금 심하게 거슬렸다.


루인은 웃고 있는 입을 통해 조용히 말했다.



"우리 엄청 의심 당하고 있네?"


"나 빼고 다른 사냥꾼들은 다 당했으니까, 당연한 거지."



진은 기지개를 펴며 찌뿌둥한 몸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그래도 오늘이면 끝나니까. 조금만 참자."


"흐응~~."



루인은 특유의 콧소리를 길게 빼더니, 진의 팔에 몸을 밀착시켰다. 팔을 타고, 뭔가 몽실한 감각이 전해져 왔다.



"오늘이 끝인데, 마지막으로 나한테 바라는 거 없어? 가짜 연인 씨?"



진은 손가락으로 루인의 이마를 살짝 밀어냈다.



"나중에 밤에 연기나 잘해."


"철벽 한 번 참~~ 단단하네. 장소는?"


"후문 쪽에 있는 시계탑."



밤에는 인적도 드물고 근처에 숨을 곳도 많은데다가, 높지 않은 벽만 넘어도 건물의 숲이 굳건히 서있는 장소였다.


기습 후, 도주에는 그곳만한 곳이 없었다.



"최근 들어 그 쪽으로 지나다닌 것도 그래서였구나."


"그렇지. 그럼 난 간다."


"응!!! 자기야. 나중에 봐~~!!"



쪽.


루인이 진의 볼에 입을 맞추고는 도망치듯, 강의실로 달려갔다. 주변에서 구경 중이던 학생들의 놀람과 부러움이 뒤섞인 탄성이 여기저기서 튀어나왔다.



"흐음...."



진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손가락으로 가볍게 볼을 훔치고는 본인의 강의실로 향했다.



**



성재우와 천해이. 진의 동기인 두 사람은 강의를 듣고 있는 진을 건물 밖에서 몰래 감시하는 중이었다.



"설마. 저 녀석이 내통자는 아니겠지?"


"(절레절레)"



재우의 심각한 질문은 대답해주는 이 없이 가볍게 공기 중으로 흩어졌다. 말을 못하는 해이는 대답 대신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하긴. 진이 내통자면 그건 그것대로 문제네."


"(끄덕끄덕)"



칙칙-.


재우의 혼잣말에 무전기가 잡음을 내뿜으며 거칠고 굵은 목소리를 내뱉었다. 진과 루인을 포위하고 있는 사냥꾼들의 책임자를 맡고 있는 박대혁에게서 온 무전이었다.



-어이. 신입. 동기 놈은 어때? 무슨 반응 없냐?


"전혀요. 그냥 가만히 앉아서 얌전히 강의만 듣고 있는데요?"


-전혀 눈치 못 챈 건가? 알았다. 계속 지켜봐.


"아저씨. 잠깐만요."


-왜?


"그.... 진짜로 저 녀석이 내통자일까요?"



무전기 너머에서부터 까끌까끌한 수염을 문지르는 소리가 넘어왔다.



-확실한 증거는 없지만, 정황상으로는 거의 확실해. 뭐가 됐든, 밤에 둘 다 구속해 보면 알겠지.


"그렇겠죠."



진이 지금 자기 처지도 모를 정도로 눈치가 없는 놈은 아니다. 아마 의심을 사고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을 터.



"그래도 진은 아니면 좋겠는데...."


-보기보다 꽤나 의리 있구나, 너? 동기를 꽤 챙기네?


"아뇨. 그런 의미가 아니라요."



만약 모두가 생각하는 것처럼 진이 내통자고, 루인이 레이나라면.



"여기 모인 30명으로 될까 싶어서요."


-뭐? 크하하하하!!!



그러자, 박대혁은 호탕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야야. 저쪽은 인간인 신입 하나랑, 해츨링 중에 가장 서열이 낮은 흡혈귀 한 명. 이쪽은 흡혈귀 7명을 포함해서 30명. 이 정도면 충분해. 솔직히 30명도 많지.



자신감인지 거만함인지.


이게 재우와 해이를 제외한 사냥꾼들이 진과 루인에게 품는 인식이었다. 재우는 이해는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앞길이 막막했다.


여차하면 진이라도 싸워야할지 모르는데. 그가 선발시험 때 해결한 일에 대해 아는 재우는 그건 피하고 싶었다.



'튈까, 그냥?'



**



그래도 튀지는 않았다.


강의가 끝나고 도서관에서 죽치고 있는 진을 계속 지켜보다보니, 어느새 해가 졌다. 오늘따라 구름이 많아서 달과 별의 빛이 좀처럼 땅으로 내려오질 못했다.


어둡고 음산한 길거리에 넓은 간격으로 놓인 가로등 빛만이 내려앉았다. 주변 건물들도 하나 둘 불이 꺼지며 사람들을 집으로 돌려보냈다.


주위에 인기척이 완전히라고 해도 좋을 만큼 사라졌다.



"하암...."


감시 작업에 피로를 느낀 재우가 입을 쩍 벌리고 하품을 할 때쯤이었다.



"아. 움직인다."



재우는 옆에서 졸고 있는 해이를 흔들어서 깨웠다. 그녀는 애써 안 존 척을 했지만, 입가에는 흘러내린 침이 길을 만들었다.



"쫓아가자."



재우는 별 말 없이 해이를 이끌고, 진의 뒤를 밟았다. 행선지는 아마 루인이 기다리고 있는 예술관 앞.


진은 며칠 전부터 과제 때문에 늦게 집에 가는 그녀를 데려다 주고 있었다. 오늘도 역시 루인과 합류해서, 평소에 다니던 후문 쪽으로 손을 잡고 걸어갔다.


무전기에서 지금 저들을 덮치자는 건의가 들어왔다. 박대혁은 아직 민간인들이 보인다는 이유로 묵살시켰다.


그가 생각하기에 저 둘을 습격하기에는 최적의 장소가 있었다. 저 둘이 평소에 다니는 인적이 드문 후문에 있는 시계탑.



-전원. 지금 즉시 후문 쪽으로 집결하고, 다음 내 지시를 기다린다. 실시.



박대혁의 지시에 따라, 산재해 있던 사냥꾼들은 미리 후문 쪽에 도착해서 대기했다. 모두들 캡슐을 열고, 손에 무기를 들었다.


사냥꾼들은 숨죽인 채, 사냥감들이 오기를 기다렸다.



"왔다."



아무것도 모른 채 서로 손을 꽉 잡고 있는 사냥감들이 도착했다. 무전기에서 작게 들려오던 호흡 소리마저도 이젠 들리지 않았다.


모두 당장이라도 덮칠 수 있도록, 무게 중심을 앞으로 몰았다.


사냥꾼들 중 저격 소총을 들고 있는 남자가 총구를 진에게 겨눴다.



-시계탑에서 8시 시보가 끝나면 쏴. 아, 맞추지는 말고.



박대혁의 지시에 따라 저격수는 아쉬움을 삼키고 스코프 안에 진의 발끝을 담았다.


다른 사냥꾼들은 그 총성이 출발의 신호탄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윽고.


댕--.


시계탑에서 구시대적인 낡은 종소리가 울렸다. 8시니까 약 5초 간격으로 총 8번 울릴 것이다.


3번째, 4번째, 5번째 종이 울렸다.


6번째 종이 울렸을 때, 저격수는 총의 안전장치를 풀었다.


7번째 종이 울렸을 때, 방아쇠에 손가락을 가져다댔다.


그의 귀는 8번째 종소리, 발사 명령을 기다렸다. 그의 눈은 여전히 진의 발끝을 보고 있었다.


그 때였다, 저격수의 스코프 안에 이상한 광경이 비쳤다.


터벅터벅 걷고 있던 진이 갑자기 걸음을 멈췄다. 그러더니, 갑자기 연인의 허리를 감싸고는 옆으로 크게 도약했다.


그 이유를 깨닫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캉!!!


조금 전까지 진이 서있던 곳에 날카롭고 기다란 금속이 푹 꽂혔다. 만약 피하지 않았으면 그대로 꼬치구이가 됐으리라.



'뭐야, 저건 또.'



당황한 저격수는 천천히 스코프를 이동시켜서 금속을 들고 있는 사람의 모습을 담았다.


빨간 로브를 입었고, 얼굴에는 해골마스크를 뒤집어 쓴 체구가 작은 여자. 마스크 너머에 있는 눈은 붉게 빛나고 있었다.



-산타 무에르테....



사냥꾼들 중 누군가가 습격자의 인상착의이자, 레이나가 로드로 있는 클랜의 이름을 입에 담았다. 순간 이곳에 있는 사냥꾼들의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진은 내통자가 아니고, 그저 지금까지처럼 레이나가 노리는 사냥꾼일 뿐이 아닐까?'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박대혁은 다급히 소리쳤다.



"젠장!!! 다 나와!!!!"



저격수를 제외한 사냥꾼들은 박대혁을 따라 허겁지겁 시계탑 쪽으로 달려갔다. 재우와 해이도 일단 그를 따라 나섰다.


시계탑 앞에는 루인을 뒤로 물린 채, 습격자와 대치하고 있는 진이 있었다.


박대혁은 우선 민간인부터 대피시키길 권고했다. 3명의 사냥꾼이 루인을 데리고 멀리 피난했다.


루인은 반항했지만, 이내 사정을 이해하고 어쩔 수 없이 그들의 손에 이끌려갔다.



"자. 자기야.... 그.... 꼭 이겨!!!!"



루인이 남긴 간절한 응원을 들은 진은 가볍게 엄지손가락을 들어보였다. 루인을 대피시키는 사냥꾼들은 괜히 부러운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사냥꾼들이 모여들어 포위망을 형성하는 동안, 진은 뒤로 살짝 물러나서 포위망과 동떨어진 곳에 섰다. 그리고 앞뒤 안 재고 검은색 주사기를 꺼내서 바로 목에 꽂았다.


한편, 습격자는 아무 말 없이 자길 둘러싼 사냥꾼들을 훑어봤다. 하나 같이 긴장해서인지 손에 힘이 쓸데없이 많이 들어가 있었다.


그나마 사냥꾼 중에서 가장 의연함을 유지하고 있던 박대혁이 앞으로 한 발짝 나섰다.



"레이나 테레사 맞나?"


"레이디의 이름을 물어보려면 먼저 본인의 신분부터 밝혀주실래요? 신사 분?"



서양의 귀족처럼 고풍스럽고 품격이 느껴지는 몸 동작과 말투였다. 박대혁은 도발적인 언행에 조금 흠칫했지만, 짐짓 태연하게 말했다.



"칭동 팀의 팀장인 박대혁이다."


"그러셨군요. 그럼 제 소개도 해야죠. 레이나 테레사. 여러분들이 그토록 만나고 싶어 하시던 사람이랍니다. 잘 부탁해요."



레이나는 로브를 치맛자락처럼 붙잡고, 고개를 숙였다. 포위당하고 있음에도 당황이나 조급함 같은 건 1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게 그녀의 성격 때문인지, 아니면 실력에서 나오는 자신감인지 알 수가 없었다.



"투항할 생각은 있나? 우린 가능하다면 싸움은 피하고 싶은데."



그럼에도 박대혁은 떨지 않고, 묵직한 목소리로 투항을 권고했다.



"투항. 투항이라.... 푸훗."



레이나는 고민하는 시늉을 하더니, 손으로 입을 가린 채 가볍게 웃었다. 박대혁에게는 본인에게 주제파악이나 하라는 의미로 보였다.



"그 말 그대로 돌려드리죠. 그냥 꽁지 빠지게 도망가세요. 귀찮으니까 안 쫓을게요."


"투항할 생각은 없다는 소리군."


"여러분도 그래 보이네요."



꼬마와 장난을 치는 듯한 레이나의 말투에 더는 대화를 할 마음이 안 들었다. 박대혁은 손에 든 양손도끼로 레이나를 가리켰다.



"지금부터 해츨링, 레이나 테레사 사냥에 들어간다. 전원, 정신 바짝 차리고 대응하도록."


"사냥이라.... 재밌겠네요."



레이나는 땅에 박힌 금속, 굉장히 날이 얇은 스몰 소드를 뽑아들었다.


온갖 문양과 장식이 붙어있는 스몰 소드는 콘크리트를 뚫었음에도 날이 전혀 상하지 않았다.


그 화려하다 못해 교만함이 느껴지는 칼끝이 사냥꾼들을 향했다.



"누가 사냥꾼이고, 사냥감인지 확인시켜드리죠."



그 말이 끝난 순간, 누군가 그녀의 등 뒤로 깃털처럼 살포시 내려왔다.


갑작스러운 인기척에 레이나가 뒤를 도는 순간. 그 누군가가 머리 쪽으로 토마호크를 휘둘렀다.


깡!!!


칼로 겨우 막아냈지만, 손이 저릿할 정도의 위력이었다.


레이나는 웃음을 거두고, 토마호크를 들고 있는 손의 주인을 노려봤다.



"데이트 방해해서 화나셨나요?"



언뜻 여유로워 보이지만, 레이나는 놀랐는지 약간의 떨림이 서려있었다.



"알면 됐고."



눈을 붉게 물들인 진은 죽일듯한 얼굴로 레이나를 노려보다가, 두 발짝 뒤로 물러났다.


예상 외로 스몰 소드가 튼튼했다. 흡혈귀의 신체 능력을 얻은 진의 공격에도 부러지긴커녕 금도 안 갔다.


진은 혀를 차고는 호흡을 골랐다. 저리는 손을 쥐락펴락하며 토마호크의 자루를 고쳐 쥐었다.



"재밌는 분이네요. 덤벼보시죠. 일방적으로 놀아드릴 테니."



다분히 도발 섞인 레이나의 언행에 진은 흔쾌히 응답했다.


한편, 진과 레이나의 대치를 보던 사냥꾼들은 눈살을 찌푸렸다. 특히 박대혁은 통탄스러움을 감추질 못했다.



"저 머저리 새끼."



가끔 있었다. 사냥꾼 됐다고, 자기가 히어로 영화 속 주인공이라도 된 줄 아는 놈들이.


그 놈들에게는 딱 두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주제 모르고 설친다는 거랑, 1년을 못 넘기고 죽는다는 거.


진짜 마음 같아서는 그냥 내버려두다가 참교육 당하게 하고 싶었지만, 지금은 그럴 사태가 아니었다.


박대혁은 울분을 담아 크게 소리쳤다.



"야. 신입!! 설치지 말고 빠...."



박대혁은 그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두 사람이 다시 격돌하자, 아까보다 더 큰 소음이 시계탑을 중심으로 울려 퍼졌다. 더군다나 이번엔 한 번이 아니었다.


횟수를 세는 게 무의미할 정도로 잦았고, 그 간격은 초 단위보다도 짧았다.


진과 레이나. 두 사람은 들고 있는 무기를 엄청난 속도로 쉼 없이 휘둘렀다.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 중 당사자들 말고는 누구도 보이지 않을 속도로.


그 과정에서 스몰 소드와 토마호크라는 이름의 악기들이 끊임없이 불협화음을 만들어냈다.


금속과 금속이 충돌하는 따가운 소리, 의복을 찢고 살결을 가르는 소름끼치는 소리, 호흡 소리와 피가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 등.


마치 일부러 한 박자씩 어긋나게 연주하는 것처럼 귀에 거슬리는 소리들의 연속이었다. 그 모든 소리가 불과 몇 십 초 안에 수백 번씩 반복되고 있었다.


하지만 관객 중 어느 누구도 쉽사리 그 연주에 개입할 생각도 품지 못했다. 할 수 있는 거라고는 입을 벌린 채, 관람을 하는 것 뿐.


애초에 잘 보이지도 않는 속도로 움직이는 저들 사이로 끼어들 수 있을 거 같지도 않았다.



"저기.... 박 팀장님."


"왜?"


"저희 이대로 보고만 있을 겁니까?"



박대혁은 한숨을 쉬며, 그 열정 넘치는 사냥꾼의 어깨를 두드렸다.



"이 친구야. 보면 모르겠냐? 저건 우리가 끼어들 영역이 아니야."



두 번째 충돌 이후, 박대혁은 바로 깨달았다. 여기 모인 30명은 저기서 싸우는 두 사람 중 한 명도 못 이긴다는 걸.


그걸 깨닫고 나니, 반사적으로 헛웃음이 지어졌다.


애송인 줄 알았던 신입과 서열이 가장 낮다며 업신여긴 레이나. 그 둘을 잡는 일을 솔직히 쉬운 일이라고 생각했었다.



"한 놈이 우리 편이라서 진짜 다행이지."



재우와 해이를 포함한 다른 사냥꾼들도 그와 같은 생각을 품었다.


그러나 반성한다고 달라지는 건 없었다.


할 수 있는 거라곤 진이 이기기를 속으로나마 비는 것. 그리고 조금 전에 부른 지원이 빨리 도착하기를 기다리는 거였다.


그러한 30명의 관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피 튀기는 싸움을 계속하고 있는 진과 레이나.


그럼 여기서 치열하게 악기를 연주하고 있는 이 두 사람의 시점으로 넘어가 보자.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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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54화-소수정예 20.12.18 37 2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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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50화-빌드 업 20.12.09 42 3 16쪽
49 49화-시나리오 작성 20.12.07 43 3 15쪽
48 48화-신과 악마 20.12.04 43 3 16쪽
47 47화-선발대 20.12.02 138 3 16쪽
46 46화-영혈교 20.12.01 45 2 17쪽
45 45화-수상한 남자 20.11.30 47 3 18쪽
44 44화-첫 출근 20.11.26 45 2 15쪽
43 43화-최종 합격자들 20.11.25 53 3 16쪽
42 42화-막고라 20.11.23 60 3 15쪽
41 41화-도망자VS추격자 20.11.22 50 4 15쪽
40 40화-탈출 계획 20.11.20 51 4 17쪽
39 39화-한밤 중의 대치 20.11.18 42 3 16쪽
38 38화-첫째날 20.11.17 48 3 19쪽
37 37화-전초전 20.11.15 46 5 19쪽
36 36화-새로운 시작 20.11.13 47 2 16쪽
35 35화-결단 20.11.11 50 2 18쪽
34 34화-마지막 인사 20.11.09 49 4 19쪽
33 33화-입단식 20.11.05 49 3 19쪽
32 32화-새로운 가족 20.11.02 64 5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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